에세이/비너스 요원의 오퍼레이션 마스 (완)

가부장제의 맛을 알아버렸는데 뭐 어떻게 하라는 거야

@blog 2024. 2. 26. 20:22

 
 


  무슨 기사 작위도 아니고 도태남, 하남자, 꽁치남, 참 칭호도 많다. 저게 무슨 단어냐고? 더치페이 하게 될 남자에게 내려질 명예로운 작위지 뭐. 도태남은 여자 선택설에 의하여 간택받지 못하여 도태 되어버린 남자를 뜻하고, 하남자는 상남자와 반대되는 쪼잔한 남자, 꽁치남은 꽁짜 좋아하는 남자를 뜻하는데 이게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더치페이를 꾸준히 하게 될 남자가 듣게 될 단어, 여자들이 정말 싫어하는 남자에게 내려주는 칭호다. 그러니 남성분들 ^^ 더치페이 하면 안되겠죠?
 

  더치페이 한다고 해서 저런 말까지 들을 이유가 있나 생각할 수 있겠지만 여자들이 대놓고 표현만 안했지 내심 더치페이에 대해서 적대적이라는 것을 남자들은 알 필요가 있다. 서로 사랑하는 연애 초반이면 모르겠는데 사랑이 식어가는 순간, 그리고 자신이 사랑받는 연애를 하고 있나 확인받고 싶은 순간에 더치페이를 요구하면 그것이 이별의 불씨가 될 수 있을 정도다. 여성들이 한대 뭉쳐서 큰 소리를 냈던 페미니즘에서 더치페이는 루저페이, 외국남성은 더치페이를 하지 않는다, 남성의 임금이 더 높으니 당연히 돈을 내야한다면서 주장한 것 역시 평소 여자들이 더치페이에 대해 큰 불만을 가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상하지 않는가? 우리가 아는 페미니즘은 여성의 교육과 경제 활동을 장려하고 여성의 주체성을 강화 시키는 사상이잖아. 그래서 여성스러움에 속박되지 않겠다고, 이쁨 받는 인형이 되지 않겠다고 꾸밈노동과 탈코르셋을 주장하는 그녀들이 왜 여자가 인형 취급 받았을 때나 통했던 남자가 데이트 비용 전부 지불하기를 요구하는 걸까? 가부장제 당시 여성으로써 받았던 암묵적인 해택은 받아 먹고 싶은데 책임져야할 부분은 부담지기는 싫다는 뜻이지 뭐. 이기적인 모습이지 뭐.


 
  마치 그 모습은 과거 2000년대, 여자를 된장녀와 개념녀로 나누고 자신들의 정의에 벗어나는 순간 된장녀 딱지를 내려버리는 남성 네티즌의 모습과 매우 유사해 보인다. 모두에게 욕먹을 된장녀라는 칭호가 내려지기 전에 더치페이 꼬박꼬박하고, 이벤트 때 남자를 배려해주는 하트 도시락도 싸주며, 비싼 여자처럼 굴지 말고, 어무니처럼 넓은 아량을 보이라고 악바리 쓰던 남자들의 모습이나 하남자, 꽁치남, 도태남 칭호 듣기 싫으면 더치페이 하지 말라는 여자의 모습이나 차이점이 보이지가 않는다.




  이게 모두 여자든 남자든 가부장제의 달콤한 열매를 먹어버려서 자기 좋은 점만 알고 책임져야할 부분을 싫어해서 그렇다. 데이트 통장에 더치페이 꼭꼭 해주고, 반반 결혼에 맞벌이하는 여자라고 해도 드세고, 따지고, 시어머니에게 쌀쌀맞게 구는 여자를 남자는 좋아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가부장제에서나 있는 순종적이고 얌전하며 남자 말에 고분고분 따르는 여자 맛을 이미 알거든. 여자도 그래. 여자 배려해주고, 메이크업 안하는 모습도 사랑하며, 다정한 남자라고 해도 남자답게 리드하지 못하고 데이트 비용을 10원 단위까지 나누는 남자에게 여자는 정이 떨어진다. 왜냐하면 가부장제에서나 있을 법할 모든지 다 리드해주고, 이끌어 주며, 비용을 부담해주는 남자 맛을 여자는 이미 알거든. 그런 상황에서 남자 여자가 자기가 피해자네, 너가 더 욕심 많은 사람이네 하면 무슨 소용이겠는가.




  그런데 냉정하게 따지고 보면 먼저 선빵을 날린 쪽이 남자이긴 하다. 스타벅스 커피 좀 마셨다고해서 된장녀가 되고 엘라스틴 샴푸 썼다고 해서 사치부린다고 했던 그 2000년대 시대의 남자들이 유난스러웠던 건 사실이잖아. 아니 된장녀가 있으면 그냥 안 만나면 되잖아. 그런데 왜 모든 여성의 소비를 통제하고 검열하려고 하는 건데. 여자의 소비를 모두 컨트롤 해야지 직성이 풀리는 건가? 아니면 가부장제의 대표적인 여성상인 순종적인 여성은 원하는데 또 가부장제에 남자가 부과해야하는 책임감과 경제력까지 같이 떠안을 수 있는 이상적인 여성, 개념녀가 모두 한국여자이길 바라는 건가? 여자의 개인 취향과 사생활, 성격이 모두 거세된 개념녀만 있는 천국을 진정으로 원하는 건가?


  뭐... 그저 화이팅입니다. 그런 유토피아를 원하시는 분은 그곳을 찾아 행복하게 사십시오. 그런데 제발 황건적처럼 난리치지 말고 자기들끼리 행복하게 지냈으면 좋겠다. 어디 황건적 대장인 사이비 교주 장각같은 사이버 렉카, 인터넷 논객 말만 듣고 자신들의 유토피아에 위배되는 사람 못잡아 먹어서 안달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이다. 외국 사람 들여다가 자기들끼리 행복하게 살면 되잖아. 꿈꾸는 남자 여자 찾아서 삼천리 여행 떠나면 되잖아. 그런데 왜 내 앞에 있는 남자나 여자가 자신들이 꿈꾸는 유토피아 이성상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못죽여서 안달난 건데. 사회적 죽음으로까지 몰아부치는 이유는 뭔데. 타인의 삶을 평가하고 정의내리고 욕해도 될 정도로 그게 그렇게 대단한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