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2월 3주차 주간일기 (이상한 두통, 심형래의 큰 그림, 오리엔탈리즘, 내 몸에 누구보다 모르는 사람)

1. 알 수 없는 두통
5일 전인가?
오른쪽 뒷머리에 뭔가 뒷골이 땡기는 이상한 느낌이 들더니
머리 전체가 조여오는 느낌이 들었다.
마치 내 머리 전체가 긴장한 것처럼 잔뜩 움츠려 든 느낌이 말이다.

정말 하이브가 일루미나티 특수와이파이 해킹장치를 사용한 건가?
이노옴!
악마에게 영혼을 판 일루미나티들!!!!
ㅋㅋㅋㅋ 장난이고 ㅋㅋㅋㅋㅋㅋ
아니 진짜 음모론자들은 이렇게 말한다구
그래서 하루종일 누워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고 무언가를 써보려고 해도 기운이 안났다.
물론 지금은 많이 괜찮아졌다.
그 두통의 원인은 무엇이었을까.

2. 신념을 찾아서
가슴은 답답하고 머리는 아파서 미술관으로 갔다.
오랜만에 미술관에 가니 기분 정말 좋더라.
거기다가 무료 관람이라니.
역시 난 예술충인가봐
해도해도 질리지 않는 행동은 오직 이것뿐이지
(여러분! 돈도 안되고 삶에 도움도 안되는 예술충인 저를 어서 피하십쇼!)
첫번째 전시관은 옛날 비디오 모아둔 전시하고 있었음

1997년 당시의 포스터
그러나 지금 봐도 참 힙하다

프리윌리 비디오
avgn이 이야기했지?
저 포스터 소년이 범고래를 주먹으로 날리는 모습같다고
그러니 소년 건들면 누구든 뒤진다고 말했지 ㅋㅋㅋ

옛날 액션 비디오를 모아둔 코너
이렇게 보니 액션 포스터의 특징은
검은색과 빨간색을 자주 사용한다는 거
그만큼 그것은 무언가 비범한 인상을 준다는 것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심형래의 라스트 갓파더

이전에 이미 영구는 오래전부터 대부를 노리고 있었다
라스트 갓파더 하니깐 이건 내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나는 이것을 집적 영화관에서 본적이 있다.
가족들이랑 같이 말이지.
그때 당시의 분위기는 최악의 영화라고 평가했고 나 역시 그렇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지금 생각해보니 심형래의 도전이 정말 참신하고 반드시 필요한 도전이라는 생각이 든다.

항상 외국에서 성공했다는 한국 영화 특징이 무엇인줄 아는가?
하나같이 어두침침하고 철학적이며 진지하며 냉정할 정도로 잔혹한 영화라는 것이다.
혹은 지독할 정도로 구질구질한 모습을 많이 보여준다.
절대 멋진 영화. 아름다운 영화는 껴주지도 않아.
올드보이
피에타
기생충
마더
미나리
참 오리엔탈리즘스럽죠?

"한쿡 영화는 가난한 사람이 주인공에
절박하고 어둡고 진지하고 철학적이며
사회를 비꼬는 특색 있슴!
분명 실제 동양의 문제도 저럴 거야 ㅠㅠ"
거짓말 치지마.
그런 한국 영화만 상 주니깐 그런 생각을 하는 거잖아.
한국에서도 얼마나 심플하고 개성적이며 유우머스러운 영화가 많은데.
멋지고 화려하면 아름다운 영화도 많은데.
갑자기 정용준 작가의 "소설만세"라는 에세이의 어떤 한 구절이 생각난다.
결국 등단하고 책까지 출간한 작가는 독특한 주제를 다루는 작가가 아니라
평범한 일상 속에서 사유를 잡는 작가닷! 라고 썼지.
그런데 그런 소설만 골라서 신인상주고 출판하고 무슨상 무슨상 주니깐 그렇게 보이는 거겠지.

그러기에 영구라는 유머 캐릭터로 도전했던 그의 정신은 너무도 무모했지만 동시에 참신했고
이 나라에 가장 필요했으며 용기있었던 도전인 것이다.
존경심을 표할 수 밖에 없는 거다.
물론 영화는 너무 허술한 점이 너무 많았기에 문제가 됐지만
뭐 적어도 시도하는 모습에 바보같다고 볼 수는 없다는 거다.
아무튼 심형래 이야기는 여기서
끝.

저는 2023년에도 즐겁지 않을거 같은데요...

그리고 제 2관
다른 곳으로 가자 미술관의 분위기가 확 바뀐다
아 그런데 화장실 사진이 찍혔네;
나 .... 잡혀가는거 아니야?


멋지지? 저 일렁이는 그림들
사유를 마음껏 할 수 있는 저 그림




사유하면 냥이랑 나비가 빠질 수 없지
하지만 내게 있어서 나비 = 몽환 = 꿈 = 신비라는 클리세는 너무나 진부해 보인다
나는 정말 나비가 싫어
항상 신비함이라는 클리세로 쓰이는 것도 지겨워.


달의 정원

또 찾았다
그림자 냥이

이것 같은 경우는
기류의 흐름으로 음악을 만드는 전시품이다.
그런데 확실히 가공된 음악만큼의 좋음을 느끼지는 못했다.
지겨운 음색이 반복된 노래? asmr 노래?


이건 담배필때 나오던 도나스 구름이 하늘에 날아다녀서 사진 찍음
손으로 만지는 순간 원은 형태를 잃어버리며 사라져버리는게 신기함

이 아래 있다면 신으로 재탄생하는 기분이겠지?


이거로 말할 것 같으면 플라톤의 동굴속의 우화를 너무도 잘 설명해주는 작품,
로스트 #18이다.
물론 작가의 설명으로는 꿈과 현실은 하나이다... 이건 꿈이다... 뭔 장자의 이야기를 했지만
내가 보기에는 플라톤의 동굴속의 우화에 오히려 딱 맞는 작품이다.
조명이 달린 작은 기차가 작은 부속품들 사이로 지나가는데
현실에 보기에는 작은 것들이지만 기차의 조명이 만들어낸 그림자로 보면
어마어마하게 커지고 그야말로 현실감이 있어진다.
이상하지? 분명 나는 조명이 만들어낸 그림자라는 것을 알지만
모든 전시 관람자들은 다 벽에 있는 그림자만 보았다.
진짜 그 그림자의 실체인 작은 부품들은 전혀 안보고.

으앜!
설명문을 엉망으로 찍었네 ㅜㅜ

이건 로스트 #18의 작가인 료타 쿠와쿠보
영상으로 보면 생동감이 있고
실제로 보면 더욱 현실감이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8EBF0qOKpns






이것은 기판을 연결해서 만든 작품


이것은 카카오 따기 노동에 희생된 아이들의 손발을 표현한 작품
그리고 4개의 기둥에는 초콜릿 회사의 주가가 테블릿으로 표시되어 있다.
이상하지?
분명 로스트 #18번 보다 철학적이고 상징성도 있으며 아동 착취를 폭로하는 내용이라 공공성도 있는데
왜.... 별로 재미가 없지? 왜 아름답다는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거야?
그때 나는 하나 깨달았다.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위대한 작품을 흉내내거나 혹은 공공성을 위하는 것이 아닌
오직 나의 만족, 나의 감각에 온 초점을 두고 그것을 믿어야 한다는 것을.
그것을 이 나이 먹고 깨달은 것이다.


좀비 찬가
좀비가 되면 두려움도 없고 대머리되도 걱정없다는 영상



사람이 만든 바람과 공기와 모든 움직임을 통제하는 실가닥에 묶이 나무는 무슨 심정일까?
신과 인간을 구분할 수 있을까?

이 환공포증 불러일으키는 사진은 뭐냐고요?

하츠네 미쿠의 심근 세포요...

네... 심장 세포 맞습니다.

좀.비.그.리.기!

분명 좀비 안에서도 약한 좀비가 있을거야...
찐따 좀비 말이야

좀비 포화 현상

이거 아침먹고 땡
점심먹고 땡이잖아

좀비랑 식물이랑 ^^

3. 수상작 작품집이 이제야 오다니
몇년전에 상을 받았던 수상집을 이제서야 줬다.
진짜 너무 하지 않니????????????
아니 말하지 않았다면 오지도 않았을거 아니야 ㅡㅡ
으이그...

4. 누구보다 나를 몰랐던 나 자신
이번 주에 조금 생각을 많이 했다.
마인드 맵도 그려보고 자문자답 형식의 글도 써보고.
그리고 내가 내린 결론은 내 속에 답이 있다는 것이다.
료타 쿠와쿠보의 작품처럼.
미학은 타인이 정해준게 아니라 나 자신이 정한다는 거.
사실 이때동안 나는 주변의 눈치를 본 글을 자주 썼다.
쓰는 내내 강제성이 있었고
이 글이 심사위원에게 먹힐 수 있도록 자꾸 교훈성을 투여했으며
공모전 날짜에 맞춰서 부랴부랴 급하게 쓴 글도 산더미인 것이다.
하지만 이제 그렇게 쓰지 않을거야
내가 만족할 수 있도록
나만 재미있어도 좋으니
그런 글을 쓰도록 하자.
나는 이때동안 다른 곳에서 해답을 찾으려고 했는데 그게 아니였어.
내 욕구를 너무 외면하는 습관이 쌓여서 나를 잘 몰랐던 거다.
돈 조금 아낀다고 내 기호에 맞지 않는 음식을 먹고
참으면 더 좋은 일이 있을거라며 부당한 일도 넘어갔지.
하지만 이제 내 감정에 많은 초점을 맞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