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비너스 요원의 오퍼레이션 마스 (완)

절반의 애인, 절반의 사랑, 절반의 혐오, 그리고 절반의 이별.

@blog 2024. 3. 2. 20:18

 
 
 
 
 

 





  다들 어린시절에 무서워하던 장소를 하나씩 가지고 있었던 것처럼 난 미술관과 노래방을 무서워했다. 나만 그래? 나만 자고 일어났는데 초자연적인 현상으로 순간이동 되어 혼자 미술관에서 깨어날까봐 무서웠했던 기억이 있는거야? 물론 성인이 된 지금은 많이 괜찮아졌지만 밀폐되어 있는 어두운 공간, 플라스틱과 기계와 알 수 없는 재료가 섞인 특유의 냄새, 이해할 수 없는 기괴한 작품들은 이해할 수 없는 괴현상을 마주한 것처럼 나를 약간의 긴장 상태를 만들었고 놀이기구를 탄 것처럼 정신적 스릴을 주는 영감의 원천이 되기도 한다. 지금 이 에세이를 쓰게 만드는 영감도 노진아 작가의 <진화하는 신, 가이아>를 보고 얻었으니... 어떤 영감을 받았냐고? 이별의 순간 어떤 마음 자세를 가져야지 마음이 아플지 않을까라는 로맨틱한 영감이었다.


우선 그전에 한번 노진아 작가의 가이아 작품을 한번 인터넷에 찾아보시길 바란다. 참고로 늦은 새벽 혼자서 찾아보지는 말길 권장한다. 왜냐하면 정말 기괴하게 생겼거든. 보통 우리가 아는 로봇은 50% 로봇의 본모습 + 50% 사람의 모습을 섞어서 최대한 사람스럽게 만드는게 기본 룰이잖아. 그런데 노진아 작가의 가이아는 사람도 아니고 로봇도 아니며, 나무라고 부를 수도 없고 그렇다고 해서 쓰레기로 분류할 수 없을 정도로 너무 잘 작동한다. 그야말로 50% 로봇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나머지 50%는 설명할 수 없는 기묘한 세계에 동시에 발을 담그고 있어서 그것을 통하여 기괴하면서도 오묘한 세계를 엿볼 수 있다.


  사랑도 딱 그래. 우리가 사랑한 사람의 100%의 모습 모두를 사랑했다기 보다는 50% 그의 모습 + 50% 내가 상상하는 이상적인 이성의 모습이 섞여서 아름다운 세계를 엿보는 것처럼 그 사람만 보면 감정 충만해진 것이다. 사실 남자나 여자나 상대방의 모습 100%를 보면 실망하면서 떠나는 경우가 대부분이거든. 왜냐하면 여자와 남자의 세계가 너무 다르고 원하는 것도 다르니깐.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녀가 만나 사랑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절반의 환상 때문이고 이 환상을 잘 이용한 분야가 바로 엔터테이먼트, 100%의 환상에 다다르면 너무 사랑하다 못해 상사병에 걸려 죽을 수도 있다. 즉 사람을 사랑하는 정도를 결정할 수 있는 것은 상대가 잘나고 못나서가 아닌 내가 가지고 있는 환상의 비율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보통 우리가 이별할 때 그 사람 없이는 못 산다고, 그 사람이 나의 첫사랑이자 마지막 사랑이라 하지만 몇개월만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잘 지내는 것도 바로 내 안에 늘 50%의 이성이 있기 때문이다. 전애인에게 덮어주었던 50%의 멋진 남자의 모습을 다시 새애인에게 덮어씌어주고, 또 그 애인과 이별하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50%의 내가 가진 남자에 대한 환상 덮어주기. 그야말로 사랑은 환상 덮어주기 놀이다.



  그럼 반대의 경우도 적용되겠네요? 라고 묻는다면, 물론이지! 당연하지! 라고 답하고 싶다. 왜냐면 이게 요즘 남녀 사이에서 가장 핫하거든. 물론 세상이 흉흉하지만 처음 보는 남자를 유독 경계하고 보는 여자, 모든 남자를 잠재적 가해자로 보는 여자가 있는 이유는 그녀의 마음 속에 가진 남자에 대한 안좋은 편견 때문이다. 남자도 그래. 잘 알지도 못한 여자임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무조건 꽃뱀, 돈만 노리는 여자, 된장녀와 허영끼로 무장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남자들도 있거든. 이런 사람이 연애를 하면 연애 초반에는 괜찮을지 모르지만 점점 본인이 가지고 있는 50%의 여성편견적인 시선과 남성편견적인 시선이 발휘되면서 상대를 싫어하다 못해 의심하고 증오한다. 그리고 헤어져 놓고서는 이렇게 말하겠지. 역시 너도 내가 알던 한남과 한녀랑 다를 바 없어.



  나쁜 남자의 매력이니, 도화살의 유혹이니 하기 전에 우린 먼저 눈을 감고 자신 안에 있는 이성이 어떤 모습인지 파악할 필요가 있다. 그 이성이 바로 당신의 미래 배우자이자, 당신이 찾는 사람이고, 당신의 애인에게 덮어주었던 포대자루의 모습이니깐. 현명하고 모범생스러운 남자라고? 당신은 모범생 같은 남자에게 호감을 느끼고 모든 남자를 모범생스럽게 볼 것이다. 모자란 남자마저 현명하게도 볼 수 있으니 주의하라. 개악질 양아치 같은 남자라고? 당분간 연애를 쉬어라. 그리고 연애할 때 꼭 믿을만한 사람에게 조언을 듣고 연애를 시작하라. k - 드라마에 나오는 재벌 3세같은 모습이자 약간의 나쁜 매력과 함께 내 여자에게 헌신하는 모습이라고? 환상이 너무 드높은 그대, 랜덤 채팅 어플로 들어가서 남자의 민낯을 낱낱이 살펴보아라.





 




 
아마 내가 직설적으로 말하는 스타일이다보니
친구들이 종종 상담을 요청하곤 한다.
보통 이별, 짝사랑, 시련, 이런 상담을 많이 하더라. 
이별...
아프지.
언제 먹어도 적응 안되는 맛없는 반찬처럼 정이 안가.
그런데 또 어떻게 생각하면 이별은 극복하기 쉬운 감정이기도 하다.
우선 생각을 바꾸는 게 중요하다.
 
 
 
 
 
 

 
 
 
그 전에 노진아 작가의 진화하는 신, 가이아 를 본적 있는가?
저 기괴한 작품 말이다.
 
 
 
 
 

 
 
 
보통 우리가 아는 로봇은 
50% 로봇의 본모습 + 50% 사람의 모습
이렇게 섞어서 최대한 사람스럽게 만드는게 기본 룰이다.
 
 
 
그런데 저 가이아는
50% 로봇의 본모습 + 50% 설명할 수 없는 기괴한 세계
이렇게 두 세계를 동시에 발을 담그고 있어서
로봇을 통해서 기괴하고도 오묘한 감정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사랑도 그렇다.
우리가 애인을 사랑했던 이유가 그의 모습 100%를 사랑하기 보다는
50% 실제 그의 모습 + 50%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이성의 모습을 섞어서
아름다운 세계를 엿본 것처럼 좋다는 감정을 느끼는 것이다.
그래서 시간이 지나면 사랑이 식는 이유, 
그건 그의 모습의 퍼센트가 점점 올라가서 그렇지 뭐.
 
 
 
물론 실제 그의 모습 100%를 사랑하는 찐사랑이 있을 수 있지만,
대부분, 정말 대부분은 여자와 남자의 세계가 너무 다르다보니 실망하고 떠나더라.
(대표적인 예가 남친의 하드코어한 야동목록이나 음담패설,
여친의 실랄한 험담 능력, 세속적인 모습을 보고)
(반대로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이성의 모습이 100%가 되면 상사병에 걸린다.)
 
 
 
 

 
 
 
그러니 헤어졌다고 해서 너무 힘들어 하지 말자.
당신이 좋아했던 애인의 50%는 당신의 마음 속에 계속 있으니깐.
그 사람을 못봐서 모든게 끝이라고 생각하지도 말자.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전애인의 절반치가 다시 새로운 애인에게서 덧씌어지게 될테고 
또 말도 안되는 이유로 사랑에 빠지게 될테니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