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비너스 요원의 오퍼레이션 마스 (완)

여자보다 남자가 더 편하다는 그녀들에게

@blog 2024. 2. 17. 16:20






(여적여 에세이 뒤로 배치)
(남초는 무정부주의다 뒤로 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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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세상에는 과대평가 받은 것이 많은 만큼 과소평가 받은 것 역시 너무 많다. 여자의 신체에 대해서 과대평가 받았다고 앞전 에세이에서 말한 만큼 남자의 신체에 대해서는 과소평가 받았더라고. 그야 당연히 신체 조건이 우수한 여성이 받을 해택과 신체 조건이 우수한 남성이 받을 해택의 차이, 결혼으로까지 이어지면서 재산의 형태로 환원받을 수 있을 확률, 수요하는 사람의 재산상황과 쪽수가 다 달라서 그렇다. 신체조건이 뛰어난 여성은 재산 상황이 뛰어난 남자와의 결혼을 흔쾌히 승낙하는데 반해서 신체조건이 뛰어난 남성은 여자의 돈만 보고 결혼 하지 않을 뿐더러, 재산이 뛰어난 여성은 자신만큼 뛰어난 남성을 찾지 신체 조건 뛰어난 남성만을 찾지 않더라고. 즉 수요가 없으니 그만큼 재조명 받을 이유도 없고 그래서 과소평가 받는 것이다.


  이렇게 눈에 보이는 신체에 대해서는 과대평가 받는 게 여자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성격, 특히 능동적인 감정에 대해서는 과소평가 받는 게 또 여자다. 여성이 피해자일 때 받는 감정인 억울함, 한, 배신감, 복수심은 영화, 웹툰, 소설, 인터넷 썰까지 해서 계속해서 평가가 되고 있지 않은가. 아니 그런데 여성의 능동적인 감정인 성욕과 외로움, 타인에게 피해를 주면서까지 내 남자를 사랑하는 마음에 대해서는 매체는 물론 그 모든 곳에서 과소평가 되어 있더라고.

 

  왜냐면 여성은 자기 자신이 무해한 존재이고 누구에게도 상처주지 않는 도덕적 존재라고 믿고 싶기에 여성이 주 소비자인 매체와 더불어 여성향 웹소설에서 (나는 원치 않은데 잘생기고 부유한 남자가 해주는)강간과 (나는 원치 않은데 주변의 압박으로 어쩔 수 없게 하는)계약결혼이 단골 소재로 나오는 이유는 모두 그 때문이다. 손안대고 코풀었는데 얻을 거 다 얻은 스토리가 인기 많지, 어디 감히! 여자가 남자를 쟁취하기 위해 고생이란 쌩고생은 다하는 스토리를 좋아해? 여공남수 스토리는 마이너 중의 마이너라는 거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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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꼴이라고 아닌 척 해봐야 여자도 사람이다. 특히 여자들은 성취적인 활동으로 만족감을 얻는 종족이 아니라 관계적인 활동에서 만족감을 얻는 종족이라서 외로움에 매우 취약하다. 그러나 여초는 자칭 무해한 사람들이 모인 무리기에 규칙과 룰은 빡빡하기 그지 없고, 그 룰에 버티지 못하고 소외된 여자들, 변덕스러운 감정에 괜히 따돌림 당한 여자, 혹은 여자 사이에 있어봤자 대접 받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여자들은 일찍히 무리에서 벗어나 다른 곳에서 정착한다. 그곳은 바로 남자들 무리다.



  실제로 그런 여자들 많잖아. 나는 남자하고 있을때 더 편하고 여자하고 있을때는 기싸움 때문에 지친다고 하는 여자들 많잖아. 뭐 어느정도 맞는 말이긴 하다. 왜냐면 여자는 여자를 절대 봐주지 않거든. 임산부라고 해서 특별히 이해해주거나 배려해주지 않고 여적여는 있지만 여돕여는 없다는 말처럼 여자는 여자를 동료로 생각하는 마음보다 좋은 남자, 혹은 주변 관심을 두고 싸워야하는 경쟁자로 보는 경향이 크다. 그런 여성에게서 배척받은 기억이 있는 여자, 여적여 때문에 이유없이 배척당한 여자는 남자들 무리만큼은 빡빡한 룰이 없고 뒷담화와 기까움이 없을 거라고 생각하고 들어가지만 어디 도망친 곳에 천국이 있으랴. 여자만큼 약아 빠진게 남자인데 누가 누굴 믿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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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혹 여자들은 남자라는 존재가 여자가 가진 성격의 정반대의 성격만 가진다고 생각하지만 여자가 외로움이 있는 것처럼 남자 역시 외로움이 있고, 소외된 자신을 보듬어줄 남자 무리를 찾는 것처럼 남자 역시 그러한 여자 무리에 대한 소망이 있다. 다만 사회적인 눈치 때문에, 남자가 찌질하게 라는 말을 듣고 싶지 않기에 대놓고 표출하지 않는 것 뿐이다. 그런데 그런 남자들 사이에서 오직 여자라는 이유로 “나 좀 이해해줘, 나 여자들에게는 무시받았는데 너희들은 날 이해해줄 수 있는 거지?, 나 비록 여자지만 우리 진짜 우정 나눌 수 있는 거지?” 라고 하면 어떤 남자가 마음을 열어주겠는가.




  역시 여자의 가슴은 폭유만해야지 여자다, 라고 말하는 남자 무리에서 여자애 혼자 불편하듯 찡그리고 있으면 누가 친구로 받아줄까. 차은우 같은 남자와 데이트 한번 해봤으면, 하고 말하는 여자애가 남자들 무리에 있으면 어떤 남자가 그녀에게 우정을 이야기 하겠는가. 흔한 농담, 흘러 들어도 되는 이야기에 남녀가 반응하는 포인트가 다른데 어떻게 마음 편한 친구가 될 수 있는걸까. 거기다가 남자들 사이에 합법적인 주먹다짐 문화, 여성 희화화 문화도 들어주지 않는 불편한 사람을 친구로 두는 어리석은 남자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자보다 남자가 편하게 느껴지는 것은 그냥 인간에게 기본적으로 주는 사무적인 친절이 좋아서 그런 것 일 수도 있다. 왜냐하면 서비스직인 여초라는 것과 정반대로 여자들은 사무적인 친절을 진짜 더럽게 못하거든. 처음보는 상대에게 이유없는 짜증과 분노, 슬픔, 기쁨을 마구잡이로 표출하기도 하지 않은가. 지금 생각해보니 그건 그녀들이 너무 외로워서 낮선 이에게라도 감정을 표출하고 싶어서 그런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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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거의 난 자신이 소속된 인터넷 커뮤니티에 과도한 소속감을 느껴서는 티내고, 광고하고, 자기 얼굴을 드러낸 사람을 볼때마다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그 사람들의 마음을 좀 안쓰럽더라고. 왜냐면 그들은 어디에서도 깊은 소속감을 느끼지 못하는 외로운 사람이자, 특히 가장 중요한 소속인 가족에게까지 소속감을 느끼는 못하고 얼굴도 본적없는 사람에게 소속감을 느끼는게 짠해서 그렇다. 생각해봐라. 모두들 날 거부하는데 단지 사람이라는 이유로 받아주는데 얼마나 좋나? 얼마나 고마워? 오늘도 커뮤니티에는 사람들이 바글바글하고 여초 커뮤, 남초 커뮤든 바쁘게 돌아가는 것을 보니 여자의 외로움만 과소평가 된 것이 아닌 모두의 외로움이 과소평가 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