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멍멍이가 사랑의 자리까지 넘보네 - 이디야 흑당 콜드브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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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기다리던 여름휴가라 나 너무 기분이 좋은 거 있지? 열심히 일해 온 나를 위하여 경배를, 사람맛 지옥에서 버텨온 나를 위한 축배를. 지금 부모님 집이 있는 시골로 내려와 읍내 카페에서 흑당 콜드브루에 푸른 하늘을 보고 글을 쓰고 있으니, 인생 이 맛에 사는 거 아닐까 싶어 참. 물론 성공과 돈과 명예 때문에 사는 것도 있지만 사실 사람들은 행복한 찰나의 순간을 기대면서 사는 것이 훨씬 더 크긴 하지. 그러니깐 막연히 부자, 대통령을 꿈꾸기보다는 사랑하는 사람과 돈 걱정 없이 데이트하는 찰나를 꿈꾸고, 높은 사람이 되어 좋아하는 장소에서 휴가를 즐기는 찰나를 상상하며, 여름휴가로 카페에 와서 마음대로 글 쓰는 찰나를 기대하며 사는 경우가 우리는 더 소망한다는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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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남들에게 말하지 않았던 나의 기다리는 찰나의 순간이 있다면, 그건 바로 앞전 회사에서 텃세를 심하게 부리던 직원들과 특히 설씨 여직원이 크게 망해서 거리에 나앉는 찰나를 기다리곤 한다. 너무 심한 거 아니냐고? 아니요. 절대요. 그 사람들은 그런 일을 당해도 싸다. 지금 생각해도 이해가 안 되는데 그 설씨 여직원은 왜 새로 들어오는 여직원마다 텃세를 부렸던 걸까? 아니 뭐 되지도 않는 일을 떠넘기고 구박하냐고. 뭐? 자기가 국회의원 딸이라고? 그리고 그런 여직원을 나무라지도 않은 다른 직원들도 문제야 문제. 하긴 채용공고도 실제 일과 정반대로 올리는 양아치 신문사인데 뭘 바래. 결국 인수인계받던 새 직원도 회사 꼴에 치를 떨었는지 일주일도 안돼서 도망치더라고. 봤지? 너희 회사가 이 정도다. 그러니 너희들끼리 알아서 잘해봐라 이 천벌 받을 악덕기업아.
그런데 한편으로는 그 설씨 여직원이 안쓰럽기도 하는데 왜냐면 정신적으로 많이 아팠기 때문이다. 사례 하나를 꼽아보자면 회사 아주머니들이 자기 자식이 아프면 대신 아프고 싶다는 말을 했는데 그 여직원이 갑자기 끼어들어서는 "맞아. 나도 그 마음 알아. 우리 강아지가 아플 때 나 역시 대신 아프고 싶더라고."라고 하자 어떻게 개와 아이가 같냐며 아주머니들의 원성을 샀던 일이 있었다. 진짜 지금 생각해도 괴악하기 짝이 아닌 발언이 아닐까 싶다. 개와 사람 아기를 동급에 두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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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그 개사랑 여직원뿐만 아니라 꽤 많은 사람들이 개를 인간 아기보다 아끼면서 그 자리를 대체하려고 하는 모습이 요즘 많이 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개모차 아니겠는가. 개 + 유모차의 합성어인데 내가 사는 곳은 유동인구가 적은 지방 지역에는 상대적으로 적어 보이지만 서울 같은 경우는 개모차가 흔하다고 하더라고. 아니 사람 많은 곳으로 갈 거면 개를 두고 가야지 왜 꾸역꾸역 유모차에 태워서 가는 건데?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을 찾기도 전에 강아지 유치원, 강아지 전용 물, 강아지 오마카새가 떠억하니 등장, 개가 아기의 자리를 넘보다 못해 우위를 독차지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고, 아기보다 개를 더 아끼는 사람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그러니깐 지동설보다 천동설을 더 선호하는 사람이 많았던 과거에는 그게 진리인 것처럼 나중에 개가 아기보다 우위인 시대가 오지 않을까 나 무섭다.
알다시피 이 세계는 서열 만능주의라서 사랑에 있어서도 알게 모르게 서열이 있다. 아기에게 주는 사랑과 개에게 주는 사랑의 취급이 확연하게 다른 것처럼 말이지. 고대 그리스 시대에는 남자가 여자에게 주는 사랑보다 남자가 남자에게 주는 사랑이 더 우위에 있었다고 한다. 왜냐면 남자가 여자에게 주는 사랑은 번식을 토대로 한 사랑인 반면에 남자에게 주는 사랑은 진실된 사랑이라는 이유로 말이다. 보통 이 사랑의 서열은 사랑을 받는 대상에 따라서 사랑의 서열이 정해지는데, 고대 그리스 시대 때는 여성의 서열이 정말 낮았거든. 어느 정도 수준이냐면 백수부터 부랑자까지 가지고 있는 시민권을 여자라는 이유로 가지지 못했고 오죽하고 가축 취급했다는 말이 있을 정도라면 말 다했지? 즉 여성의 서열이 낮다 보니 여성을 향한 사랑의 서열도 자연스럽게 낮아지고 남자의 서열이 높다 보니 남자를 향한 사랑의 서열도 높은 것이다. 지금은 개보다 아기를 향한 사랑의 서열이 높다고 하지만 개의 지위와 서열이 높아지면, 그리고 개를 아기보다 사랑하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개의 사랑이 더 우월한 사랑이라 평가받을 날이 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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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 사랑 서열 싸움은 개와 아기뿐만 아니라 다양한 곳에서 방생하고 있는데 세상에 하도 소중한 것들이 많다보니, 아 그러니깐 내가 사랑하는 것들이 무조건 최고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보니 별의 별것들이 사랑의 우위를 차지하려고 한다. 여자 만나면 돈만 쓰고 스트레스받으니 2D 캐릭터 여자가 더 우위에 있다는 남자, 남자는 무조건 잘생기고 봐야 한다면 주변 남자를 깔보면서 남자 연예인에 목매는 여자, 고양이가 이기적인 인간보다 못하다는 어떤 고양이 이상주의자, 돈이 우선이지 않냐며 인간에 대한 기본적인 배려와 복지를 우습게 사람들.
중국 춘추 전국 시대때 많은 사상가들이 탄생한 것처럼 사랑의 춘추 시대인 지금에는 자신의 사랑이 왜 고귀한지 서로 증명하려고 눈에 불을 켜고 있다. 만약 이 시대에 정신 똑바로 못 차리면 타인의 사랑 타령에 이리저리 휘둘릴 걸? 그러니깐 자기 개 예쁘다고 입마개 안 해서 어린아이를 크게 다치게 만드는 사건, 고양이 알레르기를 가지고 있는 아이에 대한 생각보다 고양이가 더 우선이라며 끝까지 고집부리는 사람, 적어도 이런 사람에게 있어서 왜 아기가 더 소중하고 우위에 있고 지킬 권리가 있는지 논리로 무장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모든 생명은 소중하다”라는 막연한 생명 펑등주의에 휩쓸릴지 모르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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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몇천년 전, 여자와 남자보다 남자들끼리의 사랑이 왜 우수한지에 대해 말했던 플라톤의 어록은 지금 들으면 개소리, 쌉소리, 진짜 사람 어이없게 만드는 말이라는 것을 알지만 적어도 내 사랑에 대한 변호는 할 수 있지 않은가. 내 사랑을 받는 대상을 조금이라도 지켜 줄 수 있지 않은가. 그래서 난 지금 내가 사랑하는 것들을 글로 써서 후손들에게 남기려고 노력 중이다. 물론 미래에는 어떻게 인간 아기를 좋아할 수 있냐고, 어떻게 사람 남자를 좋아할 수 있냐고, 로봇을 좋아해야 당연한 사랑한 거지 어떻게 생물체를 좋아할 수 있냐고,라는 시대가 올 수도 있지만, 내가 사랑하는 자들이여, 내 글 안에서 신이 되어 영원히 살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