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가계부 대신 에세이

뭉치면 가난하고 흩어지면 강하다 - 덴마크 시나몬초코우유

@blog 2024. 7. 19.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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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더하기 1은 귀요미 >ㅁ<, 가 아니라 효율성, 가성비, 흙수저들의 유일한 행복 아닐까? 왜냐하면 나 이마트 앱쇼핑 할 때마다 가장 먼저 들어가는 카테고리가 1+1 제품코너고 편의점에서도 2+1, 1+1 행사만 하는 과자들만 사먹거든. 방금 시나몬 초코우유와 민트초코우유를 1+1으로 팔길래 민트는 냉장고에, 그리고 시나몬 초코우유 마시고 있는데 정말 맛있더라. 보통 시나몬 가루는 커피만 뿌려 마시는 줄 알았지만 초코 우유하고도 궁합이 좋았고 앞으로 자주 사 먹어야겠다. 단 1+1 할인행사 할 때만 말이지. 그만큼 1+1 제품, 큰 세제를 사면 딸려 나오는 작은 세제, 커피 세트를 사면 사은품으로 주는 텀블러, 합체해야 악당대왕을 물리칠 수 있는 로봇만화 속 로봇처럼 뭉치면 뭉칠수록 힘이 강해지고 구매 욕구 역시 강해진다.

 

 

  그와 반대로 1+1 행사가 아닌 오히려 한정판일수록 구매 욕구를 올려주는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명품. 명품은 죽어도 1+1, 2+1 행사 안하잖아. 다음에 구입할 때 몇 퍼센트 깎아주는 쿠폰도 주지도 않고 카카오톡 채널에 추가하면 할인해 주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고고하고 당당하게, 살려면 사고 안살려면 사지마, 라는 태도로 소비자에게 거만 떨고 있잖아. 어떤 물건은 1+1 더 얹어 줘야지 팔리고 어느 물건은 한정판이라는 이유만으로 더 잘 팔리는 상황이라니. 방금 뭉치면 뭉칠수록 힘이 강해진다고 했지만 명품의 세계에서는 말을 바꿔야 할 것 같다. "뭉치면 뭉칠수록 싼티나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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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처럼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라는 말이 통하려면 먼저 뭉치는 대상이 뭉쳐야지만 시너지 효과를 받아낼 수 있는 존재여야 한다. 바닷 속 자잘한 물고기들이 떼지어 다니는 것은 혼자 다니면 너무도 위험하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기 때문이고, 메뚜기 떼, 파리떼와 사자 무리도 떼를 지어 다녀야 모든 면에서 우월하고 안전하다는 것을 알고 있어서 그렇다. 반면 거대한 고래가 떼를 지어 다니는 것을 본 적 있는가? 하늘의 왕 독수리 역시 떼를 지어 다니지 않는다. 왜냐면 그들은 떼를 지어 다니지 않아도 위협적인 대상이 없고 먹고 살만하니깐, 충분히 강하니깐, 나보다 위는 없다는 걸 알고 있으니깐, 무리의 필요성, 단체의 필요성을 모르는 거다. 
 


 
 
  그리고 이는 자본주의 사회에서도 어느 정도 적용되는데 학교부터해서 직장, 노인정까지 원치 않아도 뭉쳐 다녀야 하는 사람은 자본주의 사회의 강약의 척도인 '돈'이 적은 약자다. 돈만 많아봐. 학교 대신 1대 1 홈스쿨링 수업 듣고, 출퇴근할 때는 물론 회사 안에서도 사람 드글드글한 직장 생활을 하지 않아도 되며, 만나고 싶은 사람만 만날 수 있는 자유가 생기잖아. 반면 자본주의의 약자인 가난한 사람은 어떨까? 저렴한 쉐어하우스나 방음 안되는 고시원에서 살고, 개인적 공간이 없는 대중교통을 탄 후 사생활 터치까지 하는 상사가 있는 회사에서 일해야만 한다. 이처럼 물리적 및 정신적 독립, 개성적인 사고를 가지려면 자본주의 세계의 힘의 척도, 즉 돈이 많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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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신만의 생각과 개성을 필요로 하는 예술과 학문, 철학이 가난한 사람들에게 있어서 사치인 이유도 이 때문이다. 돈이 없어 당장 전기 끊기기 일부 직전인데 자신의 개성을 살려 언제 인정 받을지 모르는 예술을 하겠다고? 자신의 생각을 정리한 책을 집필하고 싶다며 회사에 나오지 않겠다고? 알다시피 개성이 강한 성격은 떼, 무리, 집단, 회사에서 절대 원하는 성격이 아니다. 개성이 없는데 눈치 빠르고 싹싹바른 성격, 예의 바르고 순종적인 애어른 같은 성격이야말로 무리에서 잘 융화되고 원해하는 성격이다. 그래서 면접을 볼 때 가장 선호하는 성격은 뛰어난 개성을 가진 사람이 아닌 무리에 문제 없이 섞일 수 있는 무난한 성격을 선호하는 것도 이 때문이지.


 
  종종 집안 환경이 힘든 아이들 중 매우 성숙하고 똘똘하며, 현실스러운 애들이 많은데 그 아이들은 그 나이에 가질법할 거대한 꿈보다 건물주와 대기업 직원이 꿈이라 말한다. 아마도 돈돈돈돈 거리는 부모 밑에서 개성의 필요성을 너무도 일찍 포기한 것이 아닐까 싶더라고. 소위 말하는 애어른, 어린이임에도 불구하고 직장 생활에 어울리는 성격을 벌써부터 구비한 아이들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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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미있게도 이 영감을 난 퇴근길, 그것도 사이비 종교 집회장을 지나쳐 가서 항상 신도들로 미워터지는 버스 안에서 떠올렸다. 그와 동시에 이 생각도 들더라고. 아... 나는 언제쯤 되야지 나만의 차를 살 수 있을까. 언제쯤 되어야 개별적인 공간에서 물리적, 심리적인 침해받지 않으며 자유롭게 살 수 있을까. 회사에서도 내 개인적인 생각과 공간을 보장 받지 못해 물리적, 정신적 침해를 받았는데 퇴근길에서까지 이런 일을 당해야 하다니. 그와 동시에 어째서 사람들이 아이를 낳지 않는지 알 수 있겠더라고. 안 그래도 이렇게 사람 미워 터지는 세계에서 스트레스를 받는데 내 아이에게도 사람맛 지옥을 맛보여주라고? 절대 못해.
 


  물론 집회장에 갈 생각에 좋다고 하하호호 거리는 저 사이비 종교 신도들의 남들과 하나됨에 오는 평안함, 개성과 주관성이 마비 되어서 오는 아편같은 행복이 가끔 부럽기도 하다. 왜냐면 무리에서 벗어나면 외롭거든. 무리에서 떨어져 위험에 노출되지 말라는 무리 본능이 내 몸 안에 있거든. 자본주의의 최정상에 도달해도 무리 짓고 싶어하는 이유, 어떠한 사람이라도 무리에 들어가 마음을 나누고 싶은 이유, 그건 떼를 짓지 않고서는 곧장 죽어버릴 정도로 약한 인간의 생존 본능 때문이겠지. 하지만 우선은 무리고 뭐고 나 혼자 퇴근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무리에서 벗어나는 날이 왔으면 좋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