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심 화이트 골드 - 입의 본능대로 사는 자, 무당이 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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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는 자신의 혓바닥 감촉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말을 함부로 하는 여자들이 정말 많다. 잠깐, 내 말을 오해하지 말아라. 물론 남자들, 툭하면 욕설과 성희롱을 가래침 내뱉듯 하는 꼰대 아저씨, 게임에서는 물론 오프라인에서도 저급하고 천박한 단어를 쓰는 철없는 남학생들도 많지만 내가 굳이 여자가 많다고 한 이유는 남성에 비하여 여성들이 남 이야기를 많이 하기 때문이다. 남자들은 같은 남자에게 그리 큰 관심이 없는데 반해서 여자들은 같은 여자는 물론 남자들까지 이야기의 대상으로 만들어 놓고 외형, 행동, 성격, 그리고 당사자도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해서 함부로 단정 짓고 평가하거든. 내가 사람 잘 보는데 이 사람은 이러이러할 거니 뒤에서 몰래 이러할 거야, 뭔가 쎄한 것이 그 사람에게 좋지 않은 일이 찾아올 거야,라는 식으로 말이지. 그리고 남 이야기 좋아하는 입의 본능 + 그것을 직업화하고 사주라는 미신적인 학문까지 결합한다면? 다른 사람을 평가하고 잣대 내리며, 미래까지 볼 수 있다는 무속인으로 탄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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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을 평가하고 잣대리는 직업? 당신 무당이라는 직업 우습게 보세요?"라고 묻는다면, 네. 우습게 보는 거 맞는데요? 언젠가 가질 저의 자녀가 되지 않았으면 하는 직업이자, 배우자가 가지지 않았으면 하는 직업이거든요. 무당에게 남편복을 묻는 여자도 남편이 무속인일 거라는 말을 하면 얼굴 불그락 해져서는 도끼눈 뜰 거잖아. 거기다가 무당 자신들조차 99%는 가짜 무당이라 할 만큼 남의 인생에 폐를 끼치는 사기꾼 역시 많은 직업 아니야? 잘못된 계약으로 수수료 떼어먹는 핸드폰 판매원을 폰팔이라고 부르고 직업 정신없이 싸구려 부품을 되파는 컴퓨터 판매원도 용팔이라고 부르면서 손가락질하지 않는가. 하다못해 사기도 치지 않고 성실하게 배달만 하는 중국집 배달원을 짱깨라고 부르는데 어떻게 무속인에 대해서 긍정적인 직업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건데. 사리사욕을 가지지 않고 뛰어난 신기를 가진 1% 좋은 무당의 가능성을 믿고 극진하게 대우해 주라고? 난 절대 못하겠는걸.
특히 내가 무당이라는 직업을 싫어하는 이유는 인터넷이 도입된 이후로 우후죽순으로 늘어나버린 사이버 무당들 때문이다. 네이버 블로그에 한번 연예인 이름 + 무당 + 사주를 검색해 보시라. 아니면 유튜브도 좋다. 보통 그들은 연예인에 대한 성격 파악은 물론 미래에 만나게 될 배우자, 앞날까지 예측하는데 뭐 여기까지는 괜찮아, 그런데 문제는 해서는 안될 말들, 속궁합은 물론 성적 취향, 이상한 추측, 은밀한 부분까지 망상하고서는 아무렇지도 않게 말한다는 점이다. 한창 연예인 마약 논란이 있었던 때 얼마나 많은 무당들이 생사람 잡은 줄 아는가? "주삿바늘이 보이는데? 쇠고랑이 보이는데? 왜 이리 눈이 퀭하지?" 라면서 유죄추정을 하고 댓글에서조차 "그럴 줄 알았다. 느낌이 쎄했다." 라면서 이미 구속된 것처럼 할 말 안 할 말 다 해버린다. 그런데 그 영상 요즘 안 보이고 있으니... 왜냐면 혐의가 없다는 것이 밝혀지고 해당 무당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동영상을 삭제, 그리고 또 다른 상대를 몰색해서 자신의 신기가 죽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발버둥 치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에는 뭐 고객에게 호통치는 무당 영상도 있더만? 이렇게 서비스 정신마저 영 꽝인 무당들을 도대체 어찌할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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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안다. 지금 시대는 미신의 시대라는 것을. 인문학은 물론 과학까지 실존주의에 대한 해답을 내려주지 않았기에 사람들은 점점 미신을 신봉한다는 것을. 정치인이 무속인에게 빌고 한 엔터테인먼트 대표는 무당의 말을 절대적으로 신뢰하여 채용 여부를 결정한다고 하니, 하긴 명확한 답을 내려주지 않는 인문학보다, 너는 창백한 푸른 점 위의 먼지보다 못하다고 말하는 과학보다, 보이지 않는 누군가가 지켜봐 주고 신경 써주는 미신을 더 믿고 싶은 마음이겠지. 너무도 불확실한 미래에 대해서 불확실하게 대답해 주지만 그래도 그것이라도 믿고 싶은 마음을 나는 안다. 하지만 당장 불가능해 보여도 열길 물속보다 알 수 없는 사람을 탐구하고 탐구해야지, 외모와 생년월일과 주변평판으로 펜 몇 번 찍찍 긋고서 다 안다는 듯이 말하는 건 아니잖아.
사람인 이상 불확실성을 걷어내고 인지할 수 있는 영역으로 끌고 오는 것, 무의식을 의식으로 끌고 오는 용기를 가지고 앞으로 나아가야지, 무의식, 불확실, 맹목적인 감정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건 미래에도, 그리고 앞으로도 지향해서는 안된다. 자율주행 자동차가 나오고 화성 가는 것을 목표로 하는 우주선까지 개발되고 있는 이 21세기에서 자신의 감정을 정확하게 인지하는 것보다 취해있는 걸 좋아하다가는 ’느낌만능주의‘로 빠지기 쉽다. 재회주파수가 웬 말이냐고. 거기다가 그런 여자를 타겟으로 하겠다고 정규방송에서 무당과 타로카드가 나오는 게 웬 말인지. 물론 나도 사주를 재미있게 생각하고 사주에서 사람을 표현하는 방식에 대해 흥미롭다 생각했지만 정도가 있지. 눈꼬리가 길어지는 주파수는 오버를 넘어서 간절함을 가장한 미신의 영역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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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하는 사람은 생각이 깊은 사람, 한번 더 생각하는 사람은 심리학자, 또 한번 생각하는 사람은 인문학자가 되며 다시 한번 더 생각하면 인류학자가 된다. 그리고 그들은 점쟁이들이 감히 생각하지 못하는 사람의 결을 읽어낼 수 있으니, 문화인류학자 마가렛 미드는 과연 미신의 시대가 올 줄 알고 이런 명언을 남겼다지. ’미래는 지금이다.’ 즉 지금 행동이 당신의 미래다. 무당 말 믿지 말고 지금이나 잘하라는 소리다. 느낌에 매몰되지 말고 지금이나 잘하라고. 이 생각을 난 쉬는 토요일, 유튜브 쭉 둘러보다가 연예인 사주 봐주는 무당 영상을 보고 영감을 떠올렸으니, 지금 맥심 화이트 골드 2개 타마시며 글 쓰는 내 모습은 누가 봐도 작가 같지? 그래서 미래의 나는 작가일 게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