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도날드 창녕갈릭버거 세트 - 세련되어야 할 필요거 있는 예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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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거금 7500원을 들여 창녕 갈릭버거를 사 먹은 날, 패티 두 장과 치즈, 갈릭소스 조합이 너무 완벽해서 나 눈물이 날 뻔했다. 뭐 스터디셀러가 될 정도로 완전 맛있다는 것은 아니지만 한국인의 입맛을 제대로 사로잡았고 무엇보다 갈비천왕에 이은 밥과 잘 어울리는 궁합을 찾은 느낌이랄까? 다만 할인된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거의 국밥 한 그릇 값인데 다음번에 또 사 먹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고, 역시 얼마 있지 않아 단종이 되어버린 창녕 갈릭버거. 그래... 창녕아... 다음 생에 내가 금수저라면 실컷 사 먹어 줄 테니 잘 가렴.
뭐 7500원 가지고 호들갑 떠냐고 그럴 수 있겠지만 나는 꾸준히 일하지 않으면 재산보유 그래프가 아래로 쏠릴 수 밖에 없는 일반인이고, 무엇보다 내 꿈 역시 높은 연봉과 거리가 먼 전업 작가이기 때문에 내 재산보유 그래프는 다른 사람들보다 더 빠르게 바닥을 다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 예술의 신은 가난의 신과 동의어이기 때문에 가까이만 해도 다른 사람들보다 빨리 가난해지지. 사람들이 예술가 지망생하면 떠오르는 것이 가난함, 구질구질함, 반지하에서 밥 굶고 만든 작품, 반 고흐처럼 인정 받지 못한 비참한 사람이라는 편견을 가지는데 그 편견을 피할 수 없는 이유가 그게 또 어느 정도 맞기 때문이다. 분명 예술을 한다는 것은 에너지 소모가 큰 중노동인데 왜 예술관련 직종의 평균 임금은 낮을까? 그림 한 점에 몇 억씩 받고 개인 별장을 가지며 활동하는 예술가들도 많은데 왜 예술가는 가난한 직업이라는 편견이 있을까? 더군다나 예술은 상류층 문화잖아. 돈은 많은데 있어보이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환장하는 것 중 하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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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앞서 말한 그림 한 점에 몇억씩 받는 재벌급 예술가도 있지만 보통 예술가가 가난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가난한 자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기 때문인데, 뭐 쉽게 설명하자면 GDP가 낮은 국가에서도 부자는 있지만 가난한 사람의 비중이 높다 보니 가난한 나라, 가난한 이미지를 가지게 되는 것이다. 이미지라는 것은 가끔 보여주는 모습이 아닌 자주, 그리고 많이 보여주는 모습으로 결정이 되는 것이고 누가 봐도 나쁜 사람인데 자기가 착하다고 떠들어 대는 사람들 있지? 정말 어쩌다가 한번 보여주는 착한 행동을 본인 스스로 오래도록 기억해서 그런 것뿐 나쁜 행동을 많이 본 타인들은 그를 나쁜 사람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국가에서 부자들에게 많은 세금을 물고 그로 얻은 돈으로 복지를 하는 이유 역시 발전이라는 명목도 있지만 전체적인 국가 이미지 상승을 위한 것도 있다.
하지만 예술계는 단체로 이루어져 있는 것이 아니고 중재자도 없다 보니 실력과 운 모두 가진 승자가 돈과 영광을 모조리 쓸어 담고 맨 꼭대기 층에 안착한다. 불만 있다고? 다른 건 몰라도 힘든 예술가 좀 지켜달라고? 어차피 널리고 널린 게 예술가 지망생들인데 뭐. 지망생은 많고 실력 좋은 사람들이 널리다 보니깐 착취와 갑질이 스포츠계, 연예계 못지않게 어마 무시한 이유는 모두 중재자가 없기 때문인 것. 수입의 불평등 외에도 임금 떼먹기, 예술가는 가난해야 한다면서 계약서도 없이 업무 시키기, 과도한 위약금 요구하기, 대필, 표절, 성추행, 성폭행이 다른 곳보다 빈번한 그곳은 그야말로 무법지대가 따로 없다. 예술적인 사람이다 보니 자유로운 발상이 많아서 상상할 수 없는 나쁜 짓도 많이 저지르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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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더 큰 문제는 중재자가 없더라도 스스로 자정작용이라도 할 수 있는 상식이 있어야 하는데 그마저 없다는 것, 즉 꿈을 가지고 예술계로 들어왔는데 운이 없으면 안 좋은 일만 잔뜩 겪다가 매장될 위험이 있다. 그리고 그런 흐름을 기막히게 아는 선배 예술가들은 예술가답게 창의적이고도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나쁜 짓을 저지르고 있으니, 본인 스스로 부끄러운 줄 모른다니깐? 본인의 행동 하나가 자신이 속한 업계에 어떤 이미지를 주는지, 어떤 영향을 주는지 전혀 책임감과 사명감을 가지고 있지 않다니깐?
차라리 소설가 김영하처럼 생활고 끝에 가버린 자신의 제자는 굶어 죽은 것이 아닌 병과 우울증으로 죽은 거라고 변명이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니야? 다만 김영하 작가가 말한 '예술가의 열정'에 평론가도, 작가도, 사람들도 전혀 공감하지 못하자 결국 블로그를 접고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자기만의 서재로 돌아갔지만 말이다. 이처럼 예술계에서 복지와 혁명은 예술과 어울리지 않다면서 논쟁 자체를 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예술가에게 예술계의 복지 문제는 너무도 머리 아픈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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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력이 없는 노후한 집단은 자기 알아서 돌아가라는 식으로 방치되는 곳이라면 세련된 집단은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에서 적절한 합리점을 찾는다. 저녁 여가를 중시하는 사람을 위해 퇴근시간을 칼같이 지키는 회사, 호칭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모든 직원의 호칭을 '000 프로님'으로 통일한 회사가 더 세련 됐다는 뜻이다. 적어도 그런 집단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오는 당연한 충돌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으니깐. 정말 힙하고 세련된 스타일만 추구하는 아티스트 스튜디오라도 임금착취와 성추행이 빈번하다면 노후한 집단이고, 평범한 직장임에도 사장, 직원들이 합의점을 찾아서 정시퇴근, 복지에 힘을 쓴다면 거기는 정말 세련된 집단이다.
혹시 아직도 예술계가 시골처럼 정겹고 인자하며 자유로운 곳이라고 생각하는가? 낭만적인 마음을 가지고 귀촌 생활을 시작한 서울깍쟁이가 지역 유지에게 돈 뜯겨서 울고 가는 순수가 멸종된 이 시대에서? 예술은 죄가 없고 낭만 찾아서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은 잘못 없다. 다만 세련된 예술에 반비래해서 세련되지 못한 예술인이 전통 개꼰대 철밥통맛 햄버거들만 만들어 내서 문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