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호기심이 없는 사람
사실 이번 여름 휴가 나 혼자만이 아닌 친구와 함께 가기로 예정되어 있었다. 그래서 숙소는 물론 놀러다닐 코스까지 계획했는데 갑자기 약속을 취소한 나, 혼자 가는 여행에 지쳐 누군가와 함께 가보고 싶다고 소망하던 내가 혼자 가겠다고 한 것이다. 나도 안다. 여행 계획까지 다 짰는데 약속을 취소하는 것은 정말 무례한 행동이자 피해 주는 것임을.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왜냐면 여행 계획을 짜면 짤수록 머리가 아닌 가슴이 자꾸 그애와 같이 가지 말라고 말하는 것처럼 답답했거든. 물론 혼자 가면 재미없겠지. 하지만 그애와 같이 갔다면 아마 외로워서 더 재미없었을 것 같기에 취소한 것이다.
같이 있어봤자 날 외롭게 만든다고. 세상은 오직 혼자라는 기분만 들게 해준다고. 우리가 보통 외롭다고 하면 사람을 만나라, 연애를 해라, 가족과 연락을 해라, 라고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나의 세계에 대해서 알고 싶어하는 사람을 만나야 외로움이 해소되지, 그렇지 않은 사람을 만나면 해소는 커녕 외로움이 증폭되기 쉽다. 위의 친구가 딱 그런 케이스였거든. "넌 요즘 어떻게 지내?" 라는 나에 대한 호기심, 궁금증이 담긴 질문을 그 친구에 들어 본 적이 손에 꼽을 정도다. 그래서 내가 나에 대해 궁금한 점이 없냐고 물으면 그제야 마지 못해 나의 안부를 묻는 그 아이, 그러나 오래가지 못하는 흥미. 그에 반하여 엄청난 흥미도를 보이는 본인 이야기, 이제 더이상 내 세계에 대해서 호기심 좀 가져달라고 말하는데 있어서 난 기운이 빠지고 매번 요구하는 것도 창피할 정도다.
그나마 그 애는 양호하다. 더 심한 애는 나의 세계에 대한 질문도 하지않고 자기 세계에 대해서도 말하지 않음으로서 상대방을 무안하게 만들거든. 결국 나를 질문쟁이, 호기심쟁이로 만드는 그 아이, 그런데 또 나랑 노는 것이 재미있데요. 당연히 재미있겠지. 애인이나 가족도 크게 관심을 가지지 않을 법할 너에 세계에 대해 계속해서 물어봐주고 흥미 가져주잖아. 그게 얼마나 큰 노동이라는 것을 과연 그애는 알까?
상대방에 대해서 알아보고 싶다는 호기심, 이 사람이 어떤 영화를 보면서 어떤 사랑을 꿈꾸고 어떤 노래를 들으면서 우울함을 달래주며, 하루의 어느 시간대를 제일 좋아하는지 궁금해하는 것은 단순 연인 관계에서만 적용되는 것만이 아니다. 가족과의 관계에서는 물론 친구 관계, 하다못해 회사 동료처럼 영혼을 가진 인간들끼리의 관계에 모두 적용이 된다. 그런데 만날 사람이 너무 없어서 자신만의 세계에만 관심을 가지는 사람을 만난다? 인간끼리의 기본 예의조차 없는 사람을 만난다? 만나서 놀 때는 재미있겠지. 하지만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반드시, 그리고 필연적으로 허무함을 느낄 수 밖에 없다. 차라리 놀지 말 것이라는 후회와 함께.
"너 요즘 어떻게 지내고 있어? 힘든 일 없어?" 라는 말 한마디가 주는 위로와 "너 그거 진짜 많이 좋아하잖아." 라는 말이 주는 사랑을 언제 받아 봤는지 기억나지 않는 여름이다. 하긴 뭐 어린시절에도 잘 받아보지 못했는 걸. 특히 우리 부모는 다른 부모들보다 자녀의 세계에 흥미를 가지지 않은 부류, 방치에 가깝게 둔 부류였기에 어린시절부터 그들에게 별로 기대하지도 않았다.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나 스스로 나의 세계에 대해 흥미를 가지고 안부를 묻는 것 뿐. 그렇게 혼자 가는 여름 휴가를 다녀오겠다. 부디 바다는 내 세계에 대해 흥미를 가지기를 바라면서. 나를 사랑해주기를 바라면서.
사실 이번 여름휴가, 나 혼자만이 아닌 친구와 함께 가기로 예정되어 있었다. 그래서 숙소는 물론 놀러 다닐 코스까지 계획했는데 갑자기 약속을 취소해 버린 나. 맨날 혼자 가는 여행에 지루해하고 있었는데 그런 내가 이번에도 역시 또 혼자 가겠다고 한 것이다.
나도 안다. 여행 계획까지 다 짰는데 약속을 취소하는 것은 정말 무례한 행동이자 피해 주는 행동임을.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왜냐면 여행 계획을 짜면 짤수록 머리가 아닌 가슴이 자꾸 그 애와 같이 가지 말라고 말하는 것처럼 답답했거든. 물론 혼자 가면 재미없겠지. 커플 명소 느낌 낭낭하게 나는 명소에서 혼자 밥 먹었던 나였기에 누구보다 그 느낌을 잘 알고 말이지. 하지만 그 애와 함께 갔다면 아마 더 외로워서 더 재미없었을 것 같았기에 취소했다.
같이 있어봤자 날 외롭게 만든다고. 세상은 오직 혼자라는 기분만 들게 만들어준다고. 우리가 보통 외롭다고 하면 사람을 만나라, 연애를 해봐라, 가족과 연락해라, 라고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나의 세계에 대해서 알고 싶어하는 사람을 만나야 외로움이 해소되지, 그렇지 않은 사람을 만나면 해소는커녕 외로움이 증폭되기 쉽다.
위의 친구가 딱 그런 케이스였거든. “넌 요즘 어떻게 지내?”라는 말과 함께 나에 대한 호기심, 궁금증이 담긴 질문을 그 친구에게서 들어 본 적이 손에 꼽을 정도로 없다. 그래서 내가 나에 대해 궁금한 점이 없냐고 물으면 그제야 마지못해 나의 안부를 묻는 그 아이, 그러나 오래가지 못하는 흥미. 그에 반하여 엄청난 흥미도를 보이는 본인 이야기, 이제 더 이상 내 세계에 대해서 호기심 좀 가져달라고 말하는 데 있어서 난 기운이 빠지고 매번 요구하는 것도 창피할 정도다.
그나마 그 애는 양호하다. 진짜 더 심한 친구는 나의 세계에 대한 질문도 하지 않고 자기 세계에 대해서도 말하지 않음으로써 상대방을 무안하게 만든다. 결국 나를 질문쟁이, 호기심쟁이로 만들어 놓고서는 자기는 나와 만나는 게 재미있단다. 당연히 재미있지! 애인이나 가족도 크게 관심을 가지지 않을 법할 너에 세계에 대해 계속해서 물어봐 주고 흥미 가져주잖아. 그게 얼마나 큰 노동이라는 것을 그 애는 알까?
상대방에 대해서 알아보고 싶다는 호기심, 이 사람이 어떤 영화를 보면서 어떤 사랑을 꿈꾸고 어떤 노래를 들으면서 우울함을 달래주며, 하루의 어느 시간대를 제일 좋아하는지 궁금해하는 것은 단순 연인 관계에서만 적용되는 것만이 아니다. 가족관계에서는 물론 친구, 하다못해 회사 동료처럼 인간관계 그 모든 관계에서 적용된다. 그런데 만날 사람이 너무 없어서 자신만의 세계에만 관심을 가지는 사람을 만난다? 인간끼리의 기본 예의조차 없는 사람을 만난다? 만나서 놀 때는 재미있겠지. 하지만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반드시, 그리고 필연적으로 허무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럴 바에 나 혼자 놀걸이라는 후회와 함께.
“너 요즘 어떻게 지내고 있어? 힘든 일 없어?”라는 말 한마디가 주는 위로와 “너 그거 진짜 많이 좋아하잖아.”라는 말이 주는 사랑을 언제 받아 봤는지 기억나지 않는 여름이다. 특히 우리 부모는 다른 부모들보다 자녀의 세계에 큰 흥미를 가지지 않은 부류, 방치에 가깝게 둔 부류였기에 내 세계를 공유한다는 것이 너무 낯설고 힘든 거 있지?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나 스스로 나의 세계에 대해 흥미 가지고 안부를 묻는 것뿐, 아무튼 이번에도 혼자서 여름휴가를 다녀오겠다. 부디 바다만큼은 내 세계에 대해 흥미 가지길 바라면서. 나를 사랑해 주길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