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는 1%, 나에게는 100% - 맥도날드 슈비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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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날 맥도날드, 스타벅스, 카페 프렌차이즈에서 돈 썼다는 에세이만 써서 그러긴 한데 뭐 어쩌겠는가. 한번 정해진 기호는 쉽게 바뀌지 않은 걸. 그래서 이번에도 우리 집 앞 맥도날드에 슈슈버거를 먹기 위하여 할인 쿠폰이 들고 갔는데 이제 햄버거 좀 그만 먹으라는 신의 계시인 건지 슈슈버거 쿠폰이 딱 사라지고 평소 먹지도 않는 더블 치즈나 1955 버거 쿠폰으로 업데이트된 거 있지? 진짜 어이가 없네? 아니 5분 전까지만 해도 잘 있던 쿠폰이 키오스크에 딱 서니깐 업데이트가 됐다고? 불행의 여신은 왜 이리 나에게만 가혹한 거야? 잠시 하나님 까불면 나한테 죽는다는 목사 흉내 좀 내겠다. 불행의 여신님 나한테 까불면 아주 죽어! 그냥 죽는 것이 아니라 진짜 제대로 죽여버린다. 아니 왜 로또 맞을 확률보다 낮은 확률의 불행을 나는 왜 매번 꾸역꾸역 겪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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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확률적으로 0.0001%라고 하더라고 막상 그 일을 겪은 당사자는 그 일이 100%로 느껴진다는 사실 알고 있는가? 정말 말도 안되는 확률이라고 해도 겪은 그 사람에게는 명백한 진실이고 사실인 것처럼 말이지. 벼락 맞을 확률이 아무리 낮다고 한들 무슨 소용인가. 매번 벼락을 맞는 사람이 있는데. 로또 확률이 벼락 맞을 확률보다 낮으면 뭐 해. 매주 당첨자가 나오는데. 즉 천문학적으로 낮은 확률이라고 해도, 운이 너무 좋았고 운이 너무 없었다고 설득시켜줘도 하나도 소용없는 이유는 겪는 사람에게는 단순 수치를 뛰어넘어 하나의 현실로 와닿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코로나 바이러스 백신 부작용의 유가족, 비행기 추락사고 유가족, 안전한 한국에서 여성혐오 범죄를 당한 피해자에게 수치를 들먹이며 그저 운이 없었으니 마음 추스리라고 말하는 게 얼마나 민폐인지 우린 알아야 한다. 그것을 누가 모르냐고. 0.01% 확률이니깐 ”아하! 아주 낮은 수치였고 우린 그저 재수 없었네요! 마음 추스르고 원래의 삶으로 돌아가겠습니다 ^^.“라고 할 줄 알았어? 물론 사고를 완벽하게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없지만 극도로 낮은 확률의 로또가 당선되면 재수 있다고 축하받고, 극도로 낮은 확률의 사고를 겪으면 재수 없었다고 쉬쉬하면 안 되지 않은가. 로또 당선된 사람에게 불나게 전화하는 자선사업단체와 친척들만큼의 끈기는 어째서 불행한 사고를 겪은 유가족에게는 베풀지 않을까. 그 당사자가 내가 될 수도 있는데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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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기에 여성혐오 범죄가 발생하면 꼭 나오는 발언, “여자가 새벽에 대놓고 놀아다닐 수 있는 한국은 안전한 국가다.”라며 여자에게 '운 없음'을 요구하는 것은 옳지 않은 방법이다. 물론 한국은 안전한 국가가 맞다. 길 곳곳에 경찰을 신속하게 부를 수 있는 버튼이 있는 국가가 뭐 얼마나 되겠어? 어둠 속의 악마의 뿌리라도 뽑을 것처럼 거리 곳곳에 가로등을 설치한 국가가 뭐 얼마나 되겠어. 하지만 숏컷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폭행을 당해 영구 청력 손상 상태가 된 여성, 지하철 역무원에게 몇 년 동안 스토킹 당하다가 살해당한 여성, 돌려차기 당하는 것도 모자라 얼굴도 모르는 사람에게 sns로 모욕당하는 여성, 그게 고작 1%의 일이라고 해도 누가 봐도 여성을 타깃으로 한 범죄이고 그것을 지켜보는 여자들은 곧 자신에게 100% 일어날 것 같은 현실이기에 크게 반발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것보고 유난 떤다? 오버한다? 정력에 0.01% 좋다는 것들을 마치 100% 효과 볼 것처럼 찾아다니던 사람들이 이런 면에서는 참 둔해.
그리고 또 그렇게 낮은 확률도 아니더만. 강력범죄의 피해자 80%는 여성(1, 물론 살인 및 살인미수의 피해자의 경우는 남성이 더 많지만 성범죄에서 여성 피해자가 압도적으로 많다 보니 안심할 수도 없는 건 사실이다. 또한 한국 남자의 경우는 절반이 전과자라는 흥미롭고 재미있는 통계도 있으니 한국이 마냥 범죄 청정국이라는 보장도 없다.(2 몇몇은 예비군 불참 때문에 남자에게 불리한 법구조라느니, 여자에게만 유리한 모욕죄 때문이라느니 하지만, 후훗. 걱정하지 마시라. 전과 1위 범죄는 공갈과 사기, 사기공화국이니 사기꾼에 대한 처벌을 높여야 한다고 그렇게 말하던 사기 부분이라는 사실. 어쩐지 메이플스토리, 바람의 나라, 던전 앤 파이터에서 맞춤법도 제대로 못 맞추던 사기꾼들이 어디 갔나 싶더니 어른이 되어서도 제버릇 못주는구나. 이러다가 나중에 전과자의 기준이 너무 엄격하다면서 ‘전과자 이미지 완화운동’이 남성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일어나지 않을까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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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의 여신의 재미없고 짜증나는 장난 때문에 슈슈버거 대신에 슈비버거를 주문해서 먹었지만 뭐 이것도 그리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슈슈버거랑 비교해 보면 소스도 더 진하고 맛도 풍부해서 좋았으니깐 말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쿠폰이 업데이트되지 않았더라면 슈비버거를 먹었을 일도 없었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이처럼 인간이 무언가를 선택할 때는 인간의 의지보다 운이 더 크게 작용하는 게 아닐까? 운칠기삼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닌 것처럼 말이지. 그러기에 행운의 여신아, 나한테 좀 와줘라 진짜. 낮은 확률의 불행이란 불행은 다 처맞고 다니는데 왜 낮은 확률의 행운은 쏙쏙 날 피하고 다니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니깐.
1)
https://www.newstof.com/news/articleView.html?idxno=12323
2)
https://www.lawtimes.co.kr/opinion/1939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