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가계부 대신 에세이

어떻게 진심이 변하니 - 푸드코트 짜장면

@blog 2024. 10. 6. 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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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짜장면을 먹어본지 하도 오래 되어 그런건지, 한 연예인의 짜장면 먹는 v-log를 봐서 그런건지 몰라도 갑자기 짜장면이 땡기면서 푸드코트에서 짜장면을 시켜 먹었다. 거의 몇년만일껄? 왜냐면 짜장면을 먹어볼 일이 없으니깐. 뭔가 외식을 하고 싶을 땐 치킨이나 햄버거를 먹게 되고 무엇보다 중국집은 대기업 프렌차이화가 되어있지 않다보니 물가의 영향을 많이 받아 다른 외식보다 가격이 너무 많이 올랐다. 그것을 감안하더라도 어린시절 추억의 맛이 그리웠던 나는 짜장면이 먹었고 특히 짜장면 속 육각형 고기를 다시 볼 생각에 싱글벙글 했건만... 진짜 최악이더라. 그러니깐 그때 그 맛이 아니었던거야. 면은 따뜻한데 소스는 차가운 것이 딱봐도 냉장고에 있는 시판 소스를 뿌린 것이 분명했고, 시판소스 특유의 시큼하면서도 영혼 빠진 맛은 내 기억속의 짜장면이 아니었다. 어찌나 실망했는지 속으로 이 중국집 오래가지 못할거라고 짜장면 먹는 내내 저주를 퍼부었다.
 
  그런데 그 중국집 짜장면만 그러는 것이 아니라 요즘 요식업계 트렌드가 '사람들의 기대에 부흥하지 않기'인지 슈슈버거만큼 좋아했던 kfc 징거버거에 토마토가 빠지면서 고급스러운 맛이 사라지고, 자주 사먹던 과자도 양을 은근슬쩍 줄이더니 저절로 손을 안가게 만들었다. 레스토랑이나 밥집에 가도 맛이 비슷비슷한게 알고보니 죄다 시판 소스와 밀키트를 뜨겁게 데우는 것 뿐이니, 차라리 이럴바에 내가 밀키트 사서 집에 혼자 먹는게 낫겠더라. 도대체 업주들의 양심 어디로 간 거야? 메뉴판 사진은 무슨 세상 푸짐하게 찍었으면서 왜 실물은 뜨겁게 대운 밀키트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거지?
 
 
2
 
  어떤 믿음에 대한 배신, 당연히 기대했던 서비스에 대한 배신은 사회 전반적으로 퍼지면서 요식업계 뿐만 아니라 엔터테이먼트, 특히 연예인들 많이 나오는 예능에서까지 확장 됐다. 그 중 관찰 예능이라고 연예인의 하루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포맷이 등장하면서 연예인을 연예인이 아닌 그 이상의 친근한 존재로 부각시키곤 하는데, 아마 무한도전 때부터였을걸? 사람들이 연예인을 연예인으로 보지 않고 가족보다 더 가까운 존재로 보던 시점 말이다. 연예인과 평생 만날 일 없는 사람이 연예인이 좋아하는 음식을 알게 되고 집안 사정을 알게 되며, 심지어 키우는 강아지 이름까지 알게 되는 것, 즉 사생활의 경계가 점점 얇아지는 것이다. 

 


  허나 그것은 하나의 방송포맷이자 시청률을 위한 하나의 전략이었을 뿐, 그러니깐 자신의 매우 적나라한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그것을 지켜보는 시청자는 당연히 친근함을 느낄 수 밖에 없는데 사실 그건 목적있는 친근함이었다는 것이다. 예를 하나 들어볼까? 대학교 여자 후배가 있는데 이 여자 후배는 참 사람 햇갈이게 만드는 여자로 소문나 있다. 남자 선배에게 자신이 하루에 무엇을 하고 무엇을 먹으며, 잠자기 전에 무슨 생각을 하는지 세세하게 알려주는 것이다. 몇몇 남자 선배들은 그녀의 솔직함을 오해해서 진심어린 관계를 원하나 착각하지만 "히힛 ^^ 그냥 심심해서 한 것이었는뎅 ^^" 라는 답장을 그녀에게 받은 상황 같은 거지. 이만큼의 사생활을 알 정도면 분명 친구 사이라고 착각할 정도로 우리는 연예인에 대해 너무 잘 알지만 결국 돌아오는 것은 냉정한 거리두기 뿐, 과거 먹었던 맛있는 짜장면을 기대했지만 알고보니 시판맛 짜장면처럼 정형화된 맛과 관계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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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디 연예인 뿐이랴. 유튜버, BJ, 인스타그램에서 남자친구 행세, 여자친구 행세하는 사람들 역시 금방이라도 친구가 될 수 있을 것처럼 친근함을 포맷으로 하며 가까이, 매우 가까이 다가온다. 결국 몇몇 사람들은 친근함이 하나의 포맷인지도 모르고 대출을 받으면서 BJ에게 별풍선 쏘고 연예인에게 혼인 신고서 건내며, 스토킹도 참 무지막지하게 많이도 한다. 

 
  "잠깐! 그래서 연예인과 유튜버 잘못이라는 건가요? 시청자와 팬에게 냉정하게 선 긋고 너와 나는 남이다라고 이야기 하라는 소리인가요?" 라고 묻는다면 뭐 그런 뜻은 아니고요, 사실 한국 사람들이 진짜 많이 외로운 사람이거든요. OECD 사회적 고립도 4위고요(1, 자살율은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고요.(2 이미 비정상적일 정도로 외로운 국가인데 신기하게도 친근함을 모토로한 마케팅은 잘 발달 되어 있어서 그 마케팅에 속지 마라고 말해주고 싶어서 그렇다. 특히 인간의 관심도는 부익부 빈익빈인 경향이 강해서 어린시절부터 무관심에 노출되면 나이를 먹어서도 무관심에 노출되는 경향이 크거든. 그런 사람에게 친근함을 강조한 이미지 전략은 까딱하면 자아를 잃어버릴 수 있고 특히 이러한 유혹에서 당신 역시 안전하리라는 보장도 없으니깐. 왜냐면 인간미, 친근함 마케팅은 점점 체계화되고 점점 강해지고 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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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명 배달 어플이 발달됨과 동시에 외식도 발달되었지만 이상하게 사람들이 배고파하는 이유, 인터넷이 발달되어 언제어디서든 사람들과 이야기할 수 있지만 외로워하는 이유, 관찰 예능 뿐만 아니라 수많은 v-log가 나옴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마음 털어놓을 사람이 없다고 말하는 이유는 중요한 것이 빠져서 그렇다. 그것은 바로 사람과의 진정한 대화, 대화 후에 속이 채워지는 포만감, 그리고 계속 지속될 수 있는 믿음, 그리고 그 사이에서 태어난 사랑이 없어서 그러겠지.
 


  너무 신파적인 말이라고? 그런 것 치고는 사람들은 신파적인 거 참 많이 좋아한다. 팬더 푸바오가 중국으로 돌아간다는 사실에  펑펑 우는 사람들, 영화 속 캐릭터가 죽었다고 해서 펑펑 우는 사람들, 어째 사람들은 신기할 정도로 신파적임과 동시에 신파의 대상이 실제 사람이 아닌 다른 대상에게로 향하고 있다. 이미 관찰 예능 속 연예인과 유튜버, BJ를 보면서 아무리 깊이 알아도 친구가 될 수 없음을, 깊은 감정 교류도 하나의 목적이 있음을 의심해서 그런 것일까? 선거 기간에는 세상 친절하지만 선거기간만 끝나면 거만해지는 정치인의 모습에 정치판을 믿지 않는 것처럼 더이상 사람을 믿지 못하는 마음 때문인건가? 간혹 사람보다 동물이 더 믿음직 하다는 사람들을 보면 세상은 그렇게 변하고 있음을 나 느끼곤 한다.  이게 모두 인간관계의 최후의 보루, 친근함과 인간미를 하나의 도구로 쓴 대가겠지.
 
 
 
1)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469/0000725521?sid=102
 

한국 행복 수준 6점대로 올랐지만… 사회적 고립도는 OECD 4위

한국 국민들이 스스로 인식하는 행복 수준은 10점 만점에 6.11점으로 나타났다. 그동안의 조사에서 주로 5점대였던 점을 고려하면 소폭 상승한 것인데,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n.news.naver.com

 
 
2)
 
https://www.chosun.com/economy/economy_general/2024/10/04/IRL7YNBB5JDPLPJIFXHBD777G4/

비통한 OECD 1위...자살률 8.5% 치솟아 9년만에 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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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w.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