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가계부 대신 에세이

퇴화도 진화다 - 맥도날드 빅맥 세트

@blog 2024. 9. 14.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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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맥도날드 매니아로서 맥도날드 감자튀김에 대한 법칙 하나 찾아냈으니, 고건 바로 주말 낮 12시에 가면 갓 튀긴 바삭바삭한 감자튀김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매번 갈 때마다 눅눅한 감자튀김을 먹어서 짜증 났거든? 그래서 사람이 제일 많이 올법할 시간대에 갔거든? 평일도 아닌 주말 낮 12시에 가자 예상대로 갓 튀긴 감자튀김이 나와서 맛있게 먹을 수 있었고 인생에 대한 참진리를 또 하나 얻어갔다. 아... 사람이 많이 모여 있는 곳에는 좋은 것 밖에 없구나. 사람 북적 거리는 대도시엔 돈없이도 누릴 수 있는 인프라가 쏠려있지만 촌동네에서는 편의점 하나 가려고 해도 읍내 버스를 타야 하는 것처럼 말이지.
 


  그래서 인프라를 즐기기 위하여 햄버거 다 먹고 나서 버스를 타고 대도시로 출발, 대도시에나 있는 거대 미술관을 그렇게 두리번 거리다가 AI로 제작한 것 같은 김아영 작가의 <딜리버리 댄서의 선 : 인버스>을 영상을 보게 되었다. 왠지 재미있을 것 같아서 전망 좋은 2층에 자리를 잡았건만, 내가 가장 좋아하는 SF 장르건만, 오래 보지 못한 거 있지? 왜냐면 눈이 너무 아팠거든. 그러니깐 AI가 만든 이미지를 사용해본 사람은 조금 알텐데 AI가 만든 작품의 단점인 모든게 뭉게져 보이는 블러 처리와 주인공보다 오히려 화려하고 번잡한 배경에 초점을 맞춘 카메라, 얼굴이 매번 달라지는 현상 등 이질감이 너무 심해서 오래 볼 수 없었다. 

 
   AI... 참 좋고 좋은 우리의 친구지. 특히 나같은 가난한 작가 지망생은 더욱더. 하지만 AI를 사용하여 하나의 상업 및 예술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엄청난 후작업이 필요하다는 것을 작가는 잘 모르고 있나보다. 오픈 AI가 자신들이 개발한 AI 영상 제작 프로그램인 '소라'의 홍보목적으로 단편영화 'AIR HEAD'를 만들었지만, 영화 제작진이 후작업이 많이 필요하기에 시기상종(1이라고 한 것처럼 AI 만으로 완성품을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은 소위 말해서 자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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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게 모두 AI라는 말을 듣는 순간 인간의 진화, 인간의 발전된 형태, 그로인해 완벽하다고 착각해서 그런 것이다. 보통 우리는 진화라고 한다면 디지몬처럼 단점은 축소되고 강점이 늘어난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우리가 원숭이에서 진화했다면서 큰 키와 뛰어난 지능, 손가락의 발달을 들먹이는데 과연 그것이 완전성을 상징해줄까? 여름 햇빛에 조금만 노출되도 피부가 벌겋게 타오르고, 나무도 자유자재로 오르지 못하며, 무엇보다 원숭이보다 느린 동작, 아무 도구 없이 자연에 던져졌을지 누가 더 오래 살아남을 것이고 누가 진화된 존재인가? 하다못해 요즘 폭염이 지속되고 있는데 과연 타오르는 지구에 끝까지 살아남을 수 있는 종이 과연 인간일까, 공룡까지 멸종시킨 운석에서 살아남은 개미일까. 


 
  이처럼 진화라는 것은 인간이 신 정도는 되어야지 진화라고 할 수 있지 원숭이에서 인간으로 가는 것은 그냥 '방향성 전환'이라고 보는 것이 맞다. 다른 부분에는 퇴화했지만 다른 부분에는 진화하는 유전자의 전략 수정이라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하다는 소리다. 현재의 AI 역시 인간에서 진화한 것이 아닌 전략이 수정된 인간 정도로 보면 된다. AI 이미지 생성기나 AI 영상 제작기는 속도, 편리성, 가성비 측면에서 매우 뛰어나지만 인간끼리만이 통하는 감동 포인트, 미장센, 디테일한 장인정신, 재치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마치 천재들이 어떤 면에서는 매우 뛰어나지만 어떤 면에서는 일반인보다 떨어지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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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화는 없고 방향성 전환만 있다.'라는 개념은 단순 원숭이와 인간만이 아니라 인간의 삶에서도 확장하여 생각할 수 있다. 왜냐면 우리는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발전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거든. 어린이보다 어른이 지혜롭고 어른이 노인보다 지혜롭다고 생각하면서 말이지. 그러나 파렴치한 노인네가 이 세상에 널리고 널린 것처럼 진화라는 것은 없고 오직 어떤 곳에 더 에너지를 쏟고 어떤 곳에 더 에너지를 덜 쏟느냐, 전략이 어떻게 바꾸느냐만 있을 뿐이다. 노인과 어른이 어린이보다 조금 더 지혜롭게 보이는 것은 사회적 약속에 에너지를 쏟고 그것을 잘 이행해서 그런 것 뿐이고 말이지.
 


  나 역시 어린이일 때와 어른인 지금을 비교해보면 어릴때는 뛰어난 사회의 역군이 되기 위하여 노력했거든? 좋은 회사에 들어갈 수 있는 공부, 자격증, 영어 공부, 공모전을 하느라 시간을 쏟아부었다면 지금은 타인의 지식을 습득하기 보다는 내 고유한 생각을 타인에게 나누어 주는 쪽으로 전략을 틀었다. 그러다보니 옛날이라면 어떤 생각이 떠올랐을 때 그냥 생각하는 것으로 끝냈지만 지금은 그 생각을 잡고 또 잡아서 의문을 해소하고 글로 기록하는 행동이 발전했다. 다만 다른 부분에서는 퇴화했으니, 어쩐지 요즘 문장이 조금이라도 긴 책을 못 읽는데 읽는 부분, 지식을 습득하는 부분은 많이 퇴화했더라고.


  이처럼 적어도 자신이 어느 방향으로 발전하고 어떤 방향에는 퇴화하고 있는지만 파악한다면, 그리고 어느 방향으로  발전하고 싶다는 욕망을 가진다면 적어도 죽지 못해 사는 사람, 어째서 하루하루 고통스럽게 살아갈까 괴로워 하는 사람과 달리 허무주의에 그나마 덜 빠질 것이다. 그 오랜시간 봉사활동을 했음에도 신을 느낄 수 없다던 테레사 수녀, 한이 만갈래나 된다는 성철 스님보다는 비트겐슈타인처럼 멋진 삶을 살았다고 자부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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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유불급이라고 해서 인간은 자유를 좋아하지만 그 자유가 너무 많으면 불평불만을 한다. 무신론자가 신을 공격하는 주된 이유가 바로 신의 방임으로 인한 문제 아니겠는가. 사람이 어떤 행동을 하고 어떤 생각을 하며, 어떤 사상을 가지고 있어도 신은 아무런 행동과 조치를 취해 주지 않는다. 우리가 매일매일 엉망진창으로 살고 나르시스트, 회피형, 에너지 뱀파이어, 개꼰대라는 소리를 들어도 신은 상처 하나 주지 않고 혹은 주지 못할 정도로 무능력하다. 잘됐네. 이젠 우린 자유다. 무슨 생각하고 무슨 행동을 하든 자유라고. 그래서 난 내가 가고 싶은 방향으로 생각의 유전자를 변이할 것이고 멸종되지 않을 거다. 그리고 그대여, 그대는 어느 방향으로 생각과 마음을 변이하고 있는가. 그대의 마음의 방향을 알 순 없지만 멸종되지 않기를, 자기 스스로를 괴롭히거나 미워하지 않는 방향으로 진화하기를 나 바랄 뿐이다.


 
 
1)
 
https://www.aitimes.com/news/articleView.html?idxno=159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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