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가계부 대신 에세이

우린 모두 천국으로 간다네 - 고속 버스 비

@blog 2024. 10. 11. 18:22

 
 
 





1




  국회의원 선거일인 4월 10일, 시민으로서의 의무를 마치고 고속 버스를 타며 시골에 있는 부모님 집으로 갔다. 날씨가 풀리면 꼭 한 번 찾아가겠다고 입으로만 나불거렸지만 벚꽃이 한참 지고 나서야 찾아간 파이어효녀. 하지만 내가 사는 동네에 벚꽃 명소가 있었고 그 벚꽃이 너무 아름답다보니 어쩔 수 밖에 없었다. 정말 예쁘더라. 바람 하나에 폭설처럼 흩날리던 벚꽃잎의 장관을 말이지. 부모님 집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도 아직 지지않은 벚꽃 나무를 보자 눈 돌아가서는 다음 벚꽃 개화시기가 벌써부터 기다리고 있다.


  그러다 문득 궁금한 점이 있는데 과연 벚꽃 나무도 평소보다 아름다운 꽃을 피웠을 때 더 행복한 느낌을 느끼려나? 그러니깐 사랑같은 것만 보더라도 지켜보는 사람이 흐뭇해하기 이전에 사랑하는 당사자가 더 황홀해하는 느낌을 느끼잖아. 그러나 지하철에서 서로 물고 빠는 커플들의 사례들로 봐서 그건 또 안 맞는 것 같다. 지저분한 풍경을 선사하는데도 본인들은 황홀한 느낌에 빠져서 정신을 못차리고 있잖아. 자신들의 모습이 영화 <어바웃 타임>처럼 멋져 보일거라 생각하지만 제 3자의 입장에서는 경첩이 되고 짝짓기를 시작하는 개구리처럼 본능에 충실한 동물의 왕국이 따로 없는 걸.





2




  이처럼 본인이 느끼는 감각을 몸이 이끄는 대로 표출해도 다른 사람에게 그 감각을 그대로 전달해 줄 수 없다. 물론 이산가족 상봉처럼 서로 부둥켜안고 우는 모습에 눈시울을 붉히는 일은 있겠지. 하지만 집적 눈물 흘리는 당사자만큼 찡한 감정을 느낄 수 있을까? 생리 때문에 너무 아파서 휴가를 썼을 때 상사는 과연 내 마음을 알아줄 수 있을까? 더이상 하고 싶지 않다며 인상을 찌쁘리는 아이의 감정을 부모는 100% 알고도 훈계하는 것일까? 그런 것을 보면 자신의 감정은 오로지 자신만이 느낄 수 있고 남의 조언 역시 크게 도움이 안된다는 결론도 내려진다. 당장 자기개발서만 보더라도 이거 해라, 저거 해라, 라고 하지만 글 쓴 작가와 읽는 독자의 호르몬 구조, 신체 구조, 정신 구조, 그 모든 게 달라서 그 방법이 독자에게 안먹히는 경우가 많거든.



  이처럼 자신의 몸에 나오는 감각은 오직 자기 만이 온전히 느낄 수 있다는 사실만 안다면 본인 입으로 본인이 착하다고 하지만 누가 봐도 나쁜 사람, 본인 입으로 예민하지 않다고 하지만 세상 예민한 사람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 자신이 착하다고 말하는 사람치고 착하지 않는 것은 본인이 선행을 베풀었던 순간만 기억해서 그러는 것도 있지만, 사실 그 사람은 사소한 일에 불쾌함을 느끼고 별 것 아닌 일에 화를 내지만 꾹 참아서 그렇다. 누가봐도 별것 아닌 일이거든? 그런데 꾹 참는 횟수가 무덤덤한 사람보다 훨씬 많다보니 본인을 착하다고, 인내심 많다고 혼자 생각하는 것이다. 본인 입으로 자신이 쿨하다고 말하는 사람 역시 마찬가지다. 섭섭해할 일도 아닌데 혼자 섭섭함을 느끼고 쿨하게 넘어가려고 노력했던 일이 많다보니 본인이 쿨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3



  하여튼 본인입으로 착하다, 예쁘다, 쿨하다, 성격좋다, 라고 말하는 사람치고 좋은 사람 못봤다. 반면 본인 입으로 나쁘다, 화가 많다, 나 성질 더럽다, 라고 말하는 사람은 진짜 나쁜 경우가 맞지만 말이지. 실제 자기 성격이 더럽다고 말하는 사람을 보면 별 것 아닌 일에 삐딱선 타서는 나쁜 남자 컨셉 잡는 사람이 많거든. 성격 나쁜 게 뭔 벼슬도 아니고 때 지난 나쁜 남자 컨셉을 잡는 건지 원. 또한 본인 입으로 예민하다는 사람 역시 별 것 아닌 일에 예민 떠는 경우가 많다. 즉 우리가 기피하는 부정적인 성격(나쁘다, 겁이 많다, 소심하다, 예민하다)을 가지고 있다 말하면 진짜인 거고, 반면 긍정적 성격(착하다, 용감하다, 대범하다, 쿨하다)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면 본인 주관적인 판단, 즉 거짓일 확률이 높다.



  이처럼 본인의 몸에 나오는 감각은 오직 본인만이 느낄 수 있고 자신의 입으로 말하는 성격 역시 오직 본인 주관적인 판단인 경우가 많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 사람 기준에서는 그 말이 어느 정도 맞는다는 게 또 문제다. 비록 타인이 보기에는 아닐지 몰라도 본인 나름대로 노력한 것이기에, 그렇게 해보려고 부단히 노력하는 것이기에 아니라고 하기도 뭐하다. 본인이 상냥하다고 말하는 여자가 있는데 제 3자의 입장에서는 전혀 아니거든? 이유 없는 짜증 부리고 욕심도 더럽게 많거든? 그런데 본인 나름대로, 또 그녀가 마음을 연 몇몇 소수의 사람들에게는 상냥하기에 ‘상냥하다’라는 성격 역시 어느 정도 맞는 거다.



4




  이런 것을 보면 우린 모두 천국에 가야하는 게 참 응당해 보인다. 왜냐면 본인을 착한 사람이라고 말한 건 3자의 입장에서는 아닐지 몰라도 본인 입장에서는 사실이니깐.
아마 나 뿐만 아니라 신도 그렇게 생각할 걸? 왜냐면 신이 인간을 천국에 보낼지 지옥에 보낼지 심판할 때 그 사람이 착한지 나쁜지에 대해서 알아볼 것 아니야. 그런데 말 못하는 사람, 혹은 말만 번드르르 잘하는 사람에게 대한 편차가 생길 것을 대비하여 그 사람의 입장이 되어볼 것이고, 그 사람이 살아 생전에 받았을 호르몬의 영향, 느리고도 빠른 심장 박동의 감각, 급박했던 상황, 악행을 저지를 수 밖에 없는 상황 역시 느꼈을터이니 당연히 그 사람이 착하다고 생각하는 게 맞지. 그러기에 우린 모두 착한 사람이고 천국에 가는 것이 맞다. 우리는 모두 착하기에, 너무 착하기에 천국으로 간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