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가계부 대신 에세이

우리가 착한 사람보다 무서운 사람이 되고 싶어하는 이유 - 맥도날드 슈슈버거

@blog 2024. 10. 31.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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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곧 집 계약이 만료되기에 부동산 사이트를 보는데 가격에 비해 좋은 집들이 많아서 실제 매물이 보고 싶어졌다. 사이트에 올라온 사진을 수십 번 확대하고 분석하며, 최고의 매물을 볼 생각에 가슴이 두근거렸지만... 진짜 개 같은 부동산 업자 같으니라고. 매물을 보러 가기만 하면 이미 계약이 끝났다, 집주인이 전화 안 받아서 못 보여준다, 그거 방금 계약 됐다, 라며 처음부터 없었던 집인 것처럼 절대 보여주지 않았다. 순진하게 난 진짜 집주인이 전화를 안 받는 줄 알고 추운 날 달달 떨면서 매물이 있는 집 근처에서 하염없이 기다렸거든. 그런데 그게 밥 한번 먹자와 같은 빈말이었다니. 또 어떤 중개업자는 매물로 올린 집은 없고 대신 더 좋은 집이 먼 동네에 있으니 그쪽으로 오라고, 혹시 자기가 공주님 모시듯 모시러 가야 하냐는 소리까지 했다. (그래서 난 다른 동네 매물도 보고 싶다고 거짓말했고 중개업자는 내가 있는 곳으로 차를 끌고 왔지만 중개업자의 번호를 차단, 그 사이 난 근처 대형 마트에서 여유롭게 쇼핑했다. 누가 감히 허위매물 올리래?)
 
 
 
  이렇게 허탕만 치고 한 끼도 먹지 못한 나는 화난 마음에 맥도날드에 가서 내가 가장 사랑하는 슈슈버거를 먹으며 화를 풀었는데, 또 또또버거야?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화날 때 슈슈버거와 치즈스틱을 먹으면 화가 풀린다는 민간요법이 있다는 것을 다들 모르시나 봅니다. 그렇게 슈슈버거를 입에 꾸역꾸역 집어넣고 화가 좀 풀리고 나서야 머리가 돌아가면서 철학적인 의문이 생겼으니, 도대체 왜 사람들은 나쁜 짓을 자처해서 하는 걸까? 왜 있지도 않은 허위매물을 올리는 걸까? 아니 공정하게 하면 얼마나 좋아. 헛걸음하는 임차인도 없고 중개업자도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을 하며 엉뚱한 매물을 보여 줄 필요 없잖아. 모든 거래에는 신뢰라는 게 기본적으로 깔려있어야 하는데 당장의 이익을 위해 신뢰를 버리면 쓰나. 중개업자 자식들, 명품점에서 명품 샀는데 알고 보니 짝퉁이고 염료가 녹아내려 가장 비싼 옷이 엉망이 돼서 망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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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왜 이런 일이 발생하는 줄 아는가? 어째서 임차인을 힘들게 하는 허위 매물이 있는 줄 아는가? 그건 중개업자가 임차인을 우습게 보고 있어서 그렇다. 한번 생각해 보라. 어떤 납품 업체가 발주 업체에게 물건 납품을 한다고 하자. 그런데 계약서에 썼던 물건은 납품 안 해주고 더 좋은 물건을 보여줄 테니 그것으로 대체하라고 하면 납품 업체는 그 후 어떤 취급을 받게 될까? 납품업체들이 계약서대로 이행하는 것은 발주 업체에게 신임을 잃지 않고 발주가 들어오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공포, 돈을 벌지 못한다는 두려움 때문이지만 중개업자들은 임차인이 우스워 보이기에 신뢰보다 당장의 이익을 위해 거짓말로 때우는 것이다. 즉 중개업자들도 임차인을 통해 밥 줄 끊기는 무서움을 맛봐야 하는데 정부와 법이 그들에게 두려움을 심어 주지 않았기에 이 꼴이 된 것이다.
 
 
 
  알지? 사람이란 입으로는 착한 사람이 좋다고 하지만 곧 무례함으로 착한 사람을 망치면서 다시는 그 사람이 그러한 성격을 가지지 못하게 만든다. 인간이 그렇지 뭐. 착한 사람에게서 오는 평온함을 소중히 여기기는커녕 만만하다는 이유로 예의 없이 대하다가 공포의 대상 앞에서는 살고 싶다는 이유로 깍듯이 대하니깐. 진시황이 중국을 통일하고 분서갱유를 일으키면서까지 법가를 중요시 여긴 이유는 사람을 통제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오직 공포, 즉 처벌에 대한 공포라고 생각해서 그런 게 아닐까? 그리고 실제로도 처벌이라는 공포가 심어진 군대만큼 사람이 잘 통제된 곳도 없잖아? 사랑은 혐오보다 강하다? 아니다. 공포는 사랑보다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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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관계에서도 그래. 자신을 공포의 대상으로 스스로 연출하고 대접받으려는 사람들이 있는 이유 말이다. 만만한 취급을 받고 싶지 않아서, 무시당하고 싶지 않아서, 그리고 자신의 통제 아래에 사랑을 유지하고 싶어서. 종종 여자들 중에 걸크러쉬 한답시고 까칠한 컨셉로 밀고 나가거나, 모자란 남자들 중에 나쁜 남자 한다는 이유로 성격 더러운 컨샙으로 밀고 붙이는데 그게 모두 무서운 사람에게는 깍듯한 인간의 본능, 그리고 나도 그런 공포의 대상이 되어 보고 싶다는 욕망 때문이다. 하지만 걸크러쉬, 그리고 나쁜 남자 컨샙 잘못 잡으면서 오는 부작용에 대해서는 깊게 생각해보지 않았나 보다.
 


  혹시 압구정 헌팅포차 거리에서 남자가 여자에게 주먹을 날린 사건 아는가? 물론 주먹을 날린 남자가 백번 잘못하긴 했지만 여자 쪽 역시 담배꽁초를 던짐과 동시에 거칠게 손을 휘두르면서 남자의 친구에게 위협을 가했다. 어떻게 보면 그녀의 태도는 굉장히 강해보임과 동시에 위험한 도발이었고 결과는 다들 알다시피... 결국 여자는 얼굴 골절도 골절이지만 심한 정신적 후유증 때문에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한다. 물론 호구처럼 너무 참는 것도 문제지만 강한 컨셉, 쏀 컨셉의 선을 지키지 않으면 이처럼 봉변당하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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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사람들이 상대방을 조아리게 만드는 나쁜 여자와 나쁜 남자가 되고 싶은 마음을 충분히 이해하지만 조건을 가지지 않는 센 척은 오히려 역효과만 불러일으킬 뿐이다. 공포의 대상이 되고 싶다면 먼저 나쁜 척이 아닌 주도권을 절대 상대에게 주지 않을 정도로 모든 면에서 뛰어남 + 자기 외에도 충분히 다른 사람을 만나고도 남을 매력을 가지고 있어야 가능하다. 그런데 치와와처럼 으르렁 거리며 억지 컨셉 잡는다고 과연 무서워 보일까? 문신하고 눈 험악하게 뜬다고 해서 그 사람을 공포의 대상으로 볼까? 기피의 대상으로 볼 뿐이다.



  중개업자가 공포를 느끼고 허위매물을 올리지 않은 곳 역시 강한 사람이 있을 법할 곳, 즉 거래 액수가 큰 아파트 시장에서는 어디 코빼기도 안보이더라고. 이사 갈 집을 알아볼 때 아파트 매물도 한 번 봤거든? 그런데 사이트에 올린 매물 그대로 있는 기적, 엄청난 기적이 그곳에서는 있었다. 물론 그곳에도 허위매물은 있긴 있었다. 층수를 9층으로 올렸건만 실제로는 6층으로 올린 중개업자처럼 말이지. 하지만 적어도 없는 집을 있다고 하는 일은 없었고 임차인을 기만하는 태도나 발언도 상대적으로 적었으며, 중개업자도 집주인도 상대적으로 친절했다. 저래서 사람들이 빽,빽 하는 거였구나. 5성급 호텔 종업원의 서비스와 모텔  종업원의 서비스가 다른 것처럼 말이지. 이제 보니 착한 사람들이 안 보였던 이유는 모두 잘난 곳에 있었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