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회장님을 꿈꾸는 허술한 계획형 남자 - 1*
전에도 말했지만 난 ENTJ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남자를 좋아하지 않는다. 뭐라 해야 하나, 자기 스스로 만든 컨셉에 잡아먹힌 느낌이랄까. 뭔가 최종보스처럼 보이고 싶어 하지만 막상 까보면 속 빈 강정인 사람들, 경제사범 쪽에서 많이 보이는 스타일이 딱 그들이니깐. 특히 요즘 이런 남자 유형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어서, 또 이 에세이는 사람을 가려 사귀어야 한다는 걸 알려주는 에세이이기에 꼭 언급할 필요가 있는 남자가 아닐까 싶다. 마치 통신사에서 신종 보이스 피싱 유형과 보이스 피싱 조심하라며 안내문자 주는 것처럼 <신종 조심해야 할 인간 유형>에 속하는 그들을 알려주고 피하라고 주의주는 건 당연하잖아.
과거 인터넷에서 사치 부리는 여자를 된장녀라고 정의 내리고 그 유형을 그림으로 그리고 게임까지 만든 것처럼, 여자들 역시 본인의 안전을 위하여 조심해야 하는 남자 유형을 알고 정리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된장녀는 남자를 죽게 만드는 경우가 드물지만 내가 말할 이 남자 유형은 실제 여자를 죽이는 경우가 있거든. 대략적으로 그들이 가진 특징들을 정리해 두었는데 혹시 자신의 남자친구, 지인, 혹은 가족이 이러한 유형의 사람인지 알아보도록 하자.
1. 슈트 입은 사진, 혹은 헬스장에서 만든 몸 사진을 프로필 사진으로 걸어놓는다.
2. 부지런함에 크게 자부심을 느끼고 타인을 지적할 때 '부지런하지 못함'을 이유로 대기도 한다.
3. 사업 차리고 싶어 한다.
4. 인문학, 예술분야를 유독 우습게 본다. 그에 반해 경영학, 금융학을 고평가 한다.
5. 웃으며 넘길 수 있는 이야기들, 살 빠지는 주파수나 혈액형 성격설 같은 일에 유독 옳지 않다며 핏대 높여 가르치려고 한다.
6. 겉 보기에는 무뚝뚝하고 가르치는 것 좋아하기에 강해 보일 것 같지만 별 것 아닌 작은 일에 쉽게 토라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7. 자신은 공감능력이 없다고 하지만 막상 자신의 일에 공감해주지 않으면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일방적으로 소통을 단절한다.
8. 거짓말에 능하다. 취득한 자격증 1개를 10개로 부풀리거나, 자기 주변에 정치적으로 힘이 있고 대단한 지인이 있다고 말하거나,
하루 종일 뉴스만 보고 경제 공부만 하면서 부지런한 하루를 보냈다고 말하거나.
8. 불만 많은 사람이라는 것을 저절로 생각이 들게 할 만큼 타인에 대한 험담을 쉽게 늘어놓는다.
9. 자신이 만난 전 여자친구는 모두 문제 많은 사람이었고 자신은 피해자였다고 말한다.
10. 동성 친구, 동아리, 단체에는 필요 이상으로 애틋하게 지내는 모습을 보여준다. 선물을 몇 개월 전부터 고심하거나 사소한 감정선을 소중하게 여긴다.
11. 활발하게 SNS 활동을 하며 헬스장 몸 사진 + 앞으로 타고 싶은 외제차 사진 + 고급 시계 사진을 올린다.
12. 앞이 아닌 뒤로 랜덤채팅, 음란 SNS을 하고 동성애자, 소아성애자, BDSM, 혹은 퇴폐적이고 변태적인 취향을 가질 정도로 성욕이 강하다.
13. 여자에 대한 편견이 강하다.
14. 교양, 상식, 신념, 정의와 이념보다는 황금만능주의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특히 여자보다는 남자들 쪽에서 이런 스타일이 많은데, 분명 ENTJ는 한국에 손꼽힐 정도로 없다면서 왜 발에 차고 남는 게 ENTJ인 걸까? 그건 바로 한국 사회에서 인정해 주는 이상적인 남자의 표본이 ENTJ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뭔가 일 잘하는 대기업 직원이자 공무원 같은 느낌, 여자를 당당하게 휘두르는 이성적이고도 똑똑한 나, 앞으로 사회를 이끌어갈 주인이 될 나, 이런 모습으로 말이지. 그러나 그들은 보여주는 이미지에 엄청난 에너지만 쏟을 뿐, 막상 까보면 인간이라면 당연히 가지고 있는 철학이나 신념이라는 것이 없고 칭찬 많이 받고 싶어 하는 애어른, 빨리 크게 성공해서 모두에게 우러름 받고 싶어 하는 변덕 심하고 우울한 아이일 뿐이다. 그래서 그들은 성공과 효율과 노력을 강조하지만 생각보다 그들은 그렇게 노력하지도 않았고, 최선을 다하지도 않았으며, 남들이 하는 평균적인 노력을 크게 부풀리는데 치중한다. 즉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에 노력"한다.
그런 이들에게 진심 어린 소통이나 교류는 당연히 힘들 수밖에 없다. 왜냐면 성공과 칭찬이 너무도 소중한 사람이거든. 지금 당장 나는 높은 자리에서 사람들을 지휘하고 있어야 하는데, 소중하고 중요한 사람 취급을 받아야 하는데, 이런 자에게 인간관계는 그저 성공의 연장선일 뿐이기에 약점이 보일 수 있는 깊은 관계는 최대한 피한다. 왜냐면 부지런한 친구, 빈틈없는 친구, 완벽한 친구로 보이는 것은 진짜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는데서 오는 편안함보다 더 좋아하기 때문이다.
특히 연애면에 있어서 그들은 가히 최악이라고 할 수 있는데, 안 그래도 우러름 받는 거 좋아하는 사람인데 연애에는 감정 교류가 필수적이잖아, 지기도 하고 이기기도 하며 서로 소통이 돼야 하잖아, 더군다나 다른 성별이기 때문에 더 많은 배려와 더 많은 인내가 필요하잖아. 그런데 그들의 연애는 어떤 감정의 소통보다는 "연애 시에 오는 이익"을 따지는 경향이 크고, 교류보다는 통제를, 대화보다는 훈계를, 소통보다는 자신의 우월함에서 오는 칭찬을 바라고 상대가 동의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면 대화가 통하지 않는 어리석은 상대라고 보면서 커뮤니케이션을 일체 차단, 완전히 무시하거나 통제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그러니깐 평상시에 "멍청한 너를 내가 맞춰준다"라는 생각을 기본 베이스로 가지고 있고 만약 상대가 자신의 통제에서 벗어나려고 하잖아? "감히 너까지게!"라는 생각으로 폭행을 넘어 살인까지 저지르는 케이스의 남자가 바로 이들이다.
그러기에 나는 이러한 사람들을 "완벽한 회장님을 꿈꾸는 허술한 계획형 남자"라고 정의 내렸는데 경제 사범 쪽에서 가장 많이 보이고, 데이트 폭력 범죄자 쪽에서도 종종 보인다. 대표적으로 한 인물을 꼽아보자면 아내에게 니코틴을 먹여 살해한 후 보험금을 타내려고 했지만 무기징역을 받은 범죄자 1과 유부남임에도 불구하고 내연 관계가 들통날까 봐 토막살인하고 시체를 강에 유기한 범죄자 2를 예로 들 수 있다.
정말 신기하게 둘은 행동과 생각 그 모든 게 비슷한 거 있지? 남자 사이에서 어른이라고 인정해 주는 '유부남'의 지위를 포기할 수 없어서 이른 나이에 결혼한 유부남 범죄자 1, 유부남의 위치에 손상이 갈까 봐 내연 관계의 여성을 살해한 유부남 범죄자 2. 상대 여성을 하나의 인격체로 여기지 않는 것도 똑같았다. 오직 보험금을 타내기 위하여 여성과 결혼한 범죄자 1, 본인의 이미지 관리를 위하여 계획 범죄까지 저지르고는 천역덕스럽게 발뺌까지 하는 범죄자 2. 허술한 계획을 세우는 것 역시 비슷했다. 일본어와 한국어로 뒤섞여 일기를 쓰며 범행 계획을 적은 범죄자1, 피해자의 목소리를 흉내내서 실종 신고를 취소하게 만들려고 했던 범죄자2. 자신은 피해자라는 호소하며 정신적인 문제가 있다고 변명하는 것 까지 왜이리 비슷한 건지. 단지 피해자의 자살을 도와주고 정신 이상이 있으니 감형 해달라는 범죄자1, 단순 우발적인 범죄라고 했지만 계획성 있음이 드러나게 된 범죄자2. 외부에서 보여주는 이미지에 신경을 쓰고 조작하려는 사실도 비슷하다. 아내 살해 후 다른 여성에게 접근하여 동정심을 유발했던 범죄자1, 착하고 좋은 사람이라고 평가 받은 또 다른 범죄자2. 이쯤 되면 그냥 복제인간이 아닐까 의심이 될 정도다.
특히 한국 사회에서는 "통제 = 걱정해서 해주는 좋은 것, 잔소리 = 걱정해서 하는 소리, 애정이 없는 사람 = 잔소리도 안 하고 간섭도 안 함"이라는 뭔 거지 같은 공식이 있어서 통제하는 남자가 얼마나 나쁜 남자인지 모르는 여자들이 있다. 잔소리라는 것은 엄마가 아이한테 하는 것이지, 다 큰 성인들에게 잔소리하는 것은 그 사람의 세계를 싸그리 무시하고 깔아뭉갠다는 소리와 같은 뜻이다. 매운 거 못 먹는 애인이 매운 거 먹고 싶다고 할 때 "내가 너 잘 알거든? 매운 거 먹으면 괴로워하잖아"라며 생각해 주는 것도 사실 그의 의견을 무시하는 행동이자, 그 사람을 통제하는 행위이다. 이게 조금 더 심화되면 여자가 자신의 의견을 가지고 만나주지 않겠다고 할 때 "왜 안 만나주냐"며 여자의 의견을 싸그리 무시하고 자신의 통제권을 확장시키는 범죄가 벌어질 수 있다. 하긴, 내가 아무리 이렇게 말해도 통제하는 것을 좋아하는 남자가 사랑꾼이라는 이미지는 한국의 오랜 전통이라 소용없겠지. "밥 먹을래 나랑 죽을래!"라는 대사가 로맨틱한 대사라고 통용되고 집착 광공과 계약 결혼이 로맨스 소설의 주요 소재이니깐.
적당한 방목과 무시, 이것도 사실 사랑이다. 내 남자가 과민성 대장 증후군을 가지고 있어도 찬 우유를 마시고 싶다면 그냥 그렇게 두는 것이 맞다. 상대의 순간적인 선택과 감정을 존중해 주는 태도, 그런 시간이 지속되다 보면 허술한 계획형들은 감히 가질 수 없는, 가식이라고는 도무지 없는 솔직하고 진실된 교류를 할 수 있고 그것이 연인 관계에 있어서 가장 소중한 부분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인생이라는 것 자체가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 즉흥적인 일의 연속, 절대 계산할 수 없고 통제할 수 없는 것 아니겠는가. 세상 자체가 통제할 수 없는데 모든 것을, 그리고 여자의 기호와 감정을 통제하려는 남자? 그냥 조온나 도망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