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이 영성공부 한댄다.
세상의 이치를 깨달았다더라.
보통 사람이라면 모를 인생사 지름길을 찾아냈다더라.
무슨 방언 터진 사람처럼
돈과 명예를 쫒는 가족과는 다른 고귀한 영혼,
영혼의 차원을 이야기 하더라.
비록 그게 몇년전 일이지만 아직도 기억난다는 것은
난생 처음 느껴보는 고차원적인 공포라서 그러겠지.
화내고, 기쁘고, 울고, 억울한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파악할 수도 없고 해결법도 없으며 인생이 파탄나야 끝나는
다단계, 사이비 종교같은 좀 더 실직적인 공포.
그리고 그 공포를의 대상이 하필 가족이라서 더 그래.
무당에 미쳐 부적 태운 잿가루를 마시는 여자의 딸이 된 심정.
얼마 전까지만해도 멀쩡했는데
못 알아 먹는 말을 중얼거리며 악취를 풍기는 직장 동료를 마주한 직장 후배.
카르마를 이야기하며 곧 집을 나간다던 남자의 아내가 된 것 같은.
생긴 건 한국사람인데 나일사하라어족 말 쓰는 사람.
이 미친 괴리율 어떻게 할거냐고.
그런데 사실 이전부터 조짐이 보이긴 했어.
동생은 집에서조차 말 한마디도 안하며
사고 고립의 조짐, 생각을 파고 파는 낌새가 보였다니깐.
하늘과 우주와 사막이 그려진 책.
제목만 봐도 사이비 느낌나는 책.
난생 듣도 보지도 못한 작가의 이름.
그런 책을 진지하게 읽을 때부터 알아 봤어.
원주율 계산하는 컴퓨터처럼 명령을 뿌리치지 못한 컴퓨터가 된 거지 뭐.
그때마다 매 새로운 숫자를 만들어내서 새로운 것 같지만
멀리서보면 규칙없는 반복인거고.
매번 탄생하는 미술사조처럼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생기는 건데
무슨 엄청난 발견인 것처럼 좋아하는 걸 어떻게 해야하나.
그래서 그런데 동생아,
우리 이제 얼굴도 안본지 몇년 됐고
너는 내가 돈과 명예를 쫒는 속물처럼 보일 것이고
나는 너를 영성 카르마 차크라 나선환 무한 츠쿠요미로 보는데
다른 건 몰라도 우리 겸손해져보는 건 어떨까?
나도 무한한 가능성을 품은 작가지망생이 아닌
월급쟁이라고 생각할테니깐
너도 인간을 중심으로한 촘촘하고도 은밀한 계획이 있다 생각하지말고
우연의 산물인 인생에 자꾸 의미 부여하지마.
영적 단계라는 것은 없고
카르마도 없고
구제국도 없고 전자 스크린망도 없어.
사이비는 우리를 위대하다고 하지만
과학은 우리를 초라하다고 하지.
돈과 권력이 필요없다는 사람은
그것을 쟁취하기 위한 고도의 전략이
영성공부하고는 차원이 다른,
내면의 깨달음 만으로는 안되는
고도의 심리 싸움이라는 것을 모르더라.
눈을 감고 누워서 명상하고
뇌 근육 몇 번 움직이는 것만으로는 안되던 것이던데.
물론 내가 영성 레벨이 너보다 낮은 사람이라
그 사람들의 위대한 가치를 알아보지 못한 것일 수도 있어.
내 차크라 레벨이 낮거나, 스타 차일드가 아니거나
인디고가 아니라서 그럴 수 있어.
인류사의 주인공이 아니라서 그럴 수도 있어.
그런데 어차피 너 말고 자기가 주인공이라는 사람 많잖아.
방에 누워서 천장을 바라보며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는게
고작 우주와 세계의 주인공이라니.
그리고 그 끝에는 자만,
이세상은 가짜라는 오만,
그리고 그 자만과 오만을 해소하지 못한 후유증으로 꼭 잔병을 겪더라.
그 사람들 꼭 불면증을 가지고 있어.
피부염 하나씩 있고. 근육통, 소화불량도 있고.
감히 세상의 이치를 깨달은 자가 병에 시달리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