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더워질수록 노동자의 가슴이 뜨거워져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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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분만 더 공부하면 남편 얼굴이 바뀐다는 말보다 여학생을 더 공부하게 만드는 말은 "너 지금 열심히 공부 안하면 더운날 더운 곳에서 일하고, 추운날 추운 곳에서 일한다."라는 말이 아닐까? 물론 남학생들도 더위와 추위에 약하지만 여학생들은 겨울만 되면 온갖 담요와 핫팩을 껴안고 다닐 정도로 온도 변화에 매우 민감하거든. 나 역시 겨울만 되면 두꺼운 목도리에 온몸을 칭칭 둘렀을 정도로 추위에 매우 약했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내가 다니던 고등학교는 드럽게 짠돌이인 고등학교라서 에어컨이나 히터를 조금만 오래 틀어도 교장, 교감이 눈총을 보냈으니, 그것에 대한 분노 때문이었는지 몰라도 열심히 공부하며 더운날에는 시원한 곳에서 추운 날에는 따뜻한 곳에서 일하리라 다짐했다. 반드시 에어컨 빵빵하게 쐐고 아이스 아메리카노 여유롭게 마실 수 있는 회사에 취직하고 말꺼야.
더위 속에 열심히 공부한 덕분일까? 아니면 운이 좋아서 그랬을까? 졸업 후 나는 여름이든 겨울이든 항상 온도가 일정하고 공기마저 쾌적한 곳에 취직했는데 문제는 직원들을 위하여 온도가 맞춰진 것이 아닌 내가 만들어내야하는 부품, 반도체를 위하여 맞춰진 온도라는 점이다. 그저 운이 좋았을 뿐, 반도체님의 평안과 안정을 바라며 조절되는 온도일 뿐, 절대 노동자들을 위한 온도와 환경이 아니라는 사실에 조금 기분이 멜랑꼴리하더라고. 과거 방직공장에 일하셨던 어머니만 보더라도 아무리 직원들이 땀을 뻘뻘 흘리거 힘들다고 호소해 생산품이 그 온도에 최상의 상태라면 그 온도로 맞춘다는 사실. 이처럼 생산직은 사람보다 생산품의 상태에 맞춰진 환경이 조성되고 오죽하면 백혈병까지 유발될 수 있는 환경까지 유지되게 된다. 도대체 누가 천부인권 사상을 만든 걸까? 하나도 안 맞잖아. 사실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말 한마디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인간들이 알아서 온도와 습도를 맞춰주는 생산품인데. 인간은 그냥 들러리, 보조자, 엑스트라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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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실내 작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상품 위주의 온도에 적응해야하고, 실외 작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원하던, 원치않던 외부의 추위와 더위에 맞서 싸워야한다. 그런데 수많은 다국적 기업들이 망쳐 놓은 이 지구, 갈수록 뜨거워지고 혹독해지는 이 새로운 지구는 과거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매우 위험한 작업장이 되어버렸다. 즉 목숨을 담보로 걸어야할 정도로 외부 환경이 가혹해진다는 것이다. 이 상태에서 회사가 노동자에게 어떤 더위에 대한 예방책을 주지 않잖아? 주의와 보호와 복지를 주지 않잖아? 그러면 사망에 이를 정도로 너무 위험한 환경이 되어버렸으니, 왜냐면 지금 기후는 어떤 인공적인 도움 없이는 사람이 버틸 수 없는 기후가 됐고 미국에서 에어컨 없이 버티다가 열사병으로 사망한 사람이 있을 정도로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물론 대기업 같은 경우에는 에어컨과 히터를 틀어주고, 보너스도 주고 상여금도 주지만 문제는 조그만한 중소업체 같은 경우에는 이러한 복지 시스템에 매우 열악하다는 것이다. 월급 주는 것도 감사해야지, 라며 임금체불을 특권으로 사용하는 모옷된 사장도 문제지만 정말 극한의 작업 현장까지 보내서는 자기 몸 자기가 알아서 보존하라고 하는 사장, 이게 생존게임인지 일하러 왔는지 구분되지 않는 환경과 장소로 보내버리는 사장이 생각보다 많다는 점이다.
뭐? 노동자의 안전? 세상 참 많이 좋아졌어. 나때는 사장님이 시키면 바로, 네네 거리며 일하려 갔는데. 똥통이 뭐야. 지옥불도 갔어. 일 가르쳐 줄때도 월급을 주는 편한 세상이 되버리니 머리가 커졌네 커졌어. 나때는 수습기간 때 돈도 안받았는데. 요즘 세상 불안해서 일 시키겠나. 사장님은 뭐 어떻게 살라는 거야? 차암나~ 사장은 일하다 죽으면 나라에서 책임져 주나? 차암나~
직원이 죽으면 그때까지 가서 생각해보지, 라고 생각하는 사장님들이 얼마나 많은지 근로자들은 잘 모르고 있더라고. 그러니깐 과로사나 산업재해가 그저 남의 일이라고 생각하는 노동자들이 참 많더라고. 나 역시 대기업 반도체 회사에서 작은 회사 사무직으로 이직했는데 안전에 대한 의식이 전무하다 못해 거의 없다시피해서 트랙터 및 트럭에 치여 죽을뻔한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다. 이것 좀 어떻게 고쳐달라고, 어떻게 해달라고 하면 괜히 나를 까다로운 직원으로 생각하고 너한테 일 시키기 두렵다면서 내쫒을 궁리나 하고 있으니, 알고보니 그 회사에서 작업자 사고가 여러 건 터졌었고 그곳에서 얼마 떨어진 회사에서는 작업 도중 직원이 사망하는 사건까지 발생하였다. 즉 노동자의 죽음은 멀리 있지 않고 아주 가까이에 있음에도 그불구하고 그저 그 일을 재수없는 일로 취급하는 회사 + 아직도 전반적으로 깔려있는 산업 안전에 대한 인식 부족 + 지구온난화로 인해 가속화 된 더위로 인하여 결국 상식적으로서 이해하지 못할 죽음, 입사한지 얼마 안 된 20대 직원이 열사병으로 사망한 사건까지 발생한 것 아니겠는가. 그래. 2024년에. 대한민국에서. 정말로. 어디 북한도 아닌 한국에서 벌어졌던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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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2024년 여름, 회사에 들어온지 일주일도 안 된 20대 직원이 에어컨 설치 업체에 입사하게 되었고 장성에 있는 초등학교에 에어컨 설치 작업에 보조로 일하던 중, 열에 버티지 못하고 어지러움, 구토와 같은 열사병 증세를 보이다가 화단에 쓰러졌다. 문제는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빨리 119에 신고하던가 어떤 후속조치를 취해야 하잖아. 그런데 그 직원들은 오히려 20대 직원의 부모에게 이 아이 정신적인 문제 있는 거 아니냐고, 지금 드러누웠으니 어서 대려가라며 응급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 사건은 인터넷을 타게 되면서 화재가 되었고 어떻게 2024년에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냐며 사람들이 경악했다.
사실 열사병으로 인해 직원이 사망한 사건은 이 뿐만이 아니다. 2022년 7월 4일에 대전에 신축공사현장에서 50대 근로자가 열사병으로 사망했고 이로 인해 징역1년, 집행유예 2년이 선고내려졌다는 사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 사건이 세간의 주목을 받은 이유는 산업재해를 당한 근로자가 20대 어린 나이라는 점, 그리고 함께했던 직원의 너무도 무책임한 행동, 더 나아가 정신적으로 이상있지 않냐면서 부모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모습이 한국 노동자 인권의 밑바닥을 있는 그대로 보여줬기 때문이다.
그러나 놀라지 마라. 그 사건의 후기가 더 골때린다. 열사병 산업재해가 발생한지 1년 후, 피해자 부모는 물론 많은 사람들이 항의를 하자 에어컨 설치업체가 있던 지역의 노동청에서 한다는 소리가 "히히 ^^ (에어컨이 설치 안되서 찜통같은) 실내에서 일했고 물도 있으니 열사병 예방 조치를 어긴 것은 아니네요! 무혐의!"라며 또다시 책임을 떠넘긴다는 것이다. 함께 일하던 직원도 책임을 떠넘겨, 회사도 책임을 떠넘겨, 노동청도 책임을 떠넘겨, 그러면 그 직원은 그냥 스스로 알아서 죽으러 갔다는 소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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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워야할지, 모순된다고 해야할지 모르지만 그 에어컨 설치업체가 위치한 곳은 광주광역시, 광주광역시의 별명은 다름 아닌 "민주화의 성지"라고 그렇게 민주주의에 자부심을 강조하던 지역이라는 것이다. 하다하다 에어컨 설치업체 고객사인 삼성전자 한국총괄 부사장이 집적 찾아와 피해자 부모님에게 집적 사과했음에도 불구하고 광주광역시 노동청은 "으잇? 어쩌면 정말 정신이상자일지도 모르겠네요! 빨리 사건 끝냅시다! 무혐의!"라는 포지션으로 나온다는 게 말이 되는가? 신기하네... 민주화의 성지 광주광역시에서는 노동자의 인권과 민주주의는 전혀 다른 것으로 취급하고 있었던가?
사실 광주광역시는 2023년 KBS 뉴스에 따르면 전국 평균 대비 산업재해률은 높지만 산업재해보업 가입률은 낮고(1, 임금체불은 뒤에서 2번째 수준(2, 그야말로 꼴지 수준으로서 정말 그곳이 민주화의 도시가 맞나 의심이 될 정도다. 오이오이! 광주광역시! 믿고 있었다구! 민주화의 성지, 예술의 도시라고 하지만 정반대로 흘러갈 줄 알았다고! 민주화의 성지라고 하기에는 정치적 포지션만 좌파였지 전혀 민주적인 구석이 보이지 않았고, 예술의 도시라고 하기에는 다른 지역에 비해 예술가에 지원이 확연히 뛰어난 것도 아니고. 말만 민주화의 도시고 말만 예술의 도시래용. 아니면 민주주의와 노동자의 권리는 전혀 연관이 없는 것으로 취급하는 건가?
실제로 광주 뿐만 아니라 민주주의, 양성평등, 성소수자 평등, 여성 평등, 이러한 다양성의 가치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인식이 많이 발전했는데 아직도 노동자의 인권에 대해서는 "몰라몰라. 아무것도 몰라. 어쩌라고 나 먹고 살기도 힘들어."하며 이기적으로, 그리고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면 누가 회사를 운영하고 누구에게 일을 맡기냐? 늬들 목숨 늬들이 알아서해!"라며 뻔뻔하게 임금체불을 턱턱하는 사장들 역시 지천에 널렸고 말이지. 지구 온난화로 인하여 날씨는 점점 뜨거워질텐데 이제 돈을 벌려면 목숨을 담보로 걸어야 하는 순간까지 온 건가? 이거 완전 오징어 게임이잖아? 상금 456억도 아닌 최저임금을 받기 위해 목숨까지 담보로 걸어야 하다니. 현실은 오징어게임보다 더 잔인하고... 지구는 점점 뜨거워지고... 이러다 직원들의 몸이 분신자살한 것처럼 활활 타올라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나 알빠 아니라며 회사는 물론 노동청까지 이리 넘기고 저리 넘기는 모습만 보여줄까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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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후 위기가 심해질수록 약자인 어린이, 노인, 여성에게는 더욱 가혹한 환경이 된다는 어떤 뉴스가 생각난다. 이란만 보더라도 여성은 희잡을 쓰고 머리를 꽁꽁 싸매며 더위를 감당해야하지 않는가. 어느 지역은 눈 외에는 모든 것을 검은 색 천 속에 숨겨야하는 부르카까지 쓰고 말이지. 그만큼 사회적 약자에게 더위와 추위는 사회적 강자보다 더욱더 가혹하게 다가왔고 이는 노동자, 근로자, 직원들 역시 마찬가지다. 당장 사장실만 가더라도 에어컨과 히터 빵빵하게 나오는데 직원들이 옹기종기 붙여있는 곳에서는 아무리 에어컨을 틀어도 덥고 습하거든. 그래. 시원한 교장실에 혼자 있다가 옹기종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학생들이 에어컨을 트는 모습에 아니꼽게 보는 교장까지는 나 용서할 수 있어. 그러나 적어도 목숨만큼은 보장 받을 수 있어야 하는데, 열사병의 위험에서 만큼은 보호받아야 하는데, 그마저도 침해 당하고 있을 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하는 것일까? 지구는 뜨거워지고 냄비의 온도는 점점 올라가고 있다. 천천히 삶아지는 개구리처럼 뭔가 뜨겁고 위험하다는 것은 아는데 아직은 버틸만 하다고 자기합리화하고 있다. 이제 슬슬 냄비 속에 나와야하는 순간이다. 자칫 방심하다가는 몸이 익어버려 헤엄칠 수도 없게 될테니깐.
참고자료
1) 곽선정 기자, 「전국 평균 대비 광주·전남 산재율 ↑, 보험가입률은 ↓」, 『KBS 뉴스』, 2023년 4월 24일,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7659275”
2) 고광민 기자, 「광주고용노동청, 임금체불 ‘지도해결 비율’ 전국 꼴찌 수준」, 『남도일보』, 2024년 9월 15일, “https://www.namdo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7899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