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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제도 중독이다 - 맥도날드 1955버거

에세이/가계부 대신 에세이

by @blog 2024. 3. 31.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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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도날드 메뉴 중 늘 베이컨 토마토 디럭스, 상하이 스파이시 버거, 빅맥만 돌려 먹던 내가 처음으로 1955 버거를 먹어봤다. 
왜냐면 맥도날드 쿠폰중에 1955 버거만 할인 되서 그렇거든. 
으아니 그런데 분명 쿠폰 사진에서는 어니언 그릴이 한가득 넘쳐 보이던 1955 버거가
막상 까보니깐 어니언 그릴이 5줄기 밖에 없네?
물론 어느 정도 과대 광고를 감안했지만 정도가 너무 심한 것이다.
마치 필터란 필터를 다 쓴 사진을 보내준 소개팅 상대를 만나는 느낌이랄까.
가만히 있을 수 없었기에 사진을 찍고 인터넷에 공론화 해버릴까하다가....
됐다 됐어. 이런 사실 공론화해봤자 그게 무슨 소용인데.
왜냐면 얼마전부터 들었던 어떤 생각 때문이다.





무슨 생각이냐고?
바로 찐따라는 단어가 인터넷에서 공격적인 단어로 쓰이면서
동시에 학교폭행 가해자를 쥐잡듯이 잡으려고 한다는 점이지.
왜냐면 인터넷에서는 학교폭력 가해자에 대한 분노가 엄청나잖아.
아이돌이나 연예인이 학교폭력 가해자였다는게 공론화 되는 순간 퇴출시키려고 난리잖아.
그래서 왕따나 찐따 같은 것에 관대할 줄 알았거든?
하지만 현실의 학교 폭력은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인터넷 안에서도 찐따의 특징, 찐따가 문제인 이유, 찐따가 어쩌고 저쩌고 시리즈가 나오면서
가해자의 입장에서 한번 서보고 싶은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즉 인터넷 여론의 한계이자 박제와 공론화를 아무리 열심히 해봤자 현실은 쉽게 바뀌지도 않는다.






물론 문제된 사건을 “박제”시키듯 사진과 동영상으로 찍어 인터넷에 공론화하는 것의 순기능적인 면도 있다.
파키스탄계 미국인 영화감독 마흐누어 유세프가 이탈리아 여성에게 인종차별을 당했는데
그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어 널리널리 유포시킴으로써 세계적인 망신을 준 사건이 그 예시겠지.
아무도 귀기울여주지 않았던 피해자가 마음 편히 억울함을 호소할 수 있는 곳,
경찰보다, 법원보다, 그 어떤 사람보다 무서움 없이 정의의 철퇴를 내려칠 수 있는 방법이 바로 인터넷 공론화다.






하지만 우리는 너무 인터넷 공론화의 힘에 너무 기대버렸고
덕분에 현실 세계의 문제를 직접 해결하는 일에 둔감해져버렸다.
위의 사건을 봐도 인터넷 공론화가 된 덕분에 인종차별을 한 이탈리아 여성들이 사과했다지만
다음에 비슷한 인종차별을 당했을 때도 또 그녀는 인터넷 공론화의 힘을 빌려야만 할까?
위 사건의 인종차별에 대한 해결책은 영사관, 인권위원회, 이탈리아 사람들의 인식을 만드는 학교와 언론에서 해야한다.
아니면 공론화의 힘을 빌기 전에 그자리에서 즉시 그러면 안된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 있는 사람이 더 많아져야
현실의 문제를 뿌리째 뽑을 수 있다.








하지만 인터넷 공론화에만 기대는 지금의 모습은 어떤가.
막상 다들 인터넷에서만 나쁜 행동과 나쁜 사람에 대한 정의의 철퇴만 내렸지
현실에서 나쁜 행동과 나쁜 사람을 마주치면 도망치거나, 오히려 나중에 인터넷에 공론화할거라며
먼저 몸부터 피하지 않는가.
인터넷에서는 학교폭력 가해자들에게 그렇게 이를 바득바득 갈지만,
현실에서 학교폭력 가해자를 본 학생들은 그저 아무 행동도 하지 않는다면
학교 폭력은 여전히, 그리고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다. 
오히려 현실에서는 아무것도 못하는데 인터넷에 공론화하려고 눈에 불을 켜는 박제꾼들만 늘어나겠지.

 





박제라는 것도 참 중독이다. 그치?
무시받는 나를 지켜줄 어떤 강력한 수호령을 찾는 느낌도 들고 말이지.
그리고 오늘도 사람들은 박제와 공론화를 하면서 자신을 지켜줄 수호령을 찾아 다니고 있다.
특히 요즘은 참 별의 별 것으로 박제하고 공론화하고 순기능은 커녕 악기능으로 쓰이기 바쁘더만.




나 역시 이 티스토리 말고도 과거 네이버 블로그도 여러번 박제와 저격을 당한 적이 있는데 이유도 뭐 별 것 없었다.
어린 마음에 내가 좋아하는 프로게이머 사진 올리고서
“이 선수 잘생겼다, 정말 이 선수는 머리 끝부터 발끝까지 완벽하다.” 뭐 이런 주접글을 적었는데
고것에 또 배알 꼴린 남자가 요오즘 한국 여자들은 얼빠에, 빠순이에, 된장녀에, 남자의 마음을 안 보는 속물이다 어쩌고 저쩌고.....
나만 아니라 아이돌이나 남자 연예인 좋아하는 사람들의 글을 다 끌고 와서는 욕하기 바쁜 사람이었다.
아마 그 사람은 잘생긴 남자를 좋아하는 여자의 욕구가 거세된 유토피아를 만들고 싶은 모양인데
얼마나 현실에서 자신감이 없으면 인터넷에 숨어 그 유토피아를 만드려고 열심히 노력하는 걸까?
아까도 말했지만 인터넷에서 아무리 해봤자 현실을 바꿀 수 없다.
현실에서 목소리 한번 내는 것은 인터넷 게시글 10만개의 위력보다 더 강하거든.







참 1955버거의 형편없는 어니언 그릴의 양을 보고 사회문제까지 이야기하게 되어버렸네.
결국 1955버거 일은 어떻게 됐냐고?
알고보니 1955 버거 자체가 어니언 그릴이 터무늬없이 적은 햄버거였고
실수로 인터넷에 올렸다면 오히려 정의의 철퇴가 내 머리통 위로 떨어 질 뻔 했다.
블랙 컨슈머냐고, 싼값에 햄버거 먹는데 원하는 건 더럽게 많은 사람이라고 한 소리 들었겠지.
하지만 사진하고 실제 이미지가 좀 같아야지 너무 차이가 나는 건 사실이잖아.




좋아. 난 1955버거의 사진과 실제 이미지가 다르다는 사실을 박제도 안하고 공론화도 안할거다.
다른 사람에게 동의를 구하지도 않을 거고 분노를 일으키지도 않을 거다.
오히려 나는 이 현실위에서 내가 직접 행동할거다.
1955버거는 빅맥보다 뒤에, 베이컨 디럭스 토마토와 상하이 버거보다 한참 뒤 순위로 두면서 피할거다.
적어도 그게 인터냇에서 사진 올리고 불만을 토로하는 것보다 더 효과적이잖아. 그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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