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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이상 기부에 감사하게 만들지 마오 - 맥도날드 스트링 치즈

에세이/가계부 대신 에세이

by @blog 2024. 10. 28.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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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햄버거도 좋아하지만 감자튀김, 특히 노브랜드 버거나 버거킹 특유의 두툼한 감자튀김보다 맥도날드의 얇은 감자튀김을 좋아한다. 그대는 낮 12시에 막 튀겨져 나온 감자튀김 먹어본 적 있는가? 눅눅해도 맛있는데 갓 튀겨진 감자튀김은 그냥 갓갓갓이다. (평일에는 12시 18분. 주말에는 12시 바로 후) 그런데 토마토 수급 문제니, 양배추 수급 문제니, 늘 수급 문제가 있었던 맥도날드가 이번에는 감자튀김 수급문제로 다른 디저트로 대체한다고 하니... 이게 말이 돼? 패스트푸드점에서 감자튀김을 안 판다고? 때문에 난생처음으로 스트링 치즈라는 것을 먹어보았는데 뭐 이것도 나쁘지 않더라고. 좀 더 신선한 치즈스틱 맛이라고 해야 하나, 감자튀김보다 고급스러운 맛이라고 해야 하나. 무엇보다 내가 감자튀김을 대신하여 스트링 치즈를 택할 확률이 거의 없는데 이번 계기로 스트링 치즈의 맛을 알게 해 주었으니 오히려 수급 문제가 전화위복 된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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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막연한 행운이 찾아올 확률보다 전화위복이 찾아올 확률이 훨씬 더, 그리고 엄청나게 많이 낮다. 왜냐면 전화위복보다는 전화위'화'가 이 세상을 이루는 디폴트값이기 때문이거든. 한번 화는 영원한 화, 한번 가난하면 과거의 습관 때문에 가난에서 벗어나기 힘든 것처럼 행운 속에 살아본 적이 없는 우리들은 늘 불행으로 가기 쉽다. 주변에서도 많이 찾아볼 수 있잖아. 비트코인과 주식, 로또로 대박 난 벼락부자들 중에 재산을 잘 유지해서 영원히 부자로 사는 사람들도 있지만 많은 사람이 갑작스럽게 생긴 돈을 감당할지 몰라서 유흥을 즐기다 패가망신하거나, 갑자기 친절하게 다가오는 사람에게 사기를 당하거나, 일확천금을 땄으니 다시 한번 일확천금을 노리는 도박을 하다 망하는 모습을 말이지. 즉 인간은 복을 가졌었던 경험이 없기에 실수는 필연적일 수밖에 없지만 다시 상황이 좋아질 확률, 전화위복이 찾아올 확률은 너무 낮기에 결과적으로 전화위화로 마감하게 된다.




  <위대한 게츠비>의 게츠비가 바로 그 대표적인 인물 아니겠는가. 주류 밀수업으로 많은 돈을 거머쥐면서 행운의 사나이로 보였겠지만 게츠비는 그 돈을 유지시킬 수 있는 방법도, 도움을 받아낼 가족도, 경험도 없었다. 물고기를 잡아주는 것이 아닌 물고기를 잡아주는 방법을 아는 것, 재산을 얻는 법보다 재산을 유지하는 법, 좋은 사람을 만나는 것보다 좋은 사람과 관계를 유지하는 법, 그 방법을 알려주는 사람이 없었던 것이 진짜 불행이고 결국 ‘전화위복’으로 가지 못하고 ‘전화위화’로 마무리하게 된다. 알다시피 생각보다 우리의 인생은 영화와 상반되게 길고 지루하다. 동화처럼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로 쉽게 끝났으면 좋겠는데 행복은 찰나의 순간이고 행복을 위해서 고생해야 하는 시간은 너무나도 길다. 그래서 행운을 얻는 것보다 유지하는 법이 삶에 있어서 중요하지만 그 방법을 알려줄 수 있는 사람은 행운만큼 만나기 어렵다는 '행운을 가졌던 잘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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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한 내가 기부에 대해서 그다지 좋지 않게 생각하는 이유 역시 행운을 유지하는 법이 아닌 행운을 막연히 던져주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기부라는 단어를 처음 탁 듣는 순간 우리는 직관적으로 좋은 거라 생각하고 나도 그렇게 생각했거든? 연예인 누가 누가 기부했다는 뉴스 기사에는 악플 하나 없는 이유, 본인이 잘못했다고 느낀 정치인이나 연예인이나 BJ가 하나같이 기부로 이미지 쇄신하려는 이유도 그 때문이고 말이지. 기부한 사람도 좋고, 기부받은 사람도 좋고, 그것을 지켜보는 사람도 좋고 모두 다 행복하잖아. 그러나 앞서 말한 것처럼 행운은 찰나의 순간인 경우가 많으니 그것을 유지하는 방법, 행운을 유지하는 방법에 지원해 주는 것이 훨씬 필요하고 이로우며 중요하다.



  기부자의 이데올로기가 담긴 기부, 기부받은 자가 자립하는 길을 축소시키는 기부(1, 기부하는 액수에 따라 호응도가 달라지는 기부, 그깟 동정심 따윈 필요 없거든? 물론 기부가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것이 더 좋지만 기부보다는 독립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복지, 오래도록 꾸준히 자립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복지가 훨씬 더 필요하다. 해리포터 작가가 회사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여 일을 하지 못해도 작품을 낼 수 있었던 원동력이자 프랑스가 예술의 도시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복지 때문이지, 막연한 기부가 절대 아니다. 운이 좋으면 지원받고 운이 없으면 지원받지 못하는 한국식 복지 제도가 절대 아니라고요. 극악의 확률임에도 매번 예술인 지원금 해택을 받은 매우 운 좋은 전 대통령 아들이 나타나는 현상이 발생해서는 안된다고요. 모두에게 꾸준히 행운이 유지되는 복지가 필요하다고요. 아셨습니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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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별이 떨어지는 날을 알려주는 것보다 별을 집적 잡을 수 있는 법을 알려주오. 주인이 주는 먹이를 목 빠져라 기다리는 가축이 아니라 독초와 먹을 수 있는 풀을 구분할 수 있는 야생들소가 되는 법이 필요해요. 더 이상 행운에 목을 매고 기부에 모든 것을 맡기도록, 우연에 기대게 하지 않기를. 물론 자연의 세계 자체가 탄생부터 죽음까지 운이라는 것이 주관하고 있다지만 적어도 인간의 세계 안에서는 같은 인간을 위한 온정이, 그리고 한번 더 기회를 주는 인류애가 작동해야 하지 않을까?












`美 기부의 역설`…저소득층은 늘리고, 부자는 줄인다

미국 사회의 소득 양극화가 더욱 확대되고 있지만, 미국내 저소득층이 기부금을 더 내고 있는 반면 고소득층은 기부금을 오히려 줄이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미국 소득계층별 2006~2012년중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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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vogue.co.kr/2018/07/13/%EA%B8%B0%EB%B6%80%EC%9D%98-%EB%B0%B0%EC%8B%A0/

기부의 배신

기부는 어떤 경우라 해도 바람직할까? 방법에 따라 우리를 배신할 수 있다. 아프리카에 무조건 보내버린 책 무더기만 봐도 그렇다. 기부는 물론 좋은 것이다.하지만 계급 이데올로기까지전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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