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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이 되어야 하는 의심 - 스타벅스 파인 코크 그린 요거트 블렌디드

에세이/가계부 대신 에세이

by @blog 2024. 10. 17.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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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때 난 스타벅스 신메뉴가 나올 때마다 마셨던 신메뉴 사냥꾼, 스타벅스 한정 얼리어답터였다. 허나 기묘한 창의성, 첨단 산업같은 메뉴들 때문에 금방 포기하고 말았으니. 뭐라고 해야 하나. 절대 섞여서는 안되는 맛들이 섞인 느낌? 너무 달거나 너무 텁텁하거나 아무튼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맛을 누구보다 빠르게 겪다보니 돈은 돈대로, 미각은 미각대로 놓치게 되더라고. 그후에는 신메뉴가 나오면 인터넷에서 반응을 먼저 살펴보는 습관이 생겼고 이번 파인코크 그린 요거트의 평이 나쁘지 않아서 주문했다.
 
  실제로 먹어보니 코코넛 과육이 약간 씹히면서 고소한 맛이 났고 시큼한 파인애플 맛도 느껴져서 나쁘지 않았다. 물론 몇몇 사람은 파인애플 맛이 더 첨가되었으면 좋겠다고 하지만 반대로 난 코코넛 맛이 더 강했으면 좋겠다고 생각이 들더라고. 다만 비건 베이스라 그런지 요거트 대신 식물성 단백질이 들어간 거라 더 느끼하다고 해야하나, 찐덕찐덕한 맛이라고 해야하나. 아무튼 대체적으로 나쁘지 않았지만 피스타치오 프라푸치노 같이 개성 있는 맛은 아니라서 요번 시즌을 끝나면 나오지 않을 것 같았다. (그리고 2024년 그것은 사실이 됐다) 다행히 폭탄이 아닌 무난한 신메뉴를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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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타벅스 신메뉴 뿐만 아니라 햄버거 새로운 메뉴, 다이소 신제품, 새로 출시한 과자, 즉 신상품들에게 있어 우리들은 약간의 경계심을 가질 수 밖에 없다. 어떤 사람은 용기있게 턱턱 사먹지만 나를 포함해 다른 사람들이 리뷰글을 보고 구입하는 이유, 혹시라도 모를 만약의 불행을 방지하기 위해서겠지. 아무 대비 없이 내 취향이 아닌 음료를 샀어봐. 돈은 물론 시간도 아깝고 만드신 분의 노고도 아깝잖아. 주식 하나, 땅 하나, 하다못해 원룸 집 하나 들어갈 때도 철저하게 조사하고 꼼꼼하게 알아보는 건 모두 피해를 최소화하여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이고, 인간이라면 당연하게 하는 행동이자 생존 본능인 것이다. 하지만 경계심이라는 인간의 본능을 억제시키고 자기의 생각을 억지로 주입시키는 사람이 있으니, 대표적으로는 우리가 아는 사이비 종교의 교주, 자기 의견에 반대하면 무조건 독살시키는 독재자, 그리고 여성혐오 범죄는 어디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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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범한 사람이 사이비 종교 교주와 독재자와 맞먹을 정도로 가스라이팅 한다고요? 네. 맞습니다. 게다가 사이비 종교 교주에 대한 경계심보다 평범한 사람에 대한 경계심이 낮다보니 그들의 가스라이팅 실력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높더군요. 특히 그들은 여성들이 가지고 있는 경계심을 굉장히 우습게 보고 범죄의 표적이 된 일에 유난 떠는 것이라며 탐탁치 않아한다. 그러니깐 잠재적 가해자라는 말은 굉장히 거슬려하지만 그런 단어가 생기게 된 배경, 여대를 타겟으로 한 여장남자와 노출증 환자와 마약범(1, 피해자와 가해자 성비차가 큰 스토킹, 가정폭력, 교제폭력이 살인 및 살인미수 5분의 1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별로 깊게 생각하지 않고 있다. (2


 
  왜냐고? 왜 여자의 자연스러운 경계심을 유난과 호들갑으로 취급하며 과대망상증 환자로 밀어버리냐고? 그야 여성이 아닌 다른 성별은 젠더 범죄의 타겟이 될 가능성이 낮고 자신이 그렇게 겪었기에 안전하다고 생각해서 그렇다. 공대를 타겟으로한 노출증 환자가 있었던가? 공대 화장실에 여장 남자가 들어온 일은? 7살 남자 아이 가슴을 만지고는 나 조폭이었다고 떠들어대는 할머니 본적 있는가? ‘혼자사는 60대 할머니 아이낳고 살림할 희생종 13세 ~ 20세 사이 남성분 구합니다. 이 차량으로 오세요.’라는 포스터가 남고 앞에 붙을 일은 없겠지. 하루가 멀다하고 기상 천외한 성추행 기사와 데이트폭력 뉴스가 나오는데 어쩌다 여성 가해자, 남성 피해자 사건이 나오기만하면 그것으로 모든 것을 땜빵하고 자기도 피해자라고 하는 건지. 하다못해 한국이 아닌 BBC와 AP통신같은 외신이 나서서 젠더 폭력의 심각성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이쯤되면 한국 여성의 편은 외국이 아닐까 싶다. (3 
 




 


  의심하고 살 것인가, 의심하지 않고 죽을 것인가.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자고로 의심할 수 있는 자,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라며 사고할 수 있는 건 이원론에 따른 영혼을 가진 인간이다. 알다시피 ‘여자 = 인간, 인간 = 의심하고 생각하는 존재’, 그렇다면 자연스럽게 ‘여자 = 의심하고 생각하는 존재’ 라는 공식이 성립된다. 하지만 아주 오래전부터 여자의 의심과 생각은 호들갑이자 과대망상으로 취급받았고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꽤있다는 게 안타까울 뿐이다. 여자들이여, 끝임없이 의심하라. 데카르트의 악마들이 그대를 과대망상증라고 취급하여도 자신의 생각, 판단, 그리고 의심을 절대 놓치지 마라. 당신이 위험하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정말 위험한 것이고 당신이 불합리하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정말 불합리한게 맞다.




  문득 한 남성 시인이 미성년자 여성에게 성희롱 메세지를 지속적으로 보냈고 문단계 미투 열풍이 있었던 때 여성은 자신이 겪은 불쾌한 일을 sns로 퍼트리자, 남성 시인은 절대 아니라고, 나는 억울하고 무고하다며 온갖 남초 커뮤니티에 글을 올리고 격려와 후원을 받았던 사건이 기억난다. 하지만 결국 남성 시인이 성희롱한 메세지는 사실, 거기다가 수위 높은 성희롱을 했다는 사실에 시인의 편을 들어주던 남초 커뮤니티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남자 페미니스트다, 좌파다, 라며 꼬리자르기를 하고 있다. 만약 그 여성이 중간에 포기했다면, 남초 커뮤니티의 여론에 무서워서 좌절했다면, 인터넷 논객 박가분, 허지웅, 조국의 이름에 압박감을 느꼈다면, 자신이 느낀 불합리함를 망상이라고 생각하고 넘겼다면 어떻게 됐을까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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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asiae.co.kr/article/2019061514202494333

바바리맨·몰카·여장남자…‘여대’가 위험하다 - 아시아경제

[아시아경제 이승진 기자] 여자대학교를 노린 성범죄가 끊이질 않고 있다. 불법촬영 범죄가 빈번히 일어나며 여대에 보안이 강화되자 이번엔 한 남성이 여장을 하...

www.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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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hani.co.kr/arti/society/women/1149577.html

[단독] 살인·살인미수 5건 중 1건, 젠더폭력이었다

한국 여성에게 가장 위험한 존재는 ‘친밀한 남성’ 이다. 19시간마다 한 명씩 친밀한 관계의 남성에게 살해당하거나 당할 뻔한다는 통계(한국여성의전화)는 이 말이 과장이 아님을 뒷받침한다.

ww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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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의 돌직구 "여성인권 최악... 이대남에 매달리는 한국 대선"

한국 대선에서 유력 후보들이 남성 유권자의 표심을 얻기 위해 여성 혐오를 부추기고 있다는 주요 외신의 비판이 잇달아 나왔다. 영국 BBC는 8일(현지시각) "한국이 선진국으로는 최악의 여성 인

www.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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