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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 수 없는 의지의 가벼움 - 바리스타 룰스 에스프레소 라떼

에세이/가계부 대신 에세이

by @blog 2024. 10. 15.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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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 출근 하기 전 편의점에 들러 꼭 커피를 사거든? 스타벅스 카페라떼를 가장 많이 마시지만 과거에는 바리스타 룰스, 요거에 꽂혀서 매일 마셨던 적이 있다. 그래서 오랜만에 바리스타 롤스를 사서 계산하는데 계산대에 "머지포인트 사용하지 않습니다" 라는 문구가 보이는 거 있지? 내가 원채 유행에 둔감한 사람이라 이제야 안 사실이 있다면 상품권처럼 돈 대신 쓰는 머지포인트, 요것이 부도가 나서 쓸 수 없다는 사실이다. 그 사실에 머지포인트 이용자들은 환불을 요청했지만 이 환불에서도 잡음이 발생했고 결국 이용자들은 환불도 안되는 포인트를 사용하기 위해 눈에 불을 켜고 있다는 사실. 즉 거래해서는 안되는 부도어음을 들고 폭탄돌리기를 작정한 것이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자신들이 가장 도덕적이라고 자부하던 어떤 커뮤니티에서 머지포인트를 사용할 수 있는 가게를 공유하는 것은 물론, 머지포인트를 통해 물건을 구매한 사진을 자랑하듯 올리는 것이다. 그 중 이 커뮤니티의 타겟이 된 가게는 아직 머지포인트 부도 소식을 접하지 못했기에 밀려 들어오는 주문에 의아함을 품었지만 머지포인트를 사용한 사람은 그저 얼버부렸다고. 뒤늦게서야 머지포인트의 사건을 파악한 가게 주인은 망연자실하고 그 모습을 지켜본 딸이 해당 커뮤니티에 글을 남겼지만 어떠한 보상도, 사과도 받을 수 없었다고 한다. 재미있지? 고양이를 보호하자, 난민을 보호하자, 채식을 행하여 지구를 보호하자, 라며 이타적 목소리를 높이던 그 커뮤니티 사람들이 자신들의 이익 앞에서는 180도 이기적인 사람으로 돌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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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인터넷에서 이런 사례는 차고 넘친다. 한 음식점에서 성추행 사건이 발생했고 CCTV 영상이 나오기 전에는 절대 접촉이 없었다던 피의자가 영상이 나오고 난 후에는 진술번복, 거짓말 탐지기에서도 거짓말로, 그로 인하여 유죄판결, 항소심도 유죄가 내려졌다. 허나 판결 결과를 인정할 수 없었던 한 커뮤니티에서 무죄추정의 원칙을 고수해야한다며 단순 인터넷을 넘어 실제 시위로 보여주자는 목소리가 커졌다. 인터넷만 봐서는 3.1 운동의 투사가 된 것처럼 당장이라도 뛰쳐나올 것 같았거든? 그러나 막상 시위 당일날이 되자 참가한 사람들은 극소수, 열기는 오직 인터넷 안에서 한정뿐이었고 현실에 나오는 순간 열기가 식다 못해 차가워졌다.

 


  이처럼 인터넷 안에 있는 모든 것은 휘발성이 강하지만 특히 의지, 방금전까지만 해도 마음 먹었던 생각이 자신의 이익과 귀찮음으로 인하여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어 버린다. 혹시 누가 의지에 대한 책임감을 묻는다면? 한번 말한 것을 지켜야 하지 않냐고 묻는다면? 익명성 뒤로 조용히 사라지면 되거든. 인터넷 안에서 개소리, 말소리가 많은 이유도 보통 말을 하는데 기본적으로 필요한 책임감과 의지의 장벽이 낮다보니 뇌를 거치지 않고 막 나와서 그런 것이다. 한때 인터넷 중독자였던 사람으로서, 그리고 아직도 그 후유증을 가지고 있는 나로서 인터넷이 좋은 이유는 진심의 장벽이 낮기 때문에 365일 만우절 같은 느낌, 책임감이라는 무거운 중력에서 벗어나 달 위를 떠다니는 것처럼 홀가분해서 그렇다. 다만 책임감 없는 거짓말의 세계에서 놀다 왔기에 인터넷을 하기 전이든, 인터넷을 안하기 전이든 남는 것이 없고 보람이 없어서 인터넷을 끄는 순간 허무함이 밀려오지만 말이지. 자유에 따른 대가라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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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특유의 ‘자신이 한 말에 대한 책임감 장벽 낮음’의 부작용은 이뿐만이 아니다. 다른 사람 앞에서는 한마디도 못하는 사람이 인터넷 안에서는 할말, 못할말 다 하다보니 상대방을 향한 공격의 가능성 역시 높아진다. 악플들이 다 그런거지 뭐. 요즘은 정치인이나 연예인에게 하다가는 고소 당할까 무서워서인지 일반인을 상대로 악플도 달더만? 길가에 좀 튀는 사람, 자신과 좀 다른 평범한 사람도 몰래 사진을 찍고 자신이 속한 커뮤니티에 올려서는 자기네들 미덕에 어긋난다고 하는 것이 꼭 중국 홍위병을 보는 것 같다. 한 사람으로서의 신념과 개성을 무시하고 이거 옳네, 저거 옳네 하는 게 홍위병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다만 걱정할 게 없는 것은 진짜 홍위병은 집적 밖으로 나서지만 인터넷 홍위병들은 방금 말한 시위 희망자들처럼 인터넷 안에서만 불타다보니 대처법이 아주 쉽다. 참고로 지금 내가 에세이를 쓰고 있는 이 블로그도 몇번 인터넷 홍위병들의 타겟이 되었고 이유도 별 것 없었다. 그리고 하루 지나면 공격 타겟이 다른 사람으로 바뀌는 심심풀이 공격이었고 말이지. 댓글 역시 막아져 있기에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블로그에 들락날락 하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없고, 걸국 그일은 없는 일처럼 잠잠하게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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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에서는 지구반대편 소식도 우리동네 소식보다 더 빠르게 알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빠른 속도를 내기 위해서는 우선은 가벼워야 하고, 가볍기 위해서는 많은 것을 버려야한다. 그 중 인터넷에서 가장 많이 버려지는 것은 진실, 책임감, 의지, 그리고 신뢰. 자기 두 손으로 악플을 달았는데 막상 고소 당하고 나니 180도 변해서는 정말 미안하다고, 진심이 아니었다고 말하는 사람을 보면 알 수 있지 않은가. 악플러를 변호하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지만 실제로 인터넷 안에서는 책임감의 허들이 낮아지고 그래서 뇌빠진 소리를 아무렇지도 않게 해서 그렇다.



  나 역시 인터넷에서나 철학자나 작가처럼, 에세이스트처럼 있어보이는 글을 쓰지만 현실의 난 평범하고 사람들 역시 내 말에 크게 귀기울여주지 않는 걸. 하지만 인터넷에서는 어떤 부담감의 장벽이 낮기에 이렇게 글을 쓸 수 있었던 거다. 그런 것을 보면 인터넷 특유의 가벼움이 단점만 있는 것은 아닌 것처럼 보인다. 재미있고 유익한 글, 재미는 있지만 유익하지 않는 글, 재미도 없고 유익 하지도 않지만 어떤 기묘한 매력으로 사람을 이끄는 글이 있는 곳, 바벨의 도서관이 따로없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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