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1 더하기 1은 귀요미 >ㅁ<, 가 아니라 효율성, 가성비, 흙수저들의 유일한 행복 아닐까? 왜냐하면 나 이마트 앱쇼핑 할 때마다 가장 먼저 들어가는 카테고리가 1+1 제품코너고 편의점에서도 2+1, 1+1 행사만 하는 과자들만 사 먹거든. 방금 시나몬 초코우유와 민트초코우유를 1+1으로 팔길래 민트는 냉장고에, 그리고 시나몬 초코우유 마시고 있는데 정말 맛있더라. 보통 시나몬 가루는 커피에만 뿌려 마시는 줄 알았지만 초코 우유하고도 궁합이 좋았고 앞으로 자주 사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 1+1 할인행사 할 때만 말이지. 후훗. 그만큼 1+1 제품, 큰 세제를 사면 딸려 나오는 작은 세제, 커피세트를 사면 사은품으로 주는 텀블러는 합체해야 악당대왕을 물리칠 수 있는 로봇만화 속 로봇들처럼 뭉치면 뭉칠수록 힘이 강해지고 구매 욕구 역시 강해진다.
그와 반대로 1+1 행사가 아닌 오히려 한정판일수록 구매 욕구를 올려주는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명품. 명품은 죽어도 1+1, 2+1 행사 안하잖아. 다음에 구입할 때 몇 퍼센트 깎아주는 쿠폰도 주지도 않고 카카오톡 채널에 추가하면 할인해 주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고고하고 당당하게, 살려면 사고 안 살려면 사지 마,라는 태도로 소비자에게 거만 떨고 있잖아. 어떤 물건은 1+1 더 얹어 줘야지 팔리고, 어느 물건은 한정판이라는 이유만으로 더 잘 팔리는 상황이라니. 방금 뭉치면 뭉칠수록 힘이 강해진다고 했지만 명품의 세계에서는 말을 바꿔야 할 것 같다. 뭉치면 뭉칠수록 싼티나 보인다.
2
이처럼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라는 말이 통하려면 먼저 뭉치는 대상이 뭉쳐야지만 시너지 효과를 받아낼 수 있는 존재여야 한다. 바닷속 자잘한 물고기들이 떼 지어 다니는 것은 혼자 다니면 너무도 위험하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기 때문이고, 메뚜기 떼, 파리떼와 사자 무리도 떼를 지어 다녀야 모든 면에서 우월하고 안전하다는 것을 알고 있어서 그렇다. 반면 거대한 고래가 떼를 지어 다니는 것을 본 적 있는가? 하늘의 왕 독수리 역시 떼를 지어 다니지 않는다. 왜냐면 그들은 떼를 지어 다니지 않아도 위협되는 대상이 없고 먹고살만하니깐, 충분히 강하니깐, 나보다 위는 없다는 걸 너무도 잘 알고 있으니깐 무리의 필요성, 단체의 필요성을 모르는 거다. 그리고 이는 자본주의 사회에서도 적용되는데 자본주의 사회의 강약의 척도인 돈이 없는 사람, 즉 약자는 반드시 떼 지어 다니거나 떼를 지어 다닐 수밖에 없다.
어디 돈만 많아봐. 학교 대신 1대 1 홈스쿨링 수업 듣고 지옥철을 타야하는 회사를 다닐 필요도 없으며, 만나고 싶은 사람만 만날 수 있는 자유가 생기겠지. 반면 자본주의의 약자인 가난한 사람은 저렴한 셰어하우스부터 해서 방음 안 되는 고시원에서 살고, 개인적 공간이 없는 대중교통을 탄 후 사생활 터치까지 하는 상사가 있는 회사에서 일해야만 한다. 이처럼 물리적인 독립, 정신적인 독립, 개성적인 사고를 가지려면 자본주의 세계의 힘의 척도인 돈이 많아야 한다.
3
자기만의 생각과 개성을 필요로 하는 예술과 학문, 철학이 가난한 사람들에게 있어서 사치인 이유도 이 때문이다. 돈이 없어 당장 전기 끊기기 일부 직전인데 자신의 개성을 살려 언제 인정 받을지 모르는 예술을 하겠다고? 자신의 생각을 정리한 책을 집필하고 싶다면서 회사에 다니지 않겠다고? 알다시피 개성이 강한 성격은 떼, 무리, 집단, 회사에서 절대 원하는 성격이 아니다. 개성이 없는데 눈치 빠르고 싹싹한 성격, 예의 바르고 순종적인 애어른 같은 성격이야말로 무리에 잘 융화되고 원해하는 성격이다. 그래서 면접을 볼 때 가장 선호하는 성격은 뛰어난 개성을 가진 사람이 아닌 무리에 문제없이 섞일 수 있는 무난한 성격을 선호하는 것도 그 이유 때문이다. 종종 집안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 중 매우 성숙하고 똘똘하며 그 나이에 가질법할 거대한 장래희망 대신 건물주와 대기업 직원이 꿈이라는 현실적인 애들이 많다. 아마도 돈돈돈돈 거리는 부모 밑에서 개성의 필요성을 너무도 일찍 포기하여 소위 말하는 애어른, 어린이임에도 불구하고 꿈도 희망도 없는 어른이 되어 버려서 그런 게 아닐까?
4
재미있게도 나는 이 글감을 퇴근길에서, 그것도 사이비 종교 집회장을 지나쳐 가서 항상 신도들로 미워터지는 버스 안에서 떠올렸다. 그와 동시에 이 생각도 들더라고. 아... 나는 언제쯤 되어야지 나만의 차를 살 수 있을까. 언제쯤 되어야 개별적인 공간에서 물리적, 심리적 침해받지 않으며 자유롭게 살 수 있을까. 회사에서도 내 개인적인 생각과 공간을 보장받지 못하여 물리적, 정신적 침해를 받는데 퇴근길에서까지 이런 일을 언제까지 당해야 할까. 그와 동시에 어째서 사람들이 아이를 낳지 않는지 알 수 있겠더라고. 안 그래도 이렇게 사람 미워 터지는 세계에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데 내 아이에게도 사람맛 지옥을 맛 보여주라고? 절대 못해.
가끔은 집회장에 갈 생각에 좋다고 하하호호 떠드는 저 사이비 종교 신도들만의 즐거움, 평안함, 개성과 주관이 마비되어서 오는 아편 같은 행복이 가끔 부럽기도 하다. 왜냐면 무리에서 벗어나면 외롭거든. 무리에서 떨어져 위험에 노출되지 말라는 무리 본능이 내 몸 안에 있거든. 자본주의의 최정상에 도달해도 무리 짓고 싶어 하는 이유, 어떠한 사람이라도 무리에 들어가 마음을 나누고 싶은 이유, 그건 떼를 짓지 않고서는 곧장 죽어버릴 정도로 약한 인간의 생존 본능 때문이겠지. 하지만 우선은 무리고 뭐고 나 혼자 퇴근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사람 지옥에서 탈출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어.
이젠 멍멍이가 사랑의 자리까지 넘보네 - 이디야 흑당 콜드브루 (0) | 2024.07.30 |
---|---|
인간미와 매력의 반비례 관계 - 롯데리아 치즈 no.5 (0) | 2024.07.20 |
일하면서 꿈도 꾸라는 말 좀 하지 마 - 토마토 쥬스 (0) | 2024.07.14 |
맥도날드 창녕갈릭버거 세트 - 세련되어야 할 필요거 있는 예술가 (0) | 2024.07.10 |
맥심 화이트 골드 - 입의 본능대로 사는 자, 무당이 되리. (0) | 2024.07.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