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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FORCE 취중진담) - 이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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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og 2020. 8. 5.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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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티를 팬으로 만드는 그날까지!

1990년대 한국 가요계를 휩쓴 그룹 H.O.T의 리더 문희준은 ‘10만명의 안티팬’으로 유명하다. 인터넷 문화가 퍼져나가는 시점과 비슷하게 록커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인터넷에는 문희준의 어록이 돌기도 했고 행동마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태클’을 걸고 나서는 네티즌들이 늘어만 갔다. 구석에 몰리던 문희준이 최근 ‘훈남’으로 거듭나고 있다. 군에서 성실하게 근무하고 난 뒤 2007년 말 제대했고 모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그동안의 오해들을 푸는 자리를 마련하면서 안티가 팬으로 변하고 있다.

e스포츠계에서 최근 가장 많은 안티를 만들고 있는 선수는 삼성전자 이성은이다. 경기 내용은 신선하고 참신하지만 이어지는 세리머니를 지켜보고 있으면 화가 난다는 팬들이 많다. 물론 패한 선수의 팬들이 이성은의 안티를 자청하고 있지만. 이성은이 <취중진담> 코너를 통해 2008년 목표를 밝혔다. “문희준 씨처럼 안티를 팬으로 만들겠다”고.

남윤성 기자 force7@ 사진=이 건 기자 force6@

 



“아버지가 보시면 안되요”


서울 강남역에서 이성은을 만났다. <취중진담>이 언제나 그렇듯 “어떤 술을 마실까”, “아는 곳 있냐”고 물었다. 이성은은 “술을 마실 자리가 있어도 도망갑니다. 아는 것이 있을 리가 없지요.”라며 기자에게 결정권을 넘겼다.
강남역에서 수 차례 <취중진담>을 진행한 적이 있는 기자의 안내로 찾아간 곳은 ‘이자카야’라 불리는 일본식 선술집. 익숙한 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는 동안 이성은이 한 마디 던진다. “여기 정석이 형이랑 용욱이 형이 합동 인터뷰 한 곳 아니에요?” 눈썰미가 정말 좋다.
그랬다. 100호 특집으로 박정석과 박용욱을 만났다. 그 뿐만 아니다. SK텔레콤으로 이적하기 전 박성준을 만난 곳도 여기다. 또 KTF 조용호와 알콩달콩 이야기를 나눈 장소도 이 곳이었다.

장소 섭외의 한계를 느끼는 동안 이성은이 메뉴판을 내민다. 누가 <취중진담>을 진행하는 기자인지 잠시 헷갈리게 만든다. 안주는 자기가 고를 테니 술은 기자보고 고르란다. 술을 잘 못한다고 하니 맥주를 시킬 수밖에 없었다.
술과 안주가 나온 뒤 건배 자세로 몇 컷 사진을 찍었다. 이성은은 다소 당황한 듯한 모습으로 “술을 마시는 모습을 아버지가 보시면 안된다”고 했다. 목회 활동을 하고 계시기 때문에 목사님의 아들이 술 마시는 것을 신도들이 보며 아버지가 난처해지실 거라고 걱정했다.

“전에 심소명 선수가 <취중진담>한 내용 중에 아버지께서 목사님이라는 이야기를 읽을 적이 있어요. 저와 같은 처지더라고요.”
이성은의 아버지는 경북 영주에서 개척 교회를 하시다가 최근 들어 성전을 건축하고 있다고 했다. 어렸을 때부터 한 번도 풍족하게 살아본 적이 없다는 이성은은 그래도 하나님의 일을 하고 있으니 재산 같은 것은 필요 없다고 말씀하시는 아버지가 자랑스럽다고.

 


가족 회의 끝에 게이머 결정


이성은의 집안은 큰 일을 결정할 때 회의를 한다. 형이 대학교에 진학하는 것이나 어떤 전공을 살릴 것인지를 결정할 때도 가족들의 뜻을 모았다. 이성은이 프로게이머가 되겠다고 안건을 냈을 때에도 가족 회의를 통해 결정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경북에 있는 위덕대학교가 지역 중고등학생들을 상대로 <스타크래프트> 대회를 열었어요. 심심풀이로 출전했다가 준우승을 차지한 거에요. 그 때부터 고민하기 시작했죠. 소질이 있다고 생각했고 도전해서 나쁠 것은 없었어요. 하고 싶은 것은 해봐야 적성이 풀리는 성격이거든요.”

수학능력 시험 모의 고사를 보면 500점 만점에 440점을 맞던 둘째 아들이 잘 다니던 고등학교를 휴학하고 프로게이머를 하겠다고 나서니 가족 회의가 소집됐다. 부모님은 이성은이 형처럼 학교 잘 다니고 대학교에 진학하는 것을 원하셨지만 둘째의 고집을 꺾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결국 회의 끝에 프로게이머를 허락하기로 했다. 그렇지만 조건이 있었다. 2년 안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서울에서 기숙사 생활을 하던 형이 인천에 자취집을 구하고 이성은을 뒷바라지하기로 했다.
“온 가족이 저를 위해 힘써주시는 모습을 보면서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고 다짐했어요. 그런데 뜻대로 잘 풀리지는 않더라고요.”

 


삼성전자는 내 운명?


인천에 터전을 마련한 이성은은 2004년 8월부터 본격적으로 프로게이머에 도전했다. 서울과 지방에서 번갈아 가며 열리던 커리지 매치에 꼬박꼬박 참가하면서 수 차례 통과할 기회를 잡았다. 그렇지만 그 때마다 이성은에게 좌절을 준 선수들이 바로 삼성전자 칸 소속 선수들이었다.

“아직도 확실하게 기억해요. 제가 처음으로 커리지 매치에 나간 것이 5회거든요. 그 때 제가 김동건에게 패해 떨어졌어요. 그 다음 대회는 르까프 김정환이었고 7회 대회는 송병구에게 졌어요. 그런 식으로 삼성전자 선수들에게 패한 것만 세 번인가 되요. 그런데 삼성전자 팀에서 뛰고 있다는 것이 참 신기하지 않나요? 운명인가봐요.”

이성은이 삼성전자에 입단하게 된 계기를 마련해 준 선수는 송병구. 7회 커리지 매치에서 송병구와 경기하고 있을 때 김가을 감독이 이성은의 플레이를 뒤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김 감독이 보고 있는 것을 직감한 이성은은 손 빠르기나 상황 판단, 병력 운영 등에 더욱 집중해서 경기했다고. 결과적으로는 패했지만 김 감독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온라인 연습생으로 쓰고 싶으니 테스트를 받으러 오라고.


“삼성전자에 연습생 테스트를 받으러 간다니까 영주에서 부모님이 올라오셨어요. 제가 테스트를 치르는 동안 감독님과 이야기를 나누시더라고요. 1승9패로 완전히 죽을 쒔는데도 삼성전자에 연습생으로 들어갈 수 있었던 것의 8할은 부모님 덕분이에요.”

2004년 12월 삼성전자에 들어간 뒤로 이성은은 7개월 동안 죽어라 게임만했다. 그 결과 2005년 7월 대구에서 열린 커리지 매치에서 통과하면서 정식으로 삼성전자에서 활동할 기회를 얻었다.

 


댓글 사나이


이성은이 아마추어로 활동하던 시절 유일한 낙은 스타크래프트 관련 커뮤니티에서 글을 쓰는 것이었다. 자신의 실력이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게시판에 남기면서 다른 사람의 응원을 받고 싶었던 것이 글을 쓰게 된 계기였다.
그렇지만 글을 올리면 올릴수록 자신을 낮게 보고 비하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인터넷 용어로 ‘찌질이’라고 대놓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시비를 거는 사람들이 늘어나다 보니까 이성은도 욱하는 마음에 글로 공방을 펼친 적이 수차례다. 결국엔 서로 마음에 상처만 남긴 채 돌아섰지만 이성은의 필명인 ‘브라끄(braq)’는 어느새 커뮤니티 사이에서 유명세를 탔다.

“제가 쓴 단어가 사람들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더라고요. 대응하기 싫은 사람들에게 ‘식고자라’라는 말을 남긴 적이 있어요. 사실 ‘씻고 자라’라고 써야 하는데 자판에서 쓰기가 불편하잖아요. 그래서 계속 ‘식고자라’라고 적었더니 유행어가 되었더라고요. 그 뒤에는 ‘식’자와 ‘라’자 사이에 있는 말만 썼더니 좋은 반응을 얻기도 했어요. 우리말을 사랑해야 하는데 그게 마음대로 잘 안 되더라고요. 하하하.”

이성은과 관련된 글 가운데 네티즌들이 ‘성지화’한 것도 있다. 네티즌과 키보드 전쟁을 치르던 가운데 이성은은 ‘최연성도 이길 수 있다’는 도발적인 발언을 남긴 적이 있다. ‘yunky0ng’이라는 아이디를 갖고 있던 사람이 이성은에게 ‘찌질이’라고 놀려대자 이성은은 ‘내 손 빠르기는 프로게이머에 버금갈 정도이고 최연성도 이길 수 있다’고 글을 남겼다. 당시 아마추어 신분으로서는 쓰기 어려운 글이었지만 일단 등록이 됐다. 훗날 이성은이 최연성을 상대로
<곰TV MSL> 시즌2에서 2대1로 역전승을 거두면서 그 약속을 지키자 네티즌들은
‘성지 순례 왔다’며 그 댓글 아래 필적을 남겼다.

댓글 때문에 삼성전자에서 쫓겨 날 뻔한 일도 있었다. 온라인 연습생 테스트를 보기 위해 숙소에서 경기를 치른 이성은은 결과를 그대로 게시판에 올렸다. 삼성전자에 연습생으로 들어갈 정도의 실력을 갖췄다는 것을 네티즌들에게 소개하기 위한 의도였지만 이것이 선수들의 눈에 띄면서 김가을 감독으로부터 엄청나게 꾸중을 들었다.
“제가 그 때 1승9패를 했거든요. 이 내용을 올리면서 ‘그래도 수범이형은 이겼다’라고 가장 마지막에 글을 적은 것이 화근이 됐어요. 김 감독님이 직접 전화하셔서 ‘한 번 더 그런 내용의 글을 남기면 프로로서의 자격이 없는 것으로 알고 퇴출시키겠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댓글과 관련된, 제 게시판 인생도 접었죠.”

네티즌들과 직접적인 대화를 많이 나눠서인지 이성은은 댓글을 보면서 충격을 받는 일은 거의 없다고 한다. 특히 세리머니와 관련되어 ‘재수 없다’, ‘매너가 없다’,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없다’는 비난을 많이 듣지만 개의치 않는다고 했다.

“네티즌들도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해요. 누구에게나 만족을 줄 수 있는 사람은 없고 네티즌들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게이머가 있다면 지적할 수 있죠. 저한테 쏟아지는 안티성 발언들도 그런 맥락이라 생각하고 겸허히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세리머니의 달인


이성은은 <곰TV MSL> 시즌4에서 입장식 세리머니 1위상으로 PSP를 받을 정도로 특이한 행동을 많이 한다. 부산 광안리에서 열린 <신한은행 프로리그 2007> 전기리그 결승전에서는 경기를 마친 뒤 무대 중앙에서 상의를 벗고 튜브를 허리에 찬 뒤 물 속으로 뛰어들려는 포즈를 취한 적도 있다. <곰TV MSL> 시즌2 8강에서 마재윤을 꺾은 뒤 환호하면서 경기석을 뱅글뱅글 돌던 세리머니로 화제를 모?릴竪? 했다. 이성은이 왜 이런 세리머니를 하게 됐을까.

 

“2006시즌을 마친 뒤 워크숍을 갔을 때 개인의 목표와 팀의 목표를 설정하는 시간을 가졌어요. 그 때 저는 6가지 정도의 목표를 세웠습니다. 세 가지 정도는 이룬 것 같아요. 그 가운데에 세리머니와 관련한 목표도 있었어요. 하려면 확실하게 해서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 잡고, 기대를 이끌어 내자고 했죠.”


이성은은 경기를 마친 순간 확실한 임팩트를 남겼다. 팬들의 뇌리에 박힐 만한 동작들을 선보이면서 웃음을 줬다. 이를 극대화하기 위해 삼성전자 칸 홈 페이지와 자신의 미니 홈피를 통해 세리머니 공모전을 펼치기도 했다. 21세기의 화두라 할 수 있는 팬들과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함께 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드는 것에도 성공한 것이다. 이성은의 미니 홈피에는 하루 100여 명 정도가 찾아와 다양한 아이디어를 남겨놓았고 이성은은 승리할 때마다 아이디어를 현실로 만들면서 좋은 반응을 이끌어 냈다.

“제 세리머니가 너무 강해서 싫어하는 팬들도 많이 늘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있습니다. 경기 끝나고 게시판에 들어가 보면 이성은의 팬과 안티로 나뉘어 있더라고요. 저는 그런 분위기를 즐깁니다. 세리머니를 당하기 싫다면 이겨야 할 것이고 안티가 생기더라도 그런 저에 대한 관심이 늘어난다는 것이잖아요. 인지도를 높인 뒤에 호감을 자주 드리게 된다면 나중에는 제 팬이 되실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후기리그가 막판으로 접어들면서 이성은은 이전과는 다른 세리머니를 펼쳤다. 기름 유출 사태로 인해 고통받고 있는 태안 주민들에게 힘을 불어 넣기 위해 응원 문구를 만들어 승리한 뒤에 카메라에 비췄다. 좋은 의도였지만 안티들에게 소스를 제공하고 말았다.

“기름 유출 사고를 일으킨 선박이 삼성중공업 소속이었다네요. 그래서 게시판에는 ‘병 주고 약 주느냐’, ‘이성은은 뉴스도 안 보냐’면서 공격적인 댓글이 쏟아졌어요. 그렇지만 괜히 했다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도와드리고 싶은 분들이고 팬들도 관심을 가져주셔야만 그 분들이 하루라도 빨리 슬픔에서 헤어나오실 수 있으니까요.”

이성은은 1월8일에 진행된 e스포츠 자선 봉사 활동에 참가하지 못했다. 누구보다도 이 행사에 참가하고 싶었지만 20년을 사귀어온 친구가 군에 입대하는 날이기 때문에 다음 기회에 자원 봉사를 하기로 했다. 자원 봉사는 언제라도 할 수 있지만 20년 지기의 입대는 세상에 단 한번이기 때문이다.
“세리머니를 지키지 못해 죄송합니다. 비시즌이니까 시간을 내서 태안 주민 여러분을 돕기 위해 나서겠습니다.”


후배들은 모두 라이벌


이성은이 라이벌로 생각하는 선수는 누굴까. 최근 격전을 치렀던 마재윤일까, 최연성일까. 이성은은 놀랍게도 이 선수들은 라이벌이 될 수 없다고 했다. 이유는 선배들이기 때문. 자신보다 프로게이머를 먼저 시작했고 오래도록 해오면서 많은 것을 이룬 선수들이기에 따라잡을 필요가 없단다. 진정한 라이벌은 자신 보다 늦게 시작한 후배들이란다.

“저보다 늦게 시작한 선수들이 개인리그나 프로리그에서 더 잘하면 선배로서의 체면을 살릴 수가 없잖아요. 후배들보다는 훨씬 잘한다는 평가를 받고 싶어요. 그러다 보면 선배들도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고 우승도 하게 되겠죠.”
그런 의미에서 이성은은 벌써 3명에게 추월당했다. MBC게임 히어로 김택용과 위메이드 폭스 박성균, 르까프 오즈 이제동이 개인리그 우승자라는 타이틀을 소유해 버렸다.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손 들어 버리면 프로가 아니죠. 어떤 일이 있더라도 따라 잡을 겁니다. 전기리그에서 팀이 우승하면서 어느 정도 메리트는 갖고 있다고 생각해요. 이번 <곰TV MSL> 시즌4에서 우승하면 격차가 많이 좁혀지겠죠?”세 명 가운데 이성은이 가장 신경쓰는 선수는 김택용. 비슷한 시기에 데뷔했고 PC방 예선부터 만나기 시작하면서 라이벌 의식을 갖게 됐다.
“김택용 선수를 처음 만난 것은 MBC게임 예선 때였어요. 첫 세트를 따낸 뒤 내리 두 판을 지면서 제가 탈락했죠. 이후 듀얼 토너먼트에서는 제가 한 번 이겼고 <신한은행 스타리그 2006> 시즌2에서 제가 졌고, 듀얼에서 또 다시 졌죠. 상대 전적에서 뒤진 것도 그렇지만 이미 김택용 선수는 결승을 세 번이나 올라갔잖아요. 정말 따라잡기 힘들 것 같아요.”


서지훈-임요환 존경합니다


프로게이머들의 마음에는 한 명씩 롤 모델이 있다. 그 선수를 동경하면서 e스포츠에 투신하게 됐고 직접 만나지는 못하더라도 존경의 마음을 가지면서 성장하기 마련이다. 이성은의 멘터는 누구였을까.
“아마추어 시절부터 한 경기도 빠지지 않고 VOD를 본 선수가 두 명 있어요. 한 명은 CJ의 서지훈 선수이고, 한 명은 공군 임요환 선수입니다.“
서지훈이 이성은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침착성. <올림푸스 스타리그>에서 홍진호와 결승전을 치르면서 보여준 날카로운 판단력은 지금도 이성은의 기억 속에 명 경기로 남아 있다.

“5전3선승제를 치르면서 엘리미네이트 싸움을 그렇게 많이 펼친 적도 없을 거에요. 초반에는 서지훈 선수가 판단을 흐리면서 망친 적도 있지만 뒤로 가면 갈수록 탄탄해지면서 집중력을 살리는 모습이 환상적이었어요.”
또 한 명의 스승은 임요환이다. 현역 최고령 선수임에도 불구하고 이번 후기리그에서 11승을 넘기며 테란 가운데 최다승을 이룩한 영원한 황제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요환이형은 아직도 게임을 한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표창장 감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승리도 자주 하시고 명경기를 보여주기 위해 여전히 고민하고 전략을 구상하는 모습은 모든 프로게이머들이 배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존경합니다. 선배님!”


“연습실 불 끄고 잠자리에 들자”


이성은의 2008년 목표는 ‘연습실 불 끄자’라고 한다. 죽어라 연습하는 노력형 선수로 변신을 꾀하겠다는 의미다. 사실 이성은은 연습을 많이 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효율적으로 집중력을 살리면서 게임을 하고 마음에 드는 빌드 오더를 찾으면 곧바로 휴식을 취한다. 그것 때문에 김가을 감독에게 게으르다는 핀잔을 듣기도 했다.

“2008년도에는 변하려고요. 1월1일 신년 목표를 세우는데 송병구의 얼굴이 떠오르는 거에요. 딱 1년전 이맘 때부터 병구가 3개월 동안 죽어라 연습하는 거에요. 한 인터뷰에도 나온 적이 있지만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를 그만두고 나서 병구가 정말 연습을 열심히했거든요. 그 결과 양대 스타리그 우승에도 도전해보고 프로리그에서도 좋은 성적을 냈잖아요. 병구가 연습을 시작한 시점이 딱 지금이에요. 후기리그 끝나고 나서 다음 시즌 들어가기 전까지 3개월 정도 매일 밤을 새다시피 연습했어요. 저도 그렇게 한 번 해보려고요. 그래서 목표를 ‘연습실 불 끄고 잠자러 가자’로 설정했습니다.“

이성은의 마음을 변하게 만든 요인은 또 있다. 김가을 감독이 선수 시절을 회고한 인터뷰의 한 대목에 충격을 받았기 때문. 김 감독은 “선수 시절 천재로 불리면서 여성부를 휩쓸고 다녔다. 연습을 하지 않을 때 더 성적이 좋았던 적도 있다. 그러나 되돌아 보면 노력하는 선수들은 언제나 나를 따라왔고 앞서 나갔다. 노력을 넘는 천재는 없다”고 했다. 그 말에 이성은은 고개를 끄덕이고 노력형 선수로 변하려 한다.

“제2의 이성은을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그 대열에 낄 정도가 된다면 정말 훌륭한 선수로 인정받았다는 거잖요. 2008년 성적을 발판으로 e스포츠에 이름을 남기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
한편 이성은은 위메이드 폭스 김상우를 다음 주자로 추천했다.

출처: m.cafe.daum.net/firebathero/2po7/64?q=%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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