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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고난 실패 유전자 (야망이 많은 자식은 실패한 부모를 인정하고 싶지 않아한다)

일기

by @blog 2023. 2. 13.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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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속에 생각만 하고 실천에 옮기지 않았던 글감이 있다.

우리 가족은 물론 조상님들의 이야기를 글로 엮어 간단한 책자로 만든 후 가족들에게 나눠주려고 했지.

그야말로 '나의 뿌리 찾기!' '현대식 족보 만들기'

 

 

 

이번 설날 부모님에게 내 의견을 말하고 자료 조사를 위해 

아버지와 어머니께 우리집 조상님에 대해서 여쭈어보니

하나같이 표정이 좋으시지 않았다.

부모님은 자신의 부모님이 별볼일 없는 사람이라고 평가하면서 이야기하는 것도 꺼린 것이다.

자신의 혈통이 창피한 거지 뭐.

 

 

 

 

 

 

위대한 게츠비에서 게츠비는 데이지를 위해 모든 것을 다 갖추었다고 생각했다.

상류층의 교양도 배우고

공부도 잘해서 학벌도 있었으며

비록 주류 밀수업자였지만 재산도 축척했다.

하지만 단 하나를 얻지 못했기에 데이지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했다.

데이지의 남편 톰 뷰캐넌의 한마디에 게츠비는 정곡이 찔린 듯 화 냈었지.

혈통 말이다.

 

 

 

 

 

 

혈통은 아무리 노력해도 바꿀 수 없는 어떤 운명 같은거다.

자신의 밑바탕이자 

자신의 현재의 모습을 보여주는 거울이자

미래를 보여주는 수정구.

 

그래. 노력으로 충분히 바꿀 수 있지.

하지만 이상하게 욱하는 성격을 둔 남자의 아들은

똑같이 욱하는 성격을 가짐과 동시에 더 안 좋은 모습까지 추가로 보여주는 경우가 있다. 

정말 오묘하고 신기하게 닮아간다. 

 

 

 

 

 

 

내 핏줄 깊숙한 곳에서는 실패하고 좌절하고

잔인한 운명에 부딪혀 무기력해진 조상님들의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

 

 

 

형제에게 뒤통수 맞고

성공을 위해 사업을 했지만 크게 실패한 남자와

공부를 잘했지만 학비 때문에 대학교를 포기한 여공의 이야기도 있고

가족들의 일은 모조리 때려치고 돈도 안되는 각설이로 행복하게 지낸 남자 이야기,

말 수 없이 조용하며 자신의 딸에게 만큼은 사주를 봐주지 않는 명리학자,

공부는 지지리도 못하지만 공중파에서 신인상을 받은 무명가수,

가수로 성공해보려고 했지만 오히려 뒷통수만 당해서 밤무대에 노래나 부르던 무명 가수,

그런 무명가수를 가족이라는 이유로 누구보다 후원했지만 결국 다시는 노래 부르지 않겠다는 동생의 선언에

간경화를 얻은 남자의 이야기도 말이다. 

 

 

 

 

 

음... 나쁘지 않아.

흥미롭고 재미있는 소재인 것 같아.

그야말로 나는 실패의 신이자 실패 유전자의 집합체인 거지.

야망과 좌절이 뒤섞여 있는 것이다.

 

 

 

 

그러나 부모님이 우리집 조상님의 이야기를 안 해주시기에  

결국 포기할 수 밖에 없지만

지금 생각해도 좀 아까운 소재이긴 하다. 

사람들은 성공이야기보다 실패이야기에 더 흥미를 느끼는데 말이지.

창피한 걸까?

 

 

 

 

 

하긴 나라도 내 자식에게 내가 실패한 이야기를 해주기는 싫을 것 같다.

"나는 노력했는데 이러이러 해서 실패했단다 ㅠㅠ 하지만 너는 힘내!"

과연 그 이야기를 듣고 내자식은 용기가 나긴 할까?

"나는 가난하지만 너는 부자로 살아야지!"

"나는 별볼일 없는 직업이지만 너는 대기업가야지!"

"나는 허구한날 tv만 보지만 너는 명문대가서 성공해야지!"

라며 닥달거리는 부모랑 뭐가 다르지?

 

 

 

하지만 난 타고난 실패 유전자가 있기에

성공 이야기보다 실패 이야기에 더 흥미를 느끼는 것 같다.

너무도 멀게 느껴지는 성공이라는 것만 달달 외우는 것보다

실패라는 간식거리를 던져주고 나눠먹으며 이야기하는 것이

왠지 더 재미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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