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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모성애는 징그럽다 - 버스 카드 비

에세이/가계부 대신 에세이

by @blog 2024. 9. 6.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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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꼭 쓸 때없이 긍정적이라서 “문제 없을 거야, 완벽하게 준비됐을꺼야.”라는 생각에 너무 쉽게 사로잡히곤 한다. 이게 뭐 좋은 점도 있긴 해. 겁대가리가 없으니깐 강한자에게 강하고 남들이 놓쳤던 기회를 잡을 때가 많으니깐. 하지만 낮은 엄격함 때문에 나 스스로 피곤할 때가 참 많다. 방금 전도 완벽하게 준비했을거라 행복회로 열심히 돌리더니 기본 중에 기본인 버스 카드 안 가지고 오는 게 말이 되냐고요. 그리고 매번 이런 일을 겪다보니 예방책으로 준비했던 두번째 버스카드 역시 두고 왔으니... 결국 몇년만에 처음으로 현금으로 버스비 1400원을 내고 친언니네 집으로 갔다.


  사실 오늘 휴일이고 하니 그냥 집에서 쉬려고 했지만 친언니의 딸이 아파서 병원에 입원, 그래서 집에 혼자 있는 아들, 뭐 나한테는 조카인 그 애를 봐주러 간 것이기 때문에 정신없이 나온 감이 있기도 하다. 하지만 이모에게 조카란 존재는 귀엽고 거부할 수 없는 존재이기에 빨리 가고 싶었는 걸. 뭐랄까. 약간 길고양이와 캣맘 같은 관계랄까? 그러니깐 조카의 삶 전반적인 부분을 관리하진 않지만 보고 싶을 때 보고, 챙겨주고 싶을 때 챙겨주며, 더이상 깊게 관여하지 않고 관여할 수도 없지만 아껴주는 관계라고 할 수 있지.







  캣맘하니깐 생각나는 건데 캣맘부터 해서 요즘 애완동물을 향한 여자들의 사랑이 대단해지고 있음을 느끼곤 한다. 유모차보다 개모차가 더 많이 팔린 것부터 해서 애완견 오마카세, 애완견 유치원, 애완견 전용 고오급 간식, 강아지 아픈 자신의 마음이 자식 아픈 어머니의 마음과 버금 간다던 거지같은 신문사 여직원부터해서 여자들의 모성애가 사람이 아닌 동물에게 향하고 있다. 아마 그 이유로는 1인 가구의 증가와 그로 인해 외로움을 애완견을 통해서 해소, 특히 여자들의 깊은 사랑 방식이 ‘모성애’와 유사하기 때문에 '우리 귀여운 애긔 강아지' 현상이 생긴 게 아닌가 싶다.
 


  어디 애완동물 뿐이랴, 2차 성장기 다 겪고 다리털 수북한 성인 남자에게 ‘유사육아’라며 모성애를 퍼주는 팬의 사랑 방식도 있다. 어떻게 보면 징그러운 단어일지도 모르는 그 단어를 팬들은 자식을 아끼는 이타적인 마음이라고, 열애설이 있어도 여전히 사랑하는 마음이라고, 조건을 따지지않는 완전에 가까운 팬심이라며 오히려 치켜세워주고 있다. 아마 과거와 달리 팬덤대의 나이 증가 + 과거 팬들이 벌인 행위에 대한 비판 + 처음부터 연예인과 연애를 할 수 없는 사이라는 것을 알기에 미리 포기하는 애증적인 마음 때문이 아닌가 싶다. 그렇게 여자들의 모성애는 아기뿐만이 아니라 개와 고양이, 다 큰 성인 남자, 판다에게 분산되어 그 경계가 흐려지고 있고 여자에게 사랑받는 모든 것은 모성애의 대상이니 존중받아야 한다고 목소리도 점점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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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성애를 비꼴 생각이 없다. 왜냐면 모성애가 없었으면 인류는 멸종했을 것이고 내가 여기서 글을 쓰지도 못했을 정도로 인류는 퇴화했을테니깐. 다만 많은 여자들이 모성애 = 신성한 감정 = 무조건 옳은 감정이라고 합리화하며 극성으 넘어 남용하는 꼴을 많이 봐와서 그렇다. 예를 들어 어느 한 엔터테이먼트 대표가 기자회견에서 왜 다른 아이돌에게 입대를 희망하는 주술을 보냈냐는 질문에 그 아이돌이 없어야 내가 프로듀싱한 아이돌이 좋다는 주술사의 말에 엄마의 마음으로 어쩔 수 없다, 라고 한 것처럼 자신의 사랑, 즉 모성애로 모든 행동을 용인 해준다고 여자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게 문제다. 
 

  어디 그 엔터테이먼트 대표 뿐이랴. 자칭 유사육아를 한다던 팬들, 나는 어미의 마음으로 무조건 감싸준다던 팬들도 열애설 났다고 하면 눈 반쯤 뒤집혀져서는 광기의 모습을 보여주는 게 과거 여자 아이돌 간미연에게 커터칼 보내던 팬들하고 별반 다를 바 없어 보인다. 애견인은 또 어떻고. 왜 우리 애 기죽이냐는 엄마처럼 왜 우리 강아지 성질 건드리냐면서 오히려 개에게 물린 사람 탓하는 견주들, 자기집이 아닌 일부러 남의 집 앞에 길고양이 급식소로 만든 캣맘들까지 자신의 사랑은 모성애고 신성한 감정, 즉 옳은 감정이라며 아주 당당하게 자기합리화하고 있다. 마치 딸아이 같아서 한번 만져봤다, 딸아이 같아서 뽀뽀해봤다, 나쁜 감정 아닌 부성애였다, 라며 변명하는 성추행범처럼 죄책감을 못느끼는 게 아주 쏙 뺴닮았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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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성애는 만들어졌다고 주장하던 프랑스 철학자 시몬드 보부아르는 계약결혼을 통해 한 남자에게 평생 아내가 됨으로서 종속되는 삶을 거부했지만 말년에는 18살 연하 클로드 란츠만에게 평생의 아내가 되고 싶다고 고백했다. 그리고 보부아르처럼 모성애는 본능이 아닌 강요라고 주장하던 나혜석 예술가 역시 말년에는 그 모성애에 못 이겨서 자신을 인정해주던 파리에서 떠나 자식들이 있는 한국으로 귀국했지만 결국 무연고자로 사망하게 된다. 그만큼 여자에게 모성애는 어떻게 뿌리칠 수 없는 강한 감정, 휘감고 제대로 정신 차리지 못하게 만드는 감정, 컨트롤 하지 못하는 감정임은 확실해 보인다. 그런데 이런 위험한 감정이 무조건 옳고, 신성하고, 존경 받아야 하는 감정이라고? 뭐만하면 우리 어매, 우리 엄마 거리는 마마보이만이 납득할 수 있는 생각을 타인에게 요구하면 안되지. 언니 집에 도착하면 조카에게 그러한 사람은 자기밖에 생각 안하는 아주 이기적인 사람, 어린이보다 한참 배워야하는 사람이라고 알려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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