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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준 팬픽] [김남준 빙의글] [미완성] [구상] 세 겹의 남자

팬질

by @blog 2023. 9. 29. 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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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다는 것과 편한 것은 엄연히 다른 말이고 그는 분명 좋은 친구는 맞지만 절대 편한 친구는 아니라는 것을 여주는 알고 있다.
 
"가는거야?"
 
  대학교 졸업식 겸 친한 친구끼리 모여서 술을 마시는 날, 술이 떡이된 동기와 다르게 그는 맥주 한캔만 마시고서는 그만 들어가겠다고 했다. 친구들은 왜 그렇게 시시하게 가냐고 붙잡지만 더 마시다가는 본 성격 나올지도 모른다며 미안한 표정을 짓고서 떠나는 남자.
 
"넌... 항상 그러더라."
 
  여주 역시 속상한 마음에 남자의 손목을 붙잡지만 보조개 보이는 미소 짓고서는 미안하다고 말하는 남자. 하지만 여주는 알고 있다. 저 사람 좋아보이는 미소는 남자의 두번째 모습이자 세번째 진짜 모습을 보여주지 않기 위한 가면이라는 것을.
 
 

 

 

 

 

 
 


  여주가 처음 그를 봤을 때 겁먹을 정도로 첫 인상이 강한 남자였다. 날카로운 눈매과 큰 키. 깔만한 것도 없이 공부도 엄청 잘하고, 엄청 잘살고, 엄청 잘났다는 사실에 괜히 겁을 먹었지만 눈이 사라지는 귀여운 미소를 보자 이내 푼수끼가 다분한 애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것도 그냥 푼수가 아니였다. 자기보다 어린 후배가 볼 비비는 장난을 쳐도 그걸 좋다고 웃는 호구 같은 모습에 여주는 겉모습만 보고 사람 판단하지 말아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그것 역시 하나의 껍질이었을 뿐, 여주가 남자의 진짜 숨겨진 모습을 알게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학과 축제로 인해 다들 술을 진탕 마시던 날, 그는 언제나 그렇듯이 취하지 않을 정도로만 마셨고 절대 흐트러지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처음에는 그 모습이 모범적이라고 생각한 여주였지만 후배에게 들은 말, 저 선배 술 진짜 잘 마셔요. 집에서 몰래 독한 술 마신다던데.

  그 말을 들은 여주는 섭섭함은 둘째치고 푼수끼 많은 그가 필사적으로 막으려던 진짜 모습, 차갑게 생긴 외모를 넘고, 털털하고 장난끼 많은 성격을 넘어선 세번째 모습이 무엇일지 궁금했다. 가끔 새벽에 보여주는 감성터진 모습일까. 평소와 다르게 걱정많고 어두운 이야기를 하는 모습일까. 이번 졸업식을 끝으로 인연의 끝이 약해지기 전에 여주는 그의 진짜 성격을 알아내겠다는 과감한 도박을 시도 한다. 왜냐하면 그녀는 그의 푼수끼 넘치는 미소를 처음보는 순간부터 반했으니깐.
 
 
 
***
 
 
- 쾅쾅쾅
 
남자가 사는 집에 무작정 문을 두드리는 여주. 그리고 그는 막 샤워를 했는지 흰수건으로 젖은 머리칼 덮고 있었다.
 
"무슨 일이야?"
"뭐긴. 뒤풀이 마저해야지."
 
편의점에서 사온 술과 안주가 담긴 봉투를 자랑스럽게 보이는 여주. 그리고 무안해하는 표정을 짓는 남자. 
 
"너무 늦었어. 그만 들어가."
"오늘 아니면 다시 만나기 힘들잖아."
"시간 내서 만나면 되지. 동창회도 있을 거고."
"..."
"그러니 그만 들어가. 다음에 연락하고."
"..."
"이만 들어..."
 
- 쾅
 
  남자가 문을 닫으려던 찰나, 여주는 손으로 막아섰고 그 순간 남자는 심상치않는 느낌을 느낀다. 절교의 느낌, 친구라는 사이에 금이 가고 새로운 관계가 탄생되는 순간이라는 걸 직감하게 된다.
 
"반드시 보고 가야겠어. 니 취한 모습."
"..."
"그렇지 않고서는 못가겠네?"
"..."
"..."
"변태냐? 가."
"내기하자. 100만원 내기. 나 알바해서 월급도 탔어."
"그걸로 너 먹고 싶은 거 사먹어."
"하자! 내기!"
"..."
"부탁이야..."
 
  입에서 술 냄새가 날 정도로 술을 진탕 마신 여주지만 그의 숨겨진 성격을 알고 싶어하는 의지 때문에 그녀의 눈빛은 또렷했다. 그리고 그것이 쉽게 꺾이지 않다는 것을 남자는 알았기에 결국 내기에 승낙해준다.
 
 
"너 분명 술 잘 마신다고 했지?"
"그럼!"
"그래. 나랑 마시고 취한다면 곱게 가라."
 
 
  그렇게 자기 집 문을 열어주는 남자. 남자 사는 집 치곤 깔끔하게 정리된 집안보다 여주의 눈에 들어온 것은 부엌 한켠에 병들. 그 병의 정체는 다름아닌 위스키병들. 항상 술 마실 때 내빼는 모습과 달리 위스키를 마셨다는 사실에 여주는 내심 놀라지만 절대 물러설 마음은 없었다. 그의 마지막 껍질을 벗겨낼 수 있는 기회는 지금 뿐이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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