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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을 사람으로 취급해 주지 않는 여성 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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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 여성 판타지 뒤로)




  앞서 나는 여성들이 무해 판타지를 가지고 있고 남을 해하는 가해자가 되는 것을 자의적 혹은 타의적인 이유로 싫어한다고 했다. 물론 가해자가 되는 경우도 있지만 드라마 <더글로리> 처럼 타당한 복수의 동기를 가진 경우가 많지, 본인의 못된 성격을 인정하고 나쁜 짓을 벌이는 사람은 죽어도 되고 싶지 않더라고. 그래서 여성이 누군가 미워 죽겠다, 따돌리고 싶어 미쳐 죽겠다 싶으면 상대의 도덕적 흠집을 찾아내려 하는 것도, 뭔 별 거지같은 규칙을 정해놓고서 그 규칙을 지키지 못했다는 이유로 핀잔 주는 것도 비도덕이라는 핑계로 가해하기 위해서다. 여성들이 많이 모여있는 인터넷 커뮤니티, 팬카페, 무료 수영장과 목욕탕에 있는 사소한 규칙들은 유해함을 방어하는 용도로도 쓰이지만 규칙을 못지켰다는 이유로 상대을 공격할 수 있는 용도로도 쓰인다는 사실.



  이런 일을 하도 어린 시절부터 겪어서 인지, 아니면 태생적으로 도덕의 척도가 높아서인지 모르지만 여성들은 도덕적 헛점이 생기지 않기 위해 부단히도 노력한다. 그러다보니 도덕의 척도가 남성에 비해 높으면서 죄책감도 높더라고. 무해 판타지와 도덕을 지키지  못한 점에 대해서 오는 죄책감, 이건 국경과 나이를 불문하고 남성보다 여성이 더 높다. 동물이 도륙되는 일을 반대하는 채식주의자는 여성이 더 많고, 버려진 아이와 생리대가 없는 소녀가 기부 광고의 주인공인 이유 역시 여성의 모성애와 죄책감을 자극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매체에서도 이런 특징을 가진 여성들을 많이 그려내면서 그 현상을 더욱 증폭 시키고 있다. 빅토르 위고의 명언 "여자는 완성에 가까운 악마다"라는 말이 무색해질 정도로 여성 서사가 다루어지는 영화, 드라마, 웹툰, 소설에서는 항상 여성이 피해자이거나 큰 피해를 당해서 복수하는 정의의 가해자, 혹은 구원자로 나온다. 남성 작가가 그린 작품이든, 여성 작가가 그린 작품이든 그런 건 상관없다. 주된 수요자가 여성이고 공급자 역시 여성인 여성향 웹소설만 봐도 회귀하지 않고서는 인생 어떻게 살 수 없을 정도로 피해와 고통을 받는 여주인공이 나오는 회귀물, 누구에게도 해를 끼칠 수 없이 무해한 아이로 태어나는 육아물, 자신은 가만히 있는데 욕심을 부리지 않아도 상류층 남자와 알아서 엮이게 되는 계약결혼물, 그 모든 게 수요자인 여성이 감정 이입할 수 있는 무해한 주인공이라서 그렇다.




  아니 그렇게 도덕적 기준이 높은 여자들인데, 폭력을 지켜보는 것만 해도 감정이입되며 고통을 느끼는 자들인데 내가 봐왔던 여자들은 다 뭘까? 그날 힘든 일이 있어서 누구 한 명 고소하고 싶다는 이유로 괜한 사람에게 성희롱으로 고소하는 여자, 거짓말을 하면서까지 여자 한명 나락으로 보내려고 인터넷에 사연을 지어내서 올린 여자, 눈에 거슬린다는 이유로 도덕적 흠집을 찾아내려고 발버둥치는 여자들은 다 누구인데? 여자가 피해자인 매체들이 홍수처럼 나오고 오죽하면 #남자는_잠재적_가해자_입니다 라고 주장하는데 정말 여자들은 도덕적 흠집이 없는 존재가 맞아? 아니 무슨 부처님이세요? 예수 그리스도세요? 이 세상은 여성이라는 존재에 대해서 깊이 다루어지는 것을 좋아하지 않지만 여성들 스스로도 자신들에 관해 깊이 다루어지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피해자가 되기도 하지만 동시에 가해자가 되기도 하고, 정의롭기도 하지만 비열하기도한 인간적인 모습으로 조명받는 것을 꺼려한다. 여자들 역시 그런 매체만 골라서 만들거나 소비하는데 어떻게 여자가 사람으로 보일 수 있겠어. 오직 감정이라고는 없어보이는 인형으로 보이겠지. 







  난 절대 남성 가해자도 많은만큼 여성 가해자도 많고 여자도 나쁘다라는 양비론을 주장하려는 게 아니다. 오히려 무해 판타지에 해방되고 좀 더 자유로운 모습, 사람다운 구석이 보이는 여성 서사가 나왔으면 하는 바램이 큰 것이다. 특히 여성 작가들은 여자의 모든 면을 보여주는 작품을 내서 피해자, 인형, 감정없는 존재가 아닌 진짜 실체 있는 사람으로 그려줬으면 좋겠다. 우리끼리 으쌰으쌰! 여자는 여자가 돕는다! 라는 뭔 현실에도 없는 판타지 말고 과도한 욕심으로 불법 다이어트 하다가 죽어버린 여자, 태움 문화로 자살한 여자의 유서에 자신의 이름이 적혀 있자 끝까지 발뺌하는 간호사 여자, 재혼한 남편에게 잘보이기 위해 딸이 성추행 당해도 외면하는 여자, 홧김에 친엄마를 죽여버리는 여자 이야기를 말이지. 왜냐하면 전자에서 말한 일은 손꼽을 정도로 보이지 않는데 후자는 심심하면 뉴스에 나오는 진짜 이야기거든. 그만큼 여자는 여자에 대해서 잘 모른다. 여성이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는 사건에 대해서는 그 누구보다 외면하더라고.
 




  도덕코르셋에 불을 지르면서 뭔가 죄책감이 느껴지는데 땡기는 여성 서사, 유해한 여자라고 해도 이해할 수 있는 용기, 그에 파생되는 한층 낮아진 도덕적 압박과 자유로운 생각이 여성에게 필요하다. 뭐 여자라는 건 절대 건드려서는 안되는 불가침영역도 아니잖아. 여자도 사람이라며. 인권을 올려달라며. 그러면 여자의 모든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게 맞잖아. "여배우도 인간다운 존중을 받아야 합니다!" 라고 외치면서 "그런데 여배우는 절대 똥 같은 거 안싸요. 이슬만 먹고 사는 존재에요."라고 말하는 거하고 뭐가 다르다는 건지.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여성상, 무해한 점만 부각해서 나오는 서사를 내놓으면 과연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어이구 여자는 막연한 약자네? 남자인 저희는 죄책감 느끼고 찌그러져 있겠습니다! 그리고 보호해드리겠습니다!” 라고 할 줄 아는 건가? 영화 속 성폭행 장면을 액기스 장면이라고 하는 남자들인데 말이지.

















 
 
남자에 비해서 여자는 본인 스스로를 검열하는 도덕의 벽이 꽤나 높다.
남을 해하는 가해자가 되는 것을 누구보다 싫어하고
차라리 가엾은 피해자가 되는 것을 더 좋아하는 것처럼 말이지.
물론 가해자가 되는 경우도 종종 있지만
더글로리 마냥 타당한 복수의 동기를 가진 경우가 많지, 자진해서 가해자가 되려는 경우가 거의 없다.
즉 그 누구보다 착해지려고 노력하는 것이 바로 여자라는 사실.
 
 
 
 
 
 
 
매체에서도 여자의 그런 이미지를 증폭시키기도 하다.
여성 서사가 다루어질 때 여자는 항상 피해자야.
남자 작가가 작품을 다루든
여자 작가가 작품을 다루든
항상 피해자의 위치, 사회에 짖눌리는 피해자, 가엾은 포지션,
아니면 가해자를 엄벌하는 정의로운 피해자의 모습이 많이 나온다.
 
 

 
 
 
오호... 그렇다면 정말... 여자는 태생적으로 착한 존재인가?
동물에게 피해를 가하기 싫다는 이유로 채식주의자를 택하는 여자들이 많잖아.
기부 광고는 여자를 타겟으로 하는 경우가 많잖아.
여자가 모여있는 집단에는 서로에게 상처를 주지 않을 사소한 규칙들이 많잖아.
이것만 봐서는 여자라는 존재는 굉장히 착한 존재로 보이겠지만...
빅토르 위고의 명언
"여자는 완성에 가까운 악마다"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그렇다. 여자도 사람이기에 가해자가 된다.
자신을 대접해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가게를 헐뜯고 공격하는 맘카페,
같은 여자 못잡아서 안달나는 간호사의 태움문화,
여자 연예인을 공격하는 여자 네티즌,
여자도 사람이야! 사람!
당연히 질투와 증오과 강력한 공격성이 있는 그녀들인데 그것을 아득바득 외면하고 
모른척하는 경향이 있더라고. 
 
 
 
 
 

 
 
세상은 여자라는 존재에 대해서 깊이 다루어지는 것을 좋아하지 않고
여자 역시 자신들에 관해서 깊이 다루어지는 것을 싫어한다.
피해자가 되기도 하지만 가해자가 되기도 하고
정의롭기도 하지만 비열하기도한 인간적인 모습이
조명되는 것을 싫어하는
매체, 그리고 남자, 그리고 여자들.
여자가 막연하게 피해자로 나오는 매체가 한가득인데 어떻게 여자가 사람으로 보이겠는가.
인형으로 보이지.
 
 
 
 
 
 
 
매체는 물론 여자 스스로도 자신의 사람다운 구석을 보여주어야 한다.
특히 여자 작가들은 여자의 모든 면을 보여주는 작품을 더 내서
피해자, 인형, 감정없는 존재가 아닌 진짜 실체 있는 같은 사람이라는 걸 좀 보여줘야해.
우리끼리 으쌰으쌰! 여자는 여자가 돕는다! 라는 뭔 판타지 같은 거 말고.
 
 
 
 
과도한 욕심으로 뭔 병신같은 다이어트 하다가 죽어버린 여자.
태움 문화로 자살한 여자의 유서에 자신의 이름이 적혀 있자 끝까지 발뺌하는 간호사 여자.
재혼한 남편에게 잘보이기 위해 딸이 성추행 당해도 외면하는 여자.
홧김에 친엄마를 죽여버리는 여자.
 
 
 
 
뭐 여자가 절대 건드려서는 안되는 불가침영역도 아니잖아.
여자도 사람이라며. 인권을 올려달라며.
그래 맞아. 여자도 사람이니 여자의 모든 모습이 다루어져야하는 거 아니야?
 
 
 
 
"여배우도 인간다운 존중을 받아야 합니다!" 라고 외치면서 
"그런데 여배우는 절대 똥 같은 거 안싸요..."라고 말하는 거하고 뭐가 달라.
피해자인 면만 부각되는 서사가 나오기만을 바라면 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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