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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 판타지에 빠진 여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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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보통 감기에 걸리기 직전, “감기 기운에 들다”라고 하는 것은 병균이 어떤 살아있는 기운과 같이 움직여서 그런게 아닐까? 으실으실 감기 기운이 왔을 때 그 기운이 머리로 가서 두통과 열을 일으키고, 코로 가서는 콧물을 흘리게 하며, 후두 쪽에 가서도 기침을 일으키더라고. 결국 꼼짝 없이 누워서 이러다가 죽는 거 아닌가... 라는 막연한 생각에 빠지다가 문득 후회드는 것들이 생각나기 시작했다. 아.... 좀 더 솔직하게 살 걸. 드럽게 텃세 부리던 여직원에게 퇴사할 때 쌍욕 갈기고 내게 가르치듯 대하던 남자를 개무시하며, 안맞는 회사에 억지로 참지 말고 바로 나올 걸. 인연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고 남을 배려하지 않으며, 나하고 싶은 일, 나 쓰고 싶은 글, 심사위원과 대중에게 눈치보지 않는 글 마음대로 쓸 걸. 즉 나는 솔직하지 못한 것에 대해서 가장 크게 후회하고 있었다.




  물론 남자 역시 사회적 시선 때문에 솔직하지 못하지만 여자의 솔직함에 대한 탄압은 유독 심했고, 아주 어린 시절부터 솔직한 감정을 표출하기 좋아하는 여자를 같은 여자들도 싫어해서 그렇다. 유해하다고, 이미 자리잡은 규칙을 깰 수 있다고, 나댄다며 치를 떨고 싫어하던데 뭐. 물론 남자 무리에서도 튀는 남자를 좋아하지 않지만 과연 여자만큼 빡빡할까? 여자 무리에 속해있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감정을 억제해야 하는지 사람들은 알고 있을까? 이상한 여자의 기준이 얼마나 되기 쉬운지 알고 있냐는 말이다. 남자가 여자를 볼 때도 엄격하고 까다롭지만 여자가 여자를 볼 때에 그 기준은 소름 돋을 정도로 깐깐하다. 여초 카페, 여자팬으로 이루어진 팬카페만 가보아도 그 빡빡한 규칙에 질식할 정도인데 뭐.
 




  이렇게 여자는 조신해야한다는 세상의 시선과 같은 여자 또래 무리에 섞이기 위해 무해 판타지에 빠지거나, 빠지는 척을 하면서 ‘경쟁 없음, 싸움 없음, 상처주거나 받으면 안됨’의 수준이 거의 강박증 수준으로까지 도달하게 된다. 여자어라고 지탄받는 쿠션어가 바로 그 대표적인 강박증의 증거 아니겠는가. "앗! ~~하면 안될까용? 엥? ㅠㅠ 이러이러하면 되지 않을까용?"라면서 상대의 감정을 건드리지 않기 위해 발악하듯 돌려서 말하는 말투, 마치 살얼음판을 걷는 듯한 말투를 하나같이 여자들이 하는 이유는 어린 시절부터 감정을 건드리지 않고 또 감정을 표출하지 않아야 하는 환경에 따른 결과다.




  연애 방법에서도 여성의 무해함 집착은 여전하다. 분쟁이 될 수 있는 솔직한 언행은 최대한 피하고 자신의 감정을 간접적으로, 혹은 표현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백조처럼 고고하게, 아무렇지도 않은 척 행동하지만 뒤에서는 친구들에게 "내 남친이 이러는데 나한테 마음 떠난 걸까? ㅠㅠ" 안달복달하거나 재회주파수와 같은 소음을 들으면서 자신이 원하는 상황이 돌아가기를 기도하고 있다. 사람 사이에 분쟁과 싸움은 당연한 건데, 살아온 환경이 다르니깐 일어나는게 맞는 건데 무해함을 너무 좋아하다보니 간접적으로 상대방을 통제하고 싶어하는 애정 타로카드, 애정 주파수, 애정 매직스톤이 여자들 사이에서 판을 치는 이유가 그것이다. 여자들이 상대방과의 분쟁과 싸움에 공포를 느끼는 것은 알지만 그것을 피하기 위해 유사과학에 의존하는 것이 더 공포라는 것을 모를까?





  평화에 대한 집착과 도덕적 기준이 높은 여초는 그야말로 공포 그자체다. 물리적인 싸움만 없었을 뿐 암묵적으로 견제하기, 편파적으로 친한 척 하기, 무해함을 거스르는 유해함 찾기 등 정신적 소모가 큰 행동을 여초 회사, 여초 학과, 여초 학교에서 자주 찾아볼 수 있었으니... 참 그 사람들 무해라는 이유로 사람 괴롭히고 또 본인 역시 괴롭히는 천상 유해한 사람들이더라고. 차라리 달려라 하니의 나애리와 하니처럼 스포츠로 경쟁하고 서로 발전하면 얼마나 좋아. “이 개같이 나쁜 계집년!”이라고 하니처럼 화끈하게 말하고 투닥거리면 얼마나 좋아. 하지만 현실의 하니는 나애리가 유해한 인간이라는 것을 찾아내기 위해 힐끗힐끗 훔쳐보고 하루종일 전화 돌려서 나애리 뒷담화나 까고 있었을 듯하다.





  참 힘들게 산다 살아. 본인들이 무해하고 죄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증명하자고 빙빙 돌려 말하는 쿠션어를 쓰고, 재회 주파수로 시간낭비 하며, 솔직한 감정 표현이 미덕인 예술계에서도 여성의 파급력이 적어 질 수 밖에 없는 행동을 왜 자처해서 하는 건지. 예술학과가 여초라고 해도 무해함에 집착하다보니 작품 역시 극단성에 치닫지 않아서 김기덕 감독이 나쁜 남자 같이 지독하게 남성판타지적이고 이기적이고 강렬한 영화만들고 있을 때, 여성 감독은 레즈비언 기운이 살살 나는 몽글몽글한 영화를 만들고 있지 않은가. 물론 여성 감독이 만든 그런 작품이 나쁜 작품이라는 건 아니지만 결국 우리의 뇌리 속에 남는 것은 착한 작품이 아닌 솔직한 작품이란 말이다. 연애면에서도 그렇잖아. 착하고 무해한 것을 좋아한다던 여성도 기가 막히게 솔직하고 매력적이며 유해한 남자를 사랑하던데.


  
 




 














 
 

우리가 보통 감기 기운이라는 단어를 쓰는 이유가
진짜 어떤 살아있는 기운처럼 움직여서 그러는 게 아닐까?
으실으실 감기기운이 왔는데 그게 머리로 가서는 두통과 열이
코에 가서는 콧물이
후두 쪽에 가서도 기침이 나오더라고.
 
 
 
 
 
그래서 가만히 누워 천장을 올려다보며 이러다가 죽는 거 아닌가... 라는 막연한 상상을 하다가
가장 먼저 후회되는 게 생각이 났다.
아.... 글 쓸 때 진짜 솔직하게 쓸 걸.
이론에 집착하지 말고 마음이 가는 대로 쓸걸.
심사위원, 사람들 눈치보지말고 내 마음이 가는대로 쓸 걸.
개같이 싸가지 없는 글 쓸걸.
못되고 뚱뚱한데 성격도 더럽고 남성혐오로 무장한 여자 글 쓰고
지옥에서 온 메갈, 엽떡에 미쳐버린 여자, 마라탕에 뒤져버린 여자,
여자의 온갖 판타지 담은 글 좀 많이 쓸걸.
 
 
 
 
 
그와 동시에 어째서 여성 예술가가 적은지도 감이 잡히게 되었다.
왜냐하면 솔직함은 여성에게 미덕이 아닌 침묵이 오히려 미덕이니깐.
 



 
 

 
 
 
한번 쯤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어째서 미대에 가면 여자가 그렇게 많은데,
문창과에 가도 여자가 한가득한데,
음대에 가도 그렇게 여자가 많은데,
만화 학과도 여초인데
왜 문학쪽만 빼고 메이저 작가라고 취급되는 사람이 왜 남자가 많은건지.
 
 
 
 
 
뭐 세상이 합심하여 여자들만 괴롭히는 어떤 보이지 않는 만물여혐의 기운이 있을 수 있지만 
내가 보기에 여자들에게 있어서 표출은 미학이 아니었고
그러다보니 창작품에서도 그 표출이 상대적으로 떨어져서 그렇다.




 
 
 

 
 
 



아주 어린 시절부터 여자들에게 표출은 미덕이 아니었다.
무해하다고, 이미 자리잡은 규칙을 깰 수 있다고, 자신에게 까지 불똥이 튈 수 있다며 치를 떨고 싫어하던데.
물론 남자들 무리에도 튀는 남자애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여자만큼 빡빡할까?
여자만큼 평균에서 벗어나는 규칙이 빡빡할까?
이상한 애의 기준이 엄격할까?
남자가 여자를 볼때도 엄격하고 까다로운데
여자가 여자를 볼때는 무해함에 대한 그 기준이 소름 돋을 정도로 빡빡하다. 
여초 카페, 여자팬으로 이루어진 팬카페만 가봐도 그 빡빡한 규칙에 그 누구도 질식할 정도인데 뭐.
 




 
 
 

 
 



그러다보니 여자들은 눈치를 받기도 하지만 눈치도 무지하게 주는 무해 판타지에 빠지면서 
튀지 말아야 하는 선에 대한 범위가 강박증 수준으로 까지 도달하게 된다.
알지? 자신에게 엄격하면 남에게도 엄격하다는 거.
말을 해도 둥글게 해야하고 최대한 거슬리지 않게 
"~~하면 안될까용? 앗 ㅠㅠ 이러이러하면 되지 않을까용?"
이라고 돌려 말하는 사람은 다른 여자에게도 똑같이 돌려 말하기를 원해한다.
 
 



 
사랑과 연애에도 있어 당연히 마찬가지다. 
침묵, 자유롭게 진심을 말하지 않음, 무해에 집착하다보니
상대방한테 바라는 건 많은데 또 말하지는 않아요.
마치 백조처럼 겉은 고고하게 행동하지만 
뒤돌아서 친구들에게 "00가 이러는데 나한테 마음 떠난 건가? ㅠㅠ" 안달복달하는 것처럼.
 
 



 
 

 
 
 



그렇게 무해에 집착하다보니 작품 역시 극단성에 치닫지 않아서 
김기덕 감독이 나쁜 남자 같이 지독하게 남성판타지적이고 이기적이고 강렬한 영화만들고 있을때
여성 감독은 레즈비언 기운이 살살 나는 몽글몽글한 영화를 만들고 있다.
아 물론 여성 감독이 만든 그런 작품이 나쁜 작품이라는 건 절대 아니다. 
다만 여성이 선호하고 또 여성 작가 역시 만들기 선호하는게
선안에 벗어나지 않는 귀엽고 무해하고 감정을 훔쳐보기 힘든 작품이 워낙 많아서 그렇다.
이게 여자의 한계인 건가 싶기도 하고.
 
 
 
 


뭐! 그래도 좋은 점이 있다면 도덕의 기준이 높다보니
여성들 사이에서는 폭력성이 현저히 적을 수도 있다는.....
라고 생각했거든?
그런데 여자라고 해서 살인 안하는 것도 아니고
여자라고 해서 괴롭히지 않는 것도 아니더라.
 그냥 착한 척을 잘한다는 거, 뭐 그렇게 생각하면 되려나?
 
 





 
결국 무해한 사람이라는 것도 무해라는 눈치로 사람 괴롭히고 본인 역시 괴롭히는 천상 유해한 사람이다.
또 웃긴 건 무해타령하는 사람도 매력적이게 유해한 사람은 참 좋아해.
해치지 않을 것 같은 사람, 착한 사람은 또 매력없다고 하면서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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