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시절 성경을 볼 때마다 나도 분명 성경 속 특이한 일들을 경험할 수 있으리라 장담했다. 사도 바울처럼 눈 멀어도 좋으니깐 길 가다 자신을 왜 박해했냐고 따지는 밝은 빛을 만나고, 말하는 뱀이 나타나 야식을 유혹할 경험을 겪어도 될 만큼 난 특별한 존재라고 생각했으니깐. 한 남성이 죽었는데 부활하고, 또 그 남성이 하늘로 승천하는 기적과도 같은 현상을 본다면 나 모든 것을 버리고 그 사람을 따라갈 준비가 되었는데... 내가 태어난 이유를 찾는 기적적인 경험을 겪고 싶었는데... 어른이 된 지금 기적은 커녕, 귀신, UFO 하나 보지 못했다.
여고에는 분명 귀신이 많다는데 왜 내 앞에서는 나타나지 않은 거임? 저주술, 분신사바, 빨간 글씨로 이름쓰기, 뭔가 특이한 현상을 단 한번도 겪어보지 못할 확률도 대단히 낮은 확률 아닌가? 군대에 귀신이 많다는데 뭐 입대 해야해? 귀신보다 훈련이 더 무서울 거 같아서 패스. 지금 궤도라는 과학자가 지평좌표계 이야기하며 귀신이 없다 증명하지만 이미 난 오래전부터 귀신이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았다. 뇌에서 일으키는 이상현상이자,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현상이라고. 인과응보를 실현시켜주고 외로운 사람을 지켜주는 어떤 무형의 존재는 사실 없다는 것을. 그나마 딱 하나, 정말 딱 하나 신비한 현상을 겪었다면 젊은 나이에 사망한 가수를 기리기 위해 하늘을 향해서 그 가수의 노래를 부르자, 구름 위로 사람의 모습을 한 무언가가 고개를 빼꼼 내밀어서 본 기억이 있다.
지금 생각해도 내가 기특한 것이 6살 임에도 불구하고 가수의 사망 소식에 슬퍼하고 안쓰러워하는 마음을 알며 그를 기리는 방법까지 알았다는 것이다. 지금 하라고 한다면 당연히 못하지. 가장 쓸데없는 걱정이 연예인 걱정인데 누구의 죽음을 기려. 그런데 그때의 난 세상 모든 일에 귀를 기울였고 세계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특이한 시기였다. 당장 하늘에 있는 미지의 무언가와도 이야기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느낌적인 느낌. 세상의 모든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그런 시기. 아마 나만 그런 것이 아닐텐데. 어린이가 놀이터에서 혼자 놀 수 있는 것은 자신이 혼자가 아니고 이 세상과 하나라는 것을 알기에 외로움을 못 느끼기 때문이고, 어린이가 처음 보는 어린이와 거리낌없이 놀고 또 거리낌 없이 헤어지는 것은 언젠가 다시 만날 것을 알고 있어서 그렇다. 회자정리 거지필반 같은 어려운 논리를 어린이들은 직감적으로, 세상과 내가 모두 하나라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고 있어서 그렇다.
반면 어른이 되고 나선 세상과의 연결이 가위같은 무언가에 확 잘린 것처럼 느낄 수 없게 된다. 내가 보기엔 가장 큰 원인은 바로 "걱정"이겠지. 미래의 일, 과거의 일, 그 모든 것의 해결법이 돈이라고 생각하면서 세상과의 연결을 끊어버리고 모든 것을 계산적으로 대하면서 남과 남, 나와 나를 명백하게 나누어 버린다. 지배하거나 지배 당하거나, 복종하고 복종시키거나. 그 사이 내가 어린시절 그렇게 갈망해왔던 어떤 "독특한 경험"은 내게서 점점 멀어져 가게 되겠지. 남은 것은 삭막한 일상의 반복, 무의미하게 돌아가는 태엽 같은 인생. 아니야. 난 같은 대사만 반복하는 NPC가 아니란 말이다. 분명 어딘가 내 인생의 목적이 있을거야. 언젠가... 반드시...
천사님 보고 계십니까? 어린시절 구름 위에서 절 내려다 보신 게 맞다고 어떤 메세지 좀 보내주세요. 물론 제가 구름 속에서 피어오르는 또 다른 구름을 보고 착각한 형상일 수도 있고, 어린시절부터 워낙 상상력이 풍부해서 천사라고 멋대로 상상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지금도 믿는 것이 있다면 그때의 전 대화 한 번 해본 적 없는 사람과, 뛰는 심장을 가지지 않는 구름과, 하늘이 마치 제것인 것처럼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감각을 강하게 느꼈다는 것입니다. 모든 것을 보고 느끼며, 함께 슬퍼하고 분노하는 유령과 천사가 있다고 믿었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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