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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욘드어스 팬픽 / 이모탈 1

단편소설, 팬픽, 팬아트/팬픽

by @blog 2025. 10. 28.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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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중년 남성이 소년을 유심히 바라보는 이유는 그가 가출한 것이 분명해 보였기 때문이다. 사연이 있을 것만 같았고 냉대와 방치에 익숙해보이는 모습. 상처를 꾸역꾸역 봉합한 것처럼 위태로워 보이는 등허리. 결국에는 마음을 닫아버린 것처럼 절대 변하지 않는 표정. 소년이 검정 후드티와 검정 백팩을 맨 것은 떠돌이 생활에 적합한 복장이라 그런 것이고, 한 곳에 정착하지 못했는지 얼음 다 녹은 커피를 옆에 두고 밀린 잠을 자고 있었다. 하지만 카페 마감 시간이 다가오자 소년은 한숨을 푹 쉬며 끌려 나가듯 카페를 나갔고 두 남성 역시 그를 쫒아갔지만 의도가 다분히 불온했으니, 자꾸만 소년의 어깨, 허리, 그리고 그 아래 부분 향한 끈적한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온갖 빛이 시끄럽게 찢어지는 네오 부산의 밤거리이자, 한국의 도시 중 가장 밤이 밝은 도시라고 하지만 소년을 향한 어둠은 점점 짙어져만 갔다.
 

 
 

 
 

  서울을 대신하여 수도가 된 네오 부산은 청수 재단의 주도 아래 모든 것이 바뀌었다. 물론 그 변화가 강제적이고, 의도가 다분하며, 청수재단이 미덕으로 삼는 효율성 중심으로 변하였지만 말이다. 수분이란 수분은 다 빨아먹어 온대지를 사막으로 만든 거목처럼 분명 건물이 더 많아지고 높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삭막함이 감도는 이유, 유동 인구가 늘어났음에도 사람들의 눈빛이 하나같이 건조한 이유는 과거 관광지의 성격을 띤 도시가 모든 것의 중심지로 탈바꿈하면서 치루어야하는 대가였다.
  노숙자 센터, 청소년 쉼터 같은 곳은 꿈꿀 수도 없었고 그런 거 설치할 바에 인구 추정 컴퓨터 하나 더 설치하여 인구 통계의 정확도를 높이는게 청수재단이 추구하는 미감이었으니, 해수욕장도 마찬가지다. 만약 청수가 정권을 장악하지 않았더라면 해수욕장은 계속 있었을테고 그곳에서 노숙이라도 할 수 있었겠지만 지금은 돈이 되는 항구로 탈바꿈하여 소년이 쉴 수 있는 벤치조차 없었다. 어떤 구역은 아예 출입 조차할 수 없었는데 일반인은 절대 들어갈 수 없는 특수인가지구, 소년은 귀족하고 거리가 멀었는지 그곳을 잠깐 쳐다 보기만 했을 뿐 이내 고개를 떨구고 정처없이 거리를 걸었다. 눈을 가린 기다란 앞머리가 도시의 불빛에 맞춰 빛났지만 소년의 표정이 어두워지는 그때, 그를 집요하고 따라오던 중년 남자 둘은 마침내 소년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애야. 길 좀 물어도 될까? 이쪽 지리를 잘 몰라서.

...

혹시 특수인가지구에 들어가려면 어디로 가야하니?

 

 

 
  마치 귀족인 것처럼, 귀족과 관련된 사람인 것처럼 말을 걸었지만 그들의 의도를 눈치챘는지, 아니면 아예 관심이 없었는지 눈길조차 주지 않는 소년. 이제 막 스물살이 됐지만 붉은 기가 감도는 애교살과 순해보이는 얼굴 때문에 소년은 아직도 미성년자인 것처럼 어려보였다. 허나 외모와 상반되게 성격은 냉랭했는데 오히려 그 무관심이 중년 남자들의 정복욕과 성욕을 자극하면서 이상하리라만큼 집착하게 만들었다. 해봤자 어린 놈이니깐. 애새끼에다가 이제 막 도시에 올라온 촌놈같이 생겼으니깐. 지금은 도도한 표정을 짓고 있지만 살살 구슬리면 결국 자기들에게 넘어올 것을 알고 있기에, 나락 저 끝까지 떨어져 더럽혀질대로 더렵혀질거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두 남성은 표기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다가갔다.
 
 
 
 

1) 

 

 
 
우린 수상한 사람 아니고 이상한 사람도 아니라니깐. 그냥 집도 없이 혼자 다니는 것 같아서 도와줄까 해서.

...

우린 청수재단 복지사업부에 일하는 공무원이야. 최근 복지 예산 늘어난 거 아니? 너처럼 떠돌아 다니는 청소년을 위한 숙박 프로그램이 있어서 그래.

...

안믿네?  그냥 호텔도 아니고 5성급 호텔이라니깐? 절차도 간단해. 그냥 서류 작성만 하면 일반 시민이고 뭐고 다 들어갈 수 있어.

...

애야? 저기요?

...

야이 귀머거리 새끼냐. 호의 주니깐 그게 당연한 줄 아냐?
 
 
 
 
 
 

 

 
  그렇게 한 명은 화내는 척, 한 명은 말리는 척하며 소년에게 이건 엄청난 행운이고 놓치면 후회할거라는 한편의 드라마를 찍자 소년은 정말 말도 안되는 유혹에 넘어갔는지 걸음을 멈추고 둘을 빤히 바라보았다. 소년이 처음으로 반응을 보인 순간, 둘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소년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팔짱을 끼며 그 호텔이 얼마나 비싸고 좋으며, 귀족들이 자주 드나든다는 달콤한 말까지 늘어놓기 시작했다. 소년은 듣지 않는 척 했지만 사실 모두 듣고 있었고 그의 이중적인 태도에 남자 둘은 자기들끼리 눈빛 교환을 했다. 내 말 맞지? 살살 건드리면 넘어올거라고. 다 끝났어.

 
  그렇게 소년은 영혼없는 인형처럼 끌어당기면 끌어당기는 대로, 잡아당기면 잡아당기는대로 갔고 점점 길의 폭이 좁아지고 사람이 없는 골목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들이 말한 청소년 쉼터이자 자칭 5성급 호텔이라는 곳에 도착했을 땐 간판이라고는 없는 녹슨 철문만 덩그러니 있었다. 문을 열자 지하실 특유의 쿰쿰한 냄새와 함께 조명이라고는 없는 계단이 있었으니, 딱봐도 위험해보이는 장소이자 덫, 함정, 그리고 나락. 특히 소년은 지하실에 대한 안좋은 기억이 있었는지 상기된 표정을 지으며 들어가길 거부했다.

 
 
너 5성급 호텔 처음이지? 원래 귀족들이 보안에 신경 많이 쓰잖아. 지하를 통해서만 들어갈 수 있는 곳이거든.

아닌 거 같은데...

너 그렇게 사람 못믿어서 사회 생활하겠냐? 이상하다 싶으면 바로 나오면 되잖아.

아닌 거... 같은데...

 

 
 
  그러나 그들은 생각할 틈도 주지 않고 거의 반강제적으로 끌고 가면서 한 명은 앞에서, 한 명은 뒤에 밀면서 가파른 계단을 하나 하나 내려가기 시작했다. 무슨 마약 거래 현장도 아니고 계단을 내려가자 또 보이는 철문과 또 보이는 계단. 게다가 벽은 합판도 아닌 콘크리트로 되어있었기에 소리를 지른다고 해도 지상 위로 도달하기 힘든 구조였다. 그렇게 지상의 빛은 물론 자동차 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 지하감옥 같은 곳에 도착하는 순간 문이 닿여지면서 분위기가 180도 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자리가 사람 만든다는 말처럼 중년 남자들이 험악한 표정을 지으며 소년의 주인이라도 된 것처럼 거들먹거렸다.
 
 

뭣도 없는 놈이 더럽게 싸가지 없이 나오기는. 너 뭐라도 돼? 

길바닥에서 자는 놈이 어른들이 하는 말이나 무시하고.

 

  취조실처럼 좁은 공간과 밝기가 형편없는 전등. 나이 먹을 대로 먹은 어른들이 어린 아이를 등쳐먹는 현장. 얼굴 싹 바꾼 그들은 소년을 아래 위로 훝어보며 빼먹을 것이 있는가 확인하기 시작했다. 우선 어린 나이라는게 가장 큰 메리트였다. 착하게 생긴 외모도 나쁘지 않았고 말이다. 두꺼운 후드티를 입었기 때문에 드러나진 않았지만 튼튼해보이는 몸도 어딘가 써먹기에 충분해보였다. 무엇보다 경험이 없어 보인다는 거, 딱봐도 쉽게 몸을 굴리는 스타일이 아닌 착하고 말 잘듣는 모범생 같았기에 망가트리는 맛도 확실히 있을 것 같았고 말이지. 그렇게 두 남성이 소년을 두고 효율성과 필요성을 재고 있을 때 과연 소년은 착한 목소리로 왜 자신에게 거짓말 했냐고 묻기 시작헀다.
 

 


 
거기다 아저씨들 공무원 사칭하셨어요. 청수재단 복지사업부라고 하셨잖아요.

시발 그걸 진짜로 믿으셨어요?

공무원 사칭, 그거 청수에서 중범죄로 취급한다는 거 아시죠? 

용서해주라. 우린 어차피 가족이잖아. 

 

 


  만난지 1시간도 안됐는데 가족이라니. 그때 한 남성이 가족에게도 하지 않을 스킨십, 소년을 뒤에서 끌어안더니 두꺼운 손으로 은밀한 곳을 향하여 더듬기 시작했다. 몸좋네. 운동하나봐. 어깨부터 해서 허벅지가 생각보다 단단하자 남자는 흥분했는지 소년의 귓가에 뜨거운 바람을 넣기 시작했다. 그리고 또 다른 남자는 금방이라도 입맞출 것처럼 소년의 턱을 부드럽게 쓰다듬자 결국 그 착한 소년도 대체 뭐하는 짓이냐고, 다만 화들짝 놀란 것도 아니고 치를 떠는 것도 아닌, 끌려 왔을때처럼 영혼 없는 눈으로 말하자 남자는 뻔뻔하게 대답했다.

 


한대 쳐맞고 할래. 얌전하게 할래.

고작 이거 하시려고 여기까지 끌고 온거에요?

왜? 약한 거 같아? 좀 더 하드한 거 할까?

하드코어 같은 거요?

하드코어 알아? 그러면 이야기가 빠르겠네. 어때? 할까?

아는 형이 하드코어 매니아던데.

그러면 그 형처럼 나하고 한 번 해볼래?

그럴까요?

 

 



 
  소년은 자신의 턱을 쓰다듬는 남자의 검지와 중지를 잡고 있는 힘껏 반대방향으로 꺾자,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뼈는 물론 살점 찢겨나가는 고통에 남자는 비명을 질렀고 그 틈을 타 목젖, 복부, 음낭같은 급소를 가격하면서 건장한 남자 한 명을 행동불능 상태로 만들었다. 순식간에 벌어난 일이었다. 대비할 틈도 주지 않는 공습이었고. 그 모습을 본 다른 남자는 이성적인 판단이고 뭐고 반사적으로 주먹을 휘둘렀지만 전문적으로 격투술을 배웠는지, 어린시절부터 어디 특수부대에 감금되어 살아왔는지 가볍게 피하고 맞받아치는 아이. 그 역시 급소를 중심으로 한 구타 당했고 그들이 내지르는 소리는 지상까지 도달하지 못하였다. 소년이 도망칠 수 없도록 지하로 끌고 왔지만 반대로 그들이 도망가지 못하는 감옥이 된 꼴이자, 훈련 받을 때마다 죽음과 밀접한 자기 소멸, 자기 파괴를 늘 염두해두고 사는 세속오계 학술원 후보생을 건드린 결과였다.

 
   사실 소년은 이렇게까지 살의를 가지면서 때릴 생각은 없었고 그냥 가볍게 상대하고 가볍게 경고만 주려고 했다. 자신의 몸을 더듬는 불쾌한 손길도 청수를 이끌 지도자 후보생의 넓은 아량으로 용서하려고 했다. 그러나 하수구에서 밀려오는 썩은 내를 맡으면 본능적으로 인상 쓰는 것처럼 소년은 저도 모르게 올라오는 분노에 자기 통제 상실 상태에 빠졌다. 고작 이딴 쓰레기 새끼들 구하려고 그렇게까지 훈련한 건가? 이딴 새끼들의 후손을 구하려고 우주선을 짓는 건가? 소년에게 있어서 학술원은 고통스러운 곳이었지만 적어도 그곳은 환경적으로 깨끗했고 귀족 엘리트만 뽑았기에 말이 통하는 사람이 있었다. 그러나 학술원 밖 도시 전체는 똥통, 시민들을 구하기 위해 외계행성에 정착촌을 만든다는 시딩 프로젝트의 사명감마저 짖뭉겨 버리는 진짜 지옥이었다.

 



알았냐? 당신들이 내 의지를 꺾는다고.
 

 


 
  그렇게 소년은 성인 남성 둘을 일어 서지 못할 정도로 일그러트렸지만 아직도 불만이 있었는지 신발 끝으로 얼굴을 툭툭 건드렸고, 간신히 숨은 붙어 있었지만 이미 갈비뼈고 뭐고 박살내버려서 스스로 일어나는 것조차 고통스러울 정도로 제대로 망가트렸다. 그런 상태로 과연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그리고 저 높은 계단을 스스로 올라갈 수 있을까. 엉거주춤한 자세로 어떻게 해서든 계단을 올려가보려고 하겠지. 하지만 노력은 결국 절망으로 치환되면서 몸이 빠짝말라 고통스럽게 아사하겠지. 그 생각에 소년의 얼굴에 섬뜻한 미소가 피어올랐고, 그래. 그것이 제대로 된 벌이지. 군침이 싹돈다는 느낌이 드는 순간이었다.


쓸모없는 놈들.

 


 

  어둡고 가파른 계단을 홀로 오른 재문이는 지하실 철문을 닫기 전, 마지막으로 계단 아래 비밀 장소를 내려다 보았다. 그들의 상태로 봤을 때 계단을 오르는 건 무리일테고 이대로 문을 닫아버린다면 파종선이 출발하기도 전에 죽겠지. 구더기가 온몸을 뒤덮고 시체 썩은내가 진동하고 나서야 사람들이 알아 볼 수 있을테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문이는 철문 손잡이를 잡으며 그들을 제압하는데 걸린 시간보다 몇배는 되는 시간동안 그 불빛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높은 건물 사이로 흐르는 차가운 바닷바람. 흔들리는 까만 머리칼. 희미한 불빛처럼 희미하게 떠오르는 수업 내용들. 철인정치, 마키아벨리즘, 그리고 군주론. 지도자는 채찍도 잘 휘둘러야하지만 당근도 잘 주어야 해요. 학술원에서 배웠던 정치학 수업이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쓸모없는 놈들... 
   


  결국 재문이는 지나가는 사람이 볼 수 있도록 문을 열어 놓은 채 그자리를 떠났고, 분명 위대한 성인 군자처럼 나쁜 사람을 혼내주고 자비심까지 배풀어주었는데 이상하게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저 텅비고 우울한 눈빛을 가지며, 카페를 나왔을 때처럼 가출 청소년처럼 보이는 무방비한 모습으로 새벽 밤거리를 혼자 떠돌아 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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