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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포즈 커피 - 카페라떼 / 복지의 빈자리에 대출이 내려 앉을 때 (예술인생활안전자금 메일을 받고)

에세이/가계부 대신 에세이

by @blog 2024. 7. 5.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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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이런, 한 번도 예술인 지원금을 받지 못한 내게 무슨 신용이 있다고 예술복지재단에서 ‘예술인생활안전자금’이라는 대출을 해주겠다고 메일까지 보내준 거 있지? 지금 나랑 장난해? 지원금은 못주겠는데 대출금 대주는 건 도와주겠다고? 그것도 이자까지 받아 처먹으면서 말이야. 비록 내가 지원금을 받지 못해 화가 난 것뿐이지 이래 봬도 컴포즈 커피에서 카페라떼 사 먹을 정도로 여유 자금이 있거등요? 맥심 커피믹스가 아니라 사치스럽게 카페에서 커피를 사 마실 만큼 아직은 괜찮거든요? 확실히 인스턴트커피보다 카페 커피가 향이라던가 뒷맛 모두 좋더라고. 아무리 비싼 인스턴트커피를 마셔도 재현할 수 없는 향이 있더라고. 그러니깐 나한테 틈만 나면 대출해 준다는 070, 02로 시작되는 전화처럼 대출 권유 하지 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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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예술복지재단뿐만 아니라 성인이 되는 순간 한국장학재단, 국가에서 해주는 전세자금대출, 생활비대출에 있어서 난 자격이 됐었다. 그러니깐 청년으로서 내게 먼저 찾아온 것은 대출이었지, 복지 같은 경우는 잘 알려지지도 않은 숨은 맛집처럼 잘 보이지도 않았고 무엇보다 기한이 그렇게 짧을 수가 없더라고. 경쟁률은 또 어찌나 치열한지, 제출해야 하는 서류도 왜 그리 많은 건지. 거기다가 뭐 좀 물어보려고 하면 질문게시판이 미워터 져요. 반면 대출 같은 경우는 공인인증서만 내려받으면 언제든지 가능하고 상담 직원 역시 세상 친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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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도 안다. 불로소득과 날로 먹는 것은 게으름뱅이의 사고방식이라는 것을. 하지만 새벽 일찍 일어나서 폐지 줍는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의 삶을 들어다 보면 그들은 그 누구보다 부지런하신 분이다. 당장에 나도 그러는데 뭐. 내가 보증할 수 있는데 나는 다른 그 누구보다 부지런하게 살아왔고 내가 딴 자격증, 수많은 상장, 수료받아온 수업과 강의들, 그동안 써왔던 글들이 바로 그 증거다. 하지만 난 금수저 1살 응애 아이보다 몇십 배는 적은 재산을 가지고 있으니... 바로 이러한 불평등을 조금이라도 방지하기 위한 것이 복지인데 복지가 어째서 대출의 탈을 써버린 걸까?


  대출은 절대 복지가 아니다. 포퓰리즘에 휩싸인 복지, 막상 도움을 받아야 하는 대상에게 도움 주지 못하는 엉망진창 복지도 문제지만 대출을 복지로 착각하는 정부 관계자도 참 문제다. 추수 전에 쌀을 빌려주고 추수 후에 이자와 함께 쌀을 돌려받는 조선시대 환곡제도만 봐도 처음에는 복지 차원에서 운영됐지만 조선 후반기에는 착취의 도구가 되지 않았는가. 지금 정부 차원의 대출도 그래. 현재는 제1급 금융권보다 낮은 이자율로 운영되고 있지만 좋은 의도로 만들어진 환곡제도가 후에 남용된 것처럼 저것 역시 남용 안된다는 보장은 어디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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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당연히 예술인 지원금을 받지 못해서 화가 머리끝까지 난 마음으로 쓴 글이 맞고요, 지금 이 시간에도 대출받으라는 스팸 문자와 전화에 짜증이 난 것 역시 맞고요, 아직도 노력타령, 의지타령하는 사람들에게는 참교육이 필요하고요, 어디 활빈당 같은 거 없나? 비록 내 아비를 아버지라고 부를 수 있지만 활빈당에 들어가서 그 누구보다 열심히 활동할 자신 있는데 말이지. 맞지 않는 것을 억지로 맞추기 위해 노오력하는 것이 아니라 진짜 내 마음 그대로  탐관오리의 사지를 찢을 수 있는데 말이지. 싹 다 불지를 수 있는데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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