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리만 원하고 의무를 외면시하는 건 인간의 본능이기에 남녀노소 지역 장소 불문하고 이기적인 사람이 있다. 비리 경찰이라던가 입바른 소리만 하는 정치인이라던가, 최저임금 줘놓고서 불법 합법 가리지 않고 일을 최고로 많이 시키는 악덕 업주, 그리고 책임감 없는 부모가 있겠지. 특히 생각보다 많은 엄마들이 한 가정의 부모가 되겠다는 생각으로 결혼하기 보다는 '이 남자가 날 소중히 보살펴 줄 수 있을 것 같으니깐, 평생 아낌 받을 수 있을 것 같으니깐, 먹여 살려줄 수 있으니깐.’라는 위험한 생각을 가지고 결혼을 다짐하는 경우가 있다. 즉 엄마가 될 사람이 딸 정도 되야 받는 권리를 탐한다는 소리다. 이거 생각보다 심각한 문제라는 것을 사람들은 잘 몰라하더라고. 그러니깐 "사랑하고 사랑받는 여자는 남편에게 딸 취급 받는다."라는 말이 가져오는 여파의 심각성에 우린 너무 무지하다.
자 그러면 딸의 권리를 탐하다 못해 딸 취급 받고 싶어하는 여자는 누구이고, 누가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으며 가정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 지에 대해서 청사진을 그려볼까? 우선 여자는 동등한 입장에서는 소통이 삐걱거리지만 뭔가 다해주고, 리드해주고, 맞춰주는 남자에게 세상 믿음이 가면서 결혼을 승낙한다. 왠지 평생 나를 아껴줄 것 같으니깐, 잘 맞춰줄 것 같으니깐, 전반적인 생활을 함께하면서 인간 원초적인 외로움까지 다 해결해줄 것이라는 김칫국 잔뜩 마시면서 말이다. 그렇게 시작된 신혼 생활, 아무리 친한 친구 사이라도 여행을 가면 한 번 씩 싸우는 것처럼 그렇게 좋던 남편과 함께 살게 되자 천당과 지옥을 오가게 되고, 만약 남편이라는 사람이 대화를 통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스타일이라면 좀 괜찮다만 대부분의 남자들이 여자에겐 침묵 혹은 폭력의 형태로 분쟁을 끝내버리는 경우가 많기에 여자는 처음으로 단절감을 느끼곤 한다. 베스트 프렌드가 자신을 져버리고 다른 친구들과 어울리며 노는 것처럼 엄청난 고립감을 느끼겠지.
하지만 진짜 큰 문제는 바로 아이가 생기고 나서 부터다. 여자가 임신을 하게 된다면 남자는 연애 초반때처럼 여자 위주로 맞춰주게 되고 그 기간이 특별한 기간이라는 것을 인지 못하는 여자는 다시 예전처럼 돌아왔다고 착각한다. 하지만 이번에도 임신이 끝나고 또 다시 남자와의 소통 충돌로 인해 고립감을 느끼고 결국 자신과 같은 성별인 딸과 여성연대를 이루면서 남편과의 감정 소통 부재에서 온 외로움을 풀어낸다. 엄마로써 느끼는 고충, 사회 생활의 힘듬, 딸은 전혀 이해하지 못할 어른들의 세계 이야기, 남편 뒷담화, 심지어 남편의 부재로 늘어난 가정일까지 맡겨버린다. 다만 이건 남편에 대한 엄마의 애증으로 시작된 여자들의 불완전한 연대이고, 어제까지만 해도 딸에게 아빠 욕을 그렇게 하던 엄마가 남편에게 꽃 한송이 받자 좋아 죽어하는 모습은 딸에게 혼란과 함께 여자란 존재에 신뢰성을 하락시키기에 충분하다. 그리고 그 딸들은? 불완전한 연대로 인하여 어린 시절에 받지 못했던 애정의 부재를 남자에게 찾으면서 딸 취급 받고 싶어하는 성인 여성이 된다. 마치 자신의 엄마처럼 말이지. 끔찍하지?
이처럼 여자들의 연대는 페미니즘이 나타나기 한참 전인 딸과 엄마 사이에서부터 있었다. 다만 이게 남자를 향한 애증의 감정에서 시작됐기에 지속력도 약할 뿐더러 남자의 작은 호의에도 금새 마음이 돌릴 가능성이 높다. 한때 엄청난 페미니즘 열풍이 불었을 때 남자에게 호의적이었던 여자를 향한 비난도 있었지만 엄마에 대한 비난, 기혼여성에 대한 비난도 함께 있었던 것은 엄마와 딸 사이의 불안전한 연대에 대한 기분 나쁜 회상 때문이겠지. 그런데 콩 심은데 콩나고 팥 심은데 팥 나는 건지, 과거 페미니즘의 선봉에 섰던 여성들이 여성을 속박하고 착취한다던 결혼 및 선자리 소식이 들리면서 이 연대 역시 불완전하다는 것을 여성들은 깨닫기 시작했다. “여자는 여자가 돕는다.”라는 말이 떠돌면서도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것을 보여주는 현상이 동시에 발생하는 현상, 그 현상은 마치 남편을 험담하면서 가정의 평화를 분열시켜놓고서는 또 다시 남편의 행동 하나에 좋다고 가정의 수호자 노릇하는 미성숙한 엄마를 보는 것 같았겠지. 유튜브와 sns에 남편 뒷담화를 공개적으로 해놓고서는 막상 사람들이 동조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우리 남편 욕하지 말라는 유튜버나 연예인들이 어디 한 둘이었나?
자, 그러면 이때동안 딸 역할을 바라는 미성숙한 엄마에 대해서, 그리고 그 미성숙한 엄마가 미치는 여파에 대해서 이야기했다면 이번에는 미성숙한 아빠에 대해서 이야기 해볼까? 미성숙한 아빠를 한 문장으로 요약하자면 '처음에는 아내가 아닌 딸을 원했지만, 결국에는 자신이 아들 역할을 원하는 남자'다. 아마 기혼여성이라면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잘 알 것이다. 내가 다 해줄게, 손에 물 한방울 묻히지 않게 해줄게, 당신을 공주 대접해주겠습니다, 라고 말해놓고서는 결혼 후 아빠의 의무에서 도망치고 오히려 아들 역할을 자처하는 최악의 남자 말이다.
실제 사례로 40대 남성이 20대 여성에게 집과 차와 그 모든 것을 해주겠다고 약속했건만 결혼 후에는 약속을 전혀 이행하지 않고 경제활동도 전혀 하지 않는 남자가 있었다지. 동갑도 아닌 한참 어린 여자에게, 경제적으로 힘든 집안에서 자라온 그녀에게 아빠 역할을 자처 했지만 사실은 자기가 아들 역할을 해버리는 사기 결혼인 셈이다. 물론 여자 쪽도 잘못하긴 했다. 인생의 동반자를, 평생을 함께할 남편에게 아빠 역할만을 바라는 것은 미성숙한 엄마를 자처하겠다는 뜻이니깐. 결국 남자가 잠든 사이 여자는 남자를 칼로 찔러 죽였고 그야말로 자업자득, 요즘 시대가 무슨 선녀와 나무꾼도 아니고 여자가 한 번 결혼하면 말없이 옆에 있어 줄 주 알았나 보지? 그나마 다행인 점은 자식이 없어서 그렇지 만약 자식까지 있잖아? 미성숙한 아빠들은 자식에게 아버지의 권위, 아버지 대접은 또 그렇게 받고 싶어한다.
이처럼 사람을 만날 때 상대가 어떤 역할을 진심으로 원하는 지에 대해서만 안다면 적어도 폭탄을 피할 수 있고 분쟁 역시 쉽게 해결될 수 있다. 특히 사회의 광범위한 현상과 문제는 따지고 보면 모두 가정에서 생긴 역할 문제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거든. 아빠가 아빠의 의무와 권리를 행사해야하는데 칭찬만 듣고 싶은 아들 역할을 원하네? 엄마 역시 엄마의 역할을 하지 않고 자기 좀 이해해주고 보살펴 달라네? 그 가정 사이에 태어난 딸과 아들은 딸 취급과 아들 취급을 받지 못하고 어른이 되다가 결혼하고 나서 뒤늦게서야 그 취급을 바라는 경우가 있다. 엄마는 엄마요, 아빠는 아빠로다. 딸은 딸이요, 아들은 아들이로다. 본인의 위치를 잘 알고 다른 것 좀 탐내하지 좀 말자.
나이가 들면 들수록 부모의 고충과 마음을 이해한다고들 하는데 어째서 난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정신적으로 미성숙한 사람이 부모가 되려고 하는 걸까 생각이 들더라고. 본능인건가?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파는 것처럼? 어째서 결혼하면 딱 좋을 성숙한 사람은 결혼을 기피하고 절대 결혼해서는 안되는 사람은 왜이리 빨리 결혼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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