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트릭스를 보다보면 메로빈지언이 제일 불쌍하게 보인다.
매트릭스의 창조주인 아키텍트가 첫번째 매트릭스인 천국 매트릭스가 실패하자
두번째 매트릭스인 악몽 매트릭스를 만들었는데
그 두번째 매트릭스를 관리하는 역할이 바로 메로빈지언이었던것.
허나 사람들이 두번째 매트릭스를 거부하고
오라클이 제안한 세번째 매트릭스인 선택의 매트릭스가 더 인간을 잘 유지할 수 있었기에
두번째 매트릭스는 폐기, 매로빈지언 역시 삭제될 위기에 처한다.
그러나 여차저차 세번째 매트릭스로 아내와 부하와 함께 도망쳐오게 됐지만
페르세포네의 말처럼 열정적이었던 그는 변하기 시작헀다.
그럴만도 하지. 최선을 다하여 왕국을 유지시켜보려고 했지만 그 왕국은 무너졌고,
자신이 살 수 있는 곳은 오직 자기 왕국을 멸했던 새 왕국이니깐.
그런데 그때 네오 일행이 메로빈지언에게 찾아 오게 되고 메로빈지언이 숨겨두었던 키메이커를 달라고 하지만
인과율에 대해 설명하며 키메이커를 줄 명분이 없어서 못주겠다고 한다.
그러나 이를 지켜보던 메로빈지언의 아내 페르세포네는 색정광으로 변해버린 남편에게 질려버려서
키메이커를 네오일행에게 건네주게 된다.
메로빈지언이 말하던 인과율에 완전 위배되는 사건인 것이지.
매트릭스 3편에서도 역시 우리의 메로빈지언은 호구로 나온다.
그가 관리하는 림보 구역에 네오가 갇히게 되고 네오의 동료들은 메로빈지언에게 네오를 돌려달라고 한다.
허나 이번에도 인과율의 법칙을 닮은 ‘동등한 거래‘를 말하며
오라클의 눈을 주면 네오를 주겠다고 하지만 또 인과율에 위배되는 사건,
트리니티가 메로빈지언의 머리에 총을 겨누면서 네오를 돌려주게 된다.
그저 아낌없이 주는 메로빈지언ㅠㅠ
재미있지?
메로빈지언은 인과율, 오는게 있으면 가는게 있다고 그렇게 줄창 이야기 하지만 주기만 했고 뺏기기만 했다.
메로빈지언이 이득되는 것은 없었다니깐?
사랑으로 인해 생기는 예측불가능한 선택에 의해서,
즉 메로빈지언은 사랑에 딸려 나오는 도무지 납득하지 못할 선택을 너무 간과하고 있었기에 두번이나 당한 것이다.
사실 매트릭스에서는 사랑으로 인하여 납득못할 선택을 하는 인물이 많다.
인류를 구하는 선택 대신 트리티니를 구할 수 있지만 인류가 멸할 위험을 택하는 네오,
인간들이 매트릭스에서 해방되길 원하여 위험한 도박을 했던 기계 오라클,
네오가 위기에 처하자 자신이 대신 맞서 싸워 스미스 요원에게 사로잡힌 모피어스도 그렇다.
인간이든 기계든 그들은 사랑 때문에 이해 못할 선택을 한다.
사랑 뿐만 아니라 사실 이 세상은 이해하지 못할 것 투성이다.
하루아침에 뭔 일이 생겨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그야말로 혼돈의 똥통이자 지옥인 것이지.
그것을 감당하기에 인간은 너무도 허약하기에 어거지로 규칙을 만들어서 안전감을 느끼곤 한다.
번개의 신, 하늘의 신, 땅의 신, 비의 신, 철의 신, 우라늄의 신같은 것을 만들고 제사를 지내는 것 역시 모두
규칙성 안에 자연을 정의하고 안심하고 싶어서 그런 것이다.
미신 같은 것이 바로 그것에 속한 거겠지?
종교의 영역에서는 그것은 더욱더 심하다.
어떤 사람이 불행한 이유 -> 죄를 지어서, 인과응보 받아서, 전생에 못되먹어서
어떤 사람이 죽은 이유 -> 신의 분노를 받아서, 신이 그 사람을 좋아해서 빨리 천국에 대려가려고
카르마에 대한 업보이기에.
행복할 수 잇는 방법 -> 업을 없에고 공덕을 쌓을 것, 기도할 것, 신을 믿을 것.
하지만 모두 이것은 앞서 말한 것처럼 인간이 세상을 규칙성인 통제 아래에 두고 싶어하는
두려움으로 만든 공식일 뿐이지, 증명되지도 않았고, 보장할 수도 없으며, 있지도 않다.
우린 모두 어줍잖은 부처다.
불규칙한 세계와 인간을 이해해보려고 각종 법칙을 만들고 규정 해보려고 하지만,
그러니깐 인과율이니 인과응보이니 거자필반이니 카르마 라고 하지만
우린 매번 그 규칙에 배반 당하고 있잖아.
사람을 모두 다 안다는 식으로 인과율에 대해 장황하게 설명했지만
보기 좋게 트리니티와 페르세포네에게 당해버린 메로빈지언처럼 말이지.
그에 반해서 메로빈지언의 아내 페르세포네는
잊어버렸던 사랑의 감각을 되찾기 위해 네오에게 키스를 요구하고
사랑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는 트리니티의 마음을 단번에 알아차린 것이
누구보다 인간스럽고 인간에 대해서 잘 아는 것처럼 보인다.
그녀의 직감과 본능과 감각은 어줍잖은 인간관계론을 말하는 메로빈지언보다
훨씬 더 정확하게 사람의 마음을 파악하고 있다.
오라클이 아가페적인 사랑을 가졌다면 페르세포네는 에로적인 사랑을 가진 것처럼 보이니,
만약 페르세포네가 매트릭스를 만들었다면 잘 유지 되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도 든다.
“네에? 그러면 이때까지 사람들이 정의 내린 인간론을 모두 폐기하자는 건가요?” 라고 묻는다면 그건 아니지만,
이미 인간을 향해 정해진 규칙을 참고는 하되 절대적으로 신뢰하지 말자는 소리다.
특히 종교에서 규정하는 인간론, 종교에서 정의한 세계론은 더욱더 말이지.
오히려 그 정의가 세상을 보는 마음의 창을 닫게 할 수 있다.
알다시피 아직까지 이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것은 카오스 이론,
그리고 혼돈과 닮은 인간을 그나마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은
같은 인간이기에 가지고 있는 공감과 직감과 동물적 감각, 그리고 사랑이다.
영화 <인터스텔라> 역시 이러한 주제를 말하고 있다.
사람을 알고, 사람을 구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사랑이라는 것을 말이지.
그러지 않으면 아낌없이 주는 메로빈지언처럼
사랑이 만들어낸 불규칙한 선택에 이리저리 끌리고 본전도 찾지 못할껄?
이해하지도 못하고, 알지도 못하며,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몰라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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