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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평은 글 쓰는 재미만 반감 시킬 뿐이다.

에세이/나의 작문 일대기

by @blog 2025. 2. 28.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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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계획대로라면 난 지금 3월 31일에 보낼 동화 공모전을 준비하며

아이디어를 짜내고 플롯을 짜내면서 시간을 보내야 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공모전과 별개의 글을 지금 쓰고 있으니...

쓰기 싫다고오! 아이디어 짜기 싫다고오!

누군가에게 날 보여야하는 글은 더이상 쓰기 싫다고!

일회용품 쓰듯 가볍게 글 쓰고

개소리 범벅으로 이루어진 정보 쓰레기의 바다 위에서

아무 말이나 싸지르고 싶다고오!
 

 

 

 

 


나도 안다.

프로의 영역으로 도달하기 위해서는 인터넷 커뮤니티에 싸질러지는 글과 달리

기품과 우아함이 넘치고 지성으로 무장하며

잘 깎이고 잘다듬어지며 잘 만들어진 글을 써야한다는 것을 말이지.

그러나 가끔은 그러한 철학이 나의 한계가 되어

더욱더 글을 쓰기 싫게 만드는게 아닐까라는 생각에 빠지곤 한다.

아이들에게 막연히 꿈과 희망을 주는 동화보다는 나쁜 애가 되어도 상관없다는 글을 써보고 싶고

페미니즘은 생각보다 많은 판타지를 요한다는 통쾌한 글도 써보고 싶고,

여자와 게이와 트랜스젠더를 하나로 묶고 사회적 약자로 분류하려는 어이없는 사실과,

실제 남자 만나서 스트레스 받느니 게임 캐릭터 사랑하는게 훨씬 더 좋다는

이런 개소리를 실컷 써보고 싶다.

다른 사람에게 공감받지 못할 생각과 환영받지 못하는 문체,

읽기 어려운 비문들로 가득한 글을 한가득 써보고 싶단 말이다.

 

 

 

 

다만 문제는 그러한 글을 쓸 수 있는 자유는

오직 블로그에 혼자 글을 쓰거나 아마추어때나 가능하지

직접적으로 돈을 벌고 청탁을 받으려면 이러한 글쓰기에 절대 길들여서는 안되는 것을 알기에,

프로의 길로 가기 위해서는 정해진 시간과 약속과 절제에 익숙해져야만 한다.

유튜버와 다르게 정장을 차려입고 

정확한 발음으로 정보를 전하는 아나운서처럼 말이지.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러한 정제됨이 프로작가가 글을 쓰고 싶지 않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는 거,

이것은 글쓰는 작가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프로게이머 역시 게임하기 싫다고 하는 것과

가수가 노래부르기 싫다는 것, 직장인이 일하기 싫다는 것도 그 이유 때문이다. 

무엇이든지 직업이 되고 돈과 연관이 되며,

내 의지와 무관하게 강제성이 부여되는 순간 하나의 노동이되면서 재미가 있을 수 없다.

소히 말해서 글밥 먹고 사는 작가들이

글이 써지지 않는다면서 머리를 뒤집어 싸고 담배를 뻑뻑 피워대면서 

최대한 욕먹지 않은 방향으로, 그런데 뭔가 섹시한 글로,

뭔가 파격적이지만 또 너무 파격적이지 않은 방향으로 가기 위해 늘 자신과의 싸움을 하고 있다.

"끼얏오우! 와타시와 작가임으로 항상 아이디어가 샘솟고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을 가진다능!"이라는

사람이 물론 있기야 하겠지.

하지만 평가와 성공이라는 칼날이 목을 겨누는 순간 긴장감과 불안감을 가지게 되고

그것은 자연스럽게 노동이 될 수 밖에 없다. 

 

 

 

 

 

상대방이 나를 평가하고 있다는 압박감,

그래서 반드시 좋은 글을 써야 한다는 의무감,

바로 그 두가지가 창의성은 물론 흥미 역시 떨어트리는 요소고

내가 합평을 싫어하는 이유 역시 그것이 글 쓰는 재미만 반감시킬 뿐 뭣도 아니기 때문이다.

문학 합평? 문학 평가?

허허. 나도 많이 받아봤지. 해보기도 하고 받아보기도 하고 

같은 학생에게 받아보고 교수에게도 받아보고 말이지.

물론 조언이라는 채찍에 효과를 받는 사람이 없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의 촌철살인 같은 말 한마디에 충격을 받아서 인생이 180도 바뀌었다는 성공담처럼

날카로운 합평에 정곡이 찔려서 글 스타일을 싹다 바꾸고자 다짐을 하는 애들을 봐왔으니깐. 

다만 그건 매우 손꼽을 정도의 일이고

대부분은 4년동안 본인의 글 쓰는 스타일이 바뀌지도 않았고 

혹은 바꾼다고 하더라도 타인의 영향 아래에 바뀐 것이 아닌 

본인 스스로 바꾸고 싶다는 동기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또한 합평에 대해 내가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이유 중 하나가 더 있다면 

합평을 좋아라하는 사람은 자신이 쓴 글에는 관대한데

남의 글에는 누구보다 엄격한 탈돼심 같은 사람들이 선호하기 때문이다.

(탈돼심을 알고 싶으면 <글판에서 본 폭탄들> 편 참조)

원래 탈돼심 같은 여자들이 본인 외모와 성격 전혀 생각 안하는데 남 평가는 그렇게 좋아하고,

백수에 집에 누워서 커뮤니티나 하는 사람이 월 500 기본 아님?이라는 글을 싸지르는 것처럼

인간의 본성상 타인의 평가에는 상상이상으로 엄격하고 본인에게는 매우 관대하다.

특히 열등감이 높은 사람에게는 그러한 성향이 더욱더 강한데

그런 사람에게 합평을 해달라고? 글을 평가해달라고? 

그냥 저기 서울역가서 소주 한병 사들고 인생을 배우겠다고 말하는 것이

진짜 훨씬 더 유익하고 도움이 될 것이다.

적어도 그 사람들은 직접 경험했던 경험담 아니겠는가.

 

 

 

 

 

특히 장인 - 조수의 구조를 이루고 있는 예술계에서 이러한 현상이 많이 나타나는데

왜냐면 과외선생님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합평 외에는 딱히 없거든.

예술계 전반적으로도 뭔가 엄격한 평가, 엄정한 합평이 좋은 것이라고 착각하는데 

예술이 장난이냐고 뜬금없이 빼액 소리 지르는 사람,

나는 그 누구보다 엄격하고 진지하게 예술을 한다는 사람,

나는 인생의 희노애락을 담아낸 예술을 한다면서 어깨에 힘을 주는 사람치고 좋은 사람 못봤고

오히려 장인의 위치에 있어야만 돈 벌어 먹을 수 있는 과외선생이나 허세충일 확률이 높다.

실제 동기들 중 등단에 성공하거나 좋은 성과를 거두는 애들을 보면 

과에서 있는지 없는지 모르는 굉장히 조용한 애들,

소위 에이스라며 교수와 반 친구들의 기대 혹은 압박을 받은 애들보다

 안경쓰고 더벅머리에 있는지 없는지 모르는 남자애가

갑자기 뜬금없이 상을 받는 경우를 자주 봐왔다. 

그리고 그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수상소감을 말하는데

그냥 수업시간에 썼던 글을 냈다는 것.

 

 

 

 

아니라고? 피나는 노력과 필사를 통해 터득한 필력이 성공한 작품을 만든다고?

그러면 피나는 노력 끝에서 성공하지 못한 작품들은 무엇이라고 말할 것인가. 

설마 아직도 노오오오력으로 성공과 실패를 좌지우지 할 수 있는 거라 생각하는 건가? 

좋은 글이라는 건 "흠! 나 무조건 좋은 글 쓰겠음! 흠! 나 무조건 대작 한번 써보겠음!"

이라고 마음 먹는다고 해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수많은 합평으로 인하여 수정되고 수정된 글이 대작이 되는 것도 아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꽤 많은 명작들은 우연히 얻어 걸리는게 맞고

그 원인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소위 인터넷에 떠돌아 다니는 짤 중에 한쪽은 고민을 무지하게 하고 있는 남자,

다른 한쪽은 엄지를 척 내밀며 "나 이거 좋아해! "하는 남자 중에

아이러니하게도 성공할 확률이 높은 작가는

계속 얻어걸릴 수 있도록 꾸준히 자기 스타일대로 쓰는

오타쿠 같아 보이는 따봉남이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말처럼 

가장 자기다운 글이 가장 매력적이고 섹시하고 신선하다.

오히려 합평으로 인하여 단련된 작품,

기성 작품을 통하여 필력에 물오른 작품은 어디서 한번 본 것 같고 신선하지 않다.

과거 웹소설의 조상님인 귀여니가 어디 문학회에서 합평 받았으면

탈돼심 같은 애한테 욕만 잔뜩 먹고 작가를 시작하지도 않았을걸?  

하지만 세상은 문학회보다 훨씬 넓고 무엇보다 관대하며,

어떠한 글에는 매정하지만어떠한 글에는 매우 너그럽게 받아주는데

그 기준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니 우선 본인의 본질이 이끄는대로 써라.

욕 먹어도 쓰고, 도태될지라도 쓰고, 스트레스 받지 않게 편안하게 써봐라.

마치 경계도 통과하는 햇빛처럼 잡으려고 해도 잡을 수 없는 당신다움을 무장하면서 말이지.

인간의 지루함이 끝이 없는 것처럼 인간의 상상력 역시 끝이 없기에

오히려 상상력을 억압하는 엄격한 잣대와 기준은 사라지면 사라질수록 좋다.

그러기에 합평은 좋지 않다.

 

 

 

 

 

아시겠죵?

자~ 입 크게 벌리고 이 사상을 한번 먹어보도록 하시라.

세상은 어떻게 될지 모르고 내가 뭐 어떻게 할 수 없으니

그대는 마음 놓고 그대가 써보고 싶은 내용의 글을 꾸준히 마음껏 쓰세요.

성공하면 좋고 실패해도 내가 쓰고 싶은 글 썼으니깐 양쪽 모두 이익일 수 밖에 없는

무적의 전략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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