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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을 전달하기 위하여 글을 쓰지마세요.

에세이/나의 작문 일대기

by @blog 2025. 3. 1. 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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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나네. 블로그 및 SNS를 통하여 연예인을 체계적으로 욕하는 탈돼심 같은 여자가 있었는데
이 여자는 자기가 악마의 재능을 가진 사람, 한국 가요계의 신이라고 자칭할 정도로 
자신의 글쓰기에 어마어마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 자부심 높은 것은 절대 나쁜 것은 아니지.
남이 자부심 가지는 꼴을 못봐주는 대한민국 정서상 그 사람은 정말 대단한 사람이 맞다.
다만 연예인에 대한 막연한 비난과
외형이 맘에 들지 않다는 이유로 천박한 욕설과 함께 어그로를,
그것을 악마의 재능이라 착각하는 정도가 지나치게 되었고  
결국에는 어느 한 아이돌 소속사에서 그녀를 고소하게 되었다는 사실.
뒤늦게서야 그녀는 자신이 썼던 글이 쪽팔렸는지 부랴부랴 지우고 선처를 호소했지만
그 잘나던 악마의 재능이 해당 아이돌 소속사에게는 전혀 통하지 않았나보다.
소속사는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는 소식과 함께 
그녀가 아주 좆됐다는 것을 세상 만천하에 알리게 되었다.
하여튼 모지란년 같으니라고.
 
 
 
 
 
그녀의 잘못은 무엇일까? 
걱정 안해도 되는 연예인에게 쓸때 없이 오지랖 넓힌 것?
어마어마한 영향력을 과시하고 싶은 욕심에 연예인을 건드렸던 것?
탈돼심처럼 외모, 외형, 성격, 행동까지 자기 통제하에 두고 싶다는 욕망 때문에?
심리적 및 사회학적인 시선으로 본다면 그런 문제점이 있겠지만
우선 작문적인 입장에서 볼 때 그녀가 쓴 글의 문제점은
감정을 막연하게 앞세우는 배설용 글이라 미학적이지 않을 뿐더러,
익명이 아닌 자신의 특정성이 드러날 수 있는 곳에
삭제하지도 않고 그 글을 축척시켰다는 점이다. 
 
 
 
 
그래. 축적되면 축적될수록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글이 아니라
익명성을 가지고 커뮤니티에 싸지르고 버려야 하는 형태의 글이라니깐?
"19xx년... 이됴르 왕국은 외세의 침입을 자주 받는 나라였고
그 나라의 상업 경제에 있어서는 타국과 거래를 했는데 어쩌고저쩌고..." 류의
정보 전달형 글은 재미는 없어도 남에게 피해주는 주지 않지만
"그년 진짜 못생겼어! 아몰랑! 사회 그냥 나빠! 보고싶어! 섹스하고 싶엉! 똥싸고 싶어!"
류의 막연히 감정만 앞서는 것도 미학적이지 않을 뿐더러 
상대에게 좋지 않은 감정을 전달해준다. 
 
 
 
 
 
 
이건 단순 문학 뿐만 아니라 미술에서도 마찬가지다.
사람이 시간내서 그림을 본다는 것은
그 그림안에 담겨있는 예술가의 획기적인 철학이 궁금해서 보는 거 잖아. 
허나 그 사람 고유의 철학은 담겨져 있지 않고
그렇다고 해서 표출과 절제 사이를 우아하게 타고 놀며 예술성이 엿보이는 것도 아닌
막연히 싸지른 것 같은 그림,
물론 싸지르는 형식의 그림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냥 삘받아서 
그린 그림에 우리는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
아마 백문불여일견이라고 직접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저기 어디 우울증 카페나 자캐 커뮤니티 카페 같은 곳에 가보면 
불안, 우울, 외로움, 자해, 자살을 직접적으로 표출한 그림들이 굉장히 많은데
그 그림들 몇점만 보고 나면 강렬하고도 통일되지 않는 색,
검정색이 섞인 채도 강한 색감으로 인해
당신은 금방 피로감을 느낄 것이라는 걸 나 예측할 수 있다.
이것들이 미학적으로 보이지 않는 이유는
초등학생 ~ 중학생들이 많이 그리기에 단순 그림 실력 부족도 있지만
원초적이고 강렬한 감정을 직접적으로 보면 놀라는 것도 있지만
하나같이 똑같아서 진부함을 느끼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그림은 음악과 마찬가지로 감정 전달력이 직관적이고 빠르지만
글은 감정 전달력은 물론 직관성이 가장 느린 매체 중 하나다. 
작가의 감정을 느끼기 위해서는 계속해서 읽어야하는 노력과 시간이 필요한 매체란 말이다.
그런데 그런 매체에서 어떤 내용이 담기기는 커녕 감정만 앞선다면?
종종 사람들 중에 "내가 삘받아서 쓴 글이야."하고 건네주는 글이 있는데
"하악... 섹수섹수! 하악... 자살! 자살!"류의 막연히 감정만 앞서는 글이 많더라고.
왜 그는 다른 사람에게 성적 욕망을 느끼는지,
왜 갑자기 죽고 싶은지에 대한 설명도 없이 막연하게
밀어붙이는 글을 볼때면 내가 감정 쓰레기통이 된듯한 슬픔 느낌도 든다. 
그리고 어떻게 다들 하나같이 그렇게 자살과 섹스 이야기만 할까.
왜냐면 그게 가장 원초적이고 당장 떠오르는 흥미로운 글감이 그거 외에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예초부터 내 감정을 상대방에게 선명하게 전달해주겠다는 의지를 가지지 말고,
앞전 < 합평은 글 쓰는 재미만 반감 시킬 뿐이다.>편에서 말한 것처럼
상대방에게 감정을 공유하고 전달한다는 어떤 압박감을 느끼기 보다는
오직 나에게, 혹은 미래의 나에게 내 이야기를 전달해준다는 마음가짐으로 쓰는 편이
훨씬 마음 놓이고 좋을 것이다.
그래. 우리 사람 앞에 대화할 때 뜬금없이
"아씨 기분 개좆같아! 그년 꼴보기 싫어!"라고 하지는 않잖아.
왜 그녀가 꼴보기 싫고 내 기분이 왜 개좆같은지 차근차근 말하잖아.
그것과 같은 이치인 거다.
상대에게 내 감정을 막연하게 전달해주겠다는 사명을 가지지말고
우선 내 이야기 좀 들어봐 달라는 뜻으로 이야기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사람은 그 이야기 속에 숨겨진 감정을 알게 될 것이다.
 
 
 
 
 
글이라는 건 말이지,
감정을 담아내기 너무도 각지고 날카롭고 새까맣다.
 순간적인 감정을 우겨넣어도 금새 차갑게 식어버리고
분명 진심을 담았는데도 불구하고 차갑게 식은 피자처럼 맛이 없어져버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도구를 사용하여 나의 감정을 전달하고 싶다면
지금 가지고 있는 뜨거운 열기를 담아내는 것이 아닌
스스로 열기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발열기를 만들어봐라.
내 마음을 상대가 하루빨리 알아봐주길 바라는 조급함보다
아무도 없는 나무 아래, 조금은 시원한 강가 근처, 별이 비추는 바다 아래서
묵묵히, 꾸준히, 그리고 조용히 발열기를 만들다보면
언젠가 상대방이 내 마음을 알아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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