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왜 그 사람은 자기 이야기만 할까

에세이/옥덕순의 인간 관계학

by @blog 2025. 7. 6. 20:54

본문

 
 
 
 

 


  내 친구 중에 진짜 별로다 싶을 정도로 카톡을 이상하게 하는 애가 있다. 물론 사람마다 스타일이 있고 그것에 대한 차이를 인정해야하지만 이상하게 이 애와 카톡을 하면 다음에는 하기 싫고 내가 왜 이애랑 카톡해서 시간낭비를 하는거지? 라는 생각이 들더라고. 그러니깐 이야기의 포인트가 자기 중심일 때는 열나게 카톡하고, 자기 중심이 아니다 싶은 이야기는 철저하게 무시하고 간다는 거. 어디 예시를 들어보자면 이렇다.


1 아 답답해.
2 왜? 무슨 일인데?
1 너는 소심한 사람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
2 소심한 사람? 갑자기 왜?
1 회사 사람들이 내가 그런 성격이라고 해서 ㅡㅡ
2 글쎄... 사람은 각자 생각이 다르잖아. 내가 보기에는 그게 너의 장점인 거 같아. 소심한 사람 중에 성공한 사람도 많고. 그러니 기운 풀어.
1 ㅇㅇ


  정말 이렇게 카톡을 하다가 끝낸다는 것이다. 본인 할말 다 하면 “ㅇㅇ, 응”을 보내는 것으로 카톡의 대화를 종료한다는 것이다. 뜬금없이 시작했다가 자기 흥이 끝나면 끝내는 아이, "친구 좋다는 게 그거인가봐! 너의 말이 위로가 된다.", 라는 말이라도 하면 몰라. 내가 무슨 네이버 지식인, 심심이로 아는 건가? 하도 답답해서 왜 그런식으로 카톡을 끝내냐고 물으니 다르게 나오는 듯 하지만 결국 원래대로 돌아오더라고. 언제까지 이 애 장단을 맞춰주고 살아야 하나 싶어서 카톡을 안하니 역시나 전혀 뜬금없는 메세지를 보내며 내게 낚시찌를 던지고 있다. 은행 대출이 문제가 있대, 일본 지진이 난대, 잘지내? 그런데 놀랍게도 난 그애의 메세지가 전혀 반갑지가 않더라고. 그 대화의 양상이 어떻게 흘러갈지도 예측이 가고. 여기서 더 큰 문제는 내 친구 뿐만 아니라 내 엄마도 딱 이렇다는 거다. 오히려 악질이면 악질이였지 그 친구보다 덜하지 않다는 거.



1 우리 딸 요즘 어떻게 지내니 잘지내니?
2 잘 지내지. 엄마는 요즘 어떻게 지내?
1 일하느라 바쁘지. 하루종일 힘들고 또 여름이라서 덥고 짜증나고 어쩌고 저쩌고...
2 지금 폭염이라서 그래. 사무실도 에어컨 안틀면 엄청 덥거든.
1 너는 그래도 사무실에 일해서 잘 모르겠지만 내 직종은 어쩌고 저쩌고...
2 그래도 돈은 많이 벌잖아.
1 내 노후를 위해 어쩔 수 없지. 요즘 뭐 자식들이 부모를 돌봐주냐? 오히려 버리기나 하지.
2 그래 그래. 점심밥은 먹었어?
1 먹었다. 그래. 쉬어!



 저런 통화를 한번 하고 나니 기분만 잡치고 다음에는 대화하기 정말 싫더라고. 오죽하면 전화 올때 알 수 없는 불쾌한 기분에 사로잡혔는데 어른이 된 지금이 되어서야 내 감정을 명확하게 볼 수 있었으니, 그것은 정말 싫은 것이 맞고 피하는 게 맞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친구라는 이유로, 부모라는 이유로 너무 내 판단을 유예했고 그래서 참 힘든 시기를 겪었던 불쌍한 나. 그런데 과거의 나를 변호해보자면 그들이 생각보다 이것도 주고, 저것도 주고 해서 나를 많이 아끼나보다, 퉁명스럽게 말해도 그래도 날 생각하나보다 했는데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커져가는 불쾌감에 결단을 내리게 되었다.


  이처럼 나 뿐만 아니라 실제 많은 사람들이 자기 이야기 할때만 눈을 반짝이고 아니면 대충 듣는 사람을 만난 적이 많다고 하는데 그 이유는 그들이 자기 이야기를 들어 줄 사람을 열심히 찾아댕기느라 많아보여서 그렇지 사실 그들은 소수자에 해당된다. 신기하게도 이기적인 대화법을 가진 사람은 대화 흐름을 읽는 법은 둔하지만 눈치 하나만큼은 빨라서 자기 말에 귀기울여주지 않을 법할 낌새를 보이면 또 귀기울여줄 사람을 찾아다니거든. 그러다가 그 사람 역시 이기적인 대화법에 피곤함을 보이면 또 다시 자기 이야기에 귀기울여줄 사람을 찾아다니는, 즉 한 명의 사람이 이기적인 대화법을 유지하는데 그 사람이 100명을 만난다? 그러면 그 100명의 사람들이 인터넷에 호소할 것이고 우리는 그 이기적인 대화법을 보인 사람이 100명이나 될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들은 생각보다 소수, 생각보다 그렇게 많이 없다는 사실.




  왜냐면 그들은 소수자의 위치에 있을 수 밖에 없는 게 당연한 것이 그들의 대화법은 많은 사람의 인내를 필요로 하고 결국에는 억지로라도 사고방식을 고쳐나가기 때문이다. 실제 대화가 매끄럽지 않고 뭔가 툭,툭,툭, 끊기는 ‘본인 위주로 대화법’은 초등학생 때까지만 용납될 뿐 중학교 가서는 잘 없거든. 그러니깐 초등학교 때까지만 자신이 대화 주제의 중심이 될 수 밖에 없는 ‘부모님을 여의고 희귀병에 걸리고 iq 200’이라는 거짓말이 통하지, 중학교 가서는 그런 거짓말은 씨알도 안통한다는 사실. 그러기에 원하던, 원치 않던 상대방의 세계도 고려하고 자신의 세계도 고려해야하는데 이게 잘 안되는 사람, 선천적인지 후천적인지는 몰라도 자기 세계에 대한 관심만 지대한 사람은 소수자에 속한다. 그런 그들에게 있어서 대화를 유지할 수 있는 기간은 오직 서로에 대해 잘 모르던 초반이고 그래서 그런지 이들은 오히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대화하는 것을 더 편하게 생각하기도 한다. 왜냐면 커뮤니티에서는 서로에 대한 배려없이 관심가는 주제를 중심으로 대화하니깐. 자기가 원하는 대화 주제를 찾아가면 되니깐. 



  그러면 도대체 이들은 왜 대화할 때 자기 이야기만 하는 걸까? 물론 자기 이야기가 재미있을 수도 있지만 남의 이야기에 털끝만큼도 흥미를 가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읾가? 아니 자기 이야기만 하는 거 재미없지도 않나? 그런데도 그들은 왜 그러는 걸까? 아까 말한 것처럼 선천적인 기질, 숲을 보지 못하고 나무만 보는 기질도 있지만 상대방과의 대화보다, 어떤 감정의 소통보다 그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인정욕구이기 때문에 대화가 잘 흘러가지 않는 것이다. 배고파 죽겠는데 철학 이야기를 하면 뭐해? 우선 배부터 채우고 나서야 생각이 트이는 것이지. 남의 사생활이 무슨 상관이야? 우선 내가 인정받는 기분이 최우선이고 인간관계의 목적 역시 그것을 얻는 것이 최우선인 것. 아마 자기 위주로 대화하는 사람은 어린시절 부모님 및 친구들에게 제대로 된 깊은 인정을 못 받을 가능성이 높을 것이고, 혹은 자기 위주로 말하는 부모가 확실할텐데 그러다보니 대화를 대화가 아닌 인정욕구, 자기 감정의 맹목적인 공감과 이해만을 바라는 도구로 사용해버린다. 자기 위주로 말하는 부모와 꼭 닮아버린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이들은 어떤 동등한 관계에서 대화를 하는 것보다 일방적으로 맞춰주는 관계를 찾아다니게 되고 나이차이가 조금 있는 남자, 뭔가 권위적이지만 상대방을 맞춰주는 성격의 남자를 선호하게 된다. 막 인터넷에 보면 "연애 오래하다 사회성 부족해지는 여자"에 관한 글이 있지 않은가? 제목만 딱보면 뭔가 궤변일 것 같지만 그 말이 또 완전히 틀린 말도 아닌 것이 실제 위에 말한 대화법을 가진 여자중에서 남자와의 만남으로 인정 욕구를 채우는 여자들이 꽤 있다. 그래서 이들이 친구들과 만날 때는 "피이... 내 남친은 다 해주는데..."라는 모습을 보이는 본인의 대화 주제를 맞춰주지 않는 사람에게 아쉬워하는 반응을 보인다.
 
 
  그건 대화에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여자들에게만 해당되지, 남자들은 그렇지 않다고? 천만에. 당장 내 대화했던 남자만 보더라도 대화보다는 누군가를 가르치려고 눈에 불을 켜는 사람, 그러니깐 혈액형 성격론에 관해서 이야기하면 눈을 부릅 뜨면서 "요즘 시대에 누가 그거 믿음? 과학시대에서 그런 거 누가 믿음?"라면서 쏼라쏼라 이야기하며 인정욕구를 채우려는 남자들이 정말 많다. 그러니깐 업무는 안하고 쏼라쏼라 쓸때없는 말만 많은 사람, 칭찬 받으려고 일을 정말 이상하게 꼬아놓은 사람, 고객사 직원이랑 조금 친해졌다는 이유로 자기 회사 상사를 아래로 보는 사람, 나는 당연히 경험해 봤지롱. 대화를 하면 사람대 사람으로서 말이 안통하고 항상 어떤 우위를 선점하려고 눈에 불을 켠다는 거,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이를 알고서는 대화를 기피한다는 거, 대화 중 누구를 까내리거나 칭찬하거나 둘 중 하나 밖에 없다는 거, 자칫 시비거는 것으로 보일 정도로 군대 이야기에 집착한다는 거, 알고보니 불명예 퇴직한 ROTC생이라는 거, 이런 사람과의 대화는 당연히 편하기보다는 노동에 가깝다.
 
 
  그러면 도대체 이런 사람을 어떻게 상대해야하나요? 무조건 피해야 하나요? 라고 묻는다면 될 수 있으면 피하면 좋지만 정말 피치못할 때는 최소한으로 대화를 줄일 것을 권해드린다. 그러니깐 벽을 쳐라. 나는 너의 인정욕구를 채워줄 마음이 전혀 없다는 것을 보여줘라. 그러니깐 누가봐도 "답은 정해져있고 너가 해야할 대답은 알지?"라는 기운이 들때 최대한 모른척하고 응답해주지 말아야 한다. 실제 내가 그들이 원하는 대답을 해주었더니 정말 끝을 모르더라고. 결국 새벽 뜬금없는 시간에 전화하거나 심심이 취급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더라고. 어차피 그들은 사람이 누구던 간에 전혀 관심이 없다. 10년 된 친구나, 신입사원이나, 상대방의 지위, 위치, 그런 건 아무 관심없다. 내 원하는 대답을 해주는 사람이 바로 진정한 친구, 내가 원하는 답을 해주지 않으면 토라져서 떠나다가 또다시 생각나면 다시 연락하기. 
 



  사람의 성격이 한번 굳어지게 되면 쉽게 변하기 힘든 것처럼 그들 역시 자기 위주의 대화법이 한번 자리잡은터라 바꾸기 힘들다는 것을 나 알고 있다. 그러니깐 자신을 바꾸는 것보다 자신의 그러한 대화법을 수궁해줄 사람을 찾는 거, 이 방법을 더 많이 택하다는 소리다. 물론 그들이 억지억지로 사회화가 되어 상대방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경우도 있지만 자신이 배려해줘야하는 약자, 혹은 약하다고 생각되는 상대에는 다시 그 원래 대화법으로 되돌아간다는 사실. 밖에서는 그렇게 착하고 배려 잘한다고 소리를 듣지만 집에서는 독불장군이 되는 사람 있지 않은가? 대화법도 그런식으로 변한다. 집 밖 사람과의 대화에서는 타인위주로 맞춰주지만 약자라고 생각하는 집안 사람에게는 자기 위주로 대화법을 맞춰달라고, 맹목적인 인정욕구를 바라는 대화법을 하곤한다. 대화를 오직 대화로 할 수 없는 사람들, 수단의 의미를 가지고 있는 대화법, <완벽한 회장님을 꿈꾸는 허술한 계획형 남자>가 어떤 의도를 가진 대화, 그런 대화법을 가지고 있는 사람 역시 주의해야할 사람 리스트 중에 들어있는 사람이다.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