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우니 사막처럼 얕은 바닷물은 거울이 되어 바닷가 위 도시를 더 넓게 보이는 착시현상을 만들어 주었다. 그런 짠내나는 곳에서, 그것도 여름날씨라 높은 습도 때문에 찝찝한 기운이 감도는 곳에서 남녀 한쌍은 대화를 이어 나갔다. 다만 여자는 에고파라미터를 낮추는 약물을 치사량까지 맞은 터라 귀에 낀 통신장치 너머의 말만 전달하는 좀비였고 그 좀비를 조종하는 사람은 재문이의 예상대로 학술원 졸업생이자, 현재 재문이 일행이 추적하고 있는 엇나간 졸업생이었다.
엇나갔다고? 내가 비행청소년이라도 되는 줄 아냐?
아니지. 형은, 아니... 85번 니 놈은 재사회화가 불가능할 정도로 말썽을 부리니 죽을 준비만 하면 되는거야.
병신같은 놈.
왜? 너의 그 허술한 첩보전이 통할거라 생각했어?
아, 그건 됐고. 저기 있잖아.
?
내 동생은 잘 있어?
동생? 재문이의 기억 속 85번은 외동아들인데 갑작스러운 동생의 등장에 혼란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때 여자를 조종하고 있는 사람은 재문이의 의아한 표정을 어떻게 알아챘는지 미안하다고, 방금 말했던 사람과 나는 다른 사람이라며 우리 동생 잘 있냐고 물었고 그제야 재문이는 85번 뿐만 아니라 3번의 언니였던 2번 역시 그녀를 조종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에 재문이는 아까와 달리 예의갖춘 목소리로 말했다.
잘 있습니다. 다만... 가족이었던 사람이 국가를 상대로 위험한 짓을 벌이고 있다는 사실에 불안해하더군요.
이해해. 하지만 청수에게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이것 밖에 없어.
마치 청수재단이 당신을 감시하고 자유를 억압하고 있다는 식으로 말하시네요? 그쪽이 학술원에 나오는 순간 청수재단에게 있어서 더이상 관심 대상이 아닙니다. 다만 불법적인 경로와 불법을 행하는 사람들과 손을 잡고 외우주로 나가려는 행동에 있어서 문제가 있으니 추격 당하시는 있고요. 당신 쪽이 문제라는 생각은 안해보셨습니까?
정말 아무것도 모르네.
?
아무것도 모르네.
여자는 아까와 달리 의자에 등을 기댄 편한 자세로 앉아서 너도 잘 알지 않냐고, 한번 후보생은 영원한 후보생이라고. 어떠한 방법으로도 벗어날 수 없고 무슨 생각을 하든, 무슨 행동을 하든, 거기서 자유로울 수 없어. 바닷물 같은 거지. 바닷물에 젖은 땅은 우리가 아는 땅의 기능을 제대로 하지못해. 토양 염화 현상을 겪은 땅은 잡초 한 뿌리도 자라지 못해. 다른 생각을 가지지도 못해. 왜냐면 우린 인질이었으니깐. 청수가 유지되기 위한 인질이었으니깐. 너도 느끼지 않았어? 그것도 아니면 졸업하면 모든 것의 끝이라고 생각한거야? 예전에 있던 일이 없던 일이 된거야? 아니면... 너만큼은 다르다고 생각하는거니?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시는 건지 감이 안잡히네요.
됐어. 내 생각에 너의 동의는 필요없으니깐. 우리는 청수가 없는 곳으로 떠난다.
그때 고개를 푹 숙이고 있던 여자가 대뜸 고개를 들어 재문이를 바라보더니 목청 높여 소리치기 시작했다.
여기서 벗어날 거라고!
좋지 않은 예감에 재문이가 도망치려는 순간, - 피슉. 과거 시뮬레이션 테스트에 85번의 몸에 소형 수류탄을 넣어 상체를 폭파시켰던 때처럼 무언가 터지는 소리와 함께 살점이 사방으로 튀고 피는 재문이가 있는 옥상 위로 흩뿌려졌다. 천천히 고개를 드는 순간, 방금 전까지만해도 이야기를 나누었던 여자의 몸에서 멀쩡한 것은 오직 하체뿐. 그리고 그녀의 상체를 이루고 있던 피를 온몸으로 뒤집어 쓴 재문이는 자신에 대한 앙금을 이런 식으로 푸는 그들의 괴씸한 행동에, 감히 자기를 상대로 이런 짓을 벌인 사실에 단단히 화가 났는지 아랫입술을 꽉 깨물고 분노를 다스렸다.
재문아 조심해. 제압봉을 들고 있는 사람들이 너가 있는 쪽으로 가고 있어.
3번이 경고 한대로 타이밍 좋게 다수의 건장한 남자들이 나타났고 목적도 뻔하고 의도도 뻔한 그들의 등장에 재문이는 옥상 한켠에 있는 빗자루를 능숙하게 돌려잡았다. 그리고 얼굴에 묻은 피를 손등으로 닦아내며 잔뜩 굶주린 육식동물처럼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들을 노려보는 재문이. 학술원에서 느꼈던 생명이 위협받는 느낌을 다시한번 느끼자 재문이는 흥분했는지 미소까지 지으며 그들을 반겨주었다. 건장한 성인 남자 2명을 맨손으로 제압했기에 수가 좀 늘어났다고 해서 문제될 건 없었지만 마음에 걸리는 있는 것이 있다면 제압봉, 고압 전류가 흐르고 있는 그 막대기에 스치기만해도 온몸이 베베꼬이는 고통을 재문이는 경험해봤기에 재미있는 승부가 될 것 같았다.
당신들... 죽어도 내 책임 아니야...
그렇게 빗자루를 고쳐잡은 재문이는 자신을 생포하려고 온 남자들을 향해 빗자루를 휘둘렀는데 앳되어보이는 소년의 어설픈 공격을 남자들은 가볍게 피헸고 오히려 재문이의 재롱이 귀엽다는 듯이 실실 웃기까지 했다. 그리고 또다시 어설프게 휘두른 빗자루를 피하는 순간, 재문이는 재빨리 급소를 강하게 강타, 그리고 명치를 후려치며 남자 한명을 가볍게 제압하고 그의 손에 들려 있던 제압봉을 쥐었다.
아저씨들 제압봉 제대로 사용하는 방법 모르지?
0.5초 간격으로 스위치 아래로 세번, 위로 두번, 그리고 다시 아래로 5번, 그 순간 제압봉은 안전범위를 넘어선 최대출력을 뿜어냈고 윙윙거리는 위압적인 전류 소리에 남자들은 뒷걸음질쳤다. 사실 숨겨진 기능보다는 오류에 가까운 기능이었는데 어렸을때부터 제압봉을 직접 조립하고 고치는 방법까지 교육 받았던 후보생들만이 알 수 있는 지식이자, 그 기능을 전혀 알리가 없었던 남자들은 아까와 달리 꽤나 진중한 표정을 지었다. 분명 고용인으로부터 들은 바로는 세상물정 모르는 20살 부잣집 도련님이라고 했는데 제압봉을 다루는 방법부터 매서운 눈매까지 보통 사람이 가질 수 있는 능력이 아니였다. 사냥이라고 생각했건만 오히려 사냥감이 되는 시간, 재문이는 남자들을 보고 오히려 입맛을 다시기까지 했다.
재문이 너 기준으로 6시 방향 노랑 건물 옥상에 누군가 있어. 내가 보기엔 저격수 같아.
62번의 통신에 재문이는 매서운 눈매와 어울리는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죽여버리라고. 조금이라고 주동자의 낌새가 보이면 당장 쏴 죽여버리라고. 그런데 그때 3번이 다급한 목소리로 둘 사이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저격수 아니야. 그냥 우리를 지켜 보고 있는거야.
야! 무슨 소리하는 거야! 그냥 우연히 보고 있다고? 전혀 연관된 사람이 아닌데 우연히 보고 있다고?
거기다 비무장 상태야. 일반 시민 일수도 있어.
너 설마 너희 언니일지도 모르니깐 그러는 거야?
아니야!
재문아, 저격 조심해. 우선 내가 총들고 저 여자 잡으러 갈테니깐.
3번과 62번이 옥상 위의 정체를 알 수 없는 누군가를 두고 실랑이를 벌이고 있을 때 재문이는 남자들을 상대로 한판 전쟁을 벌이고 있었다. 체력 테스트 중 근력 테스트를 가장 싫어하는 재문이었지만 덕분에 보통 사람들은 가질 수 없는 흉기에 가까운 신체를 얻게 되었고 그저 가볍게만 휘둘렀는데, 전력을 다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남자들은 악악 소리를 내며 고꾸라졌다. 그리고 마지막 남은 남자의 머리채를 잡고서 제압봉으로 -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남자의 눈이 뒤집혀지는 것을 보고 나서야 제압봉을 때고 머리채를 신경질적으로 바닥에 내팽개쳤다. 그리고 62번이 말한대로 6시 방향 노랑 건물을 향해 달려나가던 중 총을 들고 있는 62번을 만나면서 그와 함께 합류하게 되었다. 재문이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물었고 62번은 나중에 상황을 설명해주겠다며 아까보다 높아진 바닷물을 해치고 노랑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확실해? 정말 날 보고 있었어?
그래. 그리고 그 사람이 2번인 증거는 그애하고 아주 똑같이 생겼다는 거야.
3번과 똑닮은 외모, 그리고 이 타이밍에 재문이를 주시하고 있던 여자, 볼 것도 없었다. 주동자 중 한명인 2번이 있을 옥상을 향해 둘은 전속력으로 달렸고 옥상문을 확 열자, 하아... 하아... 재문이와 62번이 거친숨을 몰아쉬면서까지 온힘을 다해 도착한 곳에는 아무도, 그리고 아무것도 없었다. 어떠한 흔적도 남기지 않고 떠나갔다는 것은 여유롭게 도망쳤다는 증거이자, 이번 첩보전 대결의 패자는 재문이와 그들이라는 뜻이다.
2
왜 쏘지 않았어.
...
형이 라이플까지 줬다며. 그런데 왜 쏘지 않았냐고.
...
내 얼굴 똑바로 봐. 누나, 왜 쏘지않았냐고.
해가 차분하게 가라앉은 해질녘 시간처럼 재문이의 목소리는 차분하면서도 동시에 위압적인 목소리로 말했고 그녀는 자기가 잘못한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고개만 숙일 뿐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피를 온몸으로 맞은 재문이는 새옷으로 갈아입고, 또 샤워를 했기에 물기 젖은 머리칼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계속해서 피냄새를 풍기면서 그때의 아찔한 상황을 온몸으로 보여주었다. 그리고 그러한 상황에 아무것도 못했던 3번을 재문이는 집요하게, 그리고 자존심까지 짖밟자 결국 울상이 되어갔고 62번이 대신해서 말하였다.
재문아. 나도 너와 같은 마음이지만 분명 그녀는 비무장 상태였고 그러다보니 라이플을 쏘지 못했을 거야.
10년만에 만난 가족이자, 그것도 아주 똑같은 쌍둥이라 쏘기 힘들었을거라하며 상황을 수습해보려고 했지만 오히려 재문이는 62번에게 공과 사도 제대로 구분 못하는 신병이냐구 한소리 듣게됐다.
나보고 리더포지션이라며, 내가 말하는 대로 따를 거라며. 형은 지금 누나가 잘했다고 생각하는거야? 상관의 명령도 따르지 않고 지 멋대로 행동하는게 잘한 거냐고!
미안...
둘이 편 들어주라고 내가 풀어준건줄 알아? 지금 정신이 있는거야, 없는거야?
미안해...
이해해보려고 했어! 둘은 이제 사회인이고 따지고 보면 요원이 아니니깐! 나만큼 사명감도 가지고 있지 않을 것이고 다급함도 없겠지! 하지만 이대로 가다가는...
...
이대로 가다가는 나 정말 못갈지도 모른단 말이야...
재문이의 말끝 흐리는 소리에 62번과 3번은 놀랐다는 듯이 고개를 들어 재문이를 올려다보았다. 힘없이 벽에 기대어 서있는 검정 후두티를 입은 남자는 부정적인 예감인 예감에 사로잡힌 듯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천재지변의 상황에 학술원이 무너져 생매장 당하기 직전의 순간에도 침착한 목소리로 자기보다 나이많은 형 누나들을 잠수정으로 대피시켰던 재문이가 처음으로 슬러프에 빠진 선수처럼 괴로워하는 모습에 둘은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길게 늘어진 그림자만큼 어두워진 그의 낮빛에 3번과 62번은 큰 죄를 지은 것처럼 고개만 숙일 뿐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 슈우우우우
재문이와 그들 사이를 가로지르며 우주로 발사되는 로켓, 대도시와 거리가 먼 외곽지역이다보니 우주선 발사대가 곳곳에 있었고 파종단이 도착할 행성에 미리 자원팟을 보내는 작업을 진행중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날에는 사람을 태운 파종선을 날려 보내겠지만 그곳에 재문이가 포함되어있지 않을 확률은 변덕스러운 날씨처럼 계속해서 변하고 있었으니, 확실한 것은 매우 추운 날씨라는 거, 눈보라가 휘몰아치고 어둡기까지한 절망적인 날씨라는 거. 세속오계 학술원이 있는 빛 한점 들어오지 않는 심해처럼 가면 갈수록 앞이 캄캄했지만... 포기할 수 없었다. 포기하고 싶지도 않았기에 재문이는 무언가 다짐하듯 벽에서 일어나 곧바르게 섰다.
형, 누나. 혹시 볼펜있어?
볼펜? 볼펜은 갑자기 왜?
있으면 줘봐.
방금 전까지만해도 죽는 소리나 하던 재문이가 한순간에 차가운 표정으로 돌아오더니 혹시 둘 중에 볼펜 가지고 있는 사람 있냐고 물었다. 이에 62번은 주머니에서 볼펜을 꺼내 주자 둘에게 먼저 집으로 돌아가 있으라는 말과 함께 그는 어디론가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너 지금 어디가는건데?
...
야! 내 말듣고 있는거야? 어디가는 거냐고!
...
재문아!
...
한재문!
그때 3번은 더 이상 재문이를 귀찮게 만들지 말자고, 재문이 혼자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주자며 나지막하게 말했다.
왜냐면 재문이에게 계속 실망감만 줬으니깐. 간신히 마음의 문을 열었는데 자꾸 못난 모습만 보여줬으니깐.
...
결국 자기 혼자 할 수 밖에 없다는 압박감을 줬으니깐...
3번의 말에 62번도 동의했는지 더이상 재문이의 이름을 부르지 않았다. 말없이 저 너머로 걸어가는 그의 뒷모습만을 바라보기만 했을 뿐이다.
3
유난히 어둡다 했더니 어쩐지. 이제보니 그 남자의 집은 서향, 대낮에 갔음에도 불구하고 어두웠던 이유는 바로 그것이었다. 그렇다면 해질녘 시간대인 지금 간다면 그 집은 빛으로 가득차 있겠지. 해질녘 주황빛으로 가득차있을 그 남자의 집을 기대하며, 아니, 기대보다는 분풀이를 위하여 재문이는 자기집인 것마냥 남자의 집 문을 열고 대놓고 들어갔다. 그때 다리를 쓰지 못하여 바닥에 기어다니고 있던 야윈 남자와 재문이가 눈을 마주쳤으니, 남자는 자기 집에 멋대로 들어오는 재문이를 매우 불쾌해하는 표정으로, 하지만 지저분한 집을 치워주었다는 사실에 조금은 중의적인 표정으로 올려다보았다. 그러나 그가 어떤 표정을 지었던 간에 재문이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왜냐면 심문 대상으로 찍힌 이상 그는 원하는 대답을 배출해내야하는 살덩어리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였으니깐.
윽!
남자의 팔을 강제로 끌어당긴 후 재문이는 오른손에 쥔 볼펜 버튼을 눌러 심을 날카롭게 세웠고 남자는 어떠한 행동을 할지 예상하고 있었는지 손을 빼내려고 했지만, 이미 심문관을 역할을 맡게 되어 얼굴빛부터 눈빛까지 변해버린 그를 이기기란 불가능했다. 방첩수업 때 수많은 심문기술을 배웠던 재문이에게 있어서 가장 좋아하는 심문 도구를 꼽아보라면 바로 볼펜. 가볍고, 고문도구라는 티도 잘 나지 않았으며, 험상궂게 생긴 다른 심문 도구들보다 우아하고 기품이었으니깐. 보통 사람에게 볼펜은 그져 글과 그림을 그리기 위한 도구였지만 어린시절부터 암살술과 심문술을 배워 온 학술원 후보생의 손에 들어가는 순간 무기이자 고문 도구가 됐다. 재문이는 남자의 손을 바닥에 짖누르고 손과 손톱 사이로 날카로운 볼펜심을 찔러 넣자 예상대로 남자의 비명이 나오면서,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허나 지금의 고문은 재문이에게 있어서 고문측에도 끼지 않았다. 볼펜을 손톱따개 삼아 남자의 손톱을 천천히, 아주 천천히 뜯어 올렸다.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이미 한 번 고문을 받았던 남자였기에 고문 효과가 절반으로 줄어든다고 해도 재문이는 2배 더 강한 고문을 해서라도 남자에게서 정보를 빼내리라 마음먹었다. 그리고 기필고 주동자를 찾아내어 그들에게 당했던 굴욕, 자동차 폭발은 물론 피로 온몸을 얼룩지게 만든 은혜를 되갚아 주기로 했다. 재문이는 남자의 손톱 하나 뽑아낸 것으로는 모자랐는지 그 옆의 손톱도 뽑아내어 남자에게 있어 자신이 심문관의 위치에 있다는 것을 제대로 알려주었고, 또한 보통의 심문관과는 다르다는 인식에 쐐기를 꽂아주게 만들기 위해 볼펜으로 손바닥 정중앙을 쐐기처럼 찍어 눌렀다. 아아아아아악! 옷을 갈아입어 피냄새를 감춘 재문이었지만 또 다시 남자의 피가 옷에 묻으면서 비릿한 냄새를 지워내기란 불가능한 상황. 그렇게 재문이는 햇빛이 잘 내려앉은 의자에 앉아 우는 남자를 내려다 보며, 진이 다 빠져 울음소리 하나 내지 못하고 눈물만 흘리는 남자를 바라보며 저미는 목소리로 말했다.
아저씨, 나 오늘 기분 많이 안좋아...
...
내 비위 건드렸다가는 당신 죽을 줄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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