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은 통하지 않는다. 인생을 살아가는데 그 전재를 깔고 살아가면 많이 편할 것이다. 내 진심이 그대에게 전달되지 않을 것이고 나의 설렘이 그 사람에게 다가가지 못할 것이다. 노력은 온전히 보상받지 못하고 희생은 금방 잊혀지며, 내 가 바쳤던 모든 것은 그대로 되돌아 오지 않는다. 살면서 계속해서 봐오지 않았는가. 진심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그리고 낮은 확률로 진심이 통한다고 해도 내가 준 만큼, 내가 원하는 방법으로, 내가 원하는 사람이 회답할 확률은 매우 낮다. 포커로 따지자면 로열스트레이트플러시, 카드의 순서와 색깔과 문양이 모두 맞아야할 정도의 확률이다. 그러면 우리는 진심이 통할 확률이 낮으니깐 포기해야할까? 진심을 줘봤자 진심이 통하지 않을 것 알기에 포기해야하는가.
이제 우리가 가야할 길은 두 길이다. 사람과 사람사이의 진심이 통할 확률은 낮으니깐 포기하는 것. 또 다른 하나는 낮은 확률이라는 걸 알면서도 계속 사람을 알아가고 실망하고 진심을 주는 것. 즉 시간이라는 칩을 주고 운명이라는 딜러에게 로열스트레이트 플러시가 나올때까지 계속 카드를 받는 것처럼 말이다. 즉 승부사가 되야하는데 그 말 뜻은 승부사는 자신의 진심이 통하길 바라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변은종은 프로게이머지만 동시에 승부사다. 그의 플레이 스타일을 보면 알 수 있듯이 그는 올인을 좋아했다. 자신의 모든 것을 거는 승부, 그래서일까. 그는 초반에 저그전에서 강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장난식으로 가위바위보싸움이라고 했던 저그전에서 강했다는 것은 그가 그만큼 올인에 대한 감이 좋았다는 말이다. 밀어붙어야하는 타이밍을 잘아는 선수였고 그 감각 덕분에 소울팀과 삼성전자칸에서 가장 어려운 시기에 버팀목이 되었으며 동시에 안정화기에 접어들었을 때 그는 물러났다. 그의 프로게이머 인생의 타이밍도 소울팀과 삼성전자칸의 가장 중요한 시기에, 가장 필요할 때 활약했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다.
사실 변은종에 대한 리뷰는 옛날부터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했지만 결정적인 계기가 없었다. 머리로만 생각할 뿐 마음으로는 그다지 하고 싶은 욕심이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나의 마음을 확 끌었던 계기가 있었는데 우연히 본 그의 은퇴인터뷰 때문이다. 최선을 다하지 못해 아쉬웠다는 말과 팬들에게 솔직한 진심을 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인터뷰 말이다. 재미있지 않은가. 사나이는 스트레이트라며 시원한 플레이를 보여주던 선수가 은퇴때에는 후회의 말을 남기다니. 게임스타일과 게이머 생활이 다른 선수, 아마 그것이 변은종의 리뷰를 시작하게 된 계기일지도 모른다.
그는 두 개의 팀에서 에이스였고 주장이었으며 소위말하는 모범적인 프로게이머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4강 다전제에서 최선을 다하지 못해 연달아 패배, 후반에 갈수록 용기를 잃어가며 그답지 못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렇게 찾아온 은퇴시기, 변은종의 은퇴 인터뷰에서만큼은 진심을 이야기했을거라 생각한다. 보통 그러지않는가. 우리가 어디로 떠나기 직전, 퇴사를 하거나 학교를 졸업하거나 또는 생을 마감하기 직전에 했던 마지막 말이 무엇보다 진심이니깐. 누구에게는 우승경력 하나 없는 평범한 프로게이머의 인터뷰일지 모르지만 나에게는 그것이 그의 진심이라 생각한다. 물론 시간이 너무 오래 지났지만 매우 낮은 확률로 진심이 통했다는 것, 그의 마음을 공감했다는 것은 진심이 통했던 게 아니었을까.
사실 우리는 본능적으로 자신의 진심이 다른 사람에게 통하기를 바라고 있다. 진심이 통하지 않으리라 믿는 사람도 '진심이 통하지 않는다'라는 명제에 동감하는 사람을 원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 뜻은 우리가 모두 승부사적 기질이 있다는 뜻이다. 낮은 확률에 모든 것을 바친 승부사, 그게 헛나가고 영원히 닿지 못하는 곳에 날아가 버릴 것이라는 걸 알면서도 사람들 사이에 살아가고 인터넷을 하며, 얼굴을 마주본다는 것은 진심이 통한다는 일말의 희망을 기대하고 있다는 뜻이니깐. 로열스트레이트 플러시 확률은 0.0032%다. 매우 낮은 확률이고 평생 이루어지지 않을 수도 있지만 0%가 아니지 않는가. 0%가 아니라는 것에 가치를 두어야 한다. 그걸 믿기 때문에 우리는 오늘도 살아간다. 문을 닫으면서 인터넷을 하고 이야기를 하면서 나의 진심이 전달되기를 바라고 있으니깐.
변은종은 지금 승부사로써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하고 있다. 포커플레이어로써 활약하면서 권투 선수로써도 힘을 쓰고 있다. 자신이 가진 승부욕을 과감없이 발휘하는 선수인 것이다. 프로게이머가 은퇴하면 세가지 케이스가 된다고 전에 리뷰에 말한 것이 생각난다. 하나는 승부욕을 살리고 하나는 승부욕을 죽이며 다른 하나는 승부욕을 남용하는 것. 변은종은 바로 첫번째 케이스, 승부욕을 살리는 선수가 되었다. 그의 승부사 기질을 계속 볼 수 있어서 행복하다. 물론 스타크래프트가 아닌 포커플레이어로써지만 올인을 누구보다 잘하는 그의 플레이를 계속 볼 수 있어서 기쁘다. 이건 내 진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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