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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스타리그(ASL), 그 신인 없는 대결 속에서

에세이

by @blog 2019. 7. 25. 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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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니아 중에 매니아 게임이 되어버린 스타크래프트1. 이젠 WCG 게임으로도 지정되지 않은 스타크래프트1. 그런데 스타크래프트 팬에게 너무도 단비 같은 리그가 있다. 바로 ASL, 아프리카 스타리그 말이다. 처음 작았던 ASL는 블리자드와 KT의 후원을 받아 규모가 커지고 시즌 4에는 총상금이 1억 8백만까지 가게 된다. 어마어마한거지. 하지만 시즌5로 급락하다가 다시 오르다가 현재까지 총상금 8천만원을 유지하게 된다. 솔직히 상금이 무슨 소용이냐. 예전 전설들의 경기를 다시 한번 볼 수 있으면 되는거 아닌가? 

 

 

 

 

 

최종병기라는 칭호를 가진 이영호와 염보성의 경기. 

크아. 어마어마하다.

 

 

 

 

 

응? 그전 시즌에 나왔던 선수들이 겹쳐보이는 것은 느낌 탓인가?

 

 

 

 

나오는 선수 또 나오고. 나오는 선수 또 나오고.

 

 

 

고인물의 기미가 이때부터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ASL은 참가 자격에 제한이 없다. 하지만 전 시즌 진출자들을 보면 언제나 나왔던 사람이 그대로 나오는 경우가 있다. 우선 택뱅리쌍이라고 불리는 김택용, 송병구, 이영호, 이제동 나오고(그나마 군대가서 이 룰이 깨짐) 스타리그 전성기 때 활약했던 선수들 역시 나오고. 김성대 나오고 염보성 나오고 임홍규 나오고, 떨어져도 다음 시즌 나오고. 어째서 그런 것일까. 분명 예선전을 치르고 일반 사람들과 대결했는데 왜 보이던 사람만 보이는 것일까. 아마 그 참가제한이 없다는 그것, 그것이 그들이 올라갈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일반인들은 게임을 직업으로 삼은 프로게이머의 경지에 오르지 못한다. 대부분 사람들은 게임을 단순 재미요소로만 보기 때문이다. 반면 프로게이머는 다른 삶을 포기하고 게임을 택하며 그걸로 돈 벌면서 살았다. 이미 프로게이머가 있는 이상 참가제한이 없다는 룰은 솔직히 필요없다. 

 

 

 

 

  난 ASL을 보면서 온라인 게임이 망해가는 판도와 유사하게 보였다. 우선 높은 레벨의 유저와 신규유저의 간극차가 커지고, 신규유저는 기존 유저의 힘에 못따라가고, 그러다 신규유저는 줄고, 높은 레벨의 유저도 줄다가 사라진다. 정말 망하기 직전 온라인 게임은 하나같이 높은 레벨의 유저만 남다가 소리없이 사라진다. ASL의 모습도 그렇다. 본선에 참가하는 선수들은 하나같이 이미 스타크래프트 판을 휘어잡았던 높은 레벨의 유저다. 거기에 일반인인 신규유저가 끼어들 자리는 하나도 없고 기존 프로게이머들도 봐 줄 생각 역시 없다. 왜냐하면 직업을 가지며 취미로 방송하는 선수보다, 직업없이 대회 상금을 노리고 게임하는 프로게이머들이 많기 때문이다. 이렇게 가다가는 어떻게 될까? 아마 ASL은 평생 봤던 선수 또 보는 스토리로 계속 갈 수 있다. 사람들은 반복되는 것에 지루함을 느낀다. 자주 출전하는 프로게이머의 팬들만 보는 리그는 오래 갈 수 없는 그들만의 리그로 변할 수 있다. 신예선수 김정우가 이영호를 이기는 스토리라던가, 평범한 테란 선수였던 박상우가 22연승의 괴물 이영호를 막아버린 스토리라던가, 언제나 1위를 차지한 이영호가 하위권 팀 신대근에게 패배해버린 스토리라던가. (결국 다 이영호네)

 

새로운 스토리를 만드는 신인 부족 현상. 그리고 ASL에 참가한 선수와 해설위원 역시 그 문제를 안다.

 

/  프로게이머 출신인 염보성 선수도 신규 선수 유입에는 회의적인 반응이었다. 그는 “이제 스타1에 신규 유입은 끝났다고 봐야 한다. 새로 스타를 배우고 싶어서 들어오는 사람이 있어야 전체 판이 유지되는데, 저한테 문의를 해오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스타 외에도 인기가 있는 게임들이 많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며 “아프리카TV나 콩두에서 계신 분들이 좋은 아이디어를 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승원 이사는 게이머들이 뛸 수 있는 리그를 확대하는 것에서 신규 선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 이사는 “과거처럼 협회에서 신인 선수를 선발하는 시스템은 지금은 없는 상황이고, 이제 와서 그런 시스템을 다시 만드는 것도 큰 의미는 없다. 일단 ASL도 방송경기의 문을 넓히고, 프로 경험이 없는 아마추어 선수들이 참여할 수 있는 새로운 리그를 끊임없이 만들어 가야 한다”고 말했다. /

[특집]스타크래프트 리그 화려한 부활 가능할까 - (1


 

 

 

   그렇다. 스타1은 이제 더이상 공신력있는 게임이 아니고 차라리 스타1을 할 바에 리그가 많고 WCG에 지정된 게임을 하는게 더 수익적이다. 스타1 게임단을 운영하는 것은 수익창출 효과를 기대하기가 어렵고 그런 위험한 도박을 하는 기업은 없다. 그러다보니 후원이 없어서 취미로 게임하는 신인과 과거 기업팀 아래에서 제대로 게임을 한 프로게이머의 실력 차이는 갈수록 커지는 것이다. 그런데 판도의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기본 프로게이머가 부상과 군대 문제로 인하여 하나 둘씩 떠나게 되었다. 잘된 것 아닌가? 드디어 아마추어도 ASL에 들어가는 사건이 생기는데? 그런데 말이다. 이게 더 위험한 사실이라는 걸 알고 있는가. 

 

 

 

 

  왜 그렇게 우리가 ASL에서 신인 선수를 바라는 줄 아는가? 그건 신인 선수가 가져오는 새로운 스토리를 원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갑자기 뿅하고 나타나는 신인 선수가 아닌, 송병구만큼, 이영호만큼, 김택용만큼 스토리를 가지고 있는 신인선수가 나타나길 기다리는 것이다. 우리가 왜 기존 프로게이머에 관심이 많고 그들이 출연한 ASL을 보는 줄 아는가? 바로 과거에 그들의 노력을 알았고, 경기에 이기고 질 때 누구보다 흥분했으며, 하나가 되었다는 느낌이 들고 팬이 되었기에 보는 것이다. 그 오랜 시간을 지켜봐왔기에 마음이 간 것이다. 그런데 아무런 스토리도 없는 신인들이 ASL에 무더기로 나타나면 그 누구도 보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ASL에 신인들만 투입되면 해결될 것이라는 생각은 위험하다. 스토리없이 게임만 잘하는 쌩판 신입이 갑자기 많이 들어오면 조금 주목 받을 뿐 이상하게 흘러간 분위기에 기묘함을 느낄 것이다. 

  이승원 콩두컴퍼니 이사도 그 문제점을 알고 기존 프로게이머의 군대 전역을 기대하는 이유가 그것이다. 스토리있는 선수들이 다시 재미있는 스토리를 만들어 줄 수 있어서.

 

이승원 이사는 “택뱅리쌍이 군대 문제로 리그에서 빠지게 되면 확실히 지금과 같은 폭발력은 없을 수 있다. 하지만 지금도 정명훈, 허영무 등 많은 팬들이 기다리는 선수들이 군대 전역을 기다리고 있다”며 “그래도 유명한 선수들이 너무 한꺼번에 빠지지 않고 돌아가면서 군대를 갈 수 있는 상황이 되는 것이 리그 유지를 위해서라도 좋겠다”고 말했다. /

[특집]스타크래프트 리그 화려한 부활 가능할까 - (1

 

 

 



 

  경기에 패배해서 고개를 숙이는 모습, 하지만 조금씩 발전해나가는 모습. 그리고 마침내 이겨내는 모습. 그제서야 우리는 마음이 흔들리고 그의 팬이 된다. 그제서야 그 선수의 이름을 기억하는 것이다. 그 스토리 하나를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시간과 돈이다. 패배해도 다음 시즌을 준비해도 일어설 수 있게 돈을 대주는 스폰서가 필요한 것이다. 그런데 스타1에 그런 스폰서가 없기 때문에 신인들은 있지만 스토리를 만들기도 전에 사라지는 신인들만 있다. 그나마 그 신인들의 수조차 적은게 문제다.

 

 

 

  그 해결책으로 아프리카 TV는 ACS라는 아마추어 스타리그를 열게 된다. 멘토는 바로 ASL에 거진 참가했던 선수들. 하지만 신인 선수들의 스토리가 만들어지기 보다는 멘토와의 합방에 더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진정한 주인공이여하는 아마추어가 결국 들러리가 되어버린 것이다. 그리고 과연 저 초보 선수들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지속적으로 키워질 수 있는지도 궁금하고, 상황을 보니 역시 아마추어들의 근황은 멘토들보다 잠잠한 편이다. 스토리가 없는 신인들. 그리고 그 스토리를 만들 수 없는 구조. 스타크래프트 1의 팬으로써 유일하게 남은 ASL을 보면서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된다. 결국 스타크래프트1은 저물어 갈 수 밖에 없는 구조인가. 물론 당장은 아니지만.

 

 

  그중 내가 가장 걱정하는 것이 무엇인 줄 아는가. 만약 스타크래프트2와 현재 E스포츠를 주름잡는 게임들의 시대가 지나버리면 어떻게 될까? 스타크래프트2 프로게이머와 오버워치, 배틀그라운드, LOL 프로게이머들이 스타크래프트1 프로게이머가 인터넷 방송으로 넘어간 것처럼 그들도 넘어갈 것이다. 그러면 그의 팬들 역시 그의 방송을 지켜보기 위해 인터넷 방송으로 간다. 아프리카는 시청자 수가 많은 게임에 집중, 그러면 ASL 역시 사라질 위험이 있다. 거기다 ASL 상금만 노리며 게임한 선수들은 나이대가 많아지고 직장 경력조차 없어 생활고에 시달릴 위험 역시 있다. 그런 예측 가운데에서 아프리카와 블리자드는 어떤 선택을 할까. 현재 ASL은 총상금이 8천만원으로 계속 유지되는 상태. 스폰서도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것일까?

 

  이제는 고인물 중의 고인물이 되어버린 스타크래프트 1. 이것을 살리기 위해 발버둥치는 스타1 관계자와 블리자드. 물론 당장 ASL이 사라진다던가 그럴 일은 거의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스타크래프트1은 정말 많은 사람들을 하나로 묶었던 게임중의 게임이니깐. 그러나 누가보면 스타크래프트1에 애정을 가진다는 것은 어쩌면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모습처럼 보일지 모른다. 조금씩 밀려나가는 모습에, 그 불안한 모습에 나는 어떻게 해야할지 갈피를 못잡고 있다.

  우선은 경기를 보며 즐기고 싶다. 우선은 말이다.

 

1) http://weekly.khan.co.kr/khnm.html?mode=view&code=116&artid=201702071148511#csidxc3af02b6e1bdedabc6b957bcd84596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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