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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파이널포와 콩두 스타즈 파티 비교

에세이

by @blog 2019. 10. 3.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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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른들이 하나같이 하는 말이 어릴때가 좋았다고, 그때가 가장 행복하다고 하는데 모든 사람에게 해당되는 건 아니다. 나같은 경우도 학창시절 공부를 잘한 편이 아니었고 문제가 많은 선생님을 모셔야하는 학생이라는 입장도 마음에 안 들었고, 따돌림을 당하지 않기 위해 억지로 친해지는 우정도 별로였다. 그냥 어디서나 볼 법할 뻔한 학창시절을 보낸거지. 대신 수업을 마치고 집에서 남동생과 같이 MBC GAME을 보던 때는 재미있었다. 아마 게임이 시험이었다면 전교 1등을 했었을텐데 말이야.

  그러다가 김현진이 광안리에서 제대로 털린 후 스타크래프트를 보지않고 공부에 집중, 고등학교 졸업 후 취업하고, 후에 대학가고. 그러다가 스타크래프트가 생각나서 봤는데 MBC GAME이 없어졌더라. 김철민 캐스터와 이승원 해설위원은 보이지않고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MBC MUSIC이라는 음악 채널이 있었더라. 이거 작별인사를 하기도 전에 사라져버렸으니 어떻게 해야하는건지. 나의 첫사랑 스타크래프트 어디가버린거야.

 

 

 

 

  그런데 나만 아쉬워하는게 아니라 많은 스타크래프트1 팬들이 스타크래프트의 이별에 씁쓸해했다. 바로 그런 향수가 남아 스타1때가 좋았다는 글이 있고, 스타1에서 활약한 선수들이 인터넷 방송을 해도 시청자가 나오는 것이다. 만약 스타크래프트1에 대한 미련이나 아쉬움이 없었다면 스타1 프로게이머의 인터넷 방송 시청자는 지금보다 많지 않았을 것이고 그래픽도 떨어지는 몇십년전 게임이 PC방에 있지도 않았을 것이고,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 버전은 하나도 팔리지 않았을 것이며 2014년에 열린 이벤트 전, 스타파이널포도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다. 

 

 



Q. 스타크래프트1과 관련된 활동을 꾸준히 이어갈 생각인가요?

생각은 항상 있었죠. 항상 희망 사항으로요. 하지만 지금은 이상적으로만 꿈꿔오다가 현실로 실현하게 할 기회가 온 겁니다. 저 같은 경우 항상 남들에게 먼저 보여주는 사람이지 말만으로 약속하는 사람이 아니니까요. 아직은 미숙해요. 타 파이널포를 기획할 때도 불안한 부분이 많았어요. 지인들도 제일 편한 사람 위주로만 초대하고, 뭔가 좀 지명도 있는 선수들은 초대를 못했죠. 불러놓고 너무 어설프면 미안할까봐(웃음). 근데 지난 행사가 상당히 잘 되서 이제 자신감도 얻었구요.

한마디 하자면 스타1이라는 종목이 '망해서' 사라진게 아니잖아요. 스타2가 나와서 자연스럽게 대체하게 된 거지 스타1 인기가 완전히 사라지진 않았단 말이에요. 하지만 스타1 선수들은 순간 직장을 잃었어요. 아무도 모르게 사라진 선수들도 많아요. 이런 선수들을 다시 기회를 주고 싶고, 팬들도 잘 아는 부분이니까요. 지금은 추억을 밑천 삼아 경기를 하고 있지만, 앞으로도 제가 경기를 하는 모습은 많이 보여주기 힘들 거예요. 실력이 형편없이 낮은 점은 사실이니까요. 여러번 이런 모습을 보여줄 순 없겠죠. 대중의 수준이 워낙 높아져 있으니까요.

[인터뷰] '지니어스' 홍진호, 그가 다시 마우스를 잡는 이유(1

 

 

 

 



  2014년 2월에 열렸던 스타 파이널 포는 아직 마음의 준비를 하지않은 채 스타크래프트를 보냈던 팬들을 위한 작별인사이자 다시 해보자는 이벤트전이다. 동시에 세대교체로 인해 추방에 가깝게 나간 이병민과 조용호에 대한 KTF멤버들의 위로이기도 하고. (출연자였던 홍진호, 강민, 박정석, 이병민, 옵저버 조용호 모두 KTF 멤버) 스타 파이널 포는 성공적이였다. 출연자인 이병민이 인터넷 검색어 1위, 관람자였던 민찬기, 이기석이 인터넷 검색순위에 내려가지 않았고 관련 기사와 커뮤니티에 언급 횟수도 많았다. 

  이에 힘입어 2014년 6월, 온게임넷에서 스타파이널 포와 포멧이 비슷한 콩두 스타즈 파티가 열렸는데 문제는 스타파티널 포에 비해 호응이 좋지 않았다는 것이다. 인기 검색어와 커뮤니티의 언급 순위도 떨어지고 스타크래프트 경기 영상을 많이 올린 블로그 '승연적 공간'의 글쓴이는 콩두즈파티의 성의없는 준비에 대해 지적했다. 

 



 - 생략
  솔직히 말해서? 최소한의 준비조차 안해왔다는 생각이다. 어차피 스타1은 끝났고 이건 그냥 추억팔이 이벤트전이니 대충 하던대로 때우면 되겠지, 선수들도 경기력 기대할만한 선수들은 아니니까 ㅎㅎ. 뭐 이런 기분이랄까? 물론 진짜로 그렇게 생각하고 왔을 리는 당연히 없다. 이 분들은 스타1 초창기부터 함께 해왔던 사람들이다, 저따위 애정으로 이 판에 그렇게 오래 있었을 수는 없다. 다만 의도는 그렇지 않았더라도 노력을 했더라도 보여지는 모습이 영 실망스러웠을 뿐이다. 드립도 없어, 경기도 못읽어, 분위기도 못띄워. 대체 해설의 존재 이유를 찾을 수가 없는 모습이었다. 그게 너무 아쉽다. 온겜 해설진의 능력 자체를 까는 건 아니다. 온겜 해설진도 오랜 세월 많은 사랑을 받으며 해설한만큼 저마다의 장점을 가지고 있다. 다만 그 장점들이 이번 콩두 스타즈 파티와 전혀 매치가 안되고 오히려 단점만 부각된다는 게 문제다. 파이널 포가 가능성을 보여줬다면 이번 콩두는 다듬어야할 많은 부분들을 보여줬던 방송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어떻게 끝나고 인터뷰조차 안하고 쫑내버리냐.
어떤 스타 블로그 운영자님의 콩두 후기(1

  

 

  도대체 뭐가 잘못된 것일까. 표면적으로 봐서 두 이벤트 전은 똑같았고 오히려 콩두 스타즈 파티가 제대로 된 경기장에서 치루어졌다. 과거 활약했던 프로게이머도 나왔는데. 인터뷰도 했고 말이야. 경기도 하면서 팬들도 응원하고. 큰 틀로 봐서는 똑같지만 디테일한 부분이 큰 차이를 만든 것이다. 나 역시 두 이벤트를 비교해서 본 결과 2%, 아니, 그 2%가 엄청나게 크게 작용해 두 이벤트전의 결과를 갈라놓았다. 게임도 그렇고 스포츠와 예술도 디테일한 부분을 잘 다루는 사람이 결국 성공한다고 하지 않다던가. 이벤트전도 마찬가지이다. 콩두 스타즈 파티보다 스타 파이널포가 재미있는 이유는 바로 그 세세한 부분을 살렸기 때문이고, 특히 '예전 스타크래프트 경기했을 때를 전혀 똑같이 재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콩두 스타즈 파티와 스타파이널포를 비교해보면 사실 옛날 느낌을 잘 재현한 것은 콩두 스타즈 파티다. 예전 프로게이머들이 경기하기 전에 인터뷰를 오래 한 적이 있던가? 치어풀을 그렇게 자주 노출 시켜준 적이 있었던가? 채팅은 아예 금지, 선수들에게 콩댄스 추라는 말도 못했고 커뮤니티에 떠돌아 다니던 별명을 대놓고 언급한 적도 없었다. 그래서 콩두 스타즈 파티에서는 옛날 스타크래프트 경기하던 그대로 정소림 해설자가 깔끔하게 진행했다. 그러나 스타 파이널 포에서는 치어플과 더불어 해설진들이 별명을 자주 언급했다.

 

 

 

 

  즉 콩두 스타즈 파티보다 스타 파이널포가 성공했던 이유는 경기만 했던 과거를 똑같이 재현하지 않고 그때 당시 커뮤니티에 쓰였던 '이야기'까지 첨가했기 때문이다. 방송에 집적적으로 나오지 않았지만 각종 커뮤니티에 활발하게 쓰였던 것이 집적 나오니깐 공감하고 호응한 것이다. 이전 E스포츠 칼럼인 "블리자드 엔터테이먼트가 잃어버린 것 - 만화적 이펙트"에서 말했듯이 똑같이 재현하지 않더라도 확실한 이펙트만 준다면 약간 왜곡해도 괜찮다고 한게 기억이 난다. 바로 스타 파이널 포는 옛날 화제가 되었던 짤방을 곳곳에 첨가해서 예전 팬들의 마음을 제대로 흔들어 놓았다. 미화가 첨가된 첫사랑을 오래 기억하듯이, 예전에 웃고 즐기던 짤방이 첨가된 스타 파이널 포는 더 기억에 오래 남는 것이다. 

 

 

 

 

  아쉽게도 콩두 스타즈 파티와 콩두 스타즈 파티 인 차이나가 스타 파이널 포에 비해 여파가 줄어들자 스타크래프트1을 재현하는 이벤트 전은 열리지 않았다. 대신 ASL을 통해 스타크래프트1 경기를 볼 수 있다만 팬들이 원하는 것은 아마 경기보다 그 때의 추억 회상이 아니었을까. 또한 ASL은 근황이 불분명한 프로게이머를 알려주는 역할도 안하고 있으니 말이다. (괜찮아. 우리에게는 유튜브가 있어) 

 

 

 

 


  미화는 기억의 방부제이다. 첫사랑이 미화되었기에 기억 속에 오래 남는 것처럼 프로게이머들이 게임에 모든 것을 걸었던 신성한 영웅처럼 미화되서 내 기억 속에 오래 남는 것이다. 사실 미화가 아니라 진짜일 수도 있다. 경기 후 땀범벅이 되서 눈물을 흘렸던 그 모습, 절대 잊을 수 없지. 그리고 스타크래프트1이라는 게임도 많은 유저들이 함께했던 추억이 첨가되서 기억 속에 오래 남는 것이 아닐까? 제대로 된 인사를 못했던 스타크래프트가 생각나고, 그때 영웅이었던 선수들이 그립다.

 

 

출처

1)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hongjinho&no=492580

2) https://m.sports.naver.com/general/news/read.nhn?oid=442&aid=000000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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