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족들이 즐길법한 우아한 승마. 재벌들이 좋아하는 여유있는 골프. 그리고 고급스러운 게임? 보통 승마와 골프하면 고급스러운 이미지가 떠오르지만 게임은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가. 격식있고 고급스럽다는 느낌이 드는가? 물론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상류층 자제가 게임을 즐겨했다는 말보다 독서, 요트, 해외여행, 승마를 했다는 말을 더 많이 들었을 것이다. 더욱 확실하게 게임이 고급문화인지 아닌지 알아 볼 수 있는 방법은 소개팅에 나가서 취미를 '게임하기'라고 말해보는 것도 괜찮다. 그때 상대방의 반응은 어떠한가. 눈을 반짝거리는가 아니면 고개를 흔드는가.
프랑스 철학자 브루디외는 '아비투스'라는 이론을 만들었다. 상류층들이 자녀에게 물질적인 재산 뿐만 아니라 습관, 취미, 말투, 취향, 학력같은 보이지 않는 재산도 상속한다는 개념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재산을 '문화적 자본'이라고 하는데, 그것은 전문가라는 타이틀을 얻어 많은 돈을 벌게하고, 취향이 같은 상류층끼리 어울리게 만들어 계급을 유지하게 만든다. 금수저 부모님이 한푼도 안 물려줘도 고급 레슨을 받고, 같은 부잣집 자녀끼리 어울리면 후에 의사, 변호사, 예술가가 되어 많을 돈을 버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면 게임은 문화자본이 있는 취미일까? 상류층 계급을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기폭제일까? 아니다. 우리의 인식 속에 게임은 공부를 방해하고 매력도를 떨어트리는 저급 취미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실제로도 게임은 고급문화와 상반되는 대중문화고 게임중독이라는 이유로 틀어막기까지 한다. 물론 현재 게임의 위상이 변했다고하지만 우리의 뇌리 깊숙한 곳에서는 자제해야한다고 생각하는 취미중 하나다.
게임이 그런 인식을 가지다보다 프로게이머도 좋은 직업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억대연봉을 받는다해도 돈에 초점을 두지 프로게이머라는 직업을 두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만약 의사와 같은 연봉을 받는 프로게이머가 있더라도 의사를 보는 눈과 프로게이머를 보는 눈은 다를 것이다. 게임에 대한 편견도 있지만 프로게이머 직업 수명이 짧다는 것도 한 몫하고, 프로게이머하는 특정 게임이 계속 인기있고 대회를 연다는 보장도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게임은 불완전한 취미다. TV 보는 것처럼 손쉽게 할 수는 있지만 무언가 독자적인 걸 생산하게 만들고, 다채로운 지식을 만들며, 자신의 의견을 어필할 수 있는 예술품을 만드는 고급 취미가 아니다. 또한 컴퓨터의 탄생과 더불어 이제 막 생긴 취미이다보니 기존 취미인 독서, 그림그리기, 글쓰기보다는 고급적이고 지속적인 느낌도 없다. (누가 인스타그램에 고오급 카페에서 게임하는 사진을 올리겠는가?)
( 비디오 게임은 저기 저 아래에)
하지만 말이다. 다른 사람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나는 게임이 고급 문화가 될 수 있을 거라고, 더 나아가 대중문화와 고급 문화를 통일 시킬 수 있는 독창적인 문화가 되고, 그것을 뛰어넘어 모든 사람들이 반드시 할 수 밖에 없는 가장 완벽한 취미가 될거라 생각한다. 즉 모든 문화가 결국 게임 아래에 통일될 수 있다는 말이다. 지금 생각하면 말도 안된다고 생각하겠지. PC방에서 우르르 몰려하는 손쉬운 취미가 어떻게 고급문화가 될 수 있냐고. 여러가지 이유가 많지만 나는 세가지 이유로 게임이 취미중의 취미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첫번째, 컴퓨터의 발전
컴퓨터의 발전과 게임의 발전은 일맥상통하다. 컴퓨터가 만들어진 후 탄생된 취미가 게임이고, 컴퓨터의 성능이 발전할 수록 게임의 성능도 향상된다. 이제 컴퓨터는 이 세계에 없어서는 안되는 필수 용품이자 앞으로도 계속 발전될 가능성만 남아있고, 그것은 게임의 성능도 무한해 질 수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현재는 이게 게임인지 현실인지 명확한 구분할 수 없는 정도까지 진입했다. 닌텐도의 위피트와 링피트처럼 실제 몸을 움직여야 플레이가능한 게임부터 뛰어난 그래픽으로 현실과 진짜 세계의 구분이 힘들어진 VR까지. 신이 인간 세계에 내려오기 위해 아바타를 사용한 것처럼 우리도 아바타를 사용해 현실에선 불가능한 세계를 경험할 수 있다. 컴퓨터 발전이 극도로 오르고 만약 가상게임이 만들어진다면 게임을 거부할 사람이 존재할까? 단순한 요트세일링보다 미치도록 화려한 가상게임을 거부할 사람이 있기는 하는 걸까? 그게 바로 대중 문화라고 해도 거부할 상류층이 있냐는 말이다. 그렇게 상류층도 대중도 모두 게임이라는 취미 앞에서 통일 되버린다.
두번째, 시공간의 제약 없음
10분 쉬는 시간동안 할 수 있는 취미란 한정되어있다. 좁은 휴게실에 원예를 할 수 없고, 기타를 치자니 주변 사람에게 피해를 주고, 평론을 쓰자니 10분이라는 시간이 너무 짧다. 하지만 게임은 실행시킬 수 있는 기계만 있다면 어디든지 가능하다. 이건 모두 컴퓨터의 발전으로 기기가 소형화되고 간편해졌기 때문이다. 어떠한 취미도 에베레스트 산 정상에서 하기 힘들 것이고 뜨게질이라던가 카드놀이같은 것도 가능하다만 게임보다 재미라던가 다채로움이 부족할 것이다.
세번째, 범용성
영화는 현재 고급 취미와 저급 취미 중간에 있는다. 미장센이 좋고 기존 인식을 타파해 사색을 만드는 영화를 즐겨본다면 그건 고급취미일 것이고, 가슴과 엉덩이만 강조된 에로영화만 본다면 저급 취미라고 하겠지. 그래도 둘 다 모두 영화라는 취미 아래에 통일 되었고 게임도 그럴 것이다. 현재 승마 게임, 그림 그리기게임, 리듬게임, RPG 게임도 모두 게임이라고 부르며 인터렉티브 게임까지 나왔는데 영화적인 요소까지 흡수하게 되었다. 거기다가 예술분야까지 흡수해 평론이 줄줄이 나오는 예술적인 게임도 등장하였다. 이처럼 게임은 축구, 악기 다루기, 승마, 골프와 비교되지 않을 정도의 범용성을 가진 문화이다. 심지어 실제 할 수도 없는 것도 경험하게 만들 수 있다. 게임은 시공간을 초월해 축구할 수 있는 '경험'을 만들 수 있지만, 축구로는 다른 것을 '경험'할 수 있게 만들 수 없지 않은가. 이게 게임이 가진 가장 무서움이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끝은 창대하리라. 고급문화와 대중문화를 모두 통일 시킬 수 있는 건 오직 게임 밖에 없고 막으려고 해도 막을 수 없다. 언젠가 모든 사람의 취미는 게임이고 그 게임 안에서도 상류층 게임, 대중 게임이 나누어지지 않을까? 마치 영화나 음악 듣기처럼 말이다. 서민은 단순한 2만원짜리 게임을, 상류층은 2억가량의 뛰어난 가상현실게임을 즐기며 더 풍부한 경험을 하면서 문화 자본을 늘릴지도 모른다. 미래에 승마와 요트대신 게임이 상류층 문화가 될 수 있다. 물론 서민들의 문화도 게임이라는 아이러니함이 있지만 말이다.
버스 안에서 게임하는 직장인들, 학생, 그리고 유치원생을 보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게임회사 주식을 조금 사두어야 할판이다. 내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게임이 취미를 통일시킬 날이 빠르게 올 것 같으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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