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승은 기대하고 있었다.
이영호의 연승이 올라갈수록,
그의 독주를 막을 선수가 자신밖에 없다는 뉴스기사가 나올수록 자신감이 올라갔고 스스로도 준비하며 기다렸다.
이영호를 막을 자 '와룡' 신희승뿐?2010.01.06 / 마이데일리 / 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 |
- 최근 이영호가 테테전 21연승을 기록하고 있는데. ▲ 15연승 정도인가, 그 때는 자신감이 있었다. 하지만 모든 테란 에이스 선수들이 거의 다 졌다. 빌드 운도 별로 없는 상태에서 이기는 등 정말 잘하시는 것 같다. 내가 끊었으면 하는 작은 바람이 있기는 하다. 이영호 선수에게 멋지게 이기는 것은 작은 꿈이다. 현실적으로 힘들 것 같기는 하다(웃음). 숙소에서는 이영호 선수를 이길 수 있다고 말을 하기는 한다. 내가 조금 더 기량을 끌어 올려서 맞붙었으면 좋겠다. 아직은 때가 아닌 것 같다. [신한은행]신희승, "바이오닉을 할 타이밍이 된 것 같았다" (1 |
[신한은행]신희승, "이영호전 생각을 하고 있다"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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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김현진 역시 이영호의 연승을 막을 선수가 코치 시절부터 키워온 신희승이라는 사실에 기뻐하며, 1월 10일 있을 KT와의 경기에 이영호와 붙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승리를 위해 같이 전략을 짜겠다고 한다.
- 생략 김현진 감독은 솔직하게 "실력적인 면에서 신희승보다 이영호가 앞서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신희승의 머리에서 나오는 전략과 운영, 전술이라면 이영호를 꺾어낼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신희승은 원래 누구와 붙어도 이길 것 같고 누구와 붙어도 질 것 같은 알 수 없는 선수 아닌가"라고 말했다. 김현진 감독 "신희승-이영호 대결 보고 싶다" - 디지털타임스 (3 |
그러나 여기 한 사람, 에이스로 성장한 박상우 역시 이영호의 연승기록을 깨고 싶은 바램이 있었다. 그는 09-10 시즌 첫 경기에서 이영호에게 패배했기에 복수하고 싶은 마음 역시 있었고 모든 테란 선수들을 패배시킨 거물을 잡고 싶은 마음 역시 있었다. 더군다나 신희승에게 에이스를 상대하지 않아 승률이 좋았다는 말을 들었으니 테란 에이스를 이기고 다니는 이영호에게 승리한다면 그게 아니라는게 증명되겠지. 그러나 경기 엔트리를 짜는 것은 감독의 소관이다. 아무리 자신이 원해도 김현진이 신희승을 붙게 만들고 싶었기에 어떻게 할 수 없었다. 행운이 따라주는 것을 기대하는 수 밖에. KT와의 경기가 가까워지고 신희승은 몇 주 전 부터 밤낮을 지세며 연습에 집중, 박상우와 신희승은 같은 테란임에도 불구하고 한번만 연습하고 스타일 역시 맞지 않아 전략 교류도 하지 않았다.(4
그리고 2010년 1월 10일, 단독 1위를 달리는 KT 롤스터와의 경기가 벌어지고 엔트리가 발표된다.
1세트 김성대와 우정호
2세트 신재욱과 고강민
3세트는
박상우와 이영호
두 감독이 머리를 너무 썼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다. 김현진은 이영호가 좋은 승률을 보이는 4세트 네오문글레이브 맵을 생각해 신희승을 배치시켰지만, KT 감독은 매치포인트에 잘 배치된 신희승을 생각해서 3세트에 배치시켰다. 그 사실을 안 신희승은 억장이 무너진다. 몇 주 전부터 밤낮을 지세며 기다려온 경기가, 그것도 하필 박상우에게 넘겨주다니.
KT와의 경기 내내 신희승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분명 저 3세트에 들어가야 하는 것은 자신이여야 했기 때문이다. 감독도, 팀원도, 뉴스 기사도, 사람들도 모두 이영호의 연승을 막을 사람을 자신으로 지목했었으니깐. 그리고 그것에 보답하고 이스트로의 에이스라는 것을 증명하는 너무도 중요한 경기였는데. 하지만 박상우에게 기회를 넘겨줘버렸다. 화려한 부활의 신호탄을 그렇게 놓쳐버렸다.
하늘이 내린 기회다. 이 기회를 절대 놓칠 박상우가 아니다. 해설위원은 박상우가 이영호 분석을 잘했다고 극찬한다. 그는 첫 시즌 이영호에게 패배한 이후 그를 계속 분석했을 것이다. 자신이 패배하면 그 선수를 기억해 반드시 복수하는 승부사, 박상우는 그런 프로게이머다.
골리앗으로 나가는 이영호와 벌쳐로 나가는 박상우. 벌쳐 컨트롤과 마인 심기 모두 날카로워서 이영호의 병력이 모일 틈을 주지 않았다. 22연승 절대 무너지지 않을 선수가 조금씩 불리하게 나가고 있었다.
안돼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가장인 내가 무너지면 우리 케텝 누가 먹여 살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박상우는 압도적인 피지컬로 괴물같은 물량을 뽑아내고 결국에는 GG를 받아내면서
이스트로는 1위 KT 롤스터를 09-10 프로리그 최초로 3대 0 셧아웃 시킨다.
(5
뉴스기사에 박상우 찬양 기사가 쏟아져나오고 더불어 프로토스 전에도 12연승 달성. 그 기록은 이영호보다 많을 정도다. 이제 두 말 할 것 없이 이스트로의 에이스는 박상우다. 그 기세는 10년이 지난 내가 보기에도 대단하게 느껴진다. 정말 그는 무한히 성장할 가능성이 있는 타고난 프로게이머다. 승부욕 강한 성격에 자신이 약해지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 엄격함. 자신을 무릎꿇게 만든 선수를 기억하고 되갚아주는 독기. 다만 이스트로의 고질적인 문제인 저그에 약하다는 것이 있지만 그건 이스트로에 저그 관련 코치나 저그 선배 박문기의 빠른 은퇴가 이유일 것이다. 만약 신정민 코치가 조금 더 빨리왔더라면 이스트로는 저그전에도 강해졌을 텐데 말이다.
모든 사람들과 프로게이머들은 환호하지만 오직 한 사람만이 그의 경기를 냉정하게 평가한다.
바로 그 팀 감독 김현진 말이다
이스트로 김현진 감독 "팀이 확실하게 달라질 것" (6 |
더불어 신희승과의 대결이 성사되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김현진 감독 "신희승-이영호 대결 불발 아쉽다" (7 |
그 후 신희승은 에이스 자리에 밀리고 타팀 에이스 스나이퍼 역할을 했다. 하루 2승하는 박상우와 비교되는 면이 적지않아있다. 박상우의 성장, 거기에 이영호의 22연승 저지라는 타이틀을 뺏긴 마당에 컨디션은 떨어지고, 그리고 가장 중요한 자신감 역시 떨어진다. 겉보기에 여유로워 보이는 선수지만 신희승은 패배하면 누구보다 괴로워한다. 차라리 피지컬 스타일이라면 모를까 전략형 스타일이기에 한 경기를 위해 머리를 계속 쥐어짜야했고 시간과 감정을 담은 전략이 실패했기에 충격이 더 큰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이스트로의 유일한 에이스라는 생각과 책임감 강한 성격도 한 몫한다.
물론 그런 요소들도 있지만 한가지 더 그를 경기에 집중하지 못하게 하는 요소가 있었다. 바로 죄책감. 승부조작을 했던 죄책감 때문이다.
출처
1) https://sports.v.daum.net/v/20091223151910839
2) https://sports.v.daum.net/v/20100105213614704
3) http://www.dt.co.kr/contents.html?article_no=2010010702019971734006
4) https://sports.v.daum.net/v/20100110152218115
5) 사진출처 / blog.naver.com/kameralucida / 강영훈 기자
6) https://sports.news.naver.com/general/news/read.nhn?oid=117&aid=0002055717
7) http://www.dailyesports.com/view.php?ud=20100109212401002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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