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혹시 DJ MAX 온라인 아는 사람 있음? 나 그 게임 처돌이었음.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 지금도 그 게임에 한창 빠졌을 때가 생생하게 기억날 정도로 진짜 열심히 했음. 학교에서 집에 오자마자 DJMAX 노래 몇판 하면 시간 금방 갔는데 맨날 MX 난이도에서 지고 실력은 안오르고 결국 고인물의 반열에 끼지 못한 어중간한 위치였지. 그런 DJMAX가 이제 수익을 내야했는지 어느 순간 유료곡/무료곡을 나누게 되었고 유료곡은 꾸준히 업데이트 하는 반면 무료곡은 진짜 어쩌다 한번 내주었고, 당시 돈이 없었던 초등학생인 나는 얼마 없는 무료곡만 죽어라하다 지겨워서 다른 게임을 했는데 DJMAX 온라인 서비스 종료한다더라. 마지막 날이기에 무슨 이벤트라도 있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아무것도 없었더라...
그렇게 DJMAX는 완전히 사라져버렸느냐, 고건 또 아니다. 오락실 게임기 EZ2DJ가 EZ2ON으로 온라인화 실패의 사례를 봐서인지, 리듬게임은 더이상 온라인으로는 힘들다는 사실을 알게 됐는지 몰라도 DJMAX 제작사 펜타비전은 PSP 같은 휴대용 게임기로 출시되면서 명맥을 유지했고 지금 역시 시리즈가 꾸준히 나올 정도로 안정의 궤도에 도달했다. 나 역시 휴대용 포터블로 DJMAX를 하게되고 온라인 시절 했던 노래들을 했는데 그때의 감동... 뭔가 아련하면서도 어른이 된 느낌... 아니 힙한 느낌이라고 해야하나? 상상의 여지를 주는 느낌이라고 해야하나? 그런 것들이 싹 다 위고비 맞은 것마냥 쏙 빠지면서 뭔가 심심해진 거 있지. 왜냐면 펜타비전이 너무 정성을 들였던 거야.
예를 들어 M2U의 Space of Soul 은 내가 DJMAX 온라인할 때 정말 많이 플레이 했던 곡이었고 그때 당시에는 BGA 없이 사진 한장만 띡 올려져 있었다. 표지 이미지를 보면 알겠지만 밤하늘을 연상하는 짙고 푸른 배경, 별가루, 초등학생이 대충 그린 듯한 이미지가 뭔가 미지의 부족의 노래 같더라고. 하지만 DJMAX가 포터블 게임기로 넘어오면서 Space of Soul bga 가 나왔는데... 지금 생각해도 어이가 없네. 왠 여자 한명이! 뭔 데칼코마니 그림이! 밤하늘과 전혀 상반되는 몽환적인 세계가 떠억! 펼쳐지면서 동식물이 공존하는 파라다이스가 나오면서 내가 알던 Space of Soul이 맞나 싶더라고. 물론 미려한 그래픽부터해서 '영혼의 공간'이라는 새로운 해석으로 탄생한 bga도 좋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래도 space니깐 우주이자, 밤하늘을 표현해야하지 않냐고 평가가 있다. 나 역시 펜타비전이 각잡고 만든 bga보다 상상의 여지를 주던 그림 한장이 더 괜찮다 싶을 정도로 실망하고 말았지 뭐야.


실망한 DJMAX BGA를 두고 말한다면 하루 왠종일 말할 수 있다. DJMAX RAY에 나오는 Mr. Lonely 같은 경우에는 락장르이기 때문에 굉장히 하드한 맛이 있는 노래거든? 실제 표지에도 사연 있어보이는 테토남 상남자와 그의 뒤로 보이는 신비한 소녀, 초록색이 감도는 분위기가 뭔가 mr.lonely로 보이는 남자와 신비한 여자의 여정이 예상되어졌거든? 아니 그런데 막상 나온 BGA는 풍부한 색이 아닌 단면화된 색에다가 mr. lonely씨로 추정되는 직장인 아저씨가 하루종일 달리는 내용이라는 거, 그리고 사람들 역시 노래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평을 내렸다는 거. 진짜 마지막으로 하나 더, cosmic elevator 이거 노래 아는 사람? 이거 DJMAX 온라인 시절부터 나온 정통있는 노래인데 이름 그대로 코스믹이잖아. 그리고 처음 온라인 시절에 나왔던 표지 역시 우주를 배경으로 표지가 나왔는데 막상 나온 bga는 왠 마법소녀 이야기로 나온 거 있지? 왜에? 왜 우주랑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마법소녀가 나오는거야? 아니 왜? 도대체 왜? (+ Dancin' Planet 역시 아동 히어로물 느낌나는 BGA보다 온라인시절 진지한 표정을 한 인디언 남녀가 나오는 표지가 더 세련됐다.)
물론 멋진 표지 이미지 하나 만드는게 영상 하나만드는 것보다 더 쉽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표지는 멋지게 만들었어도 막상 BGA를 만들때는 너무 크게 잡았다 싶어 적절한 타협점을 잡느라 그랬다는 것도 알고 있고. 어린 시절 멋진 표지를 보고 이 노래 BGA가 나오면 존나 개쩌는 영상으로 나올거라고 기대했던 게 화근일지도 모른다. 즉 상상력의 힘, 궁핍함에서 오는 세련됨, 임시방편으로 채웠던 것이 완성작이 되는 순간들을 나는 과소평가했다. 이에 대한 사례로 에반게리온 TV판이 있는데 이 만화를 보다보면 장면 장면에 검정색 화면에 하얀색 글씨만 쓰여진 장면이 많이 나오고, 또한 소리는 흐르지만 화면은 정지상태에 머무르는 연출 역시 참 많이 나온다. 혹시 아방가르드한 예술적 기법이라고 생각하는가? 천만에. 당시 에반게리온 제작에 있어 제작비가 상당부분 부족했고 이러한 가난을 돌파하기 위한 하나의 작전이었던 것이지만 지금 보면 참 세련된 표현 방식이다. 즉 궁핍으로 인해 상상력을 많이 필요로하는 표현 기법을 많이 쓰고 그 덕분에 더 완전에 가까운 작품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인간관계에서도 말이 많은 사람보다 오히려 과묵한 남자가 인기있고 뭔가 정성들여 그린 그림보다 온점 하나를 찍은 침묵의 작품이 더 고평가 받는 것처럼 노력하지 않음의 미학, 정지해 있는 화면에서 주는 상상력의 힘을 내가 과소평가 했나보다. 노력을 많이하고 뭔가 많이 해야지 무조건 좋은 거라는 착각에 크게 빠졌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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