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게임넷 2005 EVER 스타리그
감독과 팀 에이스는 닮아간다는 말이 있다. 패션에 무던하던 이윤열도 송호창 감독처럼 헤어스타일에 신경쓰고 선글라스를 끼고 2005 EVER 스타리그 조지명식에 등장한다. 이윤열은 2004 IOPS 스타리그의 우승자이기도 해서 오프닝 영상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금뱃지를 달며 팬택의 에이스라는 걸 확실히 증명해주었다. 이윤열 외에도 팬택에 손영훈 선수도 진출했으며 이병민도 모습을 드러냈다.
그림자도 아니고 맨 뒤 구석진 곳에서 힘없이
(숨은 뱅미찾기)
이병민 어디있어?
그가 좋은 성적을 냈음에도 불구하고 뭔지 모르게 '강한' 이미지가 남지 않은 것은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수줍은 성격도 한 몫하지만 명경기로 확연하게 이기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가 생방송으로 스타크래프트 경기를 보지만 E스포츠 관련자, 기자, 프로게이머가 아닌 이상 모든 경기를 보는 것은 불가능하고 흥미도 안간다. 하루에 쏟아져나오는 경기가 몇 경기인데. 그래서 주로 택한 방법이 맛집리스트를 뽑아 찾아 가듯이, 명경기를 뽑아서 보는데 재미있게도 이병민이 패배한 경기중에 명경기가 꽤 많다는 것이다. 그래서 잘함에도 불구하고 아쉽게 지는 선수라는 이미지가 심어지지 않았나 추측한다.
이병민이 패배한 명경기로 절대 빠트리는 없는 것은 강민의 할루시네이션리콜 경기이다. 때는 2004년 8월 5일, 패자조 준결승전에 강민 선수를 만난다. 신인선수때 패기롭게 지목했고 이겼다지만 팬택 당시 이병민은 테테전에 가장 성적을 보였고 다음이 저그전, 프로토스전에는 약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물론 후에 KTF로 가서는 프로토스전 승률이 80%까지 오르지만 말이다)(1*
해설자마저도 강민의 전략에 부정적인 생각을 가졌다. 창의적인 전략이지만 실패할 가능성이 너무 높다고 덧붙였다. 아비터 2기로 상대 본진에 리콜을? 거기다가 이병민은 아비터가 온다는 것을 스캔으로 통해 확인을 했다. 골리앗으로 본진을 방어하는 이병민. 그러나 여기서 반전이 일어난다.
(1
그렇다. 있어도 잘 쓰지 않은 할루시네이션을 사용한 것이다.
이전까지 그 누구도 아비터로 할루시네이션을 한 선수는 없었다.
(1
거기에 이병민 본진에서 리콜. 이병민은 처음보는 전략에 GG를 치고만다. 당시 인터넷에서는 열기가 대단했고 그의 경기를 보고 주종족을 프로토스를 선택한 스타크래프트 유저도 있었다. 강민은 이후 창의적인 전략가, 몽상가라는 별명을 얻게되었고 강민의 팬 중 많은 수가 이 경기를 보고 팬이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그리고 MSL 최고의 명경기 1위로 뽑혔고 그 여파가 어찌나 컸는지 5년 후 강민이 꼽은 명경기를 분석한 코너의 이름이 '강민의 할루시네이션'이였다.
그리고 경기를 했던 2004년 10년 후인 2014년, 강민의 인터뷰에서 어떤 경기가 가장 기억에 남느냐는 질문에 이병민과의 경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밝혔다.
-기억에 남는 경기는? - 생략 기억에 남는 경기가 수없이 많지만, 으뜸을 가리자면 이병민과 경기를 꼽고 싶다. 연습 과정이 아직도 생생하다. 아침 6~7시까지 밤을 새워서 준비했었다. 당시 KTF(현 KT롤스터)에서 한솥밥을 먹는 박정석과 함께 준비했다. 준비 기간이 정확히 기억나진 않는다. 물론 초반엔 서툰 빌드였지만 아이디어가 떠오를수록 다듬고 다듬어 결국 ‘아비터 리콜’에 이르렀다. 연습 과정에서부터 대회까지 가장 멋지게 장식된 경기였다. 결과물이 고스란히 빛났던 오히려 150% 이상 환하게 빛났던 것 같다. 이상하게 경기에 들어가자마자 느낌이 좋았다. 이병민이 생각한 대로 움직여줬다. 사실 이병민에게도 고맙다. 이병민이 아니었으면 아마 명경기가 나오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도 든다.(웃음) 조연 역할을 아주 기막히게 잘 해줬다. 이병민 역시 뿌듯했을 것이다. 이병민도 경기 후에 “내가 아니었으면 그런 명경기 안 나왔다. 내 GG(Good Game의 준말. 게임에서 항복선언을 의미한다.) 타이밍 기막히지 않았나?”라고 말했다.(웃음) 상대의 승기로 굳혀졌을 때 GG없이 지지부진하게 시간을 끌면 이도 저도 안 된다. 당시 이병민은 제게 ‘강펀치’를 한 대 맞고 바로 쓰러지면서 ‘KO’로 멋지게 퇴장했다. 지금 생각하면 빛나는 조연의 역할도 이 경기에 큰 역할을 한 것 같다.(웃음) [SS e-레전드] 강민 “선수 시절 근성 여전, 하루 10시간 이상 롤에 집중" ① |
오죽하면 2014년 스타파이널포에서 이병민이 강민을 이겼을 때 할루시네이션 경기의 복수를 했다고 기사를 쓸 정도로 사람들의 뇌리 속에 이병민은 할루시네이션 명경기의 패배자라는 인식이 박히게 된다. 한번 명경기의 패배자로 찍힌이상 앞으로 그것에 대한 인식을 바꾸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과거로 돌아가서, 명경기를 보여주었던 1년 후인 2005 EVER 스타리그가 벌어진 시기, 강민은 억대 연봉을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좋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었고 온게임넷 예선에 1년동안 통과하지 못했기에, 한창 실력으로 물이 오른 이병민과 2005 EVER 스타리그에는 겨루지 못했다.
언제 꿈에서 깨어날 것인가, 몽상가 강민
[기획] 프로게이머 세대 교체, '바람 거세다'(3 |
이병민이 패배한 명경기 두번째로는 2004년 5월 21일 질레트 스타리그 16강전, 최연성과의 경기였다. 당시 신인으로 떠오른 이병민과 최연성은 같은 익산 출신이라는 것과 테란이라는 점에서 라이벌 구도를 이루고 있었다. 물론 후에 최연성은 우승에 우승을 거듭해 S급 선수로 주목받았고 이병민은 4강에 연달아 탈락하는 모습을 보여줬지만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둘은 팽팽했었고 테테전에서 확실히 이병민이 앞서고 있는 상태였다. 그러나 이 경기를 통해 최연성이 이병민보다 확실히 압도적이라는 인식이 생긴다.
https://www.youtube.com/watch?v=KwAedgxH-ao
김태형 : 아 초반 기선제압에서는 이병민 선수가 수월하게 진행이 되고요.
초반에는 유리했다. 다수의 벌쳐 최연성 주변 길목에 마인을 설치했다. 하지만 탱크로 천천히 마인을 제거하는 최연성 그리고
자신이 심은 마인에 자신의 벌쳐를 잃은 순간 승기가 최연성 쪽으로 기운다. 아까까지만해도 최연성의 본진을 압박했지만 이제는 반대 상황으로 최연성의 시즈탱크들이 그의 앞마당을 조여온다. 최연성의 12시 멀티를 공격했지만 실패. 반면 최연성은 하늘에는 레이스, 땅에는 시즈탱크로 유리하게 간다.
레이스를 막으려는 대비책으로 골리앗을 뽑고 벌쳐로 시즈탱크를 제거했지만 그동안 모아둔 레이스가 너무 많다. 그냥 많은게 아니라 압도적으로 많았다. 아예 클로킹도 하지않은채 골리앗을 상대할 정도니깐.
명경기는 언제나 짤방을 만드는 법. 강민과의 경기 후에 몽상가라는 별명과 합성물이 쏟아져 나오는 것처럼 최연성과의 경기 후 짤방이 탄생한다.
그러나 2005년 EVER 스타리그 8강, 서지훈에게 2대 0으로
(4
2005 MSL에서는 8강에서는 변은종에게 2대 0으로 진다
(버관위 뭐하냐. 짤 만들어야지)
반면 명경기 피해자였던 이병민은 4강까지 올라가게 된다. 4강 상대는 박태민, 운영의 마술사였다.
박성준의 결승 상대를 가리는 'EVER 스타리그 2005' 두번째 준결승전이 오는 17일 오후 6시 메가스튜디오에서 펼쳐진다. 이번 준결승은 당시 3, 4위전에서 3대0으로 패했던 팬택앤큐리텔 이병민의 '복수전' 양상이다. 게다가 이병민은 데뷔 이후 개인전 각종 대회에서 결승 진출의 문턱에서 잇따라 좌절, 이번에는 반드시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는다는 각오다. [2005.6.13.파이터포럼] [EVER] 2005 최고 기세의 테란 이병민이냐, '운영의 달인' 박태민이냐!(5 |
그렇다. 짧은 기간 무서운 기세로 치고 올라온 신예 이병민과 달리 박태민은 기복이 없는 스타일이였다. 그리고 당시 프로게이머 랭킹에서도 박태민은 4위, 이병민은 9위를 기록하고 있었다.(6 하지만 예상이 뒤엎어졌다. 4강전에서 이병민이 3대1로 이긴 것이다. 3대 2로 팽팽할거라는 예상과 다르게 말이다.
드디어 결승이다. 언제나 4강에서 미끄러졌지만 이제는 결승전인 것이다. 처음가는 결승확정이라그런지 평소 무표정이던 이병민이 살짝 미소를 짓다가 황급히 표정을 정리한다. 그러나 기분이 좋아서인지 술 한잔하고 팬카페에 글을 적는다. (인터뷰가 하도 없으니 팬카페 글 가져오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감사합니다..
|
거기다가 싸이월드에도 글을 쓴다.
ㄴ 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6* |
그런데 이 글이 스갤러들의 주목을 받자
하하 글 쓴거 쪽팔려서;;
(6*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나 계속 승기에 취해있어서는 안된다. 왜냐하면 결승전 상대는 박성준이기 때문이다. 투신 박성준은 2004년 질레티배 스타리그에서 우승했으며 임요환, 최연성, 박정석을 물리치며 올라온 신예다. 당시 박성준은 프로게이머 랭킹 1위, 그것도 저그 최초였고 POS의 대표 에이스이다. 그에게 붙은 별명은 투신이였는데 괜히 그런 별명이 붙은게 아니다. 그는 경기만 붙었다하면 우승자든 에이스든 이겨버리는 싸움의 신이였으니깐.
이 름 | 구분 | 소 속 | 포인트 | 등 락 | |
1 |
프로 |
970.0 |
▲1 |
||
2 |
프로 |
944.5 |
▼1 |
||
3 |
프로 |
738.0 |
▲1 |
스타크 4월 랭킹, '투신' 박성준 저그최초 1위 달성 (7
(7
그러나 이병민도 만만치 않다. 스토브 리그 이후 이병민은 승률적으로 박성준을 뛰어넘고 있었다. 다승에서는 박성준이, 승률에서는 이병민이 각각 1위를 달리고 있는 상황. 그러나 좀 더 자세히 보면 다승에서 이병민이 4위고 승률에서는 박성준이 6위이다. 어떻게보면 살짝 이병민이 유리하게 평가되는 상태이고 더군다나 그때 당시 결승전에서 저그가 테란을 이긴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특히, 박성준은 프로리그에서 지속적으로 출전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앞으로 더 많은 승수를 쌓을 것으로 보인다. 이병민은 스토브리그 이후 지는 모습이 거의 없었다. 이 사실을 반영하듯 그의 승률은 무려 78%. 14승 4패로 승률 Top을 차지한데다 다승 순위에서도 4위에 올랐다. 생애 최초로 스타리그 결승에 진출한데다 프로리그에서도 꼬박 꼬박 승리를 챙기며 팀선배 이윤열(팬택앤큐리텔)의 슬럼프와 맞물려 새롭게 팀의 에이스로 활약중이다. 한편, 홍진호, 강민(이상 KTF)은 각각 다승 2, 3위를 차지했고 박지호(이고시스)와 김환중(G.O)은 승률 2,3위를 차지한 것으로 밝혀졌다. 박성준, 이병민, 스토브리그 이후 최고 활약(7 |
둘의 대결은 전문가와 기자들도 쉽게 예상하지 못했다. 물론 순위나 우승횟수는 박성준이 우위지만 박태민과의 경기도 예상을 깼던 마당이에 쉽게 판단할 수 없었다. 더불어 어느 스타리그보다 둘의 투지는 강했는데 박성준 같은 경우에는 반드시 결승전에서 저그종족으로 테란을 우승하고 싶다는 마음이였고, 이병민은 늘 4강에 맴돌다가 드디어 결승에 진출했기에 간절했다. 더불어 스타리그 결승전 날은 이병민 선수의 할머니 제삿날이기도 했다. 그에게 있어 중요한 그 날, 팬들에게도 할머니에게도 자신이 강해졌다는 이미지를 남길 수 있는 기회는, 명경기 패배자라는 이미지를 벗을 수 있는 탈출구는, 누군가에게 감사함을 표현하는 유일한 방법은, 랭킹 1위 투신을 이기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었다.
출처
1*) 8강 진출 이병민, '자신감 찾았다' / https://news.v.daum.net/v/20061013204517981
1) http://m.hungryapp.co.kr/bbs/bbs_view.php?pid=7709&bcode=starcraft
2) http://news.tf.co.kr/read/economy/1304974.htm.
3) http://game.donga.com/26123/
4) https://blog.naver.com/imzzini/20012910330
5) http://cafe.daum.net/SKTelecomT1/79ta/708?q=2005%20%ED
6) http://game.donga.com/23592/
6) https://blog.naver.com/fsf02ff/40019199302
7) http://cafe.daum.net/prolbm/9fGw/502
프로게이머 이병민에 대하여 7 / 에이스에게 양보한 기회 (0) | 2019.09.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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