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7월 2일. 경기도에 위치한 한국국제전시장(KINTEX) 5홀
모든 결승전이 그랬듯 관객보다 긴장하는 사람은 선수였다. 4강에서만 머물렀는데 난생처음 결승전에 온 이병민의 긴장감은 배로 컸을 것이다. 시종일관 굳은 표정과 불안한 눈빛으로 경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더군다나 기자와 해설자들 역시 박성준이 아슬아슬하게라도 이길꺼라는 예측했기 때문에 마음이 혼잡했겠지.
온게임넷 해설자 3인이 바라본 ‘EVER 스타리그 2005 결승’향방은 어떨까? [e스포츠] 해설자가 본 '에버스타리그 2005' (1 |
더불어 여론 역시 박성준의 승리를 기대하고 있었다. 이유는 결승전에 저그가 늘 패배한다는 징크스를 깨주기를 기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홍진호가 임요환에게 3대 0으로 무참히 깨지고, 박성준이 IOPS 스타리그에서 이윤열에게 3대 0으로 진 결과가 있었기에 저그 플레이어가 한 번 쯤 이겨주길 바라고 있었다. 그것도 3대 0이라는 완벽한 스코어에 패배했기에 저그가 약자라는 인식이 있어서 더 응원하는 감이 있지않나 싶다. 후에 2005 EVER 스타리그는 이병민과 박성준이라는 선수의 대결에 초점이 맞춰지지 않고, 대신 저그가 테란을 이긴 최초의 결승전이라는 것에 포커스가 맞추어져 있는 것을 보면 많은 사람들이 박성준의 기적에 주목하고 있었다.
엄재경 : 이병민 선수가 우승을 차지해도 만년 2인자의 서러움을 벗고 굉장히 의미있고 뜻깊은 일이다만, 박성준 선수가 우승했을 경우 그 의미가 좀 더 여러가지 면에서 많은 의미가 좀 있지 않겠습니까? 진짜 도박사들이 의아할 스트레스 플러스, 이거 잡으면은 이날 생일로 한다그러고, 골프치는 분들이 이거 홀인원하면 생일이다 막 그런 이야기도 하고 그러는데 진짜 저그가 우승차지하면 박성준 생일로 해야될 것 같습니다. - 2005 EVER 결승전 4세트 중 - |
사실 두 선수는 과거 2004년 4월, 뉴스기사에 신4대 천왕으로 분류되었던 선수였다.(2 최연성, 박성준, 박용욱, 이병민 이렇게 말이다. 그러나 이병민만을 제외하고 3명은 모두 우승했고 특히 과거 라이벌 관계였던 최연성은 이제 라이벌이라고 부르기 어려울 정도로 이름을 날린 S급 선수가 되어버렸다. 유망주로 같이 평가된 선수들은 우승자가 되고, 오직 자신만이 여전히 유망주로만 제자리 걸음 중. 그러기에 이병민의 우승에 대한 갈망은 더 크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는 그걸 이루기 위해 연습에 연습을 거듭한 후 결승 무대에 오른다.
▶입장하기 전, 포즈를 취해주는 센스쟁이들~ - 생략 [스플초이스] EVER 스타리그 2005 결승전 에피소드(3 |
박성준의 연습상대인 살아있는 마린은 다들 알다시피 이운재 선수다. 당시 이운재 선수는 POS, 박성준과 같은 팀이였다. 그리고 이병민의 연습 상대는 뮤탈의 귀공자. 그런데 뮤탈의 귀공자가 누구야? 나는 뮤탈의 귀공자라는 별명을 가진 선수를 처음 들었다. 그런데 1세대에 활약한 프로게이머 정영주라는 사실을 알았고 그의 수상이력을 보고 정말 잘하는 선수라는 걸 알게 되었다.
출처 : 정영주 / 나무위키
다만 문제는 2000년대까지만이라는 것이다. 후에 학업문제로 프로게이머를 그만두고 투나 SG로 복귀하고 팬택에 있었으나 큰 활약을 본 기억이 없다. 후에 이네이쳐로 이적하나 역시 눈에 띄는 모습이 없었기에 전적 자료도 구하기 힘든 상태였다. 사실 김현진에 대한 리뷰를 쓸 때 이네쳐탑에 대한 자료를 구했을 때도 있는지 조차 모를 정도였으니깐. 2000년대 이후 활약면에서 생소한 선수였다.
오직 단 하나. 이 광고를 통해 인터넷에서 영생을 누렸다 카더라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이병민의 또다른 저그 연습상대인 원빈저그. 도무지 못찾다가 나중에 알게 되었는데 원빈저그가 안석열 선수라는 것이다.(원빈...저그?) 2005년 3월, 나도현과 같이 팬택으로 들어온 안석열. 이네이쳐 때 프로리그에서 우수한 성적을 보였고 팬택에 이적 후 대들보 역할을 했다. 다만 개인리그에 좋은 성적은 보기 힘들었고 나무위키와 위키백과에 정보를 찾기 힘들었다. 전형적인 프로리그형 선수라는 뜻이지. 정영주, 안석열 이외에도 팬택에는 괜찮은 저그 선수가 있었다. 심소명과 2004 스카이 프로리그 다승왕이였던 이재항이 있었지만 다만 2005년 6월 퇴출 사건으로 인해 이재항은 팬택에 없었다는 것이다. 만약 이재항이 퇴출되지 않고 이병민의 저그 연습 상대가 되었다면 결승전 결과가 달라지지 않았을까 추측해본다. 하지만 이병민은 많은 연습을 했기에 자신있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아니, 자신이 있어야만 했다.
▶이병민 = 처음 스타리그 진출이라 솔직히 긴장되고 기대된다. [스포츠조선] EVER 스타리그 2005 박성준, 이병민 꺾고 우승(4 |
더불어 이윤열이 금뱃지를 땄던 04-05 아이옵스 4강 B조에서 박성준과 겨루었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팽팽한 2대2 상황에서 5세트에 져버린 전적이 있었기에 누구보다 박성준을 이기고 싶어 연습했을지도 모른다.
▶박성준 3대2 이병민 [파이터포럼][아이옵스] 이고시스POS 박성준 3대2로 이병민 꺾고 스타리그 결승 진출(1* |
준비는 끝났고 그렇게 다시 박성준과 만나게 된 이병민. 첫번째 결승전 맵은 EVER 포르테였다.
(4
둘의 포르테 맵의 전적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둘 다 포르테 맵에서 전승. 어떻게 보면 서로 가장 자신있는 맵에서 펼쳐지는 승부인 것이다. 포르테 맵은 1세트에도 배치됬지만 가장 중요한 5세트에도 배치되었다. 어떻게보면 포르테 맵을 가장 잘 파악하는 선수가 결승전에 승리할 수 있는 것이다. 첫번째 경기에 승리한 사람은 이병민이였다. 박성준은 긴장했는지 작은 실수를 벌이고 그 사이로 날카롭게 파고 들었기에 승리할 수 있었다. 그러나 두번째 경기, 너무나 공격적인 빠른 벙커린 시도. 하지만 실패후 자원을 확보한 박성준이 다수의 뮤탈로 승리한다.
땀이 온몸을 덮는 상태. 서로 어떻게 될 지 한치 앞도 알 수 없는 상황이였다. 한 경기에 이기면 한 경기에 지고, 다시 한 경기에 지면 또다시 이기고. 그 상황이 이어가다 보니 2대 2까지 오게된다. 특히 4세트 라이드 오브 발키리 맵에서는 너무도 도박적인 6배럭으로 이긴다. 사실 2경기에도 진 것이 과도한 도박적인 벙커링 때문이었다. 그러나 4강에서 박태민을 이겼던 방법 역시 빠른 전략 덕분. 그렇게 간신히 동점 상황으로 끌고가고
마지막 5세트가 시작됬다.
5세트 맵은 포르테였다. 2배럭 후 빠른 팩토리. 다수의 마린과 탱크 2기를 끌고 적 본진으로 향하고 박성준은 적은 수의 뮤탈을 끌고 이병민의 본진을 공격한다. 그러나 칼자루는 이병민이 쥐고 있다는 해설진들의 말. 그렇다. 박성준의 뮤탈이 너무 적은 것이다. 그러나 그 뮤탈이 게임의 판도를 완전히, 아니, 어떻게 보면 저그 컨트롤의 판도를 바꾸어버렸다.
그때 당시에 뮤탈 뭉치기와 짤짤이라고 불리는 공격 후 내빼는 컨트롤이 일반적으로 사용되지 않았다. 그러나 유닛을 잃지 않기 위해 머뭇거리는 이병민의 마린을 뮤탈뭉치기와 짤짤이로 공격. 마린 하나하나가 사라지자 박성준 쪽으로 유리하게 돌아갔다. 물론 그 다수의 뮤탈은 새로 나오는 마린으로 인해 제거, 다시한번 마린과 탱크로 공격하는 이병민. 그러나 또다시 뮤탈 컨트롤로 방어되고 박성준은 러커를 준비한다.
이미 이병민의 멀티와 본진은 탁월한 컨트롤로 많이 모인 뮤탈리스트로 인해 피폐해진 상황이다. 본진이 부서져도 마지막 병력을 모조리 끌어모아 공격 하려는 이병민. 그러나 성급했다. 이미 박성준에게 수가 읽혔다. 박성준은 다가오는 마린을 스탑러커로 전멸시켜버린다. 이제 공격할 수 있는 병력이 없다. 이기고 싶은 마음에 너무 급했던 게 문제인 것이다.
리플레이를 통해 경기 후반부 이병민의 상황을 살펴보면 자원이 상당히 남는 모습을 볼수 있다. 5시 몰래 멀티를 가져가는것 보다는 앞마당에 멀티를 하고 남는 자원을 모두 방어에 투자한뒤 장기적인 승부를 보는게 어땠을까 싶다. 반면, 박성준은 병력 컨트롤에서 약간의 실수가 있었지만 자원을 거의 남기지 않고 꾸준히 병력을 생산했었다. 자원 관리, 활용도의 차이가 승부에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는 분석이다. 박성준은 경기 후반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은 반면 이병민은 조이기 병력이 뮤탈리스크에 의해 예상치 못하게 모두 잡히자 당황한 모습이었다. 덕분에 경기는 많은 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길수 있었다. [스타리그]EVER 2005 스타리그 결승전 5경기 박성준 VS 이병민, 그것이 알고 싶다(5 |
연습을 많이 했었을 것이다. 알고 있는 저그에 대한 방어책을 모두 생각했었을 것이다. 하지만 경험은 연습할 수 없다. 결승 무대위로 올라가 테란에게 3대 0으로 패배했던 귀한 경험이, 우승했던 경험이 이병민은 없었고 그 경험 차이가 급박함을 재촉시켜 패배를 촉진시킨 것이다. 눈을 아무리 막아도 이어폰 너머로 들리는 경기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괴로운듯 몸을 비틀며 울음을 참으려고 입을 틀어막지만 이미 끝났다.
게임은 끝났다
▶ 박성준 3대2 이병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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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은 저그 플레이어의 소원을 풀었다. 그는 후대에도 결승전에서 최초로 테란을 이긴 '박성준'이란 사람으로 기억된다. 반면 이병민은 박성준이라는 거물과 팽팽하게 맞선 '이병민'이라는 선수가 아닌, 테란 플레이어로만 기억된다. 그래. 최초로 결승전에서 저그에게진 테란선수로만.
박성준 인터뷰 [스포츠조선] EVER 스타리그 2005 박성준, 이병민 꺾고 우승(6 |
이병민은 준우승. 그는 인터뷰를 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이병민"할머니께 선물 하고 싶었는데" [스포츠조선] EVER 스타리그 2005 박성준, 이병민 꺾고 우승(6 |
그렇게 이병민 커리어에 있어 마지막 결승전인 2005 EVER 스타리그는 준우승으로 마무리된다. 사실 프로게이머가 명경기에 한번만 패배해도 깊은 슬럼프에 헤어나오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신상호로 예를 들어도 한번의 역전패로 몇개월 동안 좋지 않은 경기력을 보여주지 않았는가. 반면 이병민은 수많은 명경기 피해자임에도 4강까지, 그리고 결승전 무대까지 오르고 역전패 당했음에도 다시 박성준과 붙고 싶다고 인터뷰에서 밝혔다.(7 그는 외유내강 스타일인 것이다. 단단한 사람인 것이다. 하지만 그의 의지와 달리 이때가 그의 프로게이머 실력 절정기였고 후에 갈수록 천천히 하락하게 된다.
옛날 어느 격언을 본 적이 있는데 간절히 원할수록 원하는 걸 얻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사랑을 간절히 원하면 외로워지고, 사람을 간절히 원하면 고독해지고, 승리를 간절히 원하면 패배한다는 것을. 어쩌면 이병민의 4강 슬럼프는 너무도 결승전 무대가 간절했기 때문에 그러지 않았을까. 그가 우승을 놓친 것은 너무도 이기고 싶다는 간절함 때문이 아니였을까.
출처
1) http://cafe.daum.net/prolbm/9fGw/534
2) http://cafe.daum.net/prolbm/9fGw/129
3) http://cafe.daum.net/prolbm/9fGw/544
4) http://cafe.daum.net/prolbm/9fGw/532
5) http://cafe.daum.net/prolbm/9fGw/550
6) https://ppt21.com/pb/pb.php?id=gamenews&no=2219&page=58&select_arrange=hit
프로게이머 이병민에 대하여 8 / 팬택의 위기 1 (0) | 2019.09.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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