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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이 오르지 않길 바라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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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저임금이 인상될 때마다 사장님들의 곡소리가 들려온다. 아이고 아이고. 사람 하나 쓰기 힘드네. 그와 동시에 가게 문을 닫고 많은 사람들의 일자리가 사라지게 될 것이라며 협박 아닌 협박까지 한다. 그 말을 순진하게 믿는 몇몇 근로자들은 정말로 자기 직장이 하루아침에 사라질까 봐 전전긍긍하며 다른 근로자들에게 우리 사장님이 힘들어하시니 최저임금 인상은 좋지 않은 것이라고 설파하고 다니고 있으니, 자신보다 타인을 생각하는 대단한 정신의 소유자가 아닐 수 없다.

  자, 그렇다면 월급은 어떨까? 그렇게 최저임금 인상이 좋지 않은 것이라면 직장인의 월급 인상 역시 좋지 않은 것 아닌가? 생각해 봐라. 그것 역시 사장님의 등허리를 휘게 만드는 요소잖아.

“김대리. 월급 인상됐다며? 사장님과 회사 생각해서 월급 내려”라는 사연이 인터넷에 올라오면 어떻게 될까? ‘좋아요’와 ‘추천’ 수십만 개씩 받으며 그 말을 했던 사람의 신상정보가 유출되어 욕이란 욕을 다 먹을 것이 뻔하지. 그런데 유독 최저임금에서만 가혹하게 양보하라는 소상공인들이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소상공인에게 있어서 최저임금은 최후의 보루이기 때문이다. 부족한 일손을 가장 저렴하게 구하는 방법은 최저임금을 주며 사람을 뽑는 것이고 이 최저임금은 아르바이트를 넘어서 직장에서 초봉, 혹은 평균임금의 형태로 채택된 곳이 많다. 그야말로 최저임금은 근로자와 고용주 사이의 DMZ이자 정부가 정해준 최소 월급과 마찬가지다.

   그렇다 보니 고용주들은 조금이라도 저렴한 가격에 노동력을 제공받고 싶어서 최저임금 공격에 열을 올리고 최저임금 때문에 생기는 문제점, 물가가 올라가는 이유 역시 최저임금 때문이라는 뭔 말 같지도 않은 말을 주장한다. 최저임금이 오르니깐 모든 것이 오른다고? 최저임금이 인상되지 않았을 때도 오징어가 안 잡힌다, 토마토가 없다, 기름값이 올랐다, 옆 가게도 올렸으니 나도 올린다, 뭐다 뭐다 이유로 잘만 올렸으면서.

 

 

회사가 근근이 먹고살기 위해 물가를 올리는 것처럼 근로자들도 근근이 살아가기 위해서 최저임금을 올려야만 한다. 최저임금 인상을 바라는 근로자에게 욕심이 그득그득하다고 손가락질하던 사장은 왜 물가 인상에서는 어쩔 수 없다고 말하는 건 무슨 심보인가. 근로자는 하늘에서 뚝 떨어져서 돈 욕심 없이 일만 하는 노예처럼 보이는가? 그 와중에 조금이라도 젊은 사람, 예쁜 사람, 말 잘 듣는 사람, 학력 높은 사람을 뽑으려고 하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최저임금 때문에 등허리 휜다고 말하는 사장님이 있다면 그냥 사업을 접으시고 넉넉한 최저임금 받는 아르바이트 하시는 것을 추천 드린다. 굳이 왜 비싼 최저임금을 두고 적은 돈을 버시면서 사장님 자리를 놓치지 않는 건데? 사장이라는 직급이 주는 혜택이 있고 그 혜택을 놓치기 싫어서 그러는 거잖아. 무언가를 지휘할 수 있는 직급, 더 많은 수익을 낼 수 있는 장래성, 평가받을 필요가 없는 위치, 그렇게 좋은 요소가 있기에 그 직급을 유지하고 싶은 거잖아. 사장은 태어날 때부터 사장이고 근로자는 태어날 때부터 근로자인가?

 

 

  아직도 공산주의 국가처럼 적게 벌고 다 같이 행복 하자고, 기업을 위해 노력하면 기업도 근로자에게 감사해하며 혜택을 줄지도 모른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난 절대로 그런 짓 못 하겠다. 애초에 근로자의 권리는 기업들이 주지 않았다. 근로자의 권리는 같은 근로자들의 투쟁 끝에 얻어낸 것이다. 앞으로 잘 부탁한다면서 복종하며 얻어낸 것이 아니란 말이다.

   또한 고용주들은 최저임금 인하에 단결할 힘은 있으면서 대기업의 횡포와 건물주에게 월세 좀 깎아달라고 시위는 하지 않더라고. 원래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한 것이 세상 만물의 생존전략이라고 하지만 그건 너무 비겁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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