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좆소기업도 대기업도 가지고 있지 않은 워라벨, 칼퇴, 성취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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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얼마나 중소기업이 싫으면 ‘중’자를 ‘좆’자로 바꿔서 좆소기업이라고 부를까. 아르바이트를 하면 했지 좆소기업에는 죽어도 입사하지 않겠다는 사람들의 결의가 유난히 강한 이유는 무엇일까. 좆소기업에 겪었던 억울함, 분노가 유난히 인터넷에 많이 떠돌아다니는 이유는 무엇일까. 좆소기업의 면접부터 퇴사 그 모든 게 부조리하다고 외치는 사람들은 왜 이리도 많을까.

사실 모르는 척, 궁금한 척, 거리를 두는 척했지만 난 그들의 마음을 아주 잘 알고 있다. 나도 중소기업에 다녔었거든. 대기업보다 부족한 인트라넷과 야근 수당과 휴일수당에 대해 무지한 사장 아래서 일했고 사장의 친인척이 낙하산으로 입사하는 것을 목격했으며, 직원을 무슨 부품으로 알듯이 하대하는 삭막한 분위기를 경험했고 그래서 중소기업을 무슨 악의 축, 절대 가서는 안 되는 악의 구렁텅이로 표현한 인터넷 글에 어느 정도 공감하는 바가 있다.

다만 중소기업은 이러이러해서 최악이니깐 대기업에 들어가고 싶다는 말, 같은 나이대의 애가 대기업 다니는 데 난 중소기업을 다녀서 자존심 상하니 당장 대기업으로 이직하겠다는 말, 초봉도 높고 워라벨도 보장되며 중소기업보다 상식이 통하는 상사가 있을 거라는 말, 백수 기간이 길어져도 무조건 대기업에 지원할 가치가 있다는 말에는 동의할 수 없다. 어디 도망친 곳에 낙원이 있으랴. 그것도 회사에서 낙원을 찾다니. 미친 짓이지 뭐.

 

 

우선 우리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의 편견을 좀 걷어낼 필요가 있다. 보통 드라마와 영화 속 중소기업 사장의 로비 장면을 보면서 중소기업이 대기업의 한참 아래에 있다고 생각하는 몇몇 취업준비생들이 많은데, 물론 생산업계 구조상 하청 업체가 부품을 만들고 대기업에게 납품하는 구조라서 대기업이 갑인 경우가 많지만 반대의 경우, 오히려 대기업에서 부품이 급한데 오직 한 곳에서만 그 부품을 전문적으로 다루고 생산한다면 그때는 오히려 대기업이 먼저 수그려야 하는 상황이 오게 된다.

거기다가 영화 속 장면처럼 노골적인 갑질을 해봤자 대기업 입장에서도 좋을 것 하나도 없다. 만약 중소기업에서 제품을 제때 공급하지 않으면 대기업 공장 라인이 올스톱, 그러면 대기업에서도 금전적 손해를 만만치 않게 보기 때문에 좋든 싫든 중소기업과 단합하는 구조로 갈 수밖에 없다. 즉 드라마에서처럼 부려 먹기는 거의 불가능하다는 소리다.

두 번째로 흔히 하는 착각은 대기업이 중소기업보다 워라벨이 더 좋을 거라는 생각인데, 물론 연봉, 상여금, 성과금과 같은 면에서는 중소기업보다 좋지만 문제는 많이 받은 만큼 많이 일해야 한다는 점이다.

지금 포괄연봉제로 야근 수당도 못 받고 16시간 동안 일하는 과거 나의 사수님이 대기업에 근무하고 계신다. 그의 옆에는 대기업의 살인적인 노동량을 몸소 체험한 신입사원도 있겠지. 어렵게 대기업에 입사했는데 1년도 버티지 못하고 퇴사한 신입사원이 수두룩한 이유는 모두 대기업 판타지를 잔뜩 기대하다가 야근만 하는 현실에 실망해서 도망친 게 아닐까?

마지막 편견은 바로 대기업 일자리는 중소기업보다 안정적이다는 것인데 중소기업은 한 번 사람을 뽑으면 스스로 나가지 않는 이상 계속해서 오래 두는 편인 데 반해 대기업은 영업 이익 감소에 대한 우려로 구조조정의 바람이 시도 때도 없이 분다. 실제로도 중견기업에서 일하시던 차장님이 하청 업체로 입사해 20살이나 어린 신입사원과 함께 사원직급 달고 일하시는 걸 난 직접 봤다. 만약 그분이 드라마 속 갑질하는 대기업 사원처럼 나왔다면 지금쯤 어떻게 되셨을까.

 

 

이처럼 대기업은 천국, 중소기업은 지옥이라는 이분법에서 우리는 벗어날 필요가 있다. 해 봤자 부품이잖아.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어차피 직원인 이상 교체 가능한 부품인데 뭘 그거 가지고 급을 나누고 싸우냐는 거야? 이곳저곳 이력서를 내고 입사할 정도의 나이가 되면 대기업 뽕, 대기업 판타지에서 벗어날 나이도 됐잖아. 명문대만 들어가면 모든 게 다 해결될 거라는 부모의 말에 속은 지 얼마나 됐다고 또 대기업에 가면 모든 게 해결될 거라는 생각을 하냐는 말이다.

우리는 사장이냐 직원이냐의 차이를 봐야지, 대기업이냐 중소기업이냐의 차이를 봐서는 안 된다. 직원이 아무리 천년, 만년 일해 봐야 사장이 버는 돈을 못 따라가는 것처럼 우리가 필요한 것은 직원으로서의 마인드가 아닌 사장으로서의 마인드다. 아무리 작은 회사라도, 심지어 1인 기업이라고 해도 자신이 직접 운영하고 확장하는 방법을 터득해야만 단순 반복적인 월급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고 그제야 비로소 직원 시절 때 그렇게 목말라하던 워라벨, 높은 연봉, 보람과 성취감을 직접 손에 쥘 수 있다. 공기업이냐 대기업이냐 중소기업이냐 그런 건 전혀 중요하지 않다니깐? 중요한 건 주인이냐 아니냐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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