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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은 왜 착한 행동으로 취급받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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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잊었다 싶으면 올라오는 여드름 같은 뉴스 기사, XX회사에서 OO명 정규직으로 채용한다는 기사를 볼 때마다 회사에서 몇 명을 뽑는 게 뉴스에 나올 만큼 중요한 일인지 늘 궁금하다. 불황을 타파하기 위한 기업의 노력? 청년 실업 해소를 위한 선한 영향력? 언제부터 기업이 사람을 고용하기만 해도 칭찬받는 시대가 온 건가. 어째서 이익을 위해서라며 서슴지 않고 구조조정을 하는 회사들이 경제 불황의 유일한 구원자가 됐냐고요.

   자기들이 필요해서 고용해 놓고서는 동네방네 생색내는 모습은 마치 부모가 자녀에게 무언가 내세우고 싶은데 내세울 거리가 없어서 늘 말하는 레퍼토리, 내가 너를 낳았으니 감사해라, 내가 너를 키워준 것에 감사하라는 것과 매우 닮아 보인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게 말해봤자 가슴 속에 감사함이 단 1g도 없는데 뭐 어떻게 감사하라는 말인지.


 


 
  실제 OO명을 정규직으로 뽑겠다는 뉴스를 자세히 보면 연봉과 정년이 보장되는 사무직은 극소수이고 매년 몇백 명씩 비정규직으로 쓰는 생산직, 이직률이 높은 영업직, 마케팅팀을 정규직 전환해 놓고서는 정규직 뽑았다고 난리 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분기마다 아웃소싱을 통해 비정규직을 수천 명씩 쓰고 위급한 상황에는 가차 없이 해고하는 회사들이 고작 OO명 정규직 전환했다고 동네방네 소문내는 것이다.

  만약 회사가 공익을 위한 고용을 하려면 OECD 노인 빈곤율 1위를 생각해서 나이 많은 어르신들을 뽑아야 하고, 대학 졸업생과 고등학교 졸업생의 연봉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고졸 사원을 채용해야 하며, 치열하다 못해 너무 치열한 장애인 특별 채용에 뽑히지 못했던 장애인들을 더욱 많이 고용해야 한다. 물론 정년이 보장되고 상여금도 확실히 주는 정규직인 사무직으로 말이지. 그런 채용이야말로 봉사 정신과 자비심과 경제 불황 해소에 큰 도움이 되는 채용인데 그런 채용은 절대로, 그리고 앞으로도 할 계획이 없지 않은가.
 

 


 
  그렇기에 나는 회사가 직원을 채용해 준 사실에 감사함을 느껴야 하는 이상한 사회 분위기에 동의하지 않는다. 다 필요해서 쓰는 거면서 뭔 국가의 발전이니 경제 불황을 해소하느니 마느니 말도 안 되는 소리 하는 걸까? 어째서 취업 준비생은 회사가 자신을 고용해 줬다는 사실에 감사함을 느껴야 해? 내가 라면 샀다고 해서 라면이 나한테 감사함을 느껴야 해?

  회사는 참 좋겠다. 직원을 많이 뽑으면 경제 불황 해소에 도움을 줬다고 사람들이 고마워하고, 직원을 해고하면 도대체 얼마나 버티기 힘들어서 잘랐냐며 동정해 주니깐. 이래저래 누구든 회사의 편을 들어주니깐 참 부럽다 부러워.

   다만 예외적으로 사장이 지원자의 학력과 이력서도 보지 않고 오로지 순수한 마음으로만 뽑는, 오직 그 사람의 가능성만 보고 입사시킨 채용이 딱 하나 있긴 하다. 말로만 듣던 착한 고용? 힘든 사람에게 새 희망을 주는 선한 고용? 아니다. 낙하산이다. 오직 사장만이 자기 자식과 친척의 능력을 과대평가하고 뽑는 특별채용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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