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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꼰대 전성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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꼰대하면 우리는 담배 냄새에 찌든 유니폼을 입고 말끝마다 욕 날리는 40~50대 아저씨를 생각할 수 있지만 막상 저런 아저씨들은 인터넷에서 꼰대라는 말을 어떻게 들었는지 젊은 사원하고 어울리지 않고 슬금슬금 피한다. 그러면 이제 꼰대로부터 해방된 건가? 꼰대라는 단어는 이제 사라지고 없는 건가? 그렇지 않다. 꼰대의 정신을 물려받고 꼰대의 맛을 제대로 알아버린 자가 있었으니, 그들은 바로 젊은 꼰대다.

 

 

그래도 아직은 젊으니까, 매번 바뀌는 신조어도 빠삭하게 알 정도로 트렌드에 민감한 사람이니깐 조금은 유연한 사고를 가졌겠지? 라고 생각한다면 큰코다친다. 그들은 과거 대학 순위부터 학과 순위며 핸드폰, 자동차까지 서열을 나누던 인터넷을 그 누구보다 많이 접했던 사람들이다.

늙은 꼰대가 나 때는 하면서 ‘내가 먼저 겪어본 경험’으로 찍어 누른다면 젊은 꼰대는 과거 인터넷에서 배운 ‘서열질의 우위’로 찍어 누른다. 즉 내가 이만큼 높은 서열을 가지고 있으니 상대가 알아서 꿇고 알아서 배워야 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심한 경우에는 본인의 경험만이 다른 사람의 경험보다 훨씬 위대하고 본인의 행동만이 사장보다 훨씬 더 영향력이 있다고 착각하기도 한다.

만약 부하 직원이 따르지 않는다? 그러면 자신이 왜 너보다 윗서열인지 '경험 팩트'를 빌미로 행동을 강요하는데 재미있게도 그들이 말하는 팩트라는 것은 과거 대학 순위 서열을 올리기 위해서 가져온 검증 되지 않는 진실, 주관성이 과도하게 들어간 정보, 가짜 뉴스처럼 전혀 신임이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마치 과거 꼰대들이 ‘내가 해봐서 아는 건데’처럼 모두에게 적용될 수 있는 진리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자기 영향력과 권위를 놓치기 싫기에 무조건 맞다고, 그게 진실이고 팩트라며 바득바득 우긴다.

이렇게 젊은 꼰대와 늙은 꼰대는 뭔가 다른 듯하면서 매우 닮았지만 젊은 꼰대가 한 수 더 진상인 이유는 바로 자기보다 서열이 높은 사람에게도 불만을 표한다는 것이다. 분명 ‘팩트’에 따르면 자신이 가장 현명하고 유능한데 윗선배들은 운이 좋아서, 아랫사람들은 혜택을 받으면서 내게 기어오르려고 한다며 위험하고도 편협한 생각을 아무렇지도 않게 한다.

 

 

흥미로운 사실은 불만투성이인 젊은 꼰대들이 가장 좋아하는 사람은 자신과 정반대인 순종적인 사람, 즉 자기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을 선호한다. 자신의 ‘팩트’가 진리라고 동의해 주는 사람, 당신 덕분에 큰 도움을 받았다는 사람, 나의 인생 스승이자 지도자라고 존경을 표하는 사람, 과거 꼰대들이 좋아할 법할 사람이 젊은 꼰대가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게 소름 돋을 정도로 신기하다.

그들의 모습은 마치 칼융의 이론 속 가부장제 남성과 매우 닮았다. 강력한 남성성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가부장제에서 남자들은 연약한 아니마를 가지게 되고 그러다 보니 자신의 약한 아니마를 건드리지 않는 약한 여성을 가부장제 사회에서 선호한다고 한다. 이처럼 강해 보이고 싶은 젊은 꼰대의 내면에는 약하고 인정받고 싶어 하는 아이가 있고 만약 이런 아이를 건드리게 되면 젊은 꼰대는 또다시 불완전한 진리인 ‘팩트’를 빌미로 당신을 쏘아붙이겠지.

이 글을 보는 당신, 네네 거릴 준비는 되어있는가? 젊은 꼰대의 약하디약한 속내를 건드리지 않을 준비가 되어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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