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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협박, 동종업계의 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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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졸업하고 처음으로 들어갔던 회사는 중견기업 계약직이었는데 내 평생 일했던 회사 동료 중 가장 마음이 맞았던 동료들이라 아직도 기억날 정도로 참 즐겁게 일했었다. 하지만 그 추억은 그리 길지 못했는데 계약직 동료 중 한 사람이 다른 회사에서 정규직 채용됐다며 퇴사했고, 또 한 사람은 좀 더 좋은 대학교로 편입하기 위해서 퇴사했기 때문이다.

결국 나 혼자 계약 기간을 다 채우고 퇴사한 후 대학교로 편입한 계약직 동료와 만났는데 그는 진짜 퇴사했던 이유에 대해서 이야기해 주었다. 사실 그 동료는 계약직으로 입사하기 전에도 그 중견기업에 이력서를 낼 정도로 애사심을 보였지만 불합격의 연속이었고 계약직으로 입사 후에도 채용공고가 나올 때마다 도전했지만 최종면접에서 떨어지면서 결국 학벌이 문제라는 걸 깨닫고 좀 더 좋은 대학교로 편입했다는 것이다. 그 누구도 우습게 보지 않을 정도의 스펙을 가지기 위해서 말이지.

그 사실도 모른 채 우리의 직속 상사셨던 분은 물론 같이 일했던 직원들은 퇴사했던 동료를 틈만 나면 험담했고 같은 업종에서 일한다면 좋지 않은 소문에 취직이 힘들 거라는 저주 아닌 저주를 내렸다.

이해가 안 되네. 정규직 채용은 뭐 기대하지도 않았지만 계약연장도 해주지 않고 심지어 전화로 인수인계를 부탁하던 회사가, 그런 양아치 같은 회사가 자기들의 행동은 전혀 기억 안 하고 동종업계의 소문을 조심하라고? 그 모습에 다시 한번 사람에 대한 환멸을 느끼게 되었다.

 

 

원래 사람은 자기 자신을 꽤 괜찮은 사람이라는 생각하는 면을 적잖게 가지고 있다. 도덕적이고 모범적이지만 어쩔 수 없이 나쁜 짓을 저지르는 인간미 넘치는 사람이라면서 말이지. 그래서 자신이 한 나쁜 행동은 깨끗이 잊고 조금 밉보이는 사람에게는 협박 아닌 협박을 한다. 이 업계는 좁으니 내가 한번 소문내면 끝장난다는 식으로 말이지.

그런데 나 정말 진지하게 궁금한 점이 있는데 그놈의 동종업계 소문이 그렇게 무서운가? 내가 봐 온 바로는 과거에도, 그리고 앞으로도 동종업계의 소문에 대한 협박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보내고 된다고 생각하는데 말이지. 왜냐면 동종업계 소문으로 타 회사에서까지 직접적으로 영향력을 미치려면 여러 가지 조건을 충족시켜야 하는데 그 조건을 충족시키기가 매우 어렵다는 것이다. 생각해 봐라. 소문을 퍼트린 사람이 다른 회사의 인사과에도 막강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사람도 아니고, 직원이 많은 중견기업과 대기업인 경우는 동명이인도 많으며, 특히 가장 힘든 이유는 바로 사람의 기억력이 생각보다 짧기 때문이다. 퇴사하고 일주일만 지나도 그 사람의 이름을 잊어버리는데 동종업계의 소문은 무슨.

 

 

물론 뒷이야기 있는 것보다 없는 것이 좋긴 하지. 왜냐하면 사람들은 좋은 소식보다 나쁜 소식을 더 잘 퍼트리는 법이니깐. 하지만 “이 업계 좁은 거 알지? 우리 회사 하청 업체에 소문내면 끝이야. 미래가 두렵지도 않니? 퇴사할 때 사고 치면 동종업계에 나쁘게 소문나는 거 몰라?”라는 유치한 협박은 이제 초등학생에게도 통하지 않는다. 퇴사했어도 내 손아귀에 벗어나지 못한다는 협박은 애먼 소리란 말이다. 참 퇴사했으면 그냥 놓아줄 것이지 끝까지 어떻게 해서든 영향력을 끼치려는 회사 사람들, 역겹다 역겨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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